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165화 (165/869)

제165화

#165. 콩지름 통

“일단 전광석화처럼 군사 작전하듯이 하자. 오늘 저녁에 요식 조합 압수 수색 영장 당직 검사한테 받아서 내일 요식 조합 직원들 출근하면 바로 들이치자. 그리고 지금 저 알렉스 문인가 하는 놈이 연락을 해 줄 수도 있으니까 오늘 밤에 너하고 나하고 둘이서 요식 조합 앞에서 지키자. 차 안에서 교대로 자면서 있어야 혹시 저놈들이 서류 빼돌리거나 하면 바로 잡으면 끝이거든?”

“아니 근데 정말 대단해요.”

“뭐가 대단한데?”

“평소에는 어리벙벙한 것처럼 행동하시는데 일단 사건이 걸리면 어떻게 그렇게 머리가 순발력 있게 잘 돌아가세요? 정말 감탄했어요!”

“내가? 전에도 내 한번 말했잖아! 난 순사 안 들어왔으면 건달로 종칠 인생이었다고. 그래서 사건을 대하면 항상 범죄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는 게 버릇이 되어 버렸어. 와 전에 그 경찰 대학 교수인가 하는 정 주임 그 여자 프로파일러 말이다. 그 정 주임도 그랬잖아? 범인의 입장에서 언제나 생각해야 된다고 말이다. 참, 말 나온 김에 이번 사건 끝나고 김 주임하고 정 주임 다시 한번 초빙해서 뉴욕 바 사건 해결책 한번 조언을 구해 보자. 내 헤또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

“네 연락해 볼게요.”

서에 와서는 바로 요식 조합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신청하고 강 형사는 홍 형사를 데리고 역삼동에 있는 요식 조합 건물 앞에서 차를 세우고 잠복에 들어갔다.

잠복에 들어가기 전 건물에 들어 있는 사무실과 사람들을 일일이 다 파악했다.

지금 조합 사무실에는 두 명이 남아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팩스로 신청한 압수 수색 영장은 검찰청 당직에 있는 누구라도 보는 순간 돈 욕심이 나서 변호사한테 연락을 해 줄 것이고, 다시 변호사 측에서 여기 조합으로 증거물을 치우라는 연락을 하게 될 것이었다.

그건 공식이었다.”

“홍 형사! 니 먼저 좀 자거라. 내가 전반 보초 설 테니 아무래도 지금쯤 절마들한테 연락이 갔을 낀데.”

강 형사가 그 말을 마치자마자 밖에서 보니 조합 사무실의 불이 꺼졌다.

“야! 홍 형사! 나온다! 절마들 나온다! 어! 저거 봐라! 두 놈이 양쪽에 가방을 들었네? 가자! 덮쳐야 된다.”

강 형사는 처음에는 설렁설렁 걸어가더니 건물 옆 공터에 세워 둔 차량의 트렁크를 열고 가방을 실으려고 하는 직원의 뒷덜미를 잡았다.

“햐! 요고 요고, 인자 한 마리 잡았네. 괴기는 뚜디리야 잡힌다 카이! 내 말 맞제?”

홍 형사는 나머지 한 놈이 가방을 가지고 내려오다가 홍 형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가방을 놔두고 냅다 달아나기 시작했다.

홍 형사가 쫓아가려고 하자 강 형사가 이렇게 말했다.

“놔둬라! 우리는 가방만 있으문 된다. 그라고 여기 한 마리 잡았잖아? 지까짓 게 도망가 봤자지. 안 글나? 이누마야!”

강 형사에게 목덜미를 잡혀 안절부절못하는 직원의 얼굴에다 대고 싱긋이 웃어 주었다.

경찰서로 연행해 와서 가방 안을 열어 보니 전부 통장이 오백여 개나 되었다.

“자 니도 가족이 있고 앞으로도 먹고살아야 할 거 아이가? 니 혼자 독박 쓸 수야 없지 안 글나? 저 통장 주인이 장만수라고 한마디만 하면 니는 오늘 니 발로 걸어 나가서 두 발 뻗고 잘 수가 있다. 그기 또 사실 아이가? 장만수를 위해 빵에 갈 건지 아니문 사실대로 씨불일 건지는 니가 알아서 해라. 그리고 보너스로 너거한테 연락해 준 놈이 변호사가? 아니문 검찰에 있는 놈이가? 하! 그런 쥐새끼들을 한번 제대로 소탕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럼 사실대로 말하면 저는 봐주시는 겁니까?”

“그라무 그렇다 카이! 아니 할 말로 니는 그저 장만수 글마가 시키는 대로 한 죄밖에는 더 있나? 장만수 그노마 인제 빵에 가고 나면 새로 조합장 올 끼고 내가 새 조합장한테 니는 짜리지 마라고 단단히 말해 주께! 그라이까, 서로 밤도 늦었는데 애 멕이지 말고 졸졸 불어라 카이.”

강 형사의 넉살에 당할 피의자는 아무도 없었다.

연행해 와서 1시간도 안 되어서 술술 다 불었다.

모든 돈은 장만수가 개설한 비밀 계좌로 입금되고 있었다.

대신 자기들은 한 달에 월급 외에 장만수로부터 밥값 조로 100만 원씩을 더 받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조합의 상무이자 장만수의 처남인 배 상무가 다 처리를 한다고 하였다.

아까 홍 형사가 쫓다가 놓친 그놈이었다.

“그라무설라네~ 디텍티브 홍! 구의원도 공무원 범죄에 준해서 검찰 특수부에 보고해야겠제? 지난번에 보건소장처럼 말이다.”

“당연하죠. 세금으로 월급 받는 놈들은 전부 다 특수부에 보고하게 되어 있어요.”

“야! 근데 내 이 부산 촌놈이 서울 와서 하나 느낀 건데 말이다. 서울 놈들은 돈 먹는데 겁이 없다 아이가! 지 눈까리 앞에 보이문 이기 독약인지 소화제인지 살펴볼 생각도 안 하고 막 주워 처먹는 기라. 그라이까 이거 봐라. 도대체 한 달 새 사건을 몇 개나 했노? 부산 같으문 일 년 내내 해도 못 할 사건을 한 달에 후딱 해치우고 마네.”

“이거 체포 영장 보내실 거죠?”

“암 보내야지. 내일 홍 형사 니 앞세우고 그 잘난 구의회 의장 은팔찌 채우러 가 보자. 진짜 재밌겠다. 막 흥분이 된다 아이가? 킥킥! 아 참! 내 큰일 날 뻔했다. 일 X나게 하고 욕 직싸게 들어 먹을 뻔했다.”

“뭐가 말입니까?”

홍 형사가 물어보자 강 형사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이기 말이다. 벌써 전국에서 최초로 기초 의회 의장이 체포되는 사건인데 신문에 대서특필 될 거 아이가? 미리 서장님하고 과장님한테 보고를 해 놔야 그분들이 욕을 안 들어먹지, 내일 새벽되면 아마 서장님 관사 전화는 불이 날 거다. 이거 한밤중에 서장님한테 보고할 수도 없고 우째야 되노?”

“아, 그거 상황실에 물어보면 됩니다. 전에 한번 들었는데 밤에도 서장님한테 보고할 긴급 사항이 있으면 서장님 관사에 팩스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상황실에서 제가 보고서 팩스 넣고 오겠습니다.”

“됐네. 역시 서울은 그런 체계는 잘 잡혀 있네.”

“부산은 어찌하는데요?”

“부산? 글마들은 글자 그대로 무식하다 아이가? 한밤중이라도 바로 서장한테 전화질한다 아이가?”

“아니 일개 형사가 서장한테 바로 전화를 한다고요?”

“그라머 우짤 긴데? 서장님인교? 지는 형사계 강 형산데예, 지금 황령산에 살인 사건이 났부랬심더. 퍼뜩 나와 보셔야 되겠심더! 이리 공갈을 친다 아이가?”

“퍼뜩 상황실에 올라가서 팩스 넣고 오겠심더!”

홍 형사도 강 형사의 말투를 흉내 내어 말하고 뛰어 올라갔다.

다음 날 아침 서울 시경 청장실.

아침 참모 회의가 시작되었다.

“청장님! 잘 주무셨습니까?”

“청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참모들이 일제히 들어오면서 부동자세로 경례를 하고는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청장이 전화를 받으면서 기분이 좋은지 연신 ‘껄껄껄!’하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그래 청담서장! 이번에 아주 잘했어! 내가 서울에 경찰서가 서른 개가 되어도 역시 믿을 만한 사람은 청담서장 당신뿐이야. 그 이번에 사건한 형사들 말이야, 공적 조서 올리라고 그래. 내가 지방청장 표창이라도 하나씩 내려 보내 줄 테니까 당신이 내 대신 격려라도 좀 해 주라고, 아니 가만있어 봐. 그러지 말고 내가 오늘 중으로 인사 계장 시켜서 직접 표창장 갖다주라고 할 테니, 그래 서장실에서 과장들 모아 놓고 간단하게 표창장 수여식이라도 하라고. 그래야 직원들 사기도 올리고 말이야. 그 뭐야, 옛날에도 임금이 어명을 내리면 도승지가 직접 가서 어명을 전하잖아? 그게 좋겠어. 하모! 하모! 계속 수고하고!”

통화를 마친 청장이 참모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침에 청담서장한테 지휘 보고를 받았는데 말이야. 구의회 의장을 입건했다고 하는군. 새끼가 요식 조합장을 하면서 수십억을 받아 처먹었다고 하는군. 이게 어디 청담서만 그러겠어? 다른 데도 다 마찬가지일 텐데 우리 시경 기동 수사대나 각 경찰서 형사과에서는 왜 그런 사건 하나 제대로 못 하나? 전부 평소에 다 얻어먹은 게 있으니까 적당히 묻어가려고 하는 거지. 안 그래? 수사과장? 당신 뭐 할 말 있으면 해 봐? 청담구청만 부패해서 그런 거야? 다른 데는 다 청렴해?”

“아닙니다. 이번에 청담서가 아주 좋은 사건을 했습니다. 안 그래도 이번에 각 구청에 요식업 조합의 비리와 보건소 비리도 같이 수사하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수사과장이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봐서 미리 하지도 않은 지시를 했다고 보고를 했다.

그거야 내려가서 긴급 전통문을 때리면 될 것이었다.

청장이 굵은 매직펜을 꺼내 들었다.

청장은 결재를 오는 계장들한테 자신의 의견을 설명할 때는 매직펜으로 탁자 위 유리판에다 대고 글을 써서 설명하는 걸 좋아했다.

그러고는 다음으로 넘어갈 때는 침을 뱉어 휴지에 담아서 유리판을 닦고 다시 쓰고는 했는데 유리판을 닦은 침이 묻은 휴지는 옆에 앉은 계장들이 손에 받아서 부속실로 나오면서 양정미한테 건네주어야 했다.

혹시나 했는데 오늘도 청장이 매직펜을 꺼내 들었으니 옆에 앉은 경무과장의 얼굴이 대번 벌레 씹은 표정이 되었다.

“내가 말이야. 초등학교 다닐 때 집이 가난해서 우리 모친이 집에서 콩지름을 길러서 시장에 내다 팔았는데, 이기 말이야 콩지름을 리어카에 6통을 싣고 내가 앞에서 끌고 모친이 뒤에서 밀고 시장까지 걸어가야 하는 기라. 근데 말이야. 콩지름통 한번 봤어? 경비과장 당신 한 번이라도 제대로 봤어?”

“네. 시장에 가면 자주 봅니다.”

경비과장이 무슨 소리가 떨어질지 몰라서 두 손을 양 무릎 위에 올리고 허리를 세우고 대답을 했다.

“그 빽빽한 콩지름통 안에서 자세히 보면 말이야. 누버서 커는 놈이 있다고! 다른 놈은 다들 키를 꼿꼿이 해서 자라고 있는데 옆으로 누버서 편안하게 커는 놈들이 있다고! 자 여기 한번 봐봐! 서울 시내 경찰서가 서른 개가 된다고.”

그러면서 청장은 유리판 위에다 경찰서 위치를 매직으로 대충 그리고 있었다.

“내가 시장한테 그리 쫑코를 먹고 판공비가 없어 우리 참모 회의 하면서도 차 한잔 못 마셨잖아? 그게 일선에 다 소문이 났을 거라고. 여기 아침에 참모 회의 끝나면 오늘 무슨 얘기가 있었는지 좀 가르쳐 달라고 우리 부속실 전화가 불이 난다고. 그리도 청장 참모 회의에 관심이 많은 서장들이 이번 일에는 다들 콩지름통 속에 다 숨어 버린 거야. 지 놈들도 누버서 커겠다는 거지.”

유리판 위에 직접 콩나물 통을 그려 가면서 입에 침을 튀기며 열을 내었다.

“근데 청담서만 내 의중을 알아차리고 가려운 데를 긁어 주었다 이거지. 얼매나 기특하냐고? 이게 전부다 내 혼자 좋자고 하는 짓인 줄 알아? 앞으로 다 당신들 위해서 하는 일이야. 한 번씩 이렇게 조장 행정 기관들 손 좀 봐 줘야 당신들도 곧 일선에 서장으로 나갈 거 아니야? 이제 나가면 당신들은 관내에서 제일 실세 기관장으로 대우를 받는다고. 그러니 청담서 사건 하는데 전화해서 잘 봐주라니 뭐니 이딴 소리 좀 하지 말라고.”

그러더니 ‘카악! 퉷퉷!’ 하면서 휴지를 서너 장 뽑아 가래침을 뱉어 내고는 그걸로 유리판 위에 그려 놓은 각 경찰서 위치를 닦아 내기 시작했다.

옆에 앉은 경무과장은 몸을 움츠리며 기겁을 하는 표정이었다.

수사과장이 얼른 경비과장의 어깨를 밀었다.

빨리 대신 휴지를 받으라는 뜻이었다.

경비과장이 두 손을 내밀어 공손하게 휴지를 받았다.

검찰에서 구의회 의장의 체포 영장을 손에 쥔 강 형사가 어깨를 당당히 펴고 호기롭게 구의회 사무국을 찾았다.

“아이구! 평소 존경하는 우리 사무국장님! 노고에 얼매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나는 청담 형사계 강가라고 하고, 여기는 홍입니다.”

놀란 사무국장이 튀어나와 허리를 굽혔다.

“형사님들, 여기는 무슨 일로?”

“아, 무슨 일은 무슨 일? 형사가 사람 잡으러 다니는 게 일인데 여기도 잡아갈 놈이 한 놈 있으니까 데리러 왔제! 자 그 뭐시기 의회의장인지 사기꾼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어디 있소? 퍼뜩 나오라 카소!”

“죄송합니다. 지금 의장님은 연락이 안 됩니다. 아침에 집에서 나가셨다고 하는데 저희도 지금 찾고 있습니다.”

“햐! 요 쥐새끼 같은 놈. 그새 잠수 타 버렸네. 그라머 여기 청담에서 그리 청렴하다고 큰소리치던 식품 계장 좀 오라고 해 주쇼!”

“식품 위생 계장도 아직 출근을 안 했습니다.”

“하! 이것들이 단체로 잠수를 탔다 이거지? 홍 형사! 일단 식품 위생계 가서 직원들 계좌 추적 동의서나 좀 받자.”

“계좌 추적 동의서요?”

“그래, 이 새끼들이 다 가명으로 따와이 한 거 받아서 통장에 넣을 건데 그걸 찾아내려면 동의서를 받아야지, 자식새끼나 마누라한테 입출금한 거 추적할 수가 있다고.”

“동의서 못 내겠다고 하면요?”

“그라면 그놈이 범인인 거지. 그놈 수사 보고서 붙여서 압수 수색 영장 청구하면 100% 영장 나온다. 저녁에 집에 가서 가족들 다 보는 데서 압수 수색하면 그때는 다 두 손 들고 항복한다. 공무원들이 법대로 하면 센 것 같아도 아직 양아치나 건달 급은 아니거든? 조금만 쪼면 금세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하게 되어 있어. 걱정할 거 하나도 없다.”

“아니 근데, 어떻게 그런 걸 다 아세요?”

“이런 X발, 내가 그럼 니보다 형사 짬밥이 얼만데 니처럼 어버버버 할까? 니는 내 같은 사수 밑에서 형사 짬밥 키우는 거 정말 하늘에 감사해야 할 날이 올 거다.”

의회 사무국을 나와서 구청 본관에 있는 식품 위생계로 들어가니 자리가 다 텅텅 비어 있었다.

아가씨 혼자만 앉아 있다가 어떻게 왔느냐고 물어 왔다.

“아가씨! 우리는 청담서 형사들인데 다들 어디 갔어요? 오늘은 왜 이리 사람이 없어?”

“그게, 오늘 아무도 출근을 안 하셨어요.”

“엥? 출근을 안 했다고? 그럼 단체로 잠수 탄 거여?”

“아가씨! 여기 책상 열쇠 다 있지? 한번 열어 봐요.”

아가씨가 직원들 책상을 열어 주자 홍 형사가 일일이 확인해 보니 명절에 받은 백화점 상품권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고급 양주까지 없는 게 없었다.

그리고 돈다발이 들어 있는 봉투까지도 계장의 책상 서랍 안에 있었다.

밤에 급하게 연락받고 잠수 타다 보니 책상 서랍 안에 든 봉투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리라.

“홍 형사! 다른 거는 다 치우고 모범 음식점 허가 서류만 챙겨 가자. 영장이 없으니까 아가씨한테 임의 제출 형식으로 확인서 하나 받고.”

“넵! 구청 이 자식들 이제는 우리 보는 눈이 달라지겠는데요?”

그러고 보니 저 멀리서 다들 이쪽을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도 나서서 말리는 사람도 없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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