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로맨스 스캠
미치겠네, 설마 방금 나를 쳐다본 건 아니겠지.
연우는 속으로 욕을 삼키며 베이지색 벙거지를 눈 아래로 끌어 내렸다. 아침에 눌린 머리가 영 보기 싫어 모자를 썼던 게 신의 한 수였다.
‘윤연우, 너 지금 앞은 보이냐?’ 옆에 앉은 김상진이 낄낄거리며 어깨를 감쌌다. 연우는 손을 쳐 내며 다시금 대각선 건너 끝자리에 앉은 남자를 흘끗 바라봤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1년 동안 연락을 주고받았던 썸남이 알고 보니 휴학했던 학교 선배라니. 아앗, 그것도 같은 동아리?! 라이트 노벨 제목도 아니고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냔 말이다.
지구상에 남자가 무려 35억 명이나 되건만, 어쩌다가 이따위 확률에 당첨됐을지 모를 일이다. 똑같이 확률이 낮다면 로또에 당첨되는 편이 여러모로 나았다.
왜 썸남이 우리 학교 학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 했던 걸까. 연우는 자신이 너무 안일했음을 깨달았다.
사실 알아챌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꿈에 그리던 이상형과의 달콤한 대화에 빠져 더 깊게 알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처음 남자를 본 곳도 학교에서 불과 지하철 두 정거장 떨어진 카페였다. 또 언젠가 그는 한국 대학교 주변 카페나 음식점을 잘 아는 듯 얘기하기도 했다.
연우는 절대 마주칠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거짓말을 늘어놨던 자신의 과오를 떠올리며 흠칫 몸을 떨었다.
지잉-
때마침 휴대폰에서 인스타그램 알림이 울렸다. 늘 기다려 왔던 진동 소리였으나 오늘은 전혀 반갑지 않았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그에게서 온 DM이다. 건너편에 앉은 남자는 동아리 회장 이준형의 일장 연설을 건성으로 들으며 휴대폰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3월 8일 오후 6:30
나 한국 왔는데, 언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