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컴백-56화 (56/185)

56화

“아까, 나... 나한텐 못 하게 했... 흑! 흡!”

“어, 홍서는 안 돼. 오늘은 내가 해주는 날이니까.”

조금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기만 해도, 최홍서의 필요나 감정을 읽고 뭐든 맞춰 주었던... 그 사람이 맞나 싶었다. 하지만 다리 사이에 얼굴의 절반을 묻은 채 굶주린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그는 이해성이 분명했다.

어떤 불쾌감이나 역겨움 없이, 이전에 느껴본 적 없는 흥분과 쾌감을 전신에 지펴놓는... 그는 분명 이해성이었고, 이해성밖에는 할 수 없는 일임을 알았다.

“후으, 흐...”

애널 양옆의 살을 당겨 구멍을 벌리는 손길에 최홍서의 허리가 움찔 떨렸다.

벌린 구멍 위에 몇 번이나 타액을 덧바르는 혓바닥은 간지러울 정도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누운 채로 엉덩이를 비틀 수밖에 없었다.

“으으음, 음... 하으, 흐, 흣.”

자신이 들어갈 자리를 돌보는 그의 정성은 끈덕지고 지극했다. 미칠 것만 같았다. 엉덩이에 자꾸만 힘이 들어가 저절로 구멍이 조여들었고, 시트 위를 문지르는 발끝이 죽죽 미끄러졌다. 차라리 아까처럼 짓이기듯 문질러주기를 바랄 정도로 애가 탔다.

욕실에서 준비를 하긴 했어도, 그와 성교할 부위를 코앞에 드러내고, 냄새 맡게 하고, 빨게 하는 건 감당이 안 됐다. 얼굴이나 귀뿐만이 아니라 전신이 붉어졌다.

처음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늘 행위는 그저 소름 끼치고 무작정 싫기만 했을 뿐,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침대 위에서의 부끄러움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도 최홍서는 처음 알았다.

타액에 의해 입구가 물러지자, 이번에는 손가락이 밀고 들어왔다.

뒤꿈치가 들리면서, 최홍서의 허리가 공중에 떠올랐다.

“아으, 으... 흐!”

그의 타액을 흠뻑 묻힌 손가락은 조심스럽게, 곧고 길게 내장을 꿰뚫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는 구멍이 마르지 않도록 계속해서 입구를 혀로 애무했다.

손가락의 개수가 늘어나면서, 입구는 벌어지고, 내벽은 부드러워졌다. 안을 들락거리는 손가락의 속도도 점차 빨라졌다. 내벽을 긁어내듯이 손끝으로 누르면서 안을 빠져나갔다가 손가락을 곧게 펴서 푹 찌르고 들어오는 순간에는, 전신이 떨리고 울렸다. 푹, 푹, 푹. 그의 손가락 모양을 따라 뇌 속에 긴 홈이 파이는 것만 같았다.

“하으으, 흐... 흑! 하으, 흐!”

구멍 주변을 빙 둘러 가며 거품을 일으키는 타액, 그 사이로 들락거리는 번들번들하게 젖은 긴 손가락, 그 손가락의 들쑤심에 헐떡거리는 구멍과 손가락에 들러붙어 딸려 나오는 붉은 속살... 자신의 다리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을 그런 음란한 이미지들이 최홍서의 눈에 훤히 보이는 듯했다.

무엇보다도, 그 모든 장면을 그가 코앞에서 모조리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 그것이 수치를 자극하는지, 흥분을 자극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안을 쑤시는 그의 팔 힘에 의해 하릴없이 들썩거리면서, 최홍서는 팔을 들어 스스로 눈을 가려버렸다.

“보지 마요... 흡, 보, 보지 마요... 아저씨, 제발... 흑...”

거의 울듯이, 빌듯이 애원했다.

그러나 말의 내용과는 무관하게도, 아래에서는 말랑하게 녹아내린 속살이 그의 손가락에 달콤하게 감기고 있었다. 힘 있게 찌르고 들어온 손가락이 안에서 손끝을 구부려 더듬고 문지르는 감각이 생생했다. 그의 신체 일부가 제 몸속에 들어와 있음을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아래가 더 열리는 기분이었다. 무릎을 세우고 허벅지를 벌린 채 허리와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는 것도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그는 시킨 적이 없었다.

다리 사이에서, 잔뜩 억눌리고 거칠게 긁힌, 욕정에 잠식된 목소리로 그가 최홍서를 올려다보았다.

“누가, 잘 못 느낀다고?”

“흐윽, 흐... 진짜... 원래 잘... 못, 흣.”

“지금 모습으로는, 신빙성이 없는데.”

“올라와요... 흐윽, 여, 여기 와서 해요...”

아래로 팔을 뻗어 휘저어 봐도 손에 닿아오는 것은 그의 머리카락 정도뿐이다.

팔 전체의 힘을 이용해 퍽, 쳐올릴 때마다 아랫배에 붙은 최홍서의 발기한 음경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번갈아 가며 튕기듯 휘어졌다. 그러다 한 번씩 크게 허리를 움칠거리면, 휘청거리며 벌떡 일어나 그의 얼굴을 갈겼다. 그때마다 최홍서는 입을 틀어막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기름진 먹잇감을 쫓는 눈으로 바라보며 탐할 뿐이었다.

최홍서의 아래가 손가락 세 개를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자, 그는 손가락을 쑤욱 뽑아내고 상체를 일으켰다.

손가락이 뽑혀 나간 빈 구멍 속이 여전히 쾌감에 잠겨 벌벌 떨렸다. 움찔, 움찔, 닫혀지지 못한 입구가 벌름거리는 것이 느껴졌고, 최홍서의 다리 사이에서 무릎으로 버티고 선 그 역시도 그 음란한 수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팔꿈치를 접은 채 오른팔을 들어 올린 그의 손이 등 뒤로 사라졌다. 그러고는 티셔츠의 뒷덜미 부근을 잡아 그대로 끌어올렸다. 단번에 상의를 탈의한 그는 어둠 속에서 평소보다 더 커다래 보였다.

어떤 옷차림을 하고 있어도, 그가 상당히 단련된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옷을 다 벗은 후에 드러난 맨몸은 그 이상이었다.

최고급 맞춤 슈트 안에서는 늘씬해 보였던 그의 팔과 몸통에는 두툼한 근육들이 박혀 있었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정교한 기계처럼 연쇄적으로 불끈거리는 근육들은 불에 달구어 두드린 강철만큼 단단해 보였다. 때려도 아픔을 느끼지 못할 것 같고, 칼날도 파고들지 못할 것 같았다. 강해 보이는 동시에,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그 유기체는 아름다웠다.

그가 호흡할 때마다 팽팽하게 당긴 가슴 근육이 부풀어 올랐고, 복근과 복근 사이의 골은 거친 끌로 파낸 것처럼 깊고 선명했다. 최홍서의 시선이 좀 더 아래로 이동했다.

속옷을 입었을 텐데도, 귀두의 모양이 뚜렷하게 눈에 잡힐 정도로 발기한 그의 것은 파자마를 찢어발길 듯이 밀어내고 있었다. 귀두에 닿은 부분이 다른 곳보다 더 진하게 젖어있었다.

그는 거침없이 밴드를 아래로 밀어냈다.

성기를 드러내는 일쯤이야 상의를 벗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듯, 의식하지 않는 무심한 행동이 최홍서의 눈에는 오히려 더 섹시하게 보였다.

파자마와 브리프를 벗어내는 동안, 그의 음경은 묵직하게 끄떡거렸다.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커다랗게 부푼 데다 고목의 뿌리처럼 딱딱하기까지 해서 작은 움직임에도 진동의 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음경 아래 매달린 고환마저 굵고 두둑해 흔들릴 때마다 아플 것 같았다. 귀두를 흥건히 적신 체액이 무겁게 늘어지다 시트 위에 툭, 떨어진 순간 최홍서는 마른침을 삼키며 머뭇머뭇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아플 것 같다는 최홍서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는지, 침대 아래로 내려가 협탁 앞으로 걸어가는 동안 그는 가랑이를 슬쩍 쥐고 움직였다. 덜 흔들리게 하려는 의도일 뿐임을 아는데도, 성적 우월함을 과시하는 행동으로 느껴졌다. 문제는 그 과시적 행동이 실제로 최홍서의 성욕을 자극한다는 사실이었다.

옆에서 바라보는 발기한 그의 실루엣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서양 포르노에서조차 저 정도의 대물은 흔치 않았다.

그런데도 흉측스럽지 않았다. 굵기와 길이의 조화로운 비율과, 뷰러로 말아 올린 속눈썹처럼 아찔하게 솟은 각도는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의 옆모습에 흠뻑 홀려있었던 최홍서는 그가 협탁 속에서 찾아낸 플라스틱 원통을 발견하고 눈이 커졌다.

“젤, 있었으면서!”

원망스러운 최홍서의 표정을 내려다보면서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음... 없다고 한 적은 없는데. 있더라도, 내 체액으로 정성 들여서 열고 싶었던 거지.”

침대 위로 올라온 그가 씩 웃으면서 입을 맞췄다. 이어지는 농밀한 키스에 정신이 아득해져서 더는 실랑이를 이어갈 수도 없었다. 달콤하게 하나로 녹아내릴 것처럼 뒤섞였던 혀가 입안을 빠져나갔을 때는 최홍서의 성기도 다시금 더 단단해져 있었다.

그는 손으로는 콘돔을 뜯으면서 최홍서의 얼굴 곳곳에 입을 맞췄다.

“내일은 스케줄 몇 시부터지?”

“내일은 사장님이 쉬라고...”

“......”

포장지에서 콘돔을 꺼내던 그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아... 그거, 굉장히 감사한 얘기네.”

최홍서는 공기를 뺀 콘돔을 귀두에 씌우려 하는 그의 손목에 제 손을 감았다.

“그러니까, 내일 쉬니까, 콘돔 없이 하고 싶어요.”

“......”

그는 조금 놀란, 그리고 갈등하는 얼굴로 침묵했다. 그러나 최홍서는 그 역시 강하게 원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0.01 센티미터의 폴리우레탄 한 겹조차 허락하지 않고, 서로의 가장 은밀하고 연약한 부위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다는 유혹.

“콘돔 없이 해요, 우리.”

그 말을 반복하는 사이, 최홍서에게는 이상한 용기가 솟아났다. 아니, 오기 같은 것에 더 가까웠다. 그를 원했다. 무언가에 이보다 더 강한 확신을 가져본 적이 없을 만큼.

뺨을 긁으며 고민하던 그는 단추가 모두 풀어진 채로 아직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던 최홍서의 파자마를 마저 벗겨냈다. 그리고 드러난 어깨에 입을 맞추며 매트 위로 함께 쓰러졌다. 이마를 쓰다듬어주는 그의 손이 따뜻했다.

“우리 애기가 성적 호기심이 아주 왕성하네.”

역시나 그는 농담으로 넘기려 하는 것 같았다. 콘돔 없이 했을 때 몸에 부담이 가는 쪽은 최홍서였으니까.

최홍서는 그의 목을 껴안고, 까끌해지기 시작한 뺨에 입술을 비비며 속삭였다.

“우리 사귀는 사이니까, 그냥 해도 괜찮잖아요.”

길게 엎드린 그의 옆구리에 허벅지를 문지르고, 이마에서부터 뒤쪽으로 넘어가 머리카락을 쓸어주는 그의 팔에 얼굴을 비볐다.

그가 허리를 비틀어 최홍서의 다리 사이에 자신의 페니스를 뭉근하게 비벼댔다.

“이걸... 콘돔 없이 삽입하라고?”

그와 시선을 맞춘 채 최홍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을 감싸 가까이 당겨 턱과 입술에 키스했다. 조르는 듯한 귀여운 키스에 마주 응해주면서도, 그는 여전히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가늘어진 눈 속에는 검질긴 욕망이 일렁거렸다. 그 증거로, 허스키한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네 연한 뱃속에 그대로 사정하고?”

“해주세요.”

매달리듯 그의 목을 껴안고, 잘생긴 얼굴 전체에 입맞춤을 퍼부었다.

“그렇게 해줘요. 지금 그대로 넣어줘요.”

“그랬다가 너 임신하면?”

“......”

“결혼해 줄 거야?”

그의 얼굴이 조금도 허물어지지 않고 그대로 진지해서, 최홍서는 순간적으로 그저 굳어버렸다. 수초가 지난 후, 그의 미소를 보고 나서야 농담임을 인지하고 피식 싱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흐으읏, 흑... 하으, 흐...”

물러진 애널 입구에 그의 귀두가 비벼지는 것만으로도, 최홍서의 숨이 완전히 흐트러졌다. 그의 두꺼운 상체가 뒤덮고 있지 않았더라면, 뭍으로 끌려 나온 물고기처럼 펄떡거렸을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느낄 수가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하으, 흐윽, 흡.”

입구를 충분히 비비며 넓힌 그의 페니스가 서서히 진입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최홍서의 호흡이 조용해졌다.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다리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단단한 열기를 받아내는 데에만 집중했다. 아니, 그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5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