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 힐, 힐!-62화 (62/65)

62

20XX년 7월 18일

한빈아

나 이제 어떡하지 오전 1:42

전화 안 받냐? 오후 7:32

“아, 진짜 뭔데, 고신재!”

백한빈은 여전히 제 메시지 옆에 떠 있는 숫자 1을 보면서 휴대폰을 침대 위로 휙 내던져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이 던진 휴대폰을 몇 초 가지도 않아 도로 집어 들어 벌써 며칠째 눌렀을지 모를 통화 버튼을 다시 한 번 눌렀다.

그러나 이번에도 백한빈을 반긴 건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로 시작되는 단정한 문장이었다.

한빈은 결국 긴 한숨을 내쉬며 이번에는 휴대폰이 아닌 그 자신이 침대 위로 푹 고개를 묻어버렸다.

“뭘 잘했다고, 나한테 사과도 더 안 하고 잠수야.”

여름에도 푹신한 이불을 덮는 터라 유독 도톰한 천 사이로 뭉개진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고진영은 대학교 1학년의 겨울에 자신의 동생이 이상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사실 고신재가 무너진 건 그 겨울이 아니었다.

고신재는 꽤 오랫동안 혼자 잘 버텼다.

기댈 수 없는 부모 대신 그렇게나 믿고 따랐을 형마저 멀어졌던 스무 살도, ‘지기 싫어하는’ 어머니 때문에 끔찍한 시간을 강요받은 스물한 살도 어떻게든 지나왔다.

…하지만, 그 약한 소리 하기 싫어하고 자존심 센 남자 역시 완전히 무너진 때가 있었다.

그건 분명 스물네 살의 봄이었다.

“…….”

고진영과의 만남 이후 집으로 돌아와 찬찬히 돌아본 ‘가나’와의 새벽 대화는 몇 년 전에 처음 읽었을 때와도, 또 고작 몇 주 전에 눈이 시뻘게진 채로 다시 읽었을 때와도 다르게 다가왔다.

백한빈은 침대에서 파묻은 고개를 살짝 들어 눈만 빼꼼히 내놓은 채로 이미 몇십, 아니 몇백 번은 다시 읽은 그 날의 대화를 다시 훑기 시작했다.

[무슨 게임이든 아이디랑 비밀번호 다 이거니까, 너 마음대로 쓰고 가져갈 아이템 있으면 다 빼 가]

[그냥 주고 싶어서]

[내가, 24년 동안 알았던… 생일이, 잘 못 됐대]

‘가나’의 이름을 한 문장들은 이제 멋대로 고신재의 목소리까지 덮어 씌워진 채로 귓가에서 빙빙 맴돌기 시작했다.

한빈은 그걸 견디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전화 버튼을 눌렀지만, 역시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다.

이제 휴대폰 속 최근 통화목록 가장 상단에 고정되다시피 한 고신재의 이름 옆에는 오늘 하루만 17통의 전화가 쌓였다.

“…짜증 나, 진짜….”

백한빈은 제 기분에 어떤 단어를 가져다 대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개중 가장 비슷한 것을 찾자면 분노일 테지만 사실 그것도 완벽한 설명은 되지 못했다.

24살의 봄.

누가 그 깔끔하기 짝이 없는 남자 아니랄까 봐, 고신재는 모든 걸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라는 게 새벽 2시도 넘은 시간에 주상복합 아파트 1층의 코인 세탁소에 가는 거였다.

백한빈은 고신재의 아파트를 오가며 밖에서나마 몇 번이나 봤던 그곳을 떠올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땐 몰랐다.

몇 년이나 알고 지냈는데도 저와 가까워질 생각 하나 없어 보여서 그렇게나 속상하게 했던 남자가 사실은 그 새벽 하나뿐인 애인에게도 감히 꺼내지 못했던 말을 했다는 걸.

사실 백한빈 그가 이 순간 정말 속이 들끓는 이유는, 무언가 이상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던 과거의 스스로를 향한 분노 때문일지도 몰랐다.

스물네 살의 고신재가 버티고 버티던 임계점을 넘어 결국 담담하게 제 일상을 정리하던 순간, 쟤는 나랑 인연을 끊는 게 그렇게 쉬울까 하며 원망만 했던 저 자신이 떠오를수록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온갖 감정이 북받쳤다.

……뒤늦은 안도감에 힘이 풀렸다.

“바보야 진짜….”

한빈은 다시 열이 오른 얼굴을 손으로 마른세수하면서 긴 한숨으로 들끓는 속을 식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고신재는- 그러니까 제 애인이자 친구였던 남자는 바보 중의 바보였다.

저를 속이기 시작했으면 끝까지 모질기라도 하지, 자신의 형과 2인 1역을 하는 순간까지도 형의 말실수에 기분이 가라앉은 저를 달래려고 쩔쩔맸었다.

들키고 나서도 그렇다.

그냥 ‘아, 씨. 들켰네.’ 하고 코웃음 치고 끝내버리면 될 것을.

어딜 봐도 아쉬울 거 하나 없는 남자가 제가 쏟아내는 말은 다 듣고 있다가 엉엉 울었다질 않나, 침대에 처박혀 산다질 않나.

……정말, 바보가 따로 없다.

백한빈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그대로 뜨끈뜨끈하게 열이 오른 제 눈가를 일부러 꾹 눌렀다.

“…후우우….”

화가 풀린 건 아니다.

용서한 건,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백한빈은 영영 다시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남자와 이야기해보고 싶어졌다. 그의 형인 고진영의 말마따나, 얼굴을 보고 이야기라도 해보고 싶어졌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던 온라인 속 친구에게 속을 터놓았던 고신재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하지만.

“-대체 왜 전화도 카톡도 다 씹는 건데!”

문제는, 이거다.

학교에 가면 만날 수 있었던 때와는 달리 만나 약속을 잡지 않으면 마주칠 접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고신재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형인 고진영과 만났던 날의 밤에는 늘 오던 사과 메시지도 안 와서 사람 마음을 철렁하게 하더니, 다음날 새벽 1시가 넘어서 갑자기 뜻 모를 메시지 하나만 남기고는…… 근 일주일이 다 되도록 잠수다.

전화는 꺼져있고 메시지도 안 본다.

덕분에 한빈은 새벽 1시경에 메시지가 왔을 때 바로 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땐, 백한빈 그도 고진영을 만나고 돌아와 약한 몸살 기운에 온종일 늘어져 있다가 휴대폰을 늦게 확인한 차였다.

그나마 번호를 아는 고신재의 형에게 연락해볼까 고민을 안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게 생각에만 그친 건 온전히 저와 고신재 단둘이서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누군가의 개입도, 조언도 없이 온전히 서로의 기억과 언어로 마주하고 싶었다.

“…….”

백한빈은 엎드려 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제 책상으로 곧장 가더니, 이내 서랍 가장 구석에 처박아두었던 작고 길쭉한 종잇조각을 꺼냈다.

그건 모든 것이 어그러지기 전 고신재가 그에게 준 공연 티켓이었다.

“…8월 9일…, 토요일.”

한빈의 입에서 속삭임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 *

무대 뒤편의 대기실은 언제나 사람들로 쉼 없이 활기차게 북적인다.

당장 무대 위로 오르는 출연진들부터 그들을 입히고 꾸미는 사람들, 거기에 조명과 음향, 무대 관리자까지.

애초에 조용해지려야 조용할 수 없는 곳이 바로 백스테이지다.

하지만 오늘은 그 여느 때보다 유독 분주하고 생기가 넘쳤다.

“자, 드디어 오늘 막공이네. 다들 정말 수고 많았고. 조금만 더 힘냅시다!”

“네에!”

초연이 올라갈 때는 언제 끝이 날까 싶었던 공연도 이제 그 끝을 고작 몇 시간 앞둔 지금.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긴 여정의 마침표 앞에서 상기된 채로 함께한 동료들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기 바빴다.

심지어 어떤 성격 급한 자들은 당장 오늘 밤 쫑파티가 끝나고 갈 2차 장소를 벌써 정하기 시작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 들뜬 공간에서 단 한 사람만은 그 소란이 닿지 않는 세계에 빠져 말 한마디, 웃음 한 자락 없이 구석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건 아무래도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이라, 대기실을 나가려던 총감독의 발걸음을 기어이 잡아챘다.

“고신재.”

“…….”

“고신재!”

이름의 주인이 정신을 차린 건, 총감독이 “허허, 저놈, 참.” 하고 헛웃음 짓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 몇이 꽂힌 뒤였다.

드물게도 구부정하게 앉아 있던 고신재는 그제야 몸을 바로 하고 깍듯하게 대답했다.

“아, 네.”

“마지막까지 긴장해야지.”

“…네. 죄송합니다.”

“원래 마지막 날 되면 좀 진이 빠지긴 한다만…. 그래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사고 안 난다?”

고신재는 다시 한 번 네, 하고 짧고 분명하게 대답하며 단정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려 웃기까지 했다.

이제 고신재는 겉모습만큼은 이곳 사람들과 다를 것 하나 없는 일원이 됐다.

애초에 물과 기름처럼 섞여들지 않는 와중에도 그 내색을 하지 않고 마찬가지인 척하는 건 고신재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했다.

고신재는 빙긋이 웃음을 건 채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몇 달이나 함께해온 익숙한 얼굴들은 하나같이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고신재는 그들 사이에 앉아 있으면서도 제게는 스며들지 않는 온기를 그저 지켜만 봤다.

사실 좀 더 정확히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고신재 그는 아직도 여름이 무색하게 살이 에일만큼 서늘했던 그 날 밤의 화랑에 갇힌 채다.

“…….”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코로 들이키고, 입으로 삼켰던 그 순간이 혈액을 타고 움직이는 독처럼 몸 안을 빙글빙글 돌면서 사고를 마비시킨다.

고신재는 그걸 어떻게 해야 제 몸에서 몰아낼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몰아낼 의지가 없는 것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했다.

“자. 이제 슬슬 준비해주세요!”

“네에. 마지막인데 파이팅 한 번 하죠.”

“으하하, 좀 촌스러운데? 뭐. 그래. 합시다. 오늘로 끝인데!”

파이팅, 하고 잔뜩 힘이 들어간 외침이 하얀 천장을 크게 때렸다.

고신재는 그 안에 휩쓸려 엉성하게 손을 맞댔다가 다시 떨어져나오면서, 제가 조금 전 들은 문장을 천천히 되새겼다.

정말 오늘로 다 끝이면 좋았을걸.

고신재는 빙긋 웃는 얼굴 너머로는 비치지 않는 생각을 하며 눈이 마주친 스태프에게 살짝 인사했다.

차라리 하룻밤 실수로 시작된 삶인 게 더 나았다.

세상에 그보다 끔찍한 시작이 있을까 싶었는데, 그저 필요로 시작되었다가 이제 그 효용성을 잃은 삶이 그보다 몇 배는 더 끔찍했다.

사실 고신재는 형인 고진영에게도 퍽 미안해졌다.

열아홉인 형은 꼬박 몇 년을 제게 내색하지도, 불화의 원망으로 돌리지도 않고 담아둘 수 있었던 끔찍한 진실들을, 저는 고작 몇 주 품었을 뿐인데 그 독기에 마음속 깊은 곳부터 말라 비틀어지기 시작한다.

고신재는 문득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형이랑 조금 더 일찍 이야기해 볼 걸 그랬나, 생각했다가 한숨 같은 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제가 없어야 행복했을 사람들이었다는 걸 문득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바보같이 저를 챙겨주기만 했던 착한 형도.

……또, 세상에 하나뿐인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백한빈도.

고신재가 휴대폰을 꺼 버린 건 백한빈의 연락을 무시하려던 게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고신재는 백한빈이 제게 전화와 문자를 쏟아내고 있으리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사실 그는 백한빈이 진작에 제 번호를 차단하고 연락처에서 모두 지웠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매일 보냈던 메시지도 백한빈이 읽기를 기대하고 한 게 아닌, 그 혼자 골방에 틀어박혀 중얼거리는 고해성사와 결이 비슷했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일 년 전 그 날처럼 매달리고 만 새벽.

고신재는 그제야 문득 정신을 차렸다.

제가 아니라면 사랑하는 남자가 절대 가까이할 일도, 필요도 없는 비정한 세계의 추잡한 이야기를 또다시 늘어놓으려는 저 스스로가 신물이 났다.

주변에는 휴대폰이 고장 나서 수리를 맡겼다고 둘러대고 서랍 깊숙이 던져두고 다니기 시작한 건 백한빈을 밀어내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에게 매달리지 않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물론, 그 행위에 부작용은 존재한다.

“끝-났-다아!”

“진짜 수고하셨습니다. 와아, 언제 끝나나 했는데 진짜 끝이 오긴 오네.”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머리를 가득 채우는 한 사람을 향한 생각을 잠시나마 밀어낼 목표가 끝난 지금.

고신재는 온몸의 근육을 팽팽하게 당겼던 긴장이 풀리는 속도만큼 제게 주어진 터무니없이 많은 빈 시간을 어떻게 채워 넣어야 할지, 벌써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가 침대에 늘어져 있으면 기어이 책상 속에 처박아둔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들고 제 이름조차 보기 싫어할 연인에게 늦은 새벽 전화를 할 것 같아 무섭기까지 한데, 그렇다고 다른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고신재 그의 집은 백한빈과 함께 웃고 떠들고 사랑했던 공간일 뿐이고, 집을 나와도 고작 10분 거리의 캠퍼스와 대학가 곳곳은 한빈과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때였다.

“신재 씨. 오늘 쫑파티 끝나고 2차 가죠?”

멍하게 물을 마시고 있던 고신재에게 말을 건 건 이번 공연의 메인 무용수인 제법 이름 있는 남자였다.

쫑파티는 이미 의사를 묻기도 전에 확정에 2차 참석 여부만이 문제인 뻔뻔한 제안은 평소의 그였다면 꽤 질색했을 거였지만, 요즘 고신재는 사람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밀랍 인형처럼 제가 낄 수 있는 모든 자리에 참석한다.

몸도, 정신도 극도로 피곤하게 한 다음 완전히 지쳐 잠들려면 낯설고 불편한 이들과의 술자리만 한 것이 또 없다는 걸 알게 된 탓이다.

사실, 애초에 예술센터 단장인 교수가 인턴십을 명목으로 뽑아준 공연에 함께 참여한 학부생에게는 오늘 같은 쫑파티는 빠져나갈 선택지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네. 가야죠.”

“잘 됐다, 잘 됐어. 신재 씨 저번에 보니까 생각보다 술도 잘하던데.”

“그냥 보통입니다.”

“하하, 겸손은. ……쓰읍, 그런데, 신재 씨. 나이가 몇 살이었지? 스물다섯?”

“네.”

사실 평소의 예민하디 예민한 고신재였다면 이 은근한 물음을 듣자마자 곧장 신경을 날카롭게 한 채로 상대가 파고들 틈 따위는 주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지금 그는 유례없이 사고의 폭이 좁은 상태라, 유독 제게 친밀하게 말을 거는 남자의 의도를 파악할 여유 따위는 더더욱 없었다.

은근하게 던져진 미끼를 자각도 없이 물고 만 건 그래서였다.

“아니, 실은- 그 왜, 며칠 전에 왔던 내 동생 기억하나?”

“…네?”

“왜, 눈 동-그랗고 얼굴도 동-그란 애. 서로 인사했던 것 같은데. 아닌가?”

“아……, 네. 꽃다발이랑 간식 들고 오셨던 분.”

“어! 맞아. 기억하네!”

물론, 가까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흘끗 고신재와 무용수 쪽으로 향하기 시작한 것 역시 그때부터였다.

“걔가 ??대 영문과 다니거든. …??대, 한국대하고도 지하철 두세 정거장 차이 아닌가?”

“아마도…요. 그런데 제가 평소에 그쪽까지는 잘 안 가서.”

“아, 하하, 그렇지, 그럴 수 있지. 흠, 흠. 그런데 말이야, 내 동생, 스물셋이거든?”

“네.”

“왜, 스물다섯이랑 스물셋. ……딱 좋지 않나, 싶어서. 으하하!”

저거, 저거.

학부생 집안 화려하다는 거 뻔히 알면서 모르는 척 자기 동생이랑 엮으려고 하기는.

아무리 앞에서는 화기애애하게 웃고 떠든다고 한들 인간적으로는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과는 거리가 먼 무용수에게 잡힌 훤칠한 미남을 보는 사람들의 눈이 조금 측은해졌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동정이 못 그렇듯, 앞으로 당장 얼굴 볼 일이 많은 자신의 동료를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의 평화를 위한 먹잇감을 존중하는 집단은 없는 법이었으니 말이다.

한편, 고신재는 답지 않게 그제야 자신이 들은 문장을 이해했다.

“……아.”

“어때. 한 번 만나볼래? 당장 이번 주말도 괜찮고. 야, 원래 여친은 방학 때 만드는 거다?”

사실, 그때까지 고신재에게 한껏 들이대던 무용수는 ‘이 새끼, 의외로 멍한 거 보니 잘만 하면 되겠는데.’ 하는 섣부른 희망마저 품었더랬다.

순식간에 목소리가 반 톤은 떨어진 채 흘러나온 깍듯한 문장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죄송합니다. 만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작품후기]

안녕하세요.

오늘도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이 추워진다고 하는데, 모쪼록 포근한 주말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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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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