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190)

21화

“영화 그냥 가끔 봐. 심심하거나 할 거 없을 때……. 근데 너 영화관에 가면 사람들이 알아보는 거 아니야?”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정우진이 잠시 뭔가 생각하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말했다.

“어……. 모자 쓰고 안경도 쓰고 마스크도 쓰면…….”

“그래도 다 알아보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정우진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얼굴만 가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내 시선을 느낀 건지 운전을 하면서 앞을 보고 있던 정우진이 힐끗 나를 쳐다봤다.

“그럼 자동차 극장 가실래요? 차 안에 있으니까 들킬 걱정도 없고…….”

자동차 극장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지만 듣고 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했다. 차 안에 조명을 켜지 않는 이상 밤이니까 들킬 염려도 없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뭔가 이상해서 입을 다물었다.

근데 정우진이 더 이상한 말을 했다.

“선배님, DVD방 가 보셨어요? 거기도 괜찮을 거 같은데…….”

“…….”

남자 둘이서 DVD방을 가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내가 아무 말도 하질 않자 정우진이 다시 날 쳐다봤다. 계속 가만히 있기도 좀 뭐해서 나는 당황하지 않은 척 말했다.

“아……. 자주 가?”

“DVD방이요? 아니요, 한 번도 안 가 봤어요.”

“그래?”

“네.”

“아하.”

“……?”

굳이 보지 않아도 정우진 머리 위로 물음표가 잔뜩 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잠깐 앞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말을 돌렸다.

“그래, 영화관은 다음에 가고. 어제는 집에 잘 들어갔지? 내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네, 잘 들어갔어요. 선배님도 일을 잘 해결하셨어요?”

“어어, 잘 했어. 아, 저기다. 안에 주차장 있으니까 주차는 거기에 하면 돼.”

이런저런 말을 하는 사이에 도착했다. 안에 들어가 룸으로 가자 직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왔다.

“메뉴판 보시고 주문하실 때 벨 눌러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자 직원이 문을 닫고 나갔다.

“뭐 먹을래? 내가 살 테니까 먹고 싶은 거 먹어.”

“아니에요, 선배님. 제가 사 드릴게요.”

“어제 내가 갑자기 갔으니까 그냥 내가 사 줄게. 먹고 싶은 걸로 시켜.”

내 말에 정우진이 개미 기어가는 소리로 대답하면서 메뉴판을 보다가 말했다.

“그럼 영화는 제가 보여 드릴게요.”

“뭐?”

“영화요. 그건 제가 보여 드릴게요.”

“…….”

영화 얘기는 끝난 거 아니었나. 아니, 근데 DVD방은 좀……. 원래 친구들끼리 자주 가는 곳인가? 나는 사실 친구들이랑 영화 보러 간 적도 손에 꼽아서 좀 어색하긴 했지만 생각해 보면 DVD방이 이상한 곳도 아니었다.

“그래, 그럼 다음에 너 한가할 때 영화관 가자.”

그래도 DVD방에서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영화관이 나은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자 정우진이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측은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케줄도 바쁘고 어릴 때 데뷔해서 별로 놀아 본 적이 없는 건가?

계속 만나자고 하는 것도 그렇고, 어딜 자꾸만 가고 싶어 하는 것도 그렇고, 처음에는 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정우진의 모습을 잘 관찰해 보니 들떠 있는 것처럼 보여서 더 그랬다.

“너 영화관도 가 본 적 없어?”

설마 싶어 물었는데 정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 가 봤어요. 보고 싶은 건 그냥 집에서 봤어요.”

“아…….”

내 예상이 맞는 것 같았다. 그래도 정우진은 지금 나이가 스물셋인데 영화관 한 번도 안 가 본 거면……. 다른 것도 거의 안 해 봤을 확률이 컸다. BB가 데뷔한 지 2년쯤 됐고, 그동안 계속 바쁘다가 지금은 휴식기인 걸로 아는데 그래서 이것저것 해 보고 싶은 것 같았다.

“선배님 어떤 거 드실 거예요?”

나도 데뷔하고 바쁠 땐 잠도 제대로 못 잤던 게 떠올라 안쓰러워하고 있는데 정우진이 물었다. 나는 메뉴판을 대충 보고 말했다.

“난 전복 미역국. 옥돔 구이도 하나 시켜서 같이 먹을래?”

“네, 그럼 저도 전복 미역국 먹을게요.”

영화관은 진짜 언제 한 번 기회가 되면 꼭 데리고 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문을 했다. 전복 미역국 두 개와 옥돔 구이 하나를 시키자 직원이 주문을 받아 적으면서 나와 정우진을 번갈아 쳐다봤다.

정우진은 그렇다 쳐도 나는 왜 자꾸 쳐다보는지 몰라서 나도 모르게 똑같이 힐끗거리고 있는데, 직원이 정우진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는 게 보였다. 의아한 표정으로 정우진을 보자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 직원을 빤히 보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혹시 아이돌 아니에요? 제가 텔레비전을 잘 안 보는데 닮으신 거 같아서…….”

정우진의 시선이 너무 따가웠던 건지 직원이 어색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내가 뭐라고 하려는데 정우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맞아요. 사인해 드릴까요?”

“정말요? 저야 너무 감사하죠. 잠시만요, 종이 가지고 올게요.”

직원이 화들짝 놀라서 밖으로 나가는 걸 보고 있는데 정우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내게 말했다.

“저 사람 아는 사람이에요?”

“나? 아니?”

“자꾸 선배 쳐다봐서 아시는 분인가 했어요.”

“그냥 너랑 같이 왔으니까 누군가 싶어서 본 거 아니야?”

마지막으로 활동했던 게 벌써 2년도 넘었고 중간에 군대까지 다녀와서 날 알아보는 사람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 당연히 정우진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원이 빈 종이를 두 장 가지고 와서 한 장은 날 주는 걸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나더 맞으시죠?”

“저요?”

“네, 데뷔하실 때 데뷔곡 노래가 좋아서 자주 들었어요.”

“아……. 감사합니다.”

내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인사하자 종이에 크게 사인을 한 정우진이 그걸 직원에게 주며 말했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들어오실 때부터 놀랐는데 사인도 해 주시고……. 음식 많이 신경 써서 해 달라고 제가 특별히 말해 드릴게요.”

“아, 네.”

나는 계속 얼떨떨한 표정으로 사인을 다 해서 직원에게 건넸다. 정우진은 직원이 나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말했다.

“저 사람 눈빛이 이상해요.”

“눈빛이 이상하다고? 갑자기 왜?”

“모르겠어요, 그냥…….”

눈빛이 어땠었지? 너무 당황해서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무튼 정우진이 별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아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음식이 나왔다. 미역국도 옥돔 구이도 다 맛있게 잘 먹고 나오자 조금 전 사인을 받았던 사람이 계산을 했다.

카드를 주고 사인을 하자 직원이 우리를 보며 말했다.

“음식은 입에 맞으셨어요?”

“네, 맛있게 잘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하시면 사진 좀 같이 찍어 주실 수 있을까요?”

웃으며 하는 말에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려고 하는데, 정우진이 그걸 가만히 보다가 내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저희가 급하게 가 봐야 할 곳이 있어서 사진은 다음에 찍어 드릴게요. 수고하세요.”

“아, 네. 안녕히 가세요.”

나는 정우진에게 손목이 잡혀 끌려 나오다가 슬쩍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직원이 우리 쪽으로 몸을 아예 돌려서 중지를 올리고 있는 게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직원은 급하게 돌아서 어디론가 가 버렸고 나는 정우진을 보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좋구나.

***

비비 세가온 사인지 팝니다 선제시

오늘 우연히 세가온 만났는데 계속 쳐다보니까 먼저 말도 안 꺼냈는데 사인해주더라 연예인병 개지림ㅋㅋㅋ 근데 진짜 조오오온나 잘생겼더라 살면서 그런 사람 첨봄 진심... 불공평한 세상...

그리고 저번에 인터넷에서 어나더 누구랑 뭐 기합을 주니마니 하는거 봐서 얼굴만 알고 있었는데 데뷔곡 좋았다고 하니까 걔도 좋다고 해주더라ㅁㅊㅋㅋㅋ 참고로 데뷔곡 뭔지도 모름ㅋㅋㅋ

사진도 찍어달라고 했는데 세가온이 빨리 가야 된다고 그건 안해주더라^^ 존나 비싼척 함ㅋㅋㅋ

아무튼 세가온 사인 받은거 팔고 쿨거래시 네고 가능함 어나더 누구 걔 사인지도 덤으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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