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하여 이 계획은 한별이 그들에게 주는 기회였다. 태하에게 그때의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뿌리칠 수 없었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을 기회.
작은 기획사라도 데뷔 조가 생기면 으레 타 소속사에서도 하듯 팀 SNS가 생긴다. 태하의 데뷔 예정이던 그룹은 멤버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인들은 당연히 팔로우를 해 둔 상태였다.
그걸 전부 무산시키고 나간 이들이다.
그러곤 홀로 남겨진 태하에게…….
‘그…… 회사에서 모여서 찍은 사진도 그렇고, 위치적으로나 회사 방향이나 내가 메인으로 선 게 많았으니까. 회사 편애 받는 사람이랑 같이 데뷔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남아 달라고는 할 수 없었어.’
×발!
잘생긴 것도 잘생긴 거지만 애초에 실력 좋은 사람이 시선 받는 건 당연한 거지, 저들이 못해 놓고 그게 무슨 헛소리야!
새로 데뷔할, 심지어 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그룹에 팬들을 갈아타게 만들겠다는 목적을 가진 소속사나, 그 회사에 있는 그 데뷔 조 연습생이나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마찬가지기에 한별은 그냥 앞뒤 안 가리기로 했다.
어차피 데뷔 예정인 그룹은 6인조. 기왕이면 홀수였으면 하는 생각에 한별까지 넣어 7인조로 어찌어찌 바꿔 보려는 생각 중일 텐데.
“× 까라지.”
“한별아……?”
“아냐, 혼잣말이야.”
태하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오른 탓에 평소에 잘 하지도 않던 욕설이 터졌다.
“기왕 뒤집어 줄 거면, 시끄럽게 해 줘야지.”
형이 생각한 내용 중엔 회사가 미는, 그놈의 물타기 그룹의 와해도 있을 테니 차라리 잘됐다.
* * *
팬들 사이에서 한별의 소문은 걷잡을 수 없어졌다. 등교 일수 생각 안 해도 되겠다, 수능 끝난 고3이겠다, 오히려 거침이 없어졌다.
“와……. 무슨 탈색한 것 같네.”
“솔직히 탈색은 안 했는데.”
“원래 옅어서 염색이 잘 먹은 건가?”
“그럴지도? 근데, 어차피 금방 빠져.”
아이돌처럼 눈에 띄는 색은 아니지만, 한별은 원래도 남들보다 옅은 자신의 머리 색에서 조금 더 연한 색으로 덧씌우듯 염색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소문은 조금 더 커졌다.
정말 연습생 계약한 것 같은 모습에 채널(Cha.N)의 팬들은 울분을 터뜨렸고, 데뷔 전의 연습생들을 좋아하는 몇몇 사람은 박수를 보냈다.
물론 대놓고 걸리도록 글을 올리진 않았지만, 조금만 찾아봐도 한별과 관련된 이야기는 수두룩했다.
@kinnggggggggghb
오늘진심미쳤네
오망성제발얼른데뷔해서누나지갑가져가라
@CHO_Oi_Meteo__r
원슷따야 진짜 거긴 아니야...
제발 빠져나와...
멭형아 얼른 동생 손 잡고 슷부이 탈출하라고...
[New!] 제목: 최오망성 지금 학교 앞 분식집
작성자: ㅇㅇ
친구들이랑 있는 듯? 오늘은 일찍 안 가나 봐? 개커엽 하악ㅇ하악...,,
존버는 승리한다!!!!!!!!
댓글
언제부터 존버함?
└ [작성자] 3일. 오망성이 메테오한테 용돈 받아서 쓰는 듯ㅠㅠㅠㅠ
└ 애기야ㅠ 누나가 10만원 넘는 스테이크를 먹어도 다 내줄 테니 이 망태기로 들어오지 않을래...?
존잘이다진짜저집은도대체뭔유전자가흐르는 거냐저집막내가되고싶다
└ 최씨 집안에 대체 무슨 독을 풀어 놓으려는 거냐
미친 인간들아 니들이 사람이냐? 오망성 일반인인데 왜 행적을 알려
└ 좀있음 데뷔일 텐데 뭐
└ 으응 이미 글 읽고 확인했으면서 모른척ㄴㄴ
[New!] 제목: 거성아...
작성자: ㅇㅇ
오늘도 외모에 빛이 나는구나ㅠ(❤´艸`❤)ㅠ
[New!] 제목: 제발 하나만 해
작성자: ㅇㅇ
오망성할 거야 거성이할 거야
댓글
뭘 이런 걸 가지고. 칠성이도 있는데
└ 뭘 이런 걸 가지고. 금성이도 있는데
└ 뭘 이런 걸 가지고. 행성이도 있는데
└ 뭘 이런 걸 가지고. 항성이도 있는데.
└ [작성자] 미친인간들인가.
[New!] 제목: 최메테오 브라더의 써방명이 그따위가 된 이유
작성자: ㅇㅇ
(유성&세현 동갑내기 W앱 라방 중 음성)
「유성아, 세현아 이름에 관련된 특이한 일화 같은 거 없어? 전 채널 데뷔 전에 있었어요. 전에 썼던 예명이 Tember였어서 구월이라고 불리는 정도?」
「특이한 일화? 저는 크게 없긴 한데…… 별명이 별똥별인 것 정도? 아, 동생에 대한 건 있어요. 제 이름이 유성이잖아요. 부모님께서 별에 꽂히셔서 동생 이름 정할 때 성으로 끝나는 이름을 찾고 싶으셨대요. 저희 아버지부터 돌림자 안 쓰는데, 별로 끝내고 싶으셔서 막 찾았는데 찾은 단어가 거성, 항성, 오망성, 칠성, 행성, 금성 이렇게 된 거예요.」
「……큽, 진짜?」
「응. 그래서 그 이름들 다 종이에 써서 동사무소까지 갔대요. 근데 출생 신고서 작성하는 중에 이름을 본 동사무소 직원분이 진짜로 할 거냐고 여러 번 물어봤대요.」
「프하하하하! 당연히 물어보지!」
「그래서 아버지께서 진짜 별로냐고 물어보니까 직원분이 고개를 절레절레……. 성(星)으로 끝나는 이름을 짓고 싶었다고. 그러니까, 그럼 별로 끝나는 이름으로 지으면 되지 않냐고 말씀하셨대요.」
「오……. 귀인이다. 은인이야.」
「그 직원분이 지금 이름 말고도 찬별이라는 이름 생각해 주셨다고 들었어요.」
「어…… 아버지는 어떤 이름 생각하셨는데?」
「유별.」
「진짜 유별난 작명 센스를 가지셨네.」
댓글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구월이 미친 듯이 웃다가 유별까지 듣고 이건 심각하다고 느낀듯
└ 괜찮아요 아버님. 제 남편과 시동생을 멋지게 낳아주셨으니까요... 미래의 맏며느리가 인사드립니다♥
└ 미래의 막내며느리가 인사드립니다...♥
└ 다 미친 듯
└ 미래의 막냇사위가 인사드립니다.
└ 아 얘는 진짜 미친 듯
혼돈의 도가니였다.
소속사에선 한별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는 것을 말리지 않았고, 아직 연습생 계약이 되지 않았음에도 회사 건물에 드나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겼다. 한별의 반응에 연예계 활동에 관심이 생겼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한별은 간혹 태하를 데리고 채널(Cha.N)의 스케줄을 따랐다. 물론 방송국을 함께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너튜브 촬영이나 야외를 돌아다니는 게릴라 촬영으로, 일반인도 충분히 구경할 수 있는 곳 위주였다.
감히 임시 매니저가 엉뚱한 사람과 함께 촬영장을 온다고 한 소리 들을 법도 했지만, 놀랍게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뻔하지.’
한별은 다른 연예인이 가까이 와도 외모로 뺨을 때릴 것처럼 생긴 태하의 얼굴을 잘 알았다.
한별은 객관적으로 외모가 못나지 않았다. 하필 형이 유성인지라 비교가 되었을 뿐이다. 그런 한별이 보기에도 태하의 외모는 사기나 다름없었다.
한별은 채널(Cha.N)의 스케줄 중 외부로 나가는 스케줄 위주로 따랐다. 이미 채널(Cha.N)의 팬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한별이기에 함께 다니게 되는 태하 역시 사람들이 주목했다.
@JJaboootak_
미밈미미미미미미칯ㄴㄴㄴㄴ
와꾸에 광나는 이 학생 누가 이름 좀
@e_adfiuuufklll
누군지 알고싶은데 어떻게 찾아야 하냐 쟤도 연생임???!
@oioioioooooooi
오망성이랑 같이 있는 거 보면 멤버 중 하난가?
요즘 별5 엄청 홍보 때리잖아 좀 있음 더 심하게 환승 유도 하겠지ㅗ
벌써 기분 ㅈ같네;;
‘별5’는 채널(Cha.N)의 현 소속사, StarV의 발전한 써방명이었다.
팬들은 소속사의 행태에 화를 내면서도 그들이 모은 연습생의 외모가 너무도 취향이라는 의견을 사방에서 쏟아 냈다.
그러니 회사에서 기겁할 만도 했다.
한별을 추가하는 것도 데뷔 조 멤버들 사이에선 꽤 말이 나왔을 것이다. 여섯 명이라는, 나름 괜찮은 멤버 구성에 한 명이 끼어드는데, 그 사람의 형이 채널 멤버인 상황이니까.
같이 데뷔할 동료 사이에서도 누가 메인에 서느냐를 바탕으로 눈빛을 흐린다. 가뜩이나 한별이 끼어드는 걸 마뜩잖게 보았을 것인데, 거기에 태하까지 화제가 되었다.
당연히 불안하고 초조할 것이다. 깜짝 화제성을 데리고 와 데뷔시킬 생각이었던 소속사라면 당연히 태하에게도 손을 뻗을 테니까.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갑작스레 다가왔던 신인 개발 팀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태하가 한별에게 다시 돌아왔다.
“마주친 지 두 번 만에 온 건가?”
“아냐, 세 번이야.”
슬슬 컴백 준비에 시동을 드릉드릉 걸고 있는 채널(Cha.N)과 함께 돌아다니는 한별과 태하가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게 팬들 사이에서만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채널(Cha.N)의 모든 것을 확인해야 하는 소속사 입장에선 크게 받아들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한별의 효과는 미미했다.
태하까지 알려진 상황 역시 누군가는 ‘엄청난 일반인의 등장. 연습생 맞나?’ 하고 이야기하겠지만, 실제로 일반인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불변의 진리. 소수의 사람이 다수의 글을 쓴다.」
여기저기서 글이 올라오니 커뮤니티 내에선 엄청난 화제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론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미미한 수준의 팬들의 관심을 크게 받아들이는 이들은 소속사뿐만이 아니었다.
“지태하. 오랜만이야.”
“아, 형. 안녕.”
한별의 친구로서 회사에 함께 발을 디딜 수 있었던 태하에게 다가온 것은 회사에서 한별을 집어넣고 싶어 하는 데뷔 조 멤버들이자, 지난날 태하와 함께 데뷔할 예정이었던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