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화 〉총통경호 친위대 칼디르 아스트라(LSSKA): 5화
신임 사령관 칼디르가 아군의 쾌속 진격에 제동을 거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그녀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군문에 몸을 담아온 이들의 눈으로 봐도 아군이 적군의 저항 한 번 받지 않고 이 정도 속도로 달려나가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태까지는 국방군도 루시드 군과 비슷하게 동원 가능한 함선이 많이 없어서 그들을 상대로 이토록 쾌속 진격을 해본 일이 없다는 사실도 지휘관들이 이러한 판단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루시드 군 진영에 제대로 움직이는 함선이 없는 이유가 부정부패, 관리 소홀 때문이라면... 우리 국방군은 ‘스캐퍼플로우에서의 굴욕’ 당시에 상당수의 함선을 잃어버린 후, 낙후된 산업 기반하에 함대를 제대로 재건할 수 없었기에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결국은 다 변명일 뿐이지. 아틀란티스 국방군이라고 해서 방산비리, 위안부, 병영 부조리, 정신론 숭배자 같은 게 없었던 것도 아니고. 병신과 머저리의 싸움에서 배후의 적으로부터 등을 찔린 머저리가 패배하게 된 것뿐이지.”
칼디르와 함께 따라나선 범혁은 이런 식으로 자국군을 향해 냉소를 날려 보냈다. 기실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예전부터 그로즈니가 직접 지휘하던 부대만 빼고 보면 방산비리야 흔하디흔한 일이었고, 자국민을 성노예로 삼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정신론을 맹신하며 신병의 군기를 잡는답시고 두드려 패다가 팔다리 하나씩을 잘라 내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아틀란티스 제국을 침공한 루시드 제국이 최고의 명장이라는 그로즈니가 지휘하는 국방군을 꺾고 지구를 함락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오직 아틀란티스 제국도 루시드 제국만큼이나 한심한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잘잘못이야 나중에 가서 따져도 될 일입니다. 지금은 진격하는 데 집중하도록 하죠.”
“이번 전투에서 내가 직접 나서야 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알았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도록 하지.”
그러나 칼디르는, 언제까지고 아군의 발을 묶어둔 채로 아군의 과오를 파헤치고 있을 인간이 아니었다. 조국을 위해, 그리고 파시스트당의 집권을 위해 사람들 앞에 당당히 내세울 만한 전과가 필요한 만큼 그녀는 신중한 정찰을 통해 근방에 루시드 군의 함정 따위는 없음을 확인하고 나면 망설이지 않고 다시 부대를 움직였다.
그녀에게는 굳이 ‘조국을 위해’ 같은 거창한 명분이 아니더라도 부대를 빠르게 움직여 전공을 쟁취해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잘 했어, 마키야.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이럴 걸 그랬다. 공을 하나 세울 때마다 상을 한 번씩 주니까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으읏... 칭찬... 감사합니다, 공주님... 좀 더... 저를 칭찬해주세요...”
범혁과 함께 대화를 나눈 칼디르는 어디까지나 분신체에 지나지 않았고, 공주님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다가 야심한 밤에 한적한 야외광장에 나와 알몸으로 속박당한 채 조련 당하는 것이 ‘진짜’ 칼디르였다.
‘진짜’ 칼디르의 몰골은 가관이었는데, 아무리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광장이라지만 한가운데에 있는 기둥에 귀갑 묶기로 속박당해 매우 강조된 젖가슴은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고, 밧줄 중에서 특히 보지에 맞닿은 부분은 그녀가 분비한 애액에 의해 흥건하게 젖은 상태였다.
뚜둑, 뚝... 밤하늘에 비구름 하나 없이 청정한데, 광장의 바닥에 끼워 맞춰진 대리석 벽돌에 물방울이 계속해서 떨어져 내리는 것은 어찌 된 연유에서일까. 바닥에 떨어지는 액체의 종류는 참 다양하기도 했다.
딥키스를 즐기다가 입을 떼면서 흘러나온 침, 쇄골에서부터 흘러내린 뜨거운 땀, 젖꼭지에서 송골송골 맺히다 못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내린 모유 방울, 허벅지를 타고 줄줄 흐르는 애액과 그 애액 사이에 은근슬쩍 섞여 들어간 오줌... 이제 보니 이 모든 액체의 주인은 칼디르였다.
“흥, 답도 없는 마조 암퇘지년. 총통은 무슨, 넌 그냥 사람들이 돌아가며 따먹을 수 있게 광장 한가운데에 계속 매달아 놓는 생체 오나홀이 딱이야.”
“갑자기 저를 그렇게 매도하시면... 보짓살 떨리는 걸... 참을 수 없... 아...! 또... 오줌을 못 참고 지려버리고 말았어요...”
“더러운 것... 이제 내가 네 배변훈련까지 도와줘야 하는 거냐?”
공주님도 사람들에게 들키면 결코 무사할 수 없는 야릇한 차림- 서큐버스들의 전유물인 란제리-을 하고 계셨지만, 칼디르는 아예 밧줄 말고는 아무것도 입지 않아 들켰다 하면 바로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상황에 부닥쳤음에도 보짓살이 떨려오는 것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럴 거였으면 도대체 왜 생자지 대딸 좀 시킨 거로 슈가한테 삐진 걸까?
이곳에서 칼디르는 분신체를 앞세워 전공을 하나 세울 때마다 공주님께 상을 하나 받을 수 있었는데, 공을 세운 그녀에게 공주님이 상을 주는 방식이란 대개 끈적한 딥키스 한 번이나 손가락으로 속살 쑤셔주기 한 번... 뭐 이런 식이었다.
칼디르는 공주님이 아낌없이 퍼부어주는 매도 역시 좋아했다. 슈가가 자기를 매도하는 건 싫은데, 공주님이 매도를 퍼부어주는 건 너무 좋아서 애널 구멍까지 부르르 떨릴 정도라나? 우리 마키의 몸이 이런 상태가 될 때까지 집요하게 조교한 장본인이 나긴 하지만... 정말 모순적인 아이였다. 설탕이가 하면 강간, 내가 하면 줘팸 지배 섹스.
이게 도대체 뭔... 아, 하루 24시간으로는 우리 마키의 속살을 내 손가락 모양에 딱 맞춰 조교할 시간도 없는데 이런 생각을 오래하고 있을 시간이 어디에 있어. 집중하자.
“아... 부대 하나를 또 항복시켰어? 우리 마키에게 상을 하나 내려줘야겠네. 정말이지, 나한테 상을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렇게 추근대는 거야?”
“아읏, 공주님의 손가락... 제 안에 들어와서... 기분 너무 좋아요...♥”
공주님의 손가락이 매우 자연스럽게 칼디르의 속살을 침범하였다. 칼디르에게는 훈장이나 상금 같은 형식의 포상보다도, 이러한 형식의 상이 더 약발이 잘 받는 듯했다. 안대를 써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상을 받을 때 공주님의 혀와 손가락을 좀 더 잘 느끼기 위해 낑낑대기까지 하는 걸 보면...
뭐, 공주님 입장에서도 자기 아내가 될 칼디르가 포상을 받기 위해 자기 부대를 빠르게 움직이면서 루시드 군을 간단히 항복시키거나, 가끔 항복하지 않는 이들을 상대로는 전투다운 전투를 치르고 궤멸시키는 등 전공을 세우는 게 나쁜 일은 아니었으니 그녀가 다소 무리하게 부대를 움직여도 말리지 않았다.
애초에 공주님은 군사 부문에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간섭하고 싶어도 간섭할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
아틀랜드 회랑 지역에서 루시드 총독부의 초능력자 부대를 한 번 솎아 내준 덕분인지, 칼디르가 공주님으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자기 부대를 지나치게 소분하여 내보내도 위험한 수준의 반격을 받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모처럼 범혁과 로버트 일당까지 죄다 끌고 나왔건만, 막상 그들이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
호랑이는 토끼를 상대할 때도 전력을 다하는 법이라지만, 솔직히 제대로 싸울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백기부터 들어 올리는 루시드 군을 상대로 수천억 분의 일 이하의 희박한 확률로 태어나는 강력한 초능력자들을 투입하는 건 바퀴벌레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대 행성탄을 터뜨리는 것만큼이나 과한 일이었다.
“괜히 나섰다가 내 공격기에 아군까지 휩쓸려 나길 일 있나... 일단 칼디르가 직접 선발했다는 베테랑 오브 베테랑들의 전투 구경이나 해보실까?”
그래서 처음에는 최대한 아군이 휩쓸리지 않게 주의하며 루시드 군을 공격하던 범혁도 나중에 가서는 힘을 아껴둘 겸, 전장에서 슬쩍 빠져나와 정예병이 득실거린다는 그로즈니 휘하의 병력 중에서도 상위 1%에 드는 이들이 싸우는 방식을 눈에 담아두기로 했다. 그는 특히 칼디르가 심혈을 기울여 선발했다는 LSSKA의 활약상에 집중했다.
루시드 군이라고 기회만 생기면 바로 항복부터 하고 보는 멍청이들만 있는 건 아니었는지, 어느 행성에 상륙한 LSSKA 등 아군 병력을 상대로 튼실한 무장을 가지고 반격을 시도하는 무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들 부대는 자기네가 괜히 베테랑 오브 베테랑으로 불리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는 듯이 그 모든 반격 시도를 무참히 분쇄하였다.
그들은 칼디르가 아틀라늄을 가지고 만든 무기를 들고 있다면 죽거나 다칠 일이 아예 없다는 것을 언제 깨달았는지, 저쪽에서 반격이 들어오거나 말거나 재빠르게 기동하여 적 병력을 불리한 지형 속에 고립시키고 조여들어 가 마침내는 궤멸시키거나,
100배가 넘어가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정면으로 회전을 걸어버리더니 마우스 전차의 전차포로 핵폭탄을 시원하게 갈겨주어 역으로 털어버린 다음 그 뒤에서 안심하고 있던 루시드 군의 제2진과 제3진 등 후속 병력까지 덤으로 쓸어버리거나,
때로는 전차나 장갑차의 지원 없이 한눈에 보기에도 든든해 보이는 강화복을 껴입은 알보병 부대가 적 기갑부대를 상대로 달려들어 보기 좋게 녹여버리고 몇몇 루시드 군 전차병들이 버리고 간 전차를 노획하여 가지고 오는 등 각종 기행을 선보였다.
“굳이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잘 싸우고, 잘 이기기까지 하는구만.”
칼디르와 가끔 대련한다고는 하지만, 정규군의 전술 기동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던 범혁이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만약에 내가 저들처럼 초능력을 가지지 않고 보통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저들처럼 활약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 그 스스로 고개가 갸웃거려질 정도로 LSSKA는 잘 싸워주었다.
LSSKA뿐만이 아니었다. ‘다스 라이히(Das Reich)’, ‘토텐코프(Totenkopf)’ 등 칼디르가 향후 무장 친위대의 근간으로 삼기 위해 섭외해온 다른 사단의 전투원들도 충분히 잘 싸워주고 있었다.
이들의 활약상을 어떻게든 전해 들은 잔존 루시드 군 병력 중 일부가 겁을 집어먹고는 자기네 국기인 태양기를 불태워버리고 아틀란티스 제국의 국기를 게양한 다음 ‘아틀란티스 제국 만세! 아틀란티스 제국 국방군 만세!’를 외쳤음은 물론이었다.
(물론 그 항복을 받아주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순전히 현지 전투원들의 선택에 달려 있었고, 사령관인 칼디르는 아군이 포로를 학대하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아군 육군 전력이 하늘에 떠다니는 공군기나 함선을 상대할 때도 강력한 화력과 우수한 사거리, 미칠 듯한 정확도로 찍어 눌러버리니 지원 나온 테라 마리네와 루프트바페가 졸지에 할 일이 없는 실업자가 될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