#96
결국 영호는 회사에 도착하기 전에 폭탄을 터뜨렸다. 아침의 피곤이 머무는 밴 뒷좌석에 묵직한 폭탄이 던져졌다. 침착하게 그 폭탄을 받아 든 것은 당연하게도 태오였다.
솔의 불안이 기우였다는 듯이, 소식을 들은 멤버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덤덤했다. 오로지 득용만 눈과 입을 크게 벌리고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늘 시끄러운 편인 득용이 조용한 것이 신경 쓰여 솔은 그를 계속 곁눈질했다. 사실 이 소식을 들으면 어떤 종류의 반응이든 득용이 제일 먼저 큰 소리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득용은 보기 좋게 솔의 예상을 벗어났다.
지호와 태오, 가람은 밝지도, 그렇다고 크게 어둡지도 않은 얼굴로 영호에게 질문을 쏟아 냈다. 프로그램 제목과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 서바이벌인지를 우선으로 물었다. 질문에서도 그 성격 차가 드러났다. 태오는 준비 기간과 일정을, 지호는 보상과 어떤 이점이 있는지, 가람은 프로그램명과 방송사부터 물었다.
멤버들을 둘러보며 솔은 내심 페널티 효과가 감소되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트라우마 페널티를 받는 상태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 거고, 나아가 어쩌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쏟아지는 질문에 영호는 회사에 가서 자세히 이야기해 주겠다고 했지만 가람이 아는 것이 있는지 먼저 입을 열었다.
“그거 광고하는 거 본 적 있어요.”
“뭔데? 어떤 거야?”
“타 기획사들이랑 공동 서바이벌? 이라고 광고하던데.”
요즘도 이따금, 커뮤니티나 익명 게시판을 확인하는지 지호의 궁금증 일부를 가람이 해소해 주었다. 의미심장한 티저만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며 가람은 핸드폰을 꺼내 영상 하나를 보여 주었다.
어두운 화면에 CG로 만들어진 도형이 떠올랐다. 서서히 화면이 밝아지며 영호가 말했던 제목 <마이 아이돌 스타즈>가 영문으로 떠오르자 이내 비장한 배경 음악과 함께 빠르게 화면이 전환되었다. 누가 봐도 아이돌으로 보이는 남성의 실루엣들이 스쳐 지나가고 화면 중앙에 글자가 떠올랐다.
온뮤직넷 보이 그룹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