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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화 〉공주님의 섹스 전담 메이드: 34화 (34/225)



〈 34화 〉공주님의 섹스 전담 메이드: 34화

무대 위의 배우들에게도 관람석에 앉아있는 관객들의 존재는 보인다. 그저 정해진 연극 시간 동안에는 관객들의 시선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서 저마다의 몸짓과 입담을 선보이며 연극의 완성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막이 내린 뒤, 연극의 결과에 따라 배우들에게 던져지는 것은 분노에 찬 관객들의 썩은 토마토일 수도 있고, 진심에서 우러나온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의 박수갈채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다 배우들이 하기 나름이다.




일반적인 연극이라면 그럴 터였다. 하지만 바로 이곳에, 자신들이 ‘무대 위의 배우’라는 것을 정말로 모르는 배우들이 펼치는 연극을 관람하는 변태 관객들이 있다.  자리는 일반적인 연극장의 VVIP룸처럼 꾸며져 있기는 했으나, 배우들은 관객의 존재를 절대로 알아차릴 수도 없고, 관객이 썩은 토마토를 던지든 박수갈채를 보내든 간섭할 수도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이야기다. 종이에 그려진 낙서가 자신을 그려준 주인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가? 혹은 칼을 들고 지면에서 뛰쳐나와 주인을 찔러 죽일 수 있는가? 전혀 아니지 않은가? ‘상위차원’에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존재와 ‘하위차원’에서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인 이들의 관계 역시 이와 같았다.


‘여주인공-칼디르 아스트라/히로인-아틀란티아 아틀라스 아틀레노스’ 초호화 배우들을 어렵사리 섭외하여 마련한 이번 연극은 ‘상위차원’에서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하위차원’을 쓸어버릴 수 있는 삶을 너무나도 오랫동안 이어온 나머지 견딜 수 없는 지루함 속에 빠져버린 `초월자`들에게조차도 상당한 즐거움을 제공해주었다.

호오...! 이제 이 쇼도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가. 무대의 뒤편에서 칼디르와 아틀란티아 공주님이 펼치는 열연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보던 두 관객  하나, ‘버스터’가 침음성을 흘렸다.

칼디르가 15살이 되어 지구로 향한 순간부터 시작된 이 연극을 보면서 줄곧 무표정을 지키고 있던 버스터의 입꼬리가 눈에  정도로 올라가게 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칼디르를 손에 넣겠다는 일념으로 「몽마의 권역」을 발동시킨 아틀란티아 공주님이었다. 자랑스러워해도 좋다. 이 나를 웃게 하다니!



저 아틀란티아라는 여자는 색욕은 물론이요, 소유욕마저 지독하게 많은 여자임이 틀림없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단지 한 명의 여인을 취하겠답시고 절대음문이니, 고대 주술이니, 몽마의 권역이니 하는 요란한 수단들을 다 꺼내 들 수는 없었다.


칼디르라는 여자는 15살을 채우고 지구에 가서  여자에게 포획되기 전까지는 분명 도도한 척 굴고 다녔던 거로 기억하는데, 막상 저렇게 소유욕이 강한 여자의 밑에 깔려 신음에 비음을 섞어 넣는 것을 보면 몸은 솔직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좋다. 아주 좋다!

버스터는 아틀란티아라는 이름의 배우를 향해 금화 한 닢을 던졌다. 칼디르라는 배우를 향해서도 그렇게 했다. 두 주역 배우에게 걸맞은 공치사였다.

다소 지나칠 정도로 신나 하며 배우에 대한 공치사를 마친 버스터가 다시 자리에 앉는다. 인간을 가장한 그의 모습은 마치 윈스턴 처칠과도 같았다. 연극장에 신사복을 쫙 빼입고 와서는 툭 튀어나온 배를 내밀고서 시가를 빼 물고 있는 윈스턴 처칠말이다.


“아리아, 이번 연극은 나도 마음에 드네. 그런데... 이야기가 이리되면  카넬리안인가 뭔가 하는 조연은 어떻게 되는 건가?”

악덕한 중년 졸부를 가장한 버스터의 목소리는 그 모습에 걸맞게 걸걸했다. 그에 반해, ‘아리아’라는 이름으로 불린 여인의 생김새는 매우 고왔다. 앞머리만 짧게 깎고 뒷머리를 길게 늘인 히메컷을 자랑하는 여인은 그 미모에 걸맞는 보라색 파티 드레스를 걸치고 있었고,  드레스는 노출도가 매우 심해서 가슴골과 등이 대놓고 드러났다.




아니, 그뿐이면 차라리 다행이라고  수 있었다. 등이 파인 정도가 너무나도 심한 나머지 티팬티조차 걸치지 않은 맨 엉덩이의 골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나지 않을 정도였고, 가슴께 부분도 짧기는 마찬가지라 분홍빛이 감도는 유륜이 살짝 보일락 말락 했다.



배 나온 중년의 졸부와 보라색 눈동자가 찬란하게 빛나는 고혹적인 미녀라는 조합. 언뜻 봐서는 이  존재가 똑같은 30억 살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동갑내기 친구가 같이 연극을 보러왔다기보다는 졸부가 사창가에서 여자 하나를 사 와서 곁에 두고 연극은 본체만체 제발 만져달라고 애원하는 것만 같은 유방과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는 상황처럼 보인다.



여인의 목, 귀, 손가락에 붙어있는 골드 다이아몬드 장신구들은 그러한 오해를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겼다. 그것들이 존재함으로써 뭔가가 달라진다고 해봐야 ‘졸부와 졸부에게 희롱당하는 창녀’가 ‘지체 높은 귀족 가문의 중년 졸부와 정략결혼으로 팔려온 불쌍한 아가씨’ 정도로 그칠 뿐.


“아, 버스터. 연극이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야. 뭐, 내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연극이니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을 수가 없겠지만.”


아리아는 겉으로 보이는 상황에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대답했다. 지금 두 존재가 취하고 있는 모습은 그들이 여태까지 취했던 수많은 모습 중의 하나일 뿐이요, 마음만 먹는다면 어떤 모습으로든 변할 수 있었으니만큼 이쪽에서 뭔가 찔려서 끙끙댈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카넬리안? 카넬리안이라고 했어? 확실히 내가 이번 연극에 그런 이름의 ‘깡통’을 하나 집어넣기는 했지.”

“풋... 아예 조연 배우도 아니고 ‘깡통’이라고 부르는 건가.”


아리아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을 멈췄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고 하는 소리에 버스터는 나지막하게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야, 보통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자신의 연극에 올라오는 배우를 ‘깡통’이라 부르며 깎아내리는 각본가는 찾아볼  없었기 때문이었다.



엑스트라도 아니고 엄연히 맡은 역할이 있는 배우더러 ‘깡통’이라고 부를 거면, 아예 처음부터  배역을 배제하고 각본을 쓰질 그랬나. 참, 동갑내기 친구라고는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여자였다.

“그래, 내게는 깡통일 뿐이야. 여주인공도, 히로인도 아니고 그저 히로인을 향해 이어질 수 없는 연심을 품고서 여주인공에게 훼방이나 놓는 배우가 깡통이 아니면 뭐야. 조만간 무대 위에서 치워질 테지.”

“지금, 감독께서 자기 입으로 자기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삼으시는 건가? 나는 그래도  여자가 주역 배우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뭔가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흥. 마음대로 생각하라지.”

아리아의 목소리는 아주 아름다워서 듣는 이의 귀를 가볍게 간질이는 듯했지만,  내용은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버스터로서도 카넬리안의 운명이 그리 밝지는 않으리라는 것은 예측할  있었던 부분이었기에, 거기서 더 따지고 들지는 않았다.




버스터는 그렇게 잠시간 간호를 빙자하여 추잡하기 그지없는 섹스를 즐기는 칼디르와 아틀란티아를 감상하고 있다가, 입에 꽂혀있던 시가가 한계까지 타들어 가자 그것을 내려놓고 새 시가를 꺼내 풀을 피워올리는 틈에 걱정이 된다는 투로 되물었다.



“근데 저거, 참신한 내용이기는 한데 말이네... 저걸로... 그러니까 몽마의 권역으로 여주인공을 꾀어내는 게 가능은  일인가? 몽마의 권역이라는 것이 원래 이럴  쓰라고 있는 능력이기는 하지만...  둘의 초능력 격차는 보통 격차가 아니지 않은가.”


몽마의 권역이 어떤 능력인지 상세히 알고 있는 자가 아니라면 나올  없는 질문이었다. 과연, 저 공주라는 계집이  능력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을까? 능력을 다루는 데 익숙지 못한 탓에 칼디르를 제 소유물로 넣는 데는 실패하고 창녀로 만들고 끝나지나 않을까?

정신 지배는 초능력의 영역. 당연히 그 자신보다도 더 강한 자를 상대로 헛수작을 부리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하물며 둘의 격차가 상상도  할 만큼 어마어마하다면... 어디 동네 구멍가게를 운영하던 할머니가 세계 유수의 그룹을 현찰 박치기 한 번에 사들이기를 기대하는 것과도 같은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우주는 `초월자`인 둘에게도 드넓은 공간이었고, 그러한 우주에서는 일어날 확률이 아예 ‘0%’인 경우의 수는 없다지만, ‘0%에 무한히 수렴하는 경우의 수’가 우연히 걸려들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그 문제라면... 걱정할  없어. 아무 문제도 없을 테니까.”


정신 지배의 주체자인 아틀란티아 공주님보다도 피해자가 될 칼디르 쪽의 초능력이 월등히 강력한 상황인데도, 아리아의 대답에는 막힘이 없었다. 그만큼 지금 지껄이고 있는 말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리라.


“애초에...  안 된다고만 생각하는 거야?”

“그야 당연히... 휴, 말을 말아야지.”

버스터가 아리아의 말에 반박해보려고 했으나, 그녀가 자신이 하는 말은 귀담아듣지도 않고 금화가 한가득 담겨있는 주머니를 아틀란티아라는 여자 쪽에 한가득 몰아주는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금화는 곧 관객들이 명배우를 향해 보내는 찬사인 동시에, 명배우로 하여금 더욱 뛰어난 연기를 펼칠  있도록 도와주는 촉진제와도 같은 물건이었다.


알기 쉽게 얘기해주자면... 아리아는 어차피 ‘초월자’로서 초능력의 힘을 거의 무한히 가지고 있는 존재. 거기서 금화의 형태로 좀 떼어내서 남에게 준다고 하더라도 티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배우에게는 한두 닢의 금화조차도 어마어마한 가치로 다가온다. 그런 것을 주머니에 가득 담아 내어준다면...




칼디르를 목표로 몽마의 권역을 개방하신 아틀란티아 공주님께서는 미처 모르고 계시겠지만, 아리아가 금화를 몰아줌으로써 두 사람의 초능력 격차는 아슬아슬하게 메워질 수 있었다. 몽마의 권역이 어떤 능력인가 하는 점을 고려해보아도, 원래대로라면 공주님은 칼디르를 상대로 권역을 발동시킬 수조차 없었을 터였다.




아리아 덕분에 공주님은 권역의 최소 발동 조건을 갖추었다. 아리아 덕분에 공주님은 칼디르를 완전히 손아귀에 쥘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은혜를 입었으면 더더욱 몸을 굴려서 연기를 펼쳐 보이란 말이다.


“감독이 자기 작품 스포일러를 하고, 이제는 은화나 동화도 아니고 금화를 그렇게 많이 밀어주면서  배우를 편애해주다니... 이거, 완전히 글러 먹은 감독이로구만?”




버스터가 빈정댔으나, 아리아 역시도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피식 웃어주고 넘어갔다. 버스타가 뭐라고 지껄이든, 그는 이 장소에서 일반 관객에 불과할 뿐이다. 감독이 무엇을 하든 간섭할 권한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뭐, 이 연극이 어떻게 끝나든 간에 끝까지 구경해줄 터이니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다만. 버스터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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