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106화 (106/869)

제106화

#106. 이상한 연애 공작

남산 안기부장실에서 확대 대공 간부 회의가 열렸다.

평상시는 안기부의 신원 노출 방지상 1, 2, 3처의 직원들은 서로의 신상이나 얼굴을 대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북한의 제5땅굴을 찾아야 한다는 지상 절대 과제 앞에서 1처 소속 해외담당 요원들과의 협조가 불가피해졌다.

3처는 3차장 소속 간부들이 전원 참석을 했으며 1처는 1차장과 동북아 국장만 참석을 했다.

먼저 3차장이 현재의 상황 설명을 했다.

“지금 35호실 려민주가 우리를 갖고 놀고 있습니다. 이름을 바꾸고는 북한에만 있는 난 분재를 서울까지 흙 하나 흘리지 않고 배달을 했습니다. 우리가 아직 찾지 못한 제5땅굴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도 서울 강남에서 보란 듯이 단파 송신을 날리고 있어요. 절대 묵과할 수 없는 도발입니다.”

“그래서 어떡하자는 건데? 사람을 불러 모았으면 대책도 내놓아야지. 그래야 각하한테 가서 뭔 말이라도 내놓을 것 아닌가?”

안기부장은 짜증이 묻은 목소리로 버럭 신경질을 냈다.

“일단 두 가지 작전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첫째는 매일 강남에서 단파를 날리는 고첩을 잡아내는 것입니다. 그리하기 위해서 일단 강남에 위장 거점을 확보해서 일주일 전부터 공작에 들어갔습니다. 위성 집전기를 장착한 차량이 강남을 24시간 순찰하고 있고, 장소가 나오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타격 부대도 대기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안기부장이 첫 번째 안이 신통찮다는 듯 퉁명스럽게 물었다.

“연애질입니다.”

“연애질? 그건 북한에서 쓰는 말 아닌가? 이거 이 사람 대북 공작을 오래 맡더니 아예 북한 사람 다 되었어. 아무튼 그건 그렇고, 대체 연애질이 작전하고 뭔 상관이야?”

“이 모든 게 려민주가 김세민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다 벌어진 사달입니다. 편지 내용을 그대로 믿는다고 가정하면 려민주가 김세민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도달합니다. 그럼 둘 사이에서 연애질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주자는 거죠. 평양이나 북한은 두 사람이 서로가 갈 수가 없으니 예컨대 곧 수교를 하는 북경이나 일본에서 두 사람이 만나도록 주선을 하고 둘 사이에 연애 감정이 생기도록 부추긴 다음 제5땅굴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당신 말은 김세민인가 하는 친구를 통해 미남계를 쓰자 그런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근데 려민주는 제 기분 내키면 연락을 하는데 김세민이는 려민주한테 연락할 방법이 없잖아? 언제까지 저쪽에서 먼저 연락 주기만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지금 북경에 신명식이가 가 있으니까 조선족 정보원을 평양에 잠입시켜 보려고 합니다.”

“이봐, 당신 제정신이야? 우리 정보원이 평양에 려민주한테 가서 김세민이 편지라도 전하면 대번에 우리가 개입한 것을 알아차리잖아!”

“아…….”

“이거 뭐 이따위 말도 안 되는 것을 작전이라고 들고 왔어? 한심해, 정말 한심하다. 3차장, 밑에 애들 있는 대로 갈궈서 삥 뜯은 정보가 고작 이거밖에 안 돼? 뭐 다른 방안 없어?”

“제 생각에는 이거는 전적으로 김세민이한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던 1차장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어떻게?”

안기부장이 1차장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버럭 신경질을 냈다.

“태국에 있을 때부터 쭉 봐왔는데, 김세민 그 친구 범상치 않은 데가 있습니다.”

“제까짓 게 그래 봤자지, 우리 요원들이 있는데 뭘 믿고 걔한테 맡겨! 안 돼!”

“저, 그럼 하나 묻겠습니다만. 우리 요원들 중에 김세민보다 려민주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

안기부장은 헛기침을 했다.

“갑자기 쓸데없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어. 아, 그거야 걔네들 만나서 무슨 일 있었는지 무슨 이야기 했는지는 우리도 다 알고 있잖아!”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김세민이 말해 준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이지요. 편지도 김세민이 말하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가 알아낼 수 있었을까요?”

“흠…… 그래서,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려민주와는 태국에서 한번, 또 여기 와서도 지난번 남북 고위급 회담 때 서울에서 만났기 때문에 여기 있는 우리 누구보다도 려민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려민주와 직접 연락할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고요. 일단 김세민이한테 솔직하게 다 이야기를 하고 도움을 청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좋아, 그렇게 진행해. 그럼 작전명은 ‘연애질’ 정도로 하면 되려나?”

“……작전명이 너무 노골적인 것 같습니다. 그냥 이 모든 일이 북에서 온 난 화분 때문에 일어난 것이니 그 이름을 따서 ‘팔보기진’이라고 하지요.”

1차장이 비교적 간단하게 상황 정리를 했다.

“좋아, 그럼 이 시간부터 작전명 ‘팔보기진’의 작전을 승인한다. 등급은 특A급이고, 예산은 무한정 써도 좋아. 단 제5땅굴의 존재는 반드시 알아내야 돼!”

“예!”

“무섭지 않아? 지난번 제3땅굴 발견 때 귀순한 북한 군관이 뭐라고 했는지, 벌써 다 잊은 건 아니지? 3차장! 한번 이야기해 봐!”

“네, 확실히 북한은 전연 지대에 군단별로 1개씩의 땅굴을 다 갖고 있다고 했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찾아내야 해. 이거는 대한민국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야. 지금 이 시간부로 안기부는 다른 잡다한 건 다 때려치우고 이 작전에만 전력투구를 하도록! 결재할 것 있으면 부서장 거치지 말고 나한테 다이렉트로 가져와! 이상이다! 빨리 튀어 나가서 뭐라도 해!”

* * *

김세민은 원 경사와 도산 공원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181호차 변종택 수경이 근처 일식집에 가서 도시락 정식을 배달해서 공원 안으로 들어가 그늘진 곳에서 소풍 온 것처럼 밥을 먹는 중이었다.

“주임님! 저는 교통백차 식당 앞에 세워 두고 밥 먹으러 다니면 뒤통수가 당겨서 못 다닙니다.”

“왜요?”

“아마 보는 사람들이 다 욕을 할 테니까요. 그래서 점심은 여기 도산공원, 저녁은 경찰서의 근처에서 배달시켜 먹습니다. 오 경사 조는 같이 밥 먹으러 다니고 하던데 전 각자 개인플레이가 좋습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은 남이 보면 우리한테 욕을 했으면 했지, 절대 칭찬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때 갑자기 무전이 나왔다.

“181! 여기 종실.”

“여기 181입니다.”

“거기 미스물 종다한지(교통 계장 있는지).”

“아, 칠팔입니다.”

“그럼 사실(사무실)에 급한 솔둘(용무)이 종다(있다), 미인집(경찰서)으로 주십일(빨리) 종셋(도착)바람.”

“아, 칠팔 칠팔, 미 스물께 유연(연락)하겠습니다.”

“사무실에 급할 게 뭐 있어? 캬! 오늘 계장님 갈 데가 많은데 첫날부터 이리 펑크 나면 안 되는데?”

“지금 들어가야 할 듯싶죠?”

“예, 그래야겠네요. 일단 우리가 서까지 모셔다드리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 볼일 다 끝나면 상황실에 가서 무전 하세요. 다시 모시러 오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시죠.”

* * *

기다린다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는데 사무실에 들어가니 윤 수사관과 또 한 사람의 수사관이 앉아서 있었다.

“저보고 오라고 하시지 어쩐 일로 직접 이렇게…….”

“아, 이 난 분재도 갖다드려야 하고 드릴 말씀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들렀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제 부사수 김강호 수사관입니다. 넘버는 107이죠. 이거는 김 주임이니까 알려 드리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비밀입니다. 우리는 부사수란 용어는 안 쓰는데 김 주임님하고 같이 지내다 보니 제가 말이 옮았나 봅니다.”

“그럼 평소에는 뭐라고 서로 간에 부릅니까?”

“그냥 사장과 전무나 상무 그런 정도? 일반 회사 직함으로 많이들 부르죠. 그리고 려민주 편지 건으로 오전에 안기부장실에서 긴급회의를 했습니다. 이 난 분재는 북에서 온 것이 맞고요, 우리 추측으로는 제5땅굴을 통해서 북에서 온 것 같습니다.”

김세민은 깜짝 놀랐다.

“제5땅굴! 그게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지난 3월 3일 양구에서 제4땅굴이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아직 발견 안 된 땅굴이 2개가 더 있다고 보는데 그중 하나를 통해서 내려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김 주임이 려민주를 만나 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5땅굴의 위치를 알아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김 주임 손에 달렸습니다.”

“근데 제가 지금 려민주한테 연락할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것을 좀 생각해 보시라는 겁니다. 려민주하고 만나는 것은 꼭 한국이 아니어도 되지 않습니까? 일본이나 중국에서 만나 가지고 자연스럽게 연애를 하면서 땅굴의 존재를 찾아내라는 안기부장님 특명입니다.”

“아니, 이보세요. 나라를 위한 일이고 뭐고 간에 나는 안기부 요원이 아니란 말입니다. 내가 그 화분 받고 나서 솔직히 얼마나 신경 쓰였는지 압니까? 근데 나보고 또 그 사지로 들어가라고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미 ‘팔보기진 작전’은 시작되었으니까요.”

“뭡니까, 그게.”

“려민주가 보낸 난 이름을 따서 지었는데, 이상합니까?”

“…….”

“그럼 괜찮으시다는 걸로 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경찰의 어느 누구도, 심지어 이문호 검사님도 알아서는 안 됩니다.”

“그건 왭니까?”

김세민은 빈정이 상할 대로 상해 퉁명스런 말투로 툭 던지듯 이야기했다.

“하하,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보안이 생명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어떻게 하면 려민주와 연락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아.”

김세민은 순간 뇌리에 뭔가 스치는 듯한 표정으로 나직한 탄성 소리를 냈다.

그러자 윤 수사관은 다급해져서 김세민 앞으로 바싹 다가앉아 물어왔다.

“뭐가 있습니까?”

“편지요.”

“예? 편지가 또 있습니까?”

“……아니, 저번에 그 편지 말입니다. 려민주가 저 난이 잘 크는지 지켜보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틀림없이 이 근처에서 저를 지켜보는 고첩이 있을 것입니다.”

“아, 그거요…… 근데 그건 그냥 하는 소리 아닐까요? 저도 읽긴 했습니다만, 별다른 의미를 두기는 조금 힘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려민주란 여자를 한번 만나 보면 쉽게 그런 말을 하진 못할 겁니다. 부드러운 것 같으면서도 단단하고, 단단한 것 같은 이면에는 또 여자 같은 면이 숨겨져 있는, 하지만 젊은 나이에 그 자리까지 오른 걸 봐도 알 수 있듯이 말 하나하나에 뼈가 담겨 있어 쉽게 흘려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려민주가 아무 의미도 없이 저 말을 썼을 것 같습니까?”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럼 앞 건물에 요원 둘을 잠복시키겠습니다.”

“아니, 그러면 아마 몸을 숨길 확률이 높을 겁니다. 차라리 제 방 창문에다 뭘 하나 써 붙이죠. 그럼 그놈이 드라구노프 스코프를 통해서 보든, 아님 망원경으로 보든 보고 연락을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뭐라고 써 붙이실 거죠?”

“그냥 ‘보고 싶다’ 이렇게만 써 붙이죠.”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써 붙여 놓고 반응을 보지요.”

김세민은 B5용지에 ‘보고 싶다’란 글을 매직으로 써서 창문에 붙이고 블라인드로 가렸다.

안에서는 안 보이고 밖에서만 보이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문 양한테도 절대 저거 떼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같이 온 김강호 수사관이 전화기를 교체하자는 제의를 했다.

“이 전화기는 도청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교체하려는 큰 이유는 혹시 려민주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녹음을 하기 위함입니다. 이 위에 있는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통화 녹음이 됩니다.”

“어차피 감청은 따로 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워낙 여우 같은 년이라 쉽지 않을 것 같아서요. 일단 할 수 있는 수는 다 써 봐야지요.”

“우리 경비 전화나 일반 전화도 같이 사용해도 됩니까?”

“그럼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참, 직원들한테 도청 얘기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윤 수사관 일행이 돌아가자 거의 저녁 시간이 다 되었다.

사무실에서 배달을 시켜 적당히 먹고 나서 원 경사 조가 음주 단속을 하는 현장을 같이 가 보기로 하였다.

저녁 10시가 되자 원 경사는 압구정 사거리에서 음주 단속을 시작하였다.

먼저 순찰차 6대를 다 모아 놓고 주의 사항을 말했다.

“오늘 주임님도 보고 계시지만 평소 우리 하던 대로 한다. 각 조가 책임지고 자기가 단속한 것은 빼 먹든지 법대로 하든지 각자의 책임이다. 단, 지켜야 할 것은 절대 강남 사람들은 형사 입건하면 안 된다. 이거는 저쪽 오 경사 조하고의 합의 사항이니까 반드시 지켜야 돼. 그리고 단속되면 반드시 전에 음주 단속이 한 번이라도 된 적이 있는지, 혹은 아는 경찰관이 있는지를 꼭 물어보고 연락처를 받아 놓도록. 그래야 아는 경찰관이 와서 해결을 해 줄 수 있으니까. 그 두 가지 룰은 꼭 지키고 네거리마다 돌아가면서 1시간씩 한다. 자! 지금부터 초소장이 신호기 잡고, 차 조심하고! 단속 시작!”

원 경사는 특유의 큰 목소리로 단속 시작을 알렸다.

가만히 보니까 각 순찰차마다 운전하는 의경이 직접 냄새를 맡고 단속이 되면 자기네 승무원인 직원한테 데리고 갔다.

원 경사도 자기 운전자인 변 수경이 단속을 하고 단속된 운전자는 원 경사한테 데려오면, 뭔가 한참을 얘기를 하였다.

그러고는 단속된 운전자를 운전자 차량의 조수석에 태우고 자신이 운전하여 경찰서로 가는가 싶었는데 얼마 후에 다시 단속 현장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직원들도 다 그런 식이었다.

오 경사는 경찰서에 데려와서 조독하는 방식인 반면에 원 경사 조는 현장 박치기를 원칙으로 하는 것 같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답이 걸작이다.

“오 경사같이 경찰서로 사람들을 부르면 첫째 경찰서가 도떼기시장같이 시끌벅적해집니다. 그럼 경찰서에서 당직하는 타부서 직원들도 다 눈치를 채게 되고 말들이 많이 나오게 됩니다. 제일 조독하기 좋은 장소는 차 안입니다. 순찰차가 아니고 단속된 사람과 둘이 앉아서 얘기하는 것이니까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오리발 내면 딱히 증인도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될 수 있는 대로 현장에서 차 안이라고 해도 돈을 잘 받지 않습니다. 일단은 충분히 얘기해서 뭐 하는 사람인지 앞으로 계속 월대라도 받아먹을 수 있는 사람인지 탐색을 해 보고 괜찮은 물건이다 싶으면 그냥 훈방해 줍니다. 제가 차를 운전해서 단속된 운전자를 태우고 가는 것은 그냥 안전하게 주차장이나 그 사람 집까지 차를 가져다줍니다. 그러면 단속된 사람은 자신이 음주하다가 단속이 되었는데 경찰관이 봐주는 것도 고마운데 집까지 차를 갖다주니까 감복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고 한 열흘쯤 있다가 회사에 들러 보면 열에 아홉은 다 봉투 하나는 주게 되어 있습니다. 귀찮게 길에서 싸우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법대로 할 거는 나중에 장소를 옮겨서 의경들만 놔두면 지들이 알아서 못된 놈 몇 놈 잡아 옵니다. 그러면 그것은 경찰서에 데리고 가서 입건하면 되고 경찰서에는 우리한테 훈방된 사람은 아예 없으니까 서로 얼굴 보고 문제 생길 것도 없고 아주 조용하고 깨끗하지요.”

김세민이 보기에는 오 경사나 원 경사 둘 다 따와이 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나름 자기들만의 도가 튼 것 같았다.

* * *

오후에 문 양이 민원실에서 편지 묶음을 한 아름 안고 왔다.

교통계는 운전자들의 적성 검사 통지 반송이나 사고 조사 출석 요구서, 횡단보도나 신호기 설치에 관한 주민 의견 수렴 등 각종 민원 우편이 많았다.

“어! 계장님한테 편지가 왔는데요?”

“응? 무슨 편지가 와?”

받아 보니 주소가 낯이 익다.

발신인 주소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369-1번지 에이스 통신으로 되어 있다.

‘여기는…… 윤 수사관 공작 거점이잖아? 왜 전화를 하지 않고 편지를 보냈지?’

김세민이 편지를 뜯어보니 안에 또 다른 편지 봉투가 있었다.

겉봉에는 [청담 경찰서 김세민 교통 계장님 앞]이란 예쁘고 조그만 여자 글씨가 쓰여 있었고, 발신인 주소는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평양시 창광거리 35호실]이라고 되어 있었다.

우표는 대동강 부벽루가 인쇄되어 있는 5원짜리 우표였으며 그저께 날짜로 ‘창광 우체국’이란 소인이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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