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80화 (80/869)

제80화

#80. 작전명 목란꽃 구하기

“아니! 그럼 자네들 지금 북한에서 왔단 말인가?”

강 대사가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그렇습네다. 저희들은 35호실 책임 비서 동지의 명령만을 수령합네다. 비서 동지께서 지금 즉시 남조선 강준성 대사한테 가서 작전 지휘를 받으라고 하였습네다. 작전명은 [목란꽃 구하기]. 이기는 주석 동지께서 직접 명명하셨다고 들었습네다. 저희 20명의 군관 동무들은 목숨 걸고 대사 동지의 명령을 받들갔습네다!”

“뭐! 전투 인원이 20명이나 왔다고?”

“그렇습네다. 여기 태국에는 밀림 작전 학습을 위해 해상 저격 여단이 지난주부터 훈련에 들어갔는데 지금 모든 훈련을 중단하고 대사 동지의 지휘를 받으라는 책임 비서 동지의 명을 받았습네다.”

‘이게 다 무슨 일이지? 혹시 김세민이 이 자식이 벌인 일인가? 큰일이다, 청와대에서 알면 가만 안 있을 텐데…… 그렇다고 어제 해 놓은 말이 있는데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도 없고. 아오, 김 경사 이 새끼를 그냥!’

강 대사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언제까지 계속 세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라 감정을 추슬렀다.

“일단 앉으시오. 지금 바로 작전 회의를 합시다. 이봐! 다들 들어오라고 해!”

부속실 아가씨가 김세민 일행을 데리고 들어왔다.

“자자자, 다들 앉아. 여기는 북한 대사관에서 오신 오일철 중좌와 장백만 소좌. 우리 작전을 도와주려고 왔어.”

“예? 북한 대사관에서 왔다고요!”

“이봐, 호들갑 떨지 마. 아무튼 작전이 끝날 때까지 우린 한배를 탔으니까 괜한 소리 하지 말고 오직 작전 성공에만 집중하자고. 그리고 김 경사.”

“예, 대사님.”

“당신이 일을 이렇게 키웠으니까 뭐, 계획은 있겠지?”

“네, 우선 이 그림을 보십시오. 어제 정 대위와 주변을 샅샅이 정찰하고 그린 지형도입니다. 작전 시간은 새벽 4시에 일제히 기습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적들이 잠에 떨어져 있을 시간이니 제일 적으로서는 취약한 시간일 겁니다. 일단 주변을 포위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스나이퍼도 배치해서 탈출하는 놈들이 없도록 물샐 틈 없이 사격 라인이 겹치도록 포위를 한 다음 여기 북측 요원들은 후문에서, 우리는 정문에서 보초들을 먼저 제압을 합니다. 그 뒤에 차 두 대가 정문을 치고 들어가서 잠이 덜 깨 우왕좌왕하는 적들을 처리하면 작전 종료입니다.”

“우리는 뭘 하면 되갔소.”

장백만 소좌가 김세민의 설명에 토를 달았다.

“차로 치고 빠지는 역할은 북측에서 맡아 주셔야겠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가 들어가서 여자들의 안전을 확보합니다. 명심할 것은 삼합회 중에 탈출하는 자가 있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남북이 합동 작전을 한 것이 중국에 알려져 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근데 작전명이 왜 [목란꽃 구하기]입니까?”

문화원장 고태국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에, 기거는 경애하는 주석 동지께서 이번 북남 합동 작전에 대한 보고를 직접 받으시고는 반드시 성공하라는 의미에서 직접 명명하셨습네다. 목란은 조선 반도에 살고 있는 여성 동무들을 상징하는 꽃이지 않습네까? 남조선 여성 동무들도 다 같은 우리 조선의 목란꽃이기 때문에 중국놈들이 납치해서 매춘을 시킨다는 말에 대단히 분노하셨습네다. 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남조선 군관 동무들과 힘을 합쳐서 여성 동무들을 구출해 내라는 엄명을 내리셨습네다.”

“목란이 모란꽃을 말하는 겁니까?”

박 경감도 목란이란 이름이 생소한 듯 다시 물어보았다.

“그렇습네다. 남조선에서는 모란이라고 하지만 북조선에서는 목란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북조선 해상저격여단 전사들은 충심으로 대사 동지의 지휘를 받을 것입네다.”

오일철은 작전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른 것 같았다.

“좋아 좋아. 이렇게 북한에서 우리를 도와주겠다고 하다니 별일이 다 있구먼. 자! 오늘 밤 작전 성공을 위하여 건배를 하자!”

강 대사는 평소 아껴 둔 조니 워커 블루를 따서 자리에 앉은 모두에게 한 잔씩 손수 따르고 나서 외쳤다.

“자! [목란꽃 구하기] 작전의 성공을 위하여!”

“위하여!”

* * *

강 대사는 오랜만에 아껴 둔 전투복을 꺼내 입어 보았다.

허리에는 장군용 벨트를 차고 지휘관용인 38리볼버 권총을 잘 닦아서 허리에 붙은 권총집에 넣었다.

강 대사는 지휘봉 자루를 돌려서 뺐다.

지휘봉 안에는 은장도 같은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이 들어 있었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이 최후에 자결하는 용도의 지휘봉이었다.

강 대사는 칼을 한번 닦고는 지휘봉을 허리춤에 찔러 넣었다.

똑똑똑!

“누구야? 들어와!”

일반 영사부에 근무하는 외교부 소속 일등 영사인 박성호 영사와 직원들이 들어와 부동자세로 섰다.

“차렷! 장군님께 경례!”

“필승!”

“응! 필승. 바로 해. 근데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안 하던 행동을 하고 그래?”

“장군님! 저희들도 오늘 밤 작전에 참가하게 해 주십시오! 저희들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무슨 소리야, 자네들은 일반 외교관 신분이 아닌가? 우리 같은 무장이 아니잖아!”

“그래도 우리 기본 임무가 재외국민의 보호가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 여자들이 납치되어 저렇게 곤욕을 치르는데 한국 남자로서 어찌 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저희들도 한몫을 해내고 싶습니다,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아니, 이 친구들아! 이건 전쟁이나 마찬가지야! 아무나 나설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말이다…… 자네는 외무 고시에 합격해서 외교관이 되었다고 했나? 그래, 군대는 갔다 왔고?”

“네. 해군 OCS 장교로 중위 전역했습니다.”

“옆에 자네는?”

“전방 1사단에서 소총수로 복무했습니다.”

외교부 2등 참사관인 홍영식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또? 그 옆에 자네는?”

“전 1년짜리 방위를 했습니다. 하지만 예비군 교육대에서 복무를 했기 때문에 사격은 누구보다 많이 해 봤습니다.”

“전 공군에서 제대했습니다.”

“좋아 좋아. 자네들 패기는 높이 산다. 내 임무를 주지. 대사관에 있는 승합차나 차량을 다 동원해서 작전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 은폐하고 있다가 내가 무전을 하면 신속하게 차량을 끌고 나와서 납치된 여자들을 태우고 이곳 대사관으로 바로 데려와야 하네. 박성호 중위라고 했지? 지금부터 자네는 일등 영사가 아닌 박 중위로서 인질 구출조의 호송을 담당한다. 귀관은 목숨 바쳐 임무를 완수하도록!”

“넵!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박성호 일등 영사는 군 생활 3년 동안 해군 본부에서 내근으로 지냈지만 평소 직원들한테는 해군의 호위함을 타고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고 구라를 친 전력이 있어 이번 작전에서 빠지자는 소리는 차마 할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 * *

다음 날 새벽 4시.

방콕의 짜오프라야 강가에 있는 파아팃 선착장에는 야간 투시경을 착용한 북한 해상 저격 여단 특무조가 하나둘씩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스나이퍼조는 모두 드라구노프로 무장을 했고 정 대위가 통합 지휘를 했다.

스나이퍼는 둘씩 조를 이루어 세 곳에 배치를 했으며 경계병을 처리하기 위해 먼저 북한의 특무조가 잠입했다.

뒤에서 보니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어둠과 일치가 되어 어디에서 잠입해 들어가는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잠입과 매복, 은폐와 엄폐에는 다들 경지에 도달한 것 같았다.

정문에는 보초 다섯 명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AK-47총을 가슴에 각자 끌어안은 채 앉아서 졸고 있었다.

유동 순찰조도 있었는데 두 명씩 짝을 지은 2개조가 건물 외곽을 돌고 있었다.

새벽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자 바닷물과의 기온 차이로 바다에서부터 해무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자 5미터 앞도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시계가 흐려지자 북한의 침투 조가 졸고 있는 경계병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순식간에 입을 막고는 칼로 목을 베어 버렸다.

소리가 날까 봐 시신을 조심스레 땅에 눕혀 놓는 것도 잊지 않았고 그대로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같은 시각, 김세민은 장백만 소좌가 이끄는 침투 조와 함께 창고 옆쪽의 나무 더미에 숨어 있었다.

순찰조가 돌아서 나가는 것을 보고 나가려는 순간 장 소좌가 김세민의 팔을 잡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장 소좌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서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러더니 자신이 부하 한 명과 번개처럼 달려들어 순찰조의 입을 막고는 칼을 옆구리에 깊숙이 박아 넣었다.

웁!

버둥거리자 옆구리에 박아 넣은 칼에 힘을 주어 비틀었다.

순찰조의 몸이 금세 축 늘어졌다.

이제는 여자들이 감금되어 있는 장소를 서둘러 찾는 게 급선무였다.

첫 번째 방을 들여다보니 삼합회원들이 잠을 자고 있는 듯 나무로 된 간이침대 수십 개가 있었다.

방을 뒤지고 가는데 어디선가 여자들 몸에서 나는 특유의 체취가 났다.

그리고 제대로 잠을 못 이루면서 나는 신음 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장 소좌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저기에 있다는 신호였다.

그때 여자들이 감금되어 있는 방에서 총을 가진 한 놈이 밖으로 나왔다.

“교대 시간이 지났는데 왜 아무도 안 나오는 거야? 이 새끼들이 정신 상태가 글러 먹었어!”

이제 더 이상 칼은 필요 없다는 판단이 들었는지 장 소좌가 들고 있던 AKM-300를 발사했다.

카카캉!

욱!

밖으로 나오던 한 놈이 팔을 휘저으며 앞으로 넘어지자 뒤편에서 침투해 들어오던 오일철 중좌 팀이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 총을 쏘기 시작했다.

안에 보초 서던 놈이 전부 4명이고 한명은 밖에 나와서 총을 맞았으니 이제 남은 놈은 셋뿐인데 돌격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모두 엎드리라우!”

카카캉! 카카카캉! 카카카카!

보초들을 해치운 후에 오일철 중좌가 여자들에게 말했다.

“동무들! 이제 안심하시라우요. 우린 피양에서 왔시유!”

“미선아! 피양이 어디야! 우리 또 이상한 데로 끌려가는 거야?”

서울에서 납치되어 벌써 한 달이 넘게 인질 생활을 하던 정미가 옆에 있던 미선에게 말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둘은 강남에 있는 룸살롱 백조에서 아가씨 생활을 하던 중 같은 날 납치가 되었던 것이었다.

“아, 아닙니다. 저희는 한국 대사관에서 왔고요. 여러분들을 서울로 데려가기 위해 구하러 왔습니다. 오 중좌! 피양은 무슨 피양! 괜히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

“아, 미안합네다. 내레 그만 습관이 되어가지고서래…… 정정하갔시오. 북남 합동 작전입네다.”

총소리가 나자 잠자고 있던 조직원들이 반사적으로 튀어 일어났다.

그러나 이미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북한의 특무대원들이 AKM-300의 탄창이 다 비도록 무차별 난사를 했다.

카카카캉! 캉캉캉! 카카카캉!

AKM-300은 북한이 구소련의 AK-47을 특수 부대에 맞게 개머리판을 접이식으로 줄이고 강선수를 7조로 한 파괴력과 살상력이 뛰어난 근접 전투 무기로서 20미터 이내에서 맞으면 시신이 걸레 조각으로 변해 버릴 정도의 위력적인 무기였다.

사방에 피와 살점이 튀었으며 온전한 시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공포의 학살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편 밖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강 대사는 안에서 총소리가 잇따라 들리자 안 되겠다는 듯이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는 지휘용 권총을 빼내어 허공에다 한 발을 쏘았다.

탕!

“돌격! 돌격하라!”

강 대사는 그 말을 남기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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