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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가이드는 이만 퇴사합니다-35화 (35/65)

35화

센터에서 다시 훈련받기 시작한 이래로 불쑥불쑥 현태운을 향한 증오감이 튀어나왔다. 더는 에스퍼와 가이드라는 굴레에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현태운 때문에 다시 협회로 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 신의 가이드님, 가이딩 컨트롤이 불안정합니다.

모니터링실에서 내 가이딩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진석의 말에 다시 파장을 컨트롤했다. 현태운을 떠올리면 종종 이렇게 이성을 잃었다.

- 지금처럼 해 주세요.

진석은 담당자였지만, 전 연구원이기도 해 내 가이딩 훈련을 도와주고 있었다. 예전에는 S급 가이드를 담당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연구원보다도 믿음직했다.

- S급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컨트롤도 좋고 파장력도 월등히 높아요.

“감사합니다.”

- 다음 주부터는 개인 게이트 시뮬레이션 훈련에 참여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팀 게이트 시뮬레이션은 회귀 전에도 했지만 개인 게이트 시뮬레이션은 처음이었다. 개인 게이트 시뮬레이션은 A급 이상부터 참여가 가능하고, 팀 게이트 시뮬레이션과 마찬가지로 에너지가 응축된 무기로 마물들을 소멸하는 훈련이었다. 대신 보스 마물은 없었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 A급이 되자마자 바로 죽었기에 개인 게이트 시뮬레이션이 궁금했다.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 가이딩 훈련을 끝마쳤다.

가이딩 훈련이 끝나면 다른 훈련을 이어 진행했다. 이미 3년간 한 훈련이었기에 모두 능숙하게 마칠 수 있었다.

점심까지 1시간 넘게 남았기에 지상층에 있는 B, C급 훈련실로 향했다. 이곳에 온 뒤로 친하게 지내던 동료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금쯤이면 신체 강화 훈련을 하기 전 쉬는 시간일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자, 복도에 가이드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그들은 나를 바로 알아보았는지 놀란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현재 센터에 S급 가이드가 나뿐인 데다, 센터와 언론에서도 내가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어서인 것 같았다. 그리고 회색 훈련복들 사이에서 검은색 제복을 입은 나는 유독 눈에 띄었다.

“여기 왜 올라오셨지?”

내가 걸어갈 때마다 가이드들이 멀찍이 떨어지며 수군거렸다. 느낌이 이상했다. 모두 아는 얼굴인데 내게 거리감을 두는 모습이 씁쓸하기도 했고 말이다.

가이드들을 지나치며 C급 훈련실로 이동했다. 훈련실 문은 열려 있었다. 나는 곧장 지훤을 찾았다.

이곳에 오고 누구보다도 지훤의 안부가 가장 궁금했다. 그도 나와 비슷한 시기에 협회에 들어왔고 3년간 함께 지냈으니 말이다. 지훤도 나와 마찬가지로 승급을 목표로 훈련했고, 나중에는 B급으로 승급해 내가 A급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계속 함께 지냈다. 그래서 현태운 다음으로 그와의 추억이 많았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내가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자, 나를 알아본 트레이너가 다가왔다. 나는 그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솔직하게 말했다.

“다른 가이드분들이랑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왔어요.”

시선이 모두 내게 집중되어 있었기에 모두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내 말을 듣고 다들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마 예전의 나처럼 S급에 선입견이 있을 수도 있었다.

이내 나는 지훤을 찾아냈다. 그는 내가 알던 모습보다 훨씬 앳되어 보였다. 그 모습에 처음 기숙사에서 만났던 순간이 떠올랐다.

“휴식 시간인 거 같은데, 잠깐 들어가도 될까요?”

내 물음에 트레이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몸을 비켜 줬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지훤에게로 걸어갔다. 내가 가까워질수록 지훤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나는 그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미소를 띠며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가이드로 각성한 이신의입니다.”

“…안녕하세요.”

지훤은 내가 말을 걸자 더욱더 놀란 얼굴이 되었다.

“모르는 게 많아서 그러는데, 괜찮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내 말에 지훤은 고민하는가 싶더니, 내가 자신에게 호의적인 걸 느껴서인지 예전처럼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의 가이드님만 괜찮으시다면 저는 좋습니다.”

“다행이에요. 그럼 훈련 마치고 같이 점심 먹을래요?”

“점심이요…? 좋아요!”

내가 지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하자, 우리를 보고 있던 다른 가이드들도 점점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신의 가이드님은 몇 살이세요?”

나도 모르게 26살이라고 말하려다가 23살이라고 말했다.

“23살이에요.”

“저는 21살이에요. 동안이셔서 동갑인 줄 알았어요.”

이미 지훤의 나이는 알고 있었지만, 다시 듣게 되니 예전과는 느낌이 달랐다.

“고마워요. 저희 나이 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데 말 놓을까요?”

“그래도 돼요?”

“당연하죠.”

지훤은 사람을 등급으로 따지지 않았다. 그런 그의 모습이 좋아 그와 친하게 지낸 것이기도 했다.

“가이드님의 제안을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알겠어.”

지훤이 곧장 반말하는 모습에 내가 알던 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바뀌었지만,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똑같았다. 그건 아마 현태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곧 다시 훈련이 시작되었다. 나는 S급이라 원칙적으로는 B, C급과 함께 훈련을 받을 수 없었지만,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센터의 승낙을 받으면 낮은 등급과 함께 훈련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지훤의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센터에 B, C급과 훈련을 받을 수 있게 허락을 받았다.

허락받고 훈련실 앞에서 지훤을 기다렸다. 훈련을 끝낸 지훤은 내가 정말 자신을 기다리고 있자, 놀란 얼굴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정말 기다리고 계셨던 거예요?”

“응.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고 했잖아. 그리고 말 놓기로 했었지?”

내 말에 지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회귀 전에 자주 갔던 센터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다행히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점심은 대부분 밖에서 먹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점점 사람들이 몰려와 곧 빈 테이블 없이 꽉 차게 되었다.

“단톡방에 신의 가이드님이 식당에 와 있다고 누가 말한 거 같아요. 다 가이드님 보러 온 거 같아.”

반말하기로 했지만, 지훤은 여전히 어색한지 반말과 존댓말을 함께 사용했다. 나는 차차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지훤의 말대로 모두 내게 시선이 쏠려 있었다. 시선들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지훤과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 기뻤기에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며 그와 밥을 먹었다.

“가이드님이 갑자기 말을 걸어와서 놀랐어.”

“가이드님 말고 형이라고 불러.”

“그래도 돼?”

“응.”

반말도 하는데 님이라고 불리는 건 너무 어색했다.

“그럼 형이라고 할게.”

“그래.”

“형이 나한테 말 걸어서 너무 놀랐어. 그리고 지금도 살짝 어색하지만 나 형이랑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어.”

나라도 S급 가이드가 친해지고 싶다고 다가온다면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훤이라면 내 등급 때문이 아니라 나 자체를 좋게 봐주어 친해지자고 말했을 것이다.

“나도 지훤이 너랑 친해지고 싶어.”

“근데 내가 이름을 말했던가?”

그 말에 나는 지훤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가리켰다. 그제야 지훤이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형도 편하게 지훤이라고 불러.”

“그래.”

지훤은 내가 알던 그대로였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식사를 마친 나는 내일도 지훤과 점심 약속을 잡은 뒤 팀 전용실로 이동했다.

***

훈련실에서 짐을 정리하고 진석에게 연락했다. 이제부터 출퇴근은 담당자인 그와 함께해야 했다.

센터 로비에서 기다리라는 말에 1층으로 가고 있을 때였다. 현태운의 파장이 느껴졌다. 현태운이 센터에 있는 거 같았다.

나도 모르게 예민해지며 신경이 곤두섰다. 협회는 나와의 약속을 전혀 지킬 생각이 없어 보였다.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멈추고 나만 움직였다. 그 장면을 본 나는 태운이 능력을 사용했단 걸 어렴풋이 눈치챘다.

“퇴근하시나 봐요?”

내 생각이 맞았다는 걸 알려 주듯 사람들 사이로 태운이 나타났다.

“이런 식으로 능력을 남용하세요?”

“협회에서 감시하고 있어서요.”

현태운의 말에 협회가 조금은 나를 위해 일하고 있단 걸 알 수 있었지만, 이렇게 찾아온다면 소용없었다.

“신의 씨가 저랑 만나기 싫어하는 거 알아요. 그래도 대화하고 싶었어요.”

“저는 대화할 생각 없습니다.”

“전 있어요.”

“그건 현태운 씨 혼자 생각이고요. 당장 능력 푸세요. 계속 이런 식으로 행동하시면 협회에서 나올 겁니다.”

내 말에 현태운은 인상을 쓰며 대화할 것을 재차 권유했지만, 내 단호한 모습에 결국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신의 씨한테 미움받는 건 싫으니까…. 다음에 만날 때는 조금은 화가 풀리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한 말대로 현태운은 내게 미움받는 건 싫은지 한동안 내 얼굴을 바라보다 능력을 풀려고 했다. 나는 그가 사라지기 전 빠르게 말했다.

“더는 저한테 접근하지 마세요.”

내 말에 현태운은 슬픈 미소를 남기고 사라졌다. 나는 현태운이 더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달리 현태운은 포기하지 않고 나를 찾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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