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164화 (164/869)

제164화

#164. 모범 음식점

구청에서 받은 모범 음식점 발급 현황을 들고 다시 압구정으로 왔다.

입구에서부터 하나하나 업소들을 살펴보았다.

“홍 형사! 지난번에 뉴욕 바 같은 그 뭐라 카더노? 무슨 바?”

“아 펍바요?”

“그래 그기다. 그거 보니 업태 위반 사항이 많더라. 그런 업소 한 군데 찾아서 단속하면 뭔가 나올 기다.”

죽 훑어가다 보니까 ‘미네르바 & 펍바’라는 창문에 간판을 붙인 가게가 눈에 들어 왔다.

2층이었는데 제법 평수가 넓어 보였다.

“자 목표는 이걸로 잡았으니까 아직은 사람들이 들어차려면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저기 뉴욕 바에 한번 가 보자. 내가 암만 생각해도 찜찜한 게 있단 말이지.”

강 형사가 혼자서 휘적휘적 걸어간다.

“에이 씨, 같이 가자는 소리는 한 번도 안 해!”

뉴욕 바에 먼저 도착한 강 형사가 아주 조심스럽게 시정된 출입문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뭐 하기는? 언 놈이 왔다 간 흔적 찾는 거지. 내가 지난번에 여기 왔다 가면서 문이 잠겼길래 내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서 여기 문짝에 끼워 놨는데 그기 바람 불어도 안 날리 가도록 머리카락을 묶어서 문고리에 달아 놨다 아이가? 근데 봐라, 없어졌다 이기라. 이 말인즉슨 언놈이 여기 다녀갔다 그 소리인데, 가족이 아직 연락이 안 된다고 했지?”

“네 뉴욕 바 주인인 명칠성도 미국 유학파라고 하더라고요. 가족은 호적에 남은 기록에는 대구 남산동이 마지막인데 대구 시경으로 공문을 보냈으니까 곧 회신이 오기는 올 겁니다. 어릴 때 미국에 가서 살다가 1년 전에 돌아와서 여기서 뉴욕 바를 차렸는데 장사는 꽤 잘되었다고 주위에서 그러더라고요. 건물주도 잘 모르더라고요. 자기는 2년 계약으로 세준 것뿐이지, 명칠성을 개인적으로는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일단 건물주가 들락거렸을 수도 있으니까 한번 만나 보자. 여기 건물 꼭대기에 산다면서?”

“네. 지금 가면 만날 수는 있을 거예요.”

둘은 건물의 7층 꼭대기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7층 전체가 다 살림집인 것 같았다.

뾰오~뾱뾱뾱뾱!

“나갑니다. 누구세요?”

“예 경찰입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경찰요? 아빠! 경찰이래요.”

문이 열리면서 앳된 얼굴의 젊은이의 모습이 보였다.

“들어오세요. 저희 아빠 지금 식사하고 계세요.”

“그래? 그럼 잠시 들어가지.”

“여기 앉아서 기다리세요.”

“그러지. 고마워!”

잠시 후에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나타났다.

“아이구, 이거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경찰이시라고요? 근데 무슨 일로?”

“네. 밑에 뉴욕 바 건물 주인 되시죠?”

“네 그렇습니다만…….”

“뉴욕 바가 지금 문을 닫았는데 주인인 명칠성이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글쎄요…… 저하고는 자주 왕래가 없는 편이라서 잘 모르겠는데요? 그 친구가 미국에서 살다 와서 한 번씩 미국 갈 때는 저렇게 문을 닫기 때문에 저도 이번에도 미국 갔나?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사장님은 뉴욕 바가 문을 닫고 나서는 한 번도 내려가 보지 않았습니까?”

“제가요?”

“사장님도 열쇠가 있을 거 아닙니까?”

“열쇠야 있지만 아무리 제가 건물주라도 업소 주인이 없는데 어찌 제 마음대로 함부로 들어가겠습니까? 월세가 밀린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럼 지금 저희들하고 같이 한번 내려가 보십시다. 뭐 좀 확인할 것이 있어서 그럽니다. 저기 뉴욕 바에 왔다가 죽은 여대생 얘기는 들으셨지요?”

“아 네. 방송에서 봤습니다. 안 그래도 너무 황당해서 이 사람이 놀라서 도망이라도 갔나 싶어서 내심 걱정을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저도 궁금했는데 잘되었습니다. 경찰관이 입회한다면 저도 한번 들어가 보고 싶네요.”

건물주가 가진 열쇠를 잠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만! 가만있어 봐! 지금 냄새 한번 잘 기억해 놨다가 저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들어오게 한 다음에 냄새를 맡아 봐! 그래서 차이점이 뭔지 각자 말해 보자.”

강 형사가 난데없이 냄새 얘기를 했다.

그러고 보니 일주일째 문을 닫고 있었던 실내치고는 공기가 그리 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 이번에는 창문을 열어 봐! 다 열지 말고 한쪽만 열어!”

강 형사가 홍 형사에게 그렇게 지시를 했다.

홍 형사가 창문으로 다가가서 문을 한쪽만 열었다.

바깥의 찬 공기가 이내 홀 안으로 들어왔는데 아까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난 잘 모르겠는데요?”

건물 주인 강 씨가 그렇게 말했다.

“차이가 없다는 것은 누군가 계속 이 홀에 들어왔다는 뜻이죠. 문짝이 부서진 흔적도 없는 걸로 봐서는 키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 그럼 여기 업주 명칠성이 살아 있다는 확실한 증거이죠.”

“살아 있다니요? 그럼 누가 죽이기라도 했습니까?”

놀란 건물주가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일단은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우리 강 사장님께서 해 주실 일이 있습니다. 여기 건물에 사시니까 명칠성이 밤에 늦게라도 몰래 들어오면 즉시 우리한테 연락을 해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수가 있습니다. 지금 억울하게 죽은 여학생의 유족들하고 합의도 안 된 상태에서 판사가 오렌지족 그놈을 풀어 주었어요. 그러니 유족들 입장은 속이 뒤집어지는 거죠. 그 모든 열쇠를 여기 명칠성이가 쥐고 있습니다.”

“아 그런 줄은 제가 미처 몰랐네요. 알았습니다. 제가 매일 조용히 살펴보고 명 사장이 보이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강 형사는 명함을 주고 내부를 한 번 더 살펴보니 흔적이 또 있었다.

환풍기가 틀어져 있었다.

바깥쪽 창문 위쪽에 붙은 거라서 밖에서도 보이는 위치였다.

“홍 형사! 저 환풍기 끄고 나가자. 만약에 우리가 밖을 지나가다가 환풍기가 켜져 있으면 명칠성이 안에 있다는 소리이지.”

“저도 앞으로 세심하게 살펴보고 다니겠습니다.”

건물주인 강 사장이 적극 협조를 하겠다고 약속을 하길래 둘은 일단 뉴욕 바를 나왔다.

“가자! 밥이나 먹고 미네르바 두드리러 가자!”

“뭘 두드려요?”

“야가, 진짜 촌놈은 정말 서울 촌놈이네! 도랑가에 괴기 잡을 때 우째 잡는지 니 모리제?”

“난 지금 사수님 말씀하시는 것도 머릿속에 들어갔다가 다시 해석이 되어 나오는 데도 한참 시간이 걸린단 말이에요. 그 표준말 좀 쓰시면 안 돼요?”

“표준말은 무신 표준말? 니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은 표준말이 아니고 서울 촌놈들이 쓰는 서울 사투리고, 경기 북부나 강원도에서 쓰는 말이 표준말이라고 카더라. 잘 알도 못하면서 에라이 서울 촌놈아! 킥킥!”

“아까 하다 만 고기 잡는 얘기, 마저 해 보세요?”

“음. 그래 그기 말이다. 도랑가에서 괴기는 전부 돌무더기 속에 숨어 있거든? 그거 잡을라 카문 우째야 되겠노? 미리 그물을 옆에 쫙 펼쳐 놓고 그다음에는 돌을 두드리고 다니는 기라. 그라무 괴기가 놀라서 돌 밑에서 튀어나오다가 그물에 걸리는 거지.”

“아 그러니까 지금도 고기 잡듯이 모범 업소를 두드리자, 그런 말씀이시죠?”

“인자 제법 헤또가 돌아가네.”

강 형사가 앞장서서 밥집이라고 들어간 곳은 지난번에 부검 끝나고 먹었던 보신탕집이었다.

“또 여기를 가요?”

“야! 니는 음식 앞에 놔두고 그런 복 나가는 소리 하지 마라. 보신탕 이기 얼마나 사람한테 좋은데? 특히 외근하는 형사들은 돼지 삼겹보다는 이기를 먹어 줘야 힘을 쓴다 아이가? 씰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서 들어온나.”

“아줌마! 여기 수백 2인분!”

“아이구 또 오셨네요! 거기 을지문덕 형사님이시죠?”

‘이 아줌마가 남의 성을 똑 빼먹고 말을 꺼내네?’

하는 괘씸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사람을 기억해 준다는 자세가 기특해서 그냥 넘어가기로 강 형사는 마음먹었다.

“예 맞심다. 고기 맛있는 거로 좀 주소!”

“네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잠시 후에 나온 상차림은 일반 수백 상차림이 아니었다.

이동식 가스 테이블 위에 놓인 찜통 위에는 잘 삶겨진 갈빗살이 통째로 올려져 있었으며, 뼈와 살을 고아서 우려낸 진국도 별도 한 사발이 나왔으며 갈비 수육 외에도 별도로 전골이 보글보글 끓는 채로 가스 테이블 위에 놓여져 나왔다.

양념장에도 들깻가루가 수북이 놓여 있고 개소주까지 따로 한 잔씩 나왔다.

“아니 아줌마! 이거 잘못 가져온 것 아니요? 우린 이거 시킨 게 아닌데?”

강 형사가 놀라서 말하자 주인아줌마가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번에 여기서 만나 뵀던 그분, 저기서 호텔하시는 분요. 그분이 앞으로 을지문덕 형사님 오시면 최고로 대접해 드리라고 하시면서 뭐든 잡숫고 사장님 앞으로 달아 놓으면 와서 계산해 주신다고 그렇게 말씀하시고 가셨어요.”

“엥? 그라시아 박 사장이 그랬다고요?”

“네.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잡숫고 가실 때 사인이나 크게 해 주고 가세요?”

“으왓하하! 낄낄! 드디어 이 강문덕이가 서울에서도 외상집이 하나 생겼구나. 캬! 좋다. 좋아. 다 우리 부사수 덕이다. 난 외상 달아 놓고 먹을 때가 제일 좋더라. 아직 내가 세상에 쓸모가 있다는 존재감? 뭐 그런 것 말이다. 자 산수갑산을 가더라도 음식 앞에 두고 고민하는 것 아니다. 먹자!”

그러더니 먼저 갈빗살을 맛있게 뜯어 먹고서는 감탄했다.

“캬! 바로 이 맛이지. 이 보신탕은 말이야, 전국 어디를 가도 맛이 다 비슷해. 그래서 좋은 음식인 거지. 어이 부사수! 빨리 안 먹고 뭐 해?”

홍 형사는 강 형사의 넉살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 먹고나 보자.’ 하는 심정이었는데 갈비는 정말 맛이 있었다.

밥을 먹고 어두워지자 미네르바 펍바를 찾아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응? 아니 여기는 아저씨들이 들어오는 곳이 아닌데? 누굴 찾아오셨습니까?”

카운터 맨이 물어보았다.

이곳도 뉴욕 바나 구조가 똑같았다.

이렇게 미국 스타일로 실내 장식을 해야 젊은 손님들이 찾아오는 모양이었다.

“여기 사장이 누구요?”

“예. 접니다.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요?”

“아, 우리 청담서에서 나왔습니다.”

홍 형사가 지갑을 꺼내 경찰 신분증을 보여 주었다.

대번에 얼굴색이 변한 주인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경찰에서 어쩐 일로?”

“저기 허가증 한번 봅시다.”

“아니 경찰에서 허가증은 왜요?”

“이 자석이 좋은 말로 하니까 말이 자꾸 길어지네. 야 인마! 너 한 대 맞고 고분고분 할래? 아님 시키는 대로 착착 할래? 너 이 자석 이거 전부 업태 위반인 거는 알고 있제? 저기 보이 대중음식점에다 모범 업소라고 들어오는 입구에 팻말이 붙어 있던데 노래하고 춤추고 접대부가 돌아다니는데 이기 모범 업소라고?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X발 놈아 빨리 허가증 안 가져와?”

갑자기 태도가 달라진 강 형사의 위세에 놀라서 업주 알렉스 문은 허가증을 떼 내어 강 형사 앞으로 가지고 왔다.

액자 속에 있는 허가증을 꺼내어 따로 챙긴 강 형사가 업주에게 말을 했다.

“저기 룸이 있네. 저리로 가서 이바구나 좀 해 보자. 따라와.”

간이 룸에서 알렉스 문과 마주한 강 형사가 먼저 물었다.

“자 길게 얘기 안 한다.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이 장사는 분명 업태 위반이다. 이런 장사를 하려면 최소한 단란주점이나 유흥 주점 정도의 허가는 있어야 한다고, 그래도 몇 억은 들여서 이런 장사를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할 생각은 안 했을 테고 처음부터 허가 내던 과정을 상세히 우리한테 설명을 해 봐.”

“처음에 잘 모르니까 구청에 갔죠. 식품 위생과라고 하던가 물어서 올라갔더니 대중음식점은 허가가 아니고 신고만 하면 되니까 요식 조합을 통해서 하면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요식 조합에 갔어?”

“네 갔죠. 가니까 별거 아닌 것처럼 하더니 일단 보건소에 가서 보건증을 만들어 오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조합에서 실시하는 위생 교육 이런 거 받고, 그러고 나니 나중에 시설하고 나면 자기네들이 한번 둘러본다고 아무 걱정하지 말고 인테리어 하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공사하고 나니까 하나씩 시비를 걸고 들어왔어?”

“딱히 시비랄 것도 없고 내부 인테리어를 다 했다고 하니까 소방서 직원하고 같이 나왔더라고요. 그 사람이 노골적으로 그러더라고요. 이거 법대로 따지면 소방도 그렇고 당신 공사 다시 해야 한다. 그러니 등록 면허세까지 우리가 다 대행해 줄 테니 오백만 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럼 내일부터 당장 장사해도 된다고요.”

“그 돈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안 해 봤어?”

“하기는 했죠. 그래도 어디 가든 허가를 관에서 내면 급행료 정도는 다 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줬죠. 근데 모범 음식점 얘길 하는 거예요. 그걸 해야 손님들이 안심하고 들어온다. 대출도 이자 없이 천만 원까지 나오고 세무 조사나 위생 검사도 2년 동안은 면제다. 돈으로 따지면 수억에 해당하는 이익을 볼 수 있다. 뭐 이러더라고요. 그러면서 급행료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 업소는 평수가 크니 천오백만 원은 내야겠다고 그래서 이왕 하는 김에 싶어서 오백에 천만 원을 더해서 천오백을 줬죠. 근데 이게 다 업태 위반이라니 그럼 전 어떻게 됩니까?”

“좋아, 방금 당신이 우리한테 한 그 얘기 그대로 진술서를 받자. 그러면 우리가 눈감아 주지. 그 대신 당신은 건네준 돈이 합법적인 세금인 줄 알았지 뇌물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을 해! 그럼 당신이 준 돈도 돌려받을 수가 있다고. 그리고 지금 이 업태 위반도 다시 세금 더 내고 단란주점 정도 허가 내면 돼. 돈도 얼마 더 안 내도 돼. 모범 음식점 표식은 어쨌든 구청에서 합법적인 절차로 내준 것이니까 자기네들이 함부로 취소는 못 할 거야. 그럼 자기네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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