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51화 (51/869)

제51화

#51. 국제 면허 사기 주식회사

“조 양 준비됐지? 겁먹지 말고, 자연스럽게 하면 돼. 가자.”

띠룽! 띠룽!

문을 열고 들어서자 출입문에 달린 벨이 울리더니 전에 봤던 그 남자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면허증 찾으러 왔는데요.”

“이름이?”

“조연희요.”

“어디 보자…… 응 여기 있네. 사진 잘 나왔어. 돈은?”

“여기 있어요.”

조 양이 돈을 건네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형사들이 들이닥쳤다.

“어? 뭐야! 당신들 뭐냐고?”

“이 새끼가! 보면 모르냐? 너 이리 나와!”

백 경사가 남자의 머리채를 잡더니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꿇어! 이 새끼야!”

“야야, 영장이라도 먼저 보여 줘라. 저거는 맨날 무식하게 그저 손부터 나가니.”

주임이 혀를 끌끌 찼다.

“홍 형사! 발부 대장이 어디 있을 거야. 그거부터 찾아봐.”

얼마 지나지 않아 뒤쪽 구석에 놓인 금고를 발견했다.

“잠겨 있는데요?”

“야! 이거 열어 봐!”

“열쇠가 없습니다.”

“이 X발놈이……. 꼭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순간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백 경사의 솥뚜껑 같은 손바닥이 남자의 얼굴을 사정없이 갈겼다.

“아이쿠야! 아, X발! 이거 뭐야? 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몰라서 묻냐, 이 사기꾼 새끼야! 좋은 말로 할 때 불어라.”

“하, X발, 그러니까 대체 왜 이러냐고오! 나한테 왜 이럽니까! 선량한 시민을 이렇게 때려도 되는 거요!”

“뭐? 이 새끼, 안 되겠네. 너는 진실의 방에 가서 와사비 물이나 한 주전자 마셔야겠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여기 와사비 순도 100%짜리 완전 센 걸로 가지고 왔습니다.”

홍 경장이 신이 나서 이야기하자 주임은 옆에서 한 술 더 뜨는 모양새다.

“진실의 방까지 갈 거 뭐 있어? 저기 출입문 잠가라. 이 새끼는 여기서 작업하자. 물도 아까우니까 여기 바닥 밀대로 좀 닦아서 바케쓰에 빨고 그 물에 와사비 풀어. 아, 참, 밖에 저 아가씨도 일단 데려가서 조서 받아야 돼.”

형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자 남자는 잔뜩 겁을 먹은 눈치였다.

“너 이 새끼 안 불면, 이 와사비 다 마시게 할 거야. 그럼 넌 1년도 못 돼서 위가 헐어 가지고 뒤진다. 이건 암만 씨불여 봐야 증거도 안 남아 이 새끼야, 우리가 X나 많이 해 봤어. 이 새끼 손 뒤로 돌려서 묶고 얼굴에 수건 덮어!”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제발 와사비만은 하지 마십시오. 저도 옛날에 실컷 먹었습니다.”

“얼마나 쳐 먹었어?”

“한 다섯 주전자는 될 겁니다.”

“지랄하네. 그만큼 먹었으면 벌써 뒈져야지 왜 아직 멀쩡한데?”

“아이고오~ 제발!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이 새끼 바지에 오줌 쌌어요. 아, 이 더러운 새끼!”

“참 나, 일단 좀 앉혀 봐. 마! 금고 열쇠 어디 있어?”

“여기 있습니다. 훌쩍, 훌쩍…….”

남자는 허리춤에 찬 열쇠를 꺼내면서도 계속 울고 있다.

놀라긴 많이 놀랐던 모양이다.

금고를 열어 보니 이미 제작된 국제 면허증 수십 장이 쏟아져 나온다.

“하! 이거 봐라. 이 새끼 완전 공장 돌렸네. 더 찾아봐.”

형사들이 가게 안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일단 사진기와 완성된 면허증밖에는 찾지 못했다.

“너 집이 어디야?”

“압구정요.”

철썩!

“아이고~ 나 죽네!”

“압구정이 전부 너거 집이야? 압구정 어디냐고 이 X발놈아.”

“현대 아파트요.”

“……뻥치면 진짜 죽는다.”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앞장서!”

남자의 이름은 장춘식, 나이는 40세.

사기 전과로 별이 두 개 있었다.

감옥에서 필리핀에 살다가 들어온 교포와 한 방에 있었는데 그놈 말이 필리핀은 경찰관한테 돈만 주면 면허가 발급된다고, 그리고 경찰서별로 면허증이 다 다르다는 말을 듣고 가짜 면허증을 만들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장춘식의 집은 정말 압구정 현대 아파트였다.

그것도 한강이 바로 앞에 보이는 65평짜리 전망 좋은 아파트였다.

‘도대체 얼마나 해 먹었으면 이런 데 사는 거야.’

장춘식을 앞세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잉크 냄새가 확 풍긴다.

안방 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뛰어 들어갔더니 어떤 여자가 놀라서 안방 문을 닫으려고 했다.

김세민이 구둣발로 방문을 뻥 차니 문이 그대로 열렸다.

안방이 작업장이었다.

모든 기계가 안방에 다 있었는데 얼핏 봐도 수백 장이 넘는 면허증을 인쇄하고 압인을 누르고 있었다.

여기에도 금고가 있어 열어 보니 현금다발이 수두룩하다.

“마, 이거 다 얼마야?”

“2억 정도 됩니다.”

“근데 이 새끼 웃긴 새끼네. 은행은 얻다 팔아먹고 뭐 하러 집에다 쳐 쌓아 놨어?”

“처음에는 은행에다 저금을 했는데요, 워낙 액수가 크다 보니까 국세청에서 우편으로 자금 출처 조사가 한번 왔더랬습니다. 그다음부터는 현금을 전부 집에다 보관을 했어요.”

금고 한쪽에 보니 대학 노트가 수십 권이나 보관되어 있었다.

“이건 무슨 노트인데 이렇게 많아?”

“4년입니다. 면허 시험장 앞에서 가짜를 만든 지 4년이나 되다 보니 전국에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다 찾아옵니다.”

‘이거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한데.’

주임이 일단 다들 모이라고 했다.

장춘식이와 여자는 건넌방에 수갑 채워서 넣어 두고 딴짓 못하게 문을 열어 두었다.

“이거 어떻게 할 거야? 김 경사부터 말해 봐.”

“어떡하긴요? 다 압수하고 저 새끼 집어넣어야죠.”

“글쎄, 그걸로 끝이 날까?”

“무슨 말씀이세요? 알아듣게 말하세요.”

“내가 얼핏 봐도 해 먹은 게 지방까지 합하면 수천 장이 넘어. 뒷감당은 어떻게 할래? 부정 면허 발급이니 발급 받은 사람들, 다 면허 취소시켜야 하잖아? 그리고 직원들은 설사 관련이 안 되었다 해도 최소 징계는 받을 테고. 그것도 전국에서 4년 동안 면허 시험장에서 국제 면허 담당했던 경찰관들은 다 징계를 받아야 할 거야. 그뿐인가? 우리 상관들은 또 어떻게 될 것 같아. 저런 허점이 있는데도 몇 년 동안 방치했으니 공권력이 공신력을 잃었니 뭐니 언론에서 떠들 게 아니냐 이거지 내 말은.”

그러자 백 경사가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지금 봐주자는 말입니까!”

“아니, 인마, 새끼야 말을 좀 끝까지 들어 봐. 아예 덮자는 게 아니라 전부 다 하지는 말자는 거지. 지금 저거, 눈에 보이는 거랑 작업 중인 것만 사건 하고. 나머지는 아직 우리 눈으로 확인한 건 아니니까 덮고 가자 이 말이지.”

“……난 모르겠습니다. 김세민이가 하자고 했으니 김세민이가 하자는 대로 할 겁니다.”

“저도 김 부장님 하자는 대로 합니다.”

홍 경장까지 가세를 했다.

김세민은 한참 생각을 하더니 뭔가 결심한 듯이 이야기했다.

“이거는 절대 덮으면 안 됩니다. 범죄 현장을 보고도 대충 덮자고요? 그 순간 우리도 공모자가 됩니다. 평생 불안해서 잠은 어떻게 자려고 그러십니까?”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나?”

“일단 김아영 검사를 부릅시다. 범죄 현장을 검사한테 보여 주고 검사더러 현장 지휘를 하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거 굿 아이디어다. 나도 사기꾼들 돈은 먹기 싫어.”

백두산도 단호히 잘라 말했다.

그때 홍 경장이 흥분해서는 안방에서 나왔다.

“김 부장님! 이거! 여기 한번 와 보세요.”

“뭔데?”

“이거요. 장롱이 밖으로 한참 나와 있잖아요? 뒤에 뭐가 있나 봐요.”

“들어내 보자.”

다들 달려들어 장롱을 들어내 보니 뒤쪽 벽지가 불룩하게 나와 있었다.

“이게 뭐야? 왜 벽지가 이리 붕 떠 있어?”

“어이, 춘식이! 이 안에 뭐 들었냐?”

백두산이 벽지를 뜯으려고 하자 장춘식이가 통 사정을 했다.

“하이고! 제발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저기 금고에 있는 돈은 전부 다 가지셔도 됩니다, 제발 벽지 속은 그냥 놔두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송 경장은 장춘식이가 사정을 하든 말든 들은 체도 않고 갖고 다니는 잭나이프로 벽지를 북 갈랐다.

찢어진 벽지 사이로 현금 뭉치가 주르륵 쏟아졌다.

상당히 오래되었는지 돈에 곰팡이까지 덕지덕지 끼어 있다.

“햐! 이 새끼 이거 웃기는 놈이네. 이 미친놈아, 돈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밤에 저러고도 잠이 오냐?”

“저는 그 돈 냄새가 너무너무 좋습니다.”

“내가 졌다, 졌어. 근데 저 기계는 어디서 만들었어?”

“필리핀에서 5백 불만 주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넌 5백 불 투자해 가지고 전국 면허 시험장에 다 팔아먹은 거네. 이거 완전 주식회사구먼.”

그때 초인종이 울리더니 김아영 검사가 들어섰다.

뒤에는 수사관 2명도 함께였다.

“검사님 어서 오십시오.”

“이게 다 뭐예요? 영장 받아 간 게 이것 때문이었어요?”

“네, 이놈이 여기서 찍어 가지고 전국에 팔아먹었답니다. 한 장에 50만 원씩 해서 4년 동안 해 먹었고요.”

“와우! 큰 사건 한 건 했네요. 그럼…… 이거 어떻게, 우리가 여기서 바로 인수할까요? 아님 경찰에서 하실래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김세민을 보더니 눈을 껌벅한다.

우리 보고 맡아 달라는 신호이다.

“그럼 저희가 단속했으니 직접 조사해서 송치하겠습니다.”

“그게 낫겠죠? 일단 피의자 구속 지휘 품신부터 받으세요. 구속 장소는 경찰서 유치장으로 해야 여죄 수사하기 편하겠죠?”

밤에 술 먹을 때는 천상 여자로 보였는데 현장에서 보니 여지없는 검사다.

형사팀은 내려와서 갖고 갔던 형기대 차량에 압수한 기계와 돈을 모두 싣고 경찰서로 출발했다.

“이걸로 경찰에서 한 사람 특진해도 되겠는데요? 아…… 김 부장님은 아직 특진하신 지 얼마 안 되셨죠?”

“네.”

“그럼 다른 사람으로 한 사람 저한테 추천해 주세요. 제가 부장님께 말씀드릴게요.”

“저기 덩치 큰 백 경사가 승진이 늦었습니다. 이번에 승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씀드려 볼게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뭘! 우리 이제 같은 식구 아닌가요?”

* * *

해가 바뀌고 90년이 되었다.

백두산 경사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경위 간부가 되었다.

울산에서 같이 고생했던 정우진 경감도 경정이 되었다.

1월 말 전 계급에 걸친 시험 승진과 심사 승진이 끝나고, 다들 한 달 후에 있을 정기 발령을 기다리고 있을 때 김세민은 경사 기본 교육 2주를 받기 위해 부평에 있는 경찰 종합 학교로 들어갔다.

경찰 학교 입교 첫날, 지도 교관들이 생활실을 배정해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들은 전국에서 다 모였기 때문에 경찰 업무 발전을 위해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각 시, 도경을 섞어서 배정을 했습니다. 서로 간에 많은 대화를 통해 경찰이 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생활실에 들어오자마자 들리는 이야기는 전부 따와이 얘기밖에 없었다.

“아까 보니 해경에서 오신 분 있던데, 어디서 오셨습니까?”

“울진에 있는 어통소(어선 통제소)지서장 입니다.”

“어통소가 따와이 하기 좋다면서요?”

“머 좋고 나쁘고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우리는 그냥 마 따와이 같은 거 안 해도, 가만있어도 알아서 갖다준다 아입니까. 수틀리면 배 못 나가게 잠가 뿌고 그라니까 선장들이 다 알아서 설설 긴다 아입니까. 들어 보이끼네 대구는 파출소 순사들이 월대 받으러 X나게 뒤지고 댕긴다면서요?”

“머라 카능교! 요새 찾아 간다꼬 고마 돈 주는 놈이 어디 있다꼬. 팽소에 지가 알아가 때 되믄 가 오그로 작업을 잘해 놔야지. 맞다 아이가?”

대구에서 온 박 경사가 경북에서 같이 온 심 경사한테 동조를 구하듯이 물었다.

“오 경사 니 아까는 와 카는데?”

“내가 뭐라 켔다고? 니가 구카이 내가 카는 기지 니가 안 카는데 내가 칼 리 있나? (니가 그렇게 말하니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이지 니가 그렇게 안 하는데 내가 그렇게 할 리가 있나의 진주 사투리).”

김세민은 적잖이 당황했다.

분명 뭐라고 얘기를 하는 것 같긴 한데 귀에는 ‘킁, 쿵, 캉’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내가 지금 다른 세상에 와 있나?’

한편으론 앞으로 2주간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그래, 나도 해경들 따와이 하는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어 봤구먼. 퍼뜩 노가리 한번 피아 보소?”

“에헤이, 별거 없다 안 카나. 돈 안 주면 배 몬 나가그로 항구 문짝 걸어 잠가 뿌면 되고. 술 한잔 생각나문 새벽 경매장에 장화 신고 나가서 맨 우에 있는 놈 몇 마리 걷어차서 가져오문 그거 썰어가 저녁에 한잔하고, 그기 다라. 배타는 놈들에 비하면 우린 쪼시래기지.”

“쪼시래기?”

“쪼잔하다고.”

김세민은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어보았다.

“아니, 장화를 신고 경매장에 가신다고요?”

“안 그라무 신발 다 젖어 삐는데, 그라고 경매 볼 때는 제일 싱싱하고 좋은 생물을 다라이 맨 우에 올리 놓거든? 그걸 한번 장화 신은 발로 툭 차서 바닥에 떨어지문 두 번째는 좀 시게 차야 저 멀리 있는 우리 다리이까지 미끄러져 간다 아이가, 장화가 어통소 근무할 때는 필수 장비구먼.”

“재밌네요. 그다음에는?”

“뭔 다음? 대게는 게 찌는 방앗간에 갖다주면 되고, 생선은 횟집에서 온 물차에 던져 주고 나문 해 빠지기만 기다리는 기라. 식당 가문 다 상 차리 놨을 끼고. 그 다음에는 먹고 마시고 기분 좋으면 선창가 앞에 노래방 가서 보도 아들(아가씨) 불러다 놀다가 계산은 수협 조합장 앞으로 달아 놓으면 다 그만이고.”

“…….”

“놀기는 딱 좋은 기라. 너거 도시 순사들은 맨날 따와이 한다고 서로 정신 없제? 우리도 말은 많이 듣지만, 우리는 그거 하나도 안 부럽다 아이가. 좋은 공기 마시고 싱싱한 해산물 마음대로 먹고 사건이 있나, 비상이 있나. 그저 먹고 마시고 놀다가 세월 보내면 되는 거 아이가. 얼마나 좋노? 난 우리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데?”

“맞다, 맞어. 그게 최고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친다.

“김세민 경사님이라고 켔습니까? 서울에서 왔다 했지예? 아따, 이름 한번 세련되게 지었네.”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물 좋은 자리가 서울 청담 면허계라고 하던데. 그 이바구나 한번 해 보소. 제대로 한번 듣고 싶구먼. 자 박수 박수!”

다들 손뼉을 치더니 김세민 옆으로 몰려 귀를 쫑긋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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