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최고요는 얼빠진 얼굴로 상황을 파악해보려 노력했다.
자, 웬 나쁜 놈들이 사람을 납치했다. 따라가 봤더니 폐공장이다. 그 안에서 사람을 패는 소리가 들린다. 최고요는 당연히 납치범들이 가련한 아르바이트생을 패는 줄 알았다! 밍기적에게 인수인계를 받은 내용도 최우선으로 감시하되, 혹시 무슨 일 생기지 않도록 보호하라는 거였으니까.
아뿔싸, 저 비겁한 각성자 놈들이 기어코 일반인에 가까운 각성자도 패는구나! 각성자 상도덕이고 특례법이고 다 죽었다 싶어 최고요는 허겁지겁 폐공장의 문을 박차고 들어왔더랬다.
그런데 일반인에 가까운 각성자가 각성자를 패고 있었다.
“끄으윽….”
심지어 이미 처맞고 쓰러진 놈들이 여럿이었다!
문을 거칠게 걷어찬 덕에 바닷가의 찬 바람이 휘이잉 몰아쳐 들어왔다.
발자국이 가득 찍힌 검은 앞치마가 펄럭였다. 아르바이트생은 멱살을 움켜쥐고 있던 놈을 툭 놓아주었다. 얼굴이 찐빵마냥 부어 피를 줄줄 흘리는 놈이 끈 떨어진 인형처럼 축 늘어졌다. 바닥에서 움찔대는 놈이 하나 늘었다.
그리고 침묵.
눈이 마주쳤다.
제 발목을 잡으려는 손을 보지도 않고 꽉, 짓밟은 아르바이트생이 새된 비명을 배경음악 삼아 입을 열었다.
“야.”
“네헤?”
급하게 대답하다 삑사리가 났다. 최고요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하늘색 두꺼비가 그려진 검은 앞치마에 가득 찍힌 발자국, 손에 묻은 피,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물에 젖어 헝클어진 머리까지. 누가 봐도 납치당한 사람다운 몰골에 비해 얼굴만큼은 단정했다.
사실 최고요는 저 별 감정 없어 보이는 표정이 제일 무서웠다. 직전까지 사람을 패던 사람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끔한 얼굴이라니.
그냥 평범한 해장국집 아르바이트생 아니었어? 끽해봐야 D급 각성자라며. 이 흉흉한 기세는 대체 뭐란 말인가? 오금이 저려 다리에 힘이 풀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침묵하던 아르바이트생이 물었다.
“같은 패거리?”
“예? 아뇨!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이런 거 물어보면 다 아니라고 하더라. 식상하게.”
아니니까 아니라고 하지! 최고요는 억울했다. 억울해서인지 무서워서인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도망칠 생각 말고.”
한마디에 그는 제자리에 딱 멈춰 서고 말았다. 아르바이트생은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선 채 젖어서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할 뿐이다. 그럼에도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간신히 입을 연 최고요는 변명을 시도했다.
“아, 아니, 저는 진짜….”
“괜히 힘 빼지 마…. 너 잡는 데 얼마 안 걸려.”
협박이 아니라 사실 적시에 가까운 말투였다. 정말 뛰쳐나가봤자 얼마 못 가 붙잡혀 이곳으로 질질 끌려올 것 같았다.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놈들처럼 되겠지. 최고요는 입을 꾹 다물고 먼지가 가득 일어난 바닥에 착석했다. 아르바이트생이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착하네.”
소리 없이 다가온 그가 주저앉은 최고요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단정한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껄렁한 양아치 같은 자세였다. 아르바이트생이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까딱였다.
“그래서.”
“예?”
“하려던 말이 뭔데. 해봐.”
“아.”
“빨리 안 하면….”
차가운 눈이 힐끗 주변에 널린 놈들에게 향했다. 아르바이트생께서는 어찌나 너그러우신지 말할 시간도 주시고, 빨리 말 안 하면 저놈들처럼 될 거라 친히 경고도 해주셨다. 최고요는 살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지갑을 꺼내 명함을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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