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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한빈. 25세.
강산이 두 번 변하고 또 반쯤 걸쳐진 인생에서 백한빈은 신호가 바뀌는 횡단보도를 욕심내 뛰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뿐일까?
학창시절 내내 그 흔한 체육수업도 제대로 참여해본 적 없이 늘 그늘 옆에 따로 앉아 있었고, 점심시간의 짧은 틈도 그냥 보내지 않고 운동장을 뜀박질하는 친구들을 늘 창문 밖으로만 구경했다.
심지어는 군대마저 면제. 2년 꽉 채워 휴학하면서는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때도 육체적인 활동은 제로였다.
그런 백한빈에게 전력으로 하는 달음박질이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하아, 하, 후우, ……하아아.”
숨이 턱 끝까지 차다 못해 눈앞이 핑그르르 돈다.
하루 이틀 안하던 짓을 한 것도 아니고 평생 안 하던 걸 하니 사지가 따로 노는 것 같을 정도라, 한빈은 크게 휘청이면서 건물 기둥에 몸을 기댔다.
하지만 이렇게 쿵쾅쿵쾅 요란하게 심장이 뛰는 이유가 오로지 살며 없던 달리기 때문이라고 확정 짓기는 뭐했다.
애초에 수강신청을 된통 말아먹었을 때부터 이번 학기는 글렀구나 싶었다.
주4일 시간표에 9시 수업이 세 번인 것만으로도 최악인데 벌써 그중 두 번은 눈앞에서 버스가 그냥 지나가서 시작부터 된통 늦었다.
물론 그 지각에는 엄연히 수강정정기간인 첫 주 OT부터 출석을 세는 미친 교수놈의 강의도 포함됐다.
이번학기는 망했어.
진짜 휴학이나 또 하고 싶다.
학교에 나온 지 3일 만에 이 생각을 벌써 한 300번은 한 백한빈이었다.
그런데 역시 뭐든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던가.
교내에서 인적 드문 교무처 건물 뒤편까지 달려와 온전히 혼자가 된 후에야 멈춰선 백한빈은, 여전히 가쁘게 제 존재감을 드러내는 심장께를 꾹 누르면서 멍하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어떻게 세상에 저 목소리가 둘이냐?”
언제나 헤드셋이나 스피커 너머로만 듣던 사이버 러버의 목소리다.
아니, ‘러버’로 확실히 자각한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하튼 스무살 때부터 근 5년을 게임이나 음성채팅 프로그램을 통해 기계 하나를 거쳐서 들었던 목소리라는 거다.
「같은 학번이네요.」
그런데 그것과 못해도 80퍼센트는 비슷한 게 갑자기 현실에서 울려 퍼지다니!
백한빈은 머릿속에서 자체 에코 효과까지 더해서 윙윙 울리는 목소리를 멍하게 곱씹었다. 사실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다.
낯선 사람과 한 학기 내내 하는 과제라니 영 껄끄러워서 수강정정을 할까, 말까 멀뚱히 서서 고민하던 차에 들린 저 목소리에 홀린 듯 이름까지 적어버렸다.
「한빈아.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
한빈은 여전히 헐떡거리는 숨을 간신히 달래며 가슴께를 쓸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말을 재수 없게 한다고 속으로 흉을 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만은 다르다. 뾰족하게 날이 선 문장의 뒷부분이 아니라 가장 앞머리에 불린 제 이름이 훨씬 더 신경 쓰인다.
한빈아, 라니!
솔직히 재수없다는 생각보다는 그렇게나 상냥한 목소리에 서늘한 문장이 담겨나올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저라고 혼자 빠른 속도로 휴대폰 번호를 쏘아붙여대는 바보짓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미안하다는 사과 대신 바짝 굳어있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말 한심하고 멍청한 일이라는 걸 알지만 거기 더 서서 그 목소리랑 이야기를 했다간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비슷한 목소리 하나 듣고 이 지랄 떠는데, 미친아. 퍽이나 직접 만나겠다….”
휴대폰 액정으로 보이는 표정이 꽤 볼썽사나웠다.
백한빈은 뜨끈하게 열이 오른 얼굴을 거의 박박 문지르듯이 밀면서 푹, 한숨을 내쉬었다.
최악의 하루, 그 마지막에서 녀석과 비슷한 목소리를 코앞에서 직접 들은 것만으로 모든 불운이 다 상쇄된 것 같았다.
그런데….
“이름이 뭐였지.”
수신전화에 남은 낯선 번호를 전화번호부에 입력하려니 솔직히 목소리에 정신이 팔려서 다른 건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그나마 생각나는 건 껑충한 키와 저런 걸 보고 웃는 상으로 타고났다고 하는 걸까 싶은 간질간질한 이목구비 정도일까.
백한빈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름에 기억나는 것만 입력했다. ‘무용과’.
다른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위에 있는 것 같던 남자였으니 못 알아볼 일도 없을 거고 이름이야 나중에 슬쩍 어디서 듣고 입력하면 되겠지 싶었다.
그때였다.
[하마. 너 어디 살아?]
“……얘까지 또 왜 이래?!”
엄청나게 한심한 목소리로 튀어나온 되물음을 듣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었다.
정말 귀신이 따로 없네 싶었다.
평소에 먼저 말 거는 편도 아니었으면서 어떻게 하필 지금!
사실 백한빈의 일상은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는 무던함 그 자체였다.
그렇지 않아도 한없이 예민한 성격에 태어났을 때부터 달고 나온 온갖 병력까지 더해진 최악의 조합이다.
깜짝 놀랄 사건 사고나 매일매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예외 같은 건 피해야 할 1순위 쇼크다.
매일같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다른 거라고는 딱 하나, 카메라 렌즈에 담는 세상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이 남자.
백한빈이 일명 가나, 혹은 가나 님이라고 부르는 상대는 그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지 꽤 됐다. 한빈은 최대한 평소처럼 반응하려 노력하며 짤막하게 대답했다.
[ㅇ? 왜]
[그냥]
물먹는하마와 가나다라123, 즉, 백한빈과 고신재가 서로가 사는 지역을 몰랐던 건 서로에게 무심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백한빈이 5년 전 먼저 ‘그런데 가나야 너는 어디 살아?’이라고 물어봤었다.
하지만 게임도 처음, 온라인으로 사람과 교류하는 것도 처음이었던 스무살의 고신재에게 그 뻔한 질문은 도시괴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더랬다.
덕분에 신재는 그 흔한 질문에 바짝 경계하며 ‘알아서 뭐하게’라고 껄끄럽게 대답한 다음, 일주일은 게임에 접속하지 않았었다.
묘하게 서로의 신상만은 묻지 않는 불문율이 생긴 건 그 때부터다.
지금이야 서로 별별 이야기를 다 할 정도로 친해졌다지만 당시엔 기분이 좀 상하기까지 했던 한빈은 그 불문율을 오늘 이 순간까지 잘 지켜왔다.
가나다라123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왜 하필 오늘!
“언제는 알아서 뭐하냐고 했으면서 이건 왜 물어보는데.”
게임에서 만난 얼굴도 모르는 동성의 남자를 향한 호감을 자각하고 그걸 부인하며 앓은 게 반년이다.
이제야 가까스로 그 감정을 인정하는 단계에 접어들어 자아성찰 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빠 죽겠다.
그런데 혼자 앓다 말겠지 싶었던 저 다정하고 또 건조한 상대가 ‘하필 오늘’ 5년 간 안 하던 짓을 하기 시작하다니.
[하마. 너 어디 사는데.]
심지어 연거푸 묻기까지 한다.
“…사투리는… 한 번도 안 썼었지?”
백한빈은 답지 않게 쩔쩔매며 대답할 사람 없는 자문을 중얼거렸다.
혹시나 싶어 바른 말은 할 수 없었다. 그 대신 당장 물리적으로 멀지만, 한편으로는 얼른 생각나는 지역명을 댔다.
[갑자기 웬일로ㅋ 나 부산ㅎㅎ 넌??]
[서울]
무서울 정도로 재깍 돌아온 답장에 간신히 달랬던 심장이 다시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한빈은 괜히 대답 대신 키읔을 길게 늘어놓아 도배했다.
너무 떨려서 저릴 지경인 손을 주무르고 있자니, 숨을 고르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두근거림이 귓가에서 시끄럽게 이어진다.
짝사랑 상대가 ‘오늘 만날래?’하고 약속을 잡으면 곧장 만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이렇게 속이 시끄러워질 줄 누가 알았을까.
결국 한빈은 차마 메시지로는 보내지 못할 꽉 막힌 답답함을 혼잣말처럼 토해내고 말았다.
“…서울 어딘데…?”
스물다섯 살의 백한빈이 성정체성 고민을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애초에 살며 그 어떤 남자를 보고서도 이런 생각을 해 본 적 없다가 단 하나의 예외가 생겼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된 이성 교제를 해본 적 있냐고 묻는다면, 이쪽도 고개를 저어야 할 거다.
백한빈은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다.
태어날 부터 세상 온갖 잔병치레란 잔병치레는 다 하며 온 가족의 걱정을 한 몸에 받았고, 오죽하면 한빈의 부모가 살던 집을 병원 근처로 이사할 정도였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다 초등학교 3학년.
고작 열 살에 찾은 지겨운 병원에서 백한빈은 몸의 이상을 진단받았다.
유전이 의심된다는 낯선 병은 백한빈을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쓰러지게 했다.
사지에 힘이 없어 축 늘어지는 날도 있었고, 갑자기 찾아온 메스꺼움에 하루 종일 먹은 걸 다 토하는 날도 있었다. 독한 약의 부작용에 사지를 떨며 온종일 침대에 있던 날은 또 얼마나 길었나.
뜀박질을 이어가는 체육 시간도, 운동회도, 그 흔한 수행평가도, 크고 작은 수련회도 백한빈에게는 모두 먼 얘기였다.
사진은 오랜 투병이 주는 우울을 달래기 위해 시작했다.
친척 중 하나가 운영하는 작은 사진관에 놀러가서 어깨너머로 구경하던 게 지금까지 왔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한 사진을 정말 좋아하게 되어 다행이었다.
설마하니 운동이 꿈이었으면 그렇지 않아도 살기 힘든 세상이 얼마나 더 엿 같았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
애초에 세상은 아픈 사람이 할 만한 것도 별로 없었다.
특히, 사춘기의 남학생이 친구들과 할 수 있는 건 더더욱 한정됐다.
덕분에 한평생 ‘건강하게만 자라다오’의 태도였던 백한빈의 부모는, 뭇 그 나이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여느 집안과는 다르게 한빈이 제 친구들과 함께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간을 퍽 기꺼워했다.
당사자인 백한빈이 게임을 좋아하냐, 싫어하냐로 딱 나누기는 뭐했다.
게임에서만 잘 움직이는 몸이라니 가끔은 짜증나기도 했다. 그저 ‘의외로’ 게임을 꽤 잘했다고 하는 게 가장 적절할 거다.
굳이 따지자면 게임보다 사진 찍는 걸 훨씬 좋아했다.
하지만 몸이 약해 반 친구들 사이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던 한빈이 무리에서 환영받는 순간이란 소위 ‘버스 기사’가 되어주는 순간뿐이었기에, 호오를 따질 선택권은 그리 없었다.
물론 학창시절에 같이 밥 먹는 친구들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만든 그 헐거운 우정이 하나같이 뿔뿔이 흩어진 스무살까지 이어질 리 만무했고 말이다.
다행히 강제적인 유대가 강요되는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대학에 와서는 교우관계라고 이름 붙일만한 것들이 좀 생겼다지만, 그마저도 갓 입학했을 땐 암담하기만 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받은 스트레스에 몇 번 졸도도 했고, 교복을 벗고 어설프게나마 꾸미기 시작하는 신입생들 사이에서 멋을 내기는커녕 볼품없는 저 자신이 부끄러워 갈수록 말수가 줄어들었다.
거기에 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선배 몇 명까지.
그렇지 않아도 너덜너덜했던 백한빈의 자존감은 날이 갈수록 물에 젖은 천처럼 늘어져갔다.
그에 반해 온라인은 참 편했다.
「……어. 왜 또 잘렸대. 좀 더 봐줄걸.」
때로는 낯선 사람과 서로 욕을 박으며 싸우기도 하고, 내가 캐리했네, 네가 캐리했네 하며 시답잖은 말도 하고. 버튼 하나면 친구 목록에 들어가고, 또 언제든 지우기도 하고.
스무 살의 백한빈에게 우연히 만난 ‘게임 친구’ 가나다라123은 그중 가장 편한 사람 중 하나였다.
살면서 이런 게임이 처음이라는 이 초보 게이머, 아니 입문 게이머는 이기고 지는 것에 지칠 만큼 열을 내지도 않고, 욕도 안 했다.
[가나다라123 : 뒤에 뭐 있음]
…아니. 욕은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확신은 못 하겠다만….
백한빈은 킬 로그가 뜬 다음에나 한적하게 올라온 가나다라123의 유언을 보며 턱을 긁적였다.
목숨을 바쳐 팀원들에게 뒤를 도는 적을 말해준 건 고마운데, 그 경고가 늦어도 한참은 늦었다. 매번 힐러가 제일 먼저 죽으니 체력 유지가 안 되는 딜러와 탱커가 낙엽처럼 바스러지는 건 당연했다.
게임 실력이야 할수록 늘 테니 상관없었다. 하지만….
[물먹는하마 : 가나야]
[물먹는하마 : 보이스됨?]
이 느려도 보통 느린 게 아닌 극악의 타자 속도는 문제가 된다.
게임 하나가 끝나고 툭 던진 채팅에, 여느 때처럼 대답은 30초 뒤에나 올라왔다.
[가나다라123 : 보이스?]
[물먹는하마 : ㅇㅇ헤드셋있어?]
[물먹는하마 : 마이크써봐 그럼 물렸을 때 봐주기도좋음]
가나다라123, 속칭 가나는 말이 없다.
사실 이런 침묵도 이제 익숙해진 한빈이었다.
어차피 저는 이 게임 할 만큼 해서 이런 뉴비 키우는 것도 뭐 퍽 재밌기도 했고, 좀 서툴기는 해도 나부터 챙겨주는 전담 힐러가 있는 게 그리 나쁘진 않다는 것도 솔직한 심정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일 분이 넘게 조용한 건 좀 그렇다.
[물먹는하마 : 가나님아 게임큐 돌릴까??]
[물먹는하마 : 힐러님??]
온라인, 특히 게임 상에서는 서로의 나이를 물을 것도 없이 반말을 주고받는다지만, 이렇게 침묵이 길어질 때면 저와 가장 게임을 많이 하는 이 힐러가 사실은 자녀를 키울 만큼 키워둔 어르신이 아닐까. 스무 살의 백한빈은 생각했었다.
사실 그건 그리 불가능한 상상은 아니었다.
살면서 게임은 처음이라고 하지, 타자는 엄청 느리지, 이모티콘도 안 쓰지….
게임에 나이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두 배 이상 차이 나면 앞으로 반말은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안녕.
「아, 깜짝이야!」
-들리나? 형 방에 있던 거라 잘 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한빈은 헤드셋으로 갑자기 들리는 나직한 남자 목소리에 놀라 저도 모르게 우렁찬 소리를 내질렀다.
초등학생 때처럼 픽하면 쓰러질 정도로 약하지는 않다지만, 평균 미달인 건 여전한 건강 때문에 군 면제까지 받은 마당에 이렇게 놀라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짤막하게 타자를 치는 손에 전기가 흐르듯 찌릿찌릿했다.
[물먹는하마 : 워 목소리;;;]
-왜?
[물먹는하마 : ㄴㄴ;; 아냐]
어르신은 무슨, 뒷구르기를 하면서 들어도 중년 목소리는 아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한편으로는 그래서 이 새끼 진짜 천연기념물이다 싶은 한빈이었다.
-말로 하니까 편하긴 하네. 하마. 너는 마이크 안 써?
[물먹는하마 : 나 동생땜에 집이 시끄러워서 마이크쓰기 좀그럼]
-뭐 어때. 상관없어.
[물먹는하마 : 가끔 개도짖음ㅇㅇ; 완전사나움]
[물먹는하마 : 이구역 민원왕임 ㅈㅅ]
사실 백한빈은 외동에, 아버지의 털 알레르기로 동물은 꿈도 못 꾸는 집이었다.
하지만 게임에서 마이크를 켜면 늘 ‘급식새끼 목소리 존나 쨍하네. 좀 닥쳐라.’ 같은 말만 들어온 한빈은, 낮게 웃는 소리마저 근사한 남자 앞에서 왠지 한껏 작아졌다.
[물먹는하마 : 근데 나이가?]
-스물.
심지어 동갑이기까지 하다니.
백한빈은 작게 혀를 찼다.
서로가 본명도, 얼굴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도 모르는 상대라는 건 참 편했다. 이 가상의 공간은 지긋지긋한 현실과는 달리 자격지심이 쉽게 희석됐다.
애초에 스무 살의 백한빈은 제가 쌓아올리는 게 지나가는 바람 위에 세운 모래성이라고 할지라도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다면 저와 이야기하는 상대가 그 누구든 상관없기도 했다.
[물먹는하마 : ㅋㅋ동갑이네 대박]
[물먹는하마 : 잘됐다]
그때만 해도 그게 짝사랑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말이다.
[작품후기]
안녕하세요!!
모처럼 날이 갠 주말이네요!
남겨주신 선작, 추천, 댓글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확인했습니다!
전작 연재때 뵈었던 분들의 닉네임이 보여서 혼자 내적 친밀감을(헤헤) 든든하게 쌓았답니다. 오랜만의 연재라 많이 떨렸는데 덕분에 괜히 든든했어요.
오늘은 늦은 오후쯤에 두 편 더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