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
“이게 가장 낫겠다. 아닌가? 이게 나은가?”
핸드폰 하고 있었냐? 도와주는 것 같더니, 다른 걸 하고 있네.
유성이 액정을 몇 번 두드렸다.
“뭐야?”
그리고 한별의 핸드폰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니, 뭘 보내고 있는 거야.”
“카메라.”
“예?”
“카메라~.”
DSLR 카메라 구매 사이트들이 주르륵 올라왔다.
“아, 진짜 최유성 뭐 해!”
“괜찮은 걸로 링크 보낸 건데?”
“얘기를 하고 줘야지!”
뭘 찾을지 설명을 하고 알려 줘야지, 결과만 틱 보내면 사람이 기겁을 해, 안 해! 채팅 창 가득히 온 시퍼런 링크에 한별이 이마를 짚었다.
“몇 개야, 이게…….”
“열다섯 개?”
“어휴…….”
태하가 고개를 움직였다. 밑줄이 그어진 파란색의 링크 중 하나를 눌러 들어가니 DSLR 카메라 중 한 종류가 창에 나타났다.
“그거, 오토 포커스라든가―.”
“안 중요해.”
“……중요해, 한별아.”
“중요해?”
“응.”
“형 얘기는 듣지도 않고…….”
유성이 태하의 말만 듣는 한별을 보다가 눈초리를 내리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팬에게나 통할 만하지 동생에겐 딱히 효과가 없었다.
옆에 있는 태하 역시 마찬가지인 듯 유성의 표정에는 관심 없는 얼굴로 한별과 같이 액정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나한테 관심이 없구나.”
굳이 가질 필요가 있는지……? 한별은 이제 대답도 하지 않고 핸드폰 액정의 스크롤을 내렸다.
“사진은 괜찮아. 핸드폰으로 찍어도 크게 상관은 없을 거야. 근데 영상은 카메라 쓰는 편이 좋아.”
한참 장난스럽던 유성이 한별의 옆으로 다가와 카메라를 가리켰다.
“자리 잡을 때까진 어차피 수익 창출 못 하잖아.”
“그렇지. 아무래도 커버니까.”
편곡을 한다 해도 저작권에 걸리기 때문에 너튜브에선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용 허락을 받고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돈을 바라고 너튜브 채널을 운영하려는 건 아니기에 커버 영상은 수익 창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굳이 지출할 생각이 없었는데 유성이 카메라를 들이미는 모습에 한별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카메라는 나중에 우리 곡으로 따로 살 거야. 지금 안 필요해.”
“한별아. 너는 사진만 찍으면 되지만 태하는 영상에 담겨야 하잖아.”
“얼굴이 안 나오…….”
“태하 뒷모습에 노이즈 자글자글하게 낀 건 좀 그렇지 않아?”
“…….”
듣고 보니 그렇긴 한데.
“녹음실에서 노래하는 영상으로 시작할 거라며. 녹음실은 어둡잖아.”
“어…….”
“한별이 네 사진도 작업하는 모습으로 가야 할 텐데, 안 보인다고 이 어두운 작업실에서 찍으면 좀 그렇지 않아?”
“그래도―.”
“언제까지 얼굴이 안 나오는 영상으로 갈 건 아니잖아?”
“아…….”
“조금씩 얼굴선이 보이고 옆모습이 보이고 하는 식으로 해야 화제가 될 텐데, 계속 노이즈 가득해서 외모가 다 안 담기는 걸로 찍으면 좀 그렇지.”
납득.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다가 태하의 외모 손실이 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어떤 게 가장 나은 건데? 형 카메라 잘 알아?”
“알지. 아이돌은 폼으로 했겠어?”
“……카메라 앞에 서는 거랑 카메라 기종을 아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아무튼, 카메라는 이걸로?”
“태하야. 이거 어때? 기능 보고 네가 괜찮은 걸로 하자.”
조용히 한별을 바라보던 태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게 좋을 것 같아.”
“하…… 근데, 금액이 좀…….”
“이거, 나한테 있어. 형이 줄게.”
“뭐?”
“나 사 둔 거 있다고.”
그게 왜 있어? 카메라가 왜? 잠깐만, 이거 보내 준 링크 중에 아무거나 누른 건데? 뭔 줄 알고 있대?
한별이 설명을 요하는 눈으로 바라보자 유성이 씨익 웃었다.
“형이 카메라를 좀 좋아해.”
“아니, 아니…….”
퍼뜩 든 생각에 한별이 입을 열었다.
“이거 혹시, 열다섯 개 설마…….”
“다 있어.”
짝―!
“악―!”
한별의 손바닥이 유성의 등짝에 닿았다.
“돈 벌어다 카메라만 샀냐! 금액이 얼마야 이게 다, 어?”
“한별아! 형 아파―!”
“아파야지! 아프라고 때렸으니까! 지금 보여 준 거 얼마야. 뭐? 렌즈 없이 카메라 본체만 200만? 야!”
이 화상아! 이게 형이야, 원수야!
유성을 짤짤 터는 한별을 말려야 할지 아니면 그냥 둬야 할지 고민이 되는 태하였다.
* * *
곧, 녹음은 끝났다.
사실 그놈의 한복 영상만 아니라면 대충 무료 이미지를 찾아 음성을 넣어 편집해 가사와 함께 벌써 영상을 올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한별은 태하의 목소리라면 사진이 없더라도 화제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한별아. 이제 갈까?”
모자를 눌러 쓰고 가방을 다시 고쳐 메던 한별이 자신을 향해 웃으며 다가오는 태하의 목소리에 움찔 몸을 떨었다.
매번 느끼지만 정말 사기다. 약간 웃음기 담은 목소리에 다정함까지 담겨 있으니 저걸 보고도 멀쩡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곡을 작업하면서 계속 느꼈지만, 정말 타고났다. 태하는 타고난 목소리 자체도 부드럽고 나긋했기 때문에 오히려 한별이 고생했다.
보정이 없을 때도 사기였는데, 보정이 아주 조금이지만 들어가자마자 무슨 세이렌인가 싶을 만큼 사람을 홀리는 목소리였다. 한별은 내내 자신의 손으로 턱을 받치고 있어야 했다.
‘얜 오토튠도 미친 듯이 잘 먹을 거야. 아이돌 했으면 진짜 미친 듯이 팬을 몰고 다녔겠지.’
요새 추세가 고등학생 때 데뷔라지만 스무 살도 나이가 많은 건 아니었다. 당장 데뷔시켜 주겠다는 소속사들이 널려 있을 텐데도 태하는 요지부동이었다.
물론, 한별이 강요할 순 없었다. 데뷔한 태하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건 아쉽긴 해도 같이하는 것이 있으니 당장은 다행이었다.
“어디로 간다더라?”
“가평. 한별아, 정말 괜찮겠어?”
“…….”
한별이 비장하게 붙이는 멀미약을 붙인 자신의 귀를 가리켰다. 미리 챙긴 멀미약도 차에 오르기 전에 먹을 예정이었다.
“먹는 약은 학과 도착하면 먹으려고.”
“응…….”
약 한 시간은 가야 했다. 한 시간 반이 아닌 게 어디야, 하고 한별이 중얼거렸으나 태하는 못내 걱정되는 듯했다.
그렇게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시간이 아직 남은 것을 확인한 한별은 바로 약부터 먹었다.
오늘은 금요일이고 학교에서 모여서 출발하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내일은 토요일이니 정 안 되면 심한 멀미를 밝히고 따로 가겠다고 하면 됐다.
한별의 비장한 표정을 보면서도 안심이 되지 않는 듯, 태하가 가방에 챙긴 것들을 주섬주섬 꺼냈다.
검은 봉투라든가, 휴지라든가, 물티슈라든가…… 미리 준비한 껌과 사탕까지 꺼내 한별의 손에 쥐여 준 태하의 표정 역시 비장하기 그지없었다.
“실용음악과―.”
인원을 확인하고 차에 올랐다. 다들 미리 앉을 사람들과 이야기했던 것인지 대부분이 자리에 앉았다.
선배들이 먼저 들어간 탓에 상대적으로 밀린 1학년은 가장 늦게 차에 타야 했다. 여러 대로 나눠서 간다고 하지만, 당연히도 둘이서 같이 앉을 자리는 남아 있지 않았다.
한별은 최대한 앞쪽에 앉을 작정이었지만, 남은 자리들 역시 중간 자리 뒤쪽으로나 남아 있었다. 식은땀이 다 날 지경이었다.
“한별아.”
한별을 부른 건 윤수였다. 한별은 급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윤수는 맨 뒷자리에서 조금 앞쪽에 있었는데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 이미 졸업했어야 하는 학번이라 다들 꺼린 모양이었다.
같이 앉자고 할 것 같은 느낌에 한별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친하게 지내는 건 좋지, 지금 상황에선 그게 좋긴 한데―! 그래도 옆자리는 아니지!
적당히 술을 마시며 ‘형의 그룹 멤버와 내가 나름 친분이 있으니 절대 따돌림 같은 건 있을 수 없다!’ 정도의 보여 주기를 생각한 한별이었다.
그런데 대놓고 자신을 부르는 윤수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던 그때, 태하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선배님. 혹시 옆자리 앉아도 됩니까?”
“…….”
태하가 선수를 치듯 나서선 순하게 웃음을 지었다. 주변에 있던 학생 중 몇몇은 얼굴을 붉혔지만, 두 알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운에 한별은 몸을 살짝 떨었다.
아, 이래서 알파 붙여 두면 안 된다고. 한 명이라도 형질이 열성이었으면 덜했을 텐데, 하필 둘 다 그 찾기 힘들다는 우성이었다.
한별은 슬쩍 윤수의 뒷자리로 가서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혹시 옆자리 앉아도 되겠습니까?”
“어, 어…….”
옆자리 선배가 얼굴을 붉히든 말든 상관없었다. 한별이 이미 자리를 지나쳤으니 윤수가 자리에 앉을 태하를 막을 이유 같은 건 없었다.
“……그래.”
윤수의 답이 나오자 태하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하는 인사와 함께 메고 있던 가방을 앞으로 돌려 자리에 앉았다.
한별은 자신의 앞에 앉은 태하를 살폈다. 둘 다 키는 물론이고 체형이 큰 편이라 같이 앉긴 조금 불편할 수 있었다.
자신이 후배라고 어떻게든 윤수가 편히 앉게 하겠다는 일념인 것인지 태하는 옆으로 살짝 삐져나와 있었다.
말 걸고 싶다.
괜찮냐고 하고 싶다.
고맙다고 하고 싶다.
멀미만 아니었어도 핸드폰이라도 들었을 한별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핸드폰까지 들면 100퍼센트 버스 안에 대형 사고를 칠 테니 고개를 뒤로 기대고 얌전히 시선을 멀리 두기로 했다.
출발한 지 30분.
흘끔흘끔 한별의 얼굴을 보던 선배가 결국 비장하게 말을 건네 왔다.
“저기, 한별아.”
“네, 선배님.”
하늘 같은 선배님이 부르시는데도 고개를 차마 돌릴 수가 없음을 부디 양해해 주십시오. 한별은 침착하게 대꾸했다.
“혹시, 멀미 심하니?”
이미 한별의 표정은 사색이 되었다. 알아채지 못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 창백해진 한별의 낯을 보던 옆자리 선배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 습니다.”
물론, 이런 얼굴로 괜찮다고 해 봐야 아무도 믿지 않을 테다.
그렇다고 ‘사실 저 지금 토할 것 같아요’ 하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한별은 침착하게 태하가 주었던 껌을 입에 넣고 씹었다.
멀미에 따뜻한 물이 좋다곤 하지만, 한별은 참았다. 외려 음료나 물을 잘못 마시면 그대로 뿜을지도 몰랐다. 음료를 삼키는 행위 자체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계속 씹을 수 있는 무언가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한별의 상태를 확인한 건 옆자리 선배만이 아니었다. 앞에 앉은 두 사람 역시 한별의 상태를 확인한 것인지 자꾸 좌석 틈과 옆으로 무언가 넘어왔다.
처음은 태하가 미리 챙겨 온 봉투들을 주었고, 다음은 윤수가 가방에서 홍삼 스틱을 꺼내 건넸다.
“……?”
“홍삼이 멀미에 좋대.”
그건 또 처음 알았네.
한별은 감사하다고 작게 이야기하며 홍삼 스틱을 입에 물었다. 그 이후 한별에겐 물티슈도 넘어왔고, 작은 휴대용 지압봉도 넘어왔다.
“아, 나 혈 자리 알아.”
옆자리 선배가 조용조용하게 멀미에 좋다는 지압법까지 알려 주었다.
덕분에 한별은 어떻게든 차멀미를 견딜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