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166화 (166/869)

제166화

#166. 표창장

청담 서장실에서 표창장 수여식이 열렸다.

대상은 강문덕 경사와 홍진억 경장이었으며 경찰서 경감 이상 간부들이 다 참석을 했다.

시경에서 직접 표창장을 가지고 온 인사 계장이 내용을 읽었다.

“표창장! 청담경찰서 형사과 경사 강문덕. 귀하는 평소 품행이 단정하고 투철한 사명감으로 경찰 업무에 매진하여 왔으며 특히 이번 행정 기관의 구조적 비리 척결에 기여한 공이 크므로 이에 상장을 수여합니다. X 년 X 월 X 일 서울 지방 경찰청장 치안정감 최일룡 다음은 청담 경찰서 형사과 경장 홍진억, 내용은 같습니다.”

“와아! 짝! 짝! 짝!”

인사 계장이 두 사람에게 직접 상장을 수여하면서 청장의 이름이 새겨진 손목시계를 부상으로 한 개씩 줬다.

“이번에 청장님이 처음 준비한 표창 부상인데 두 사람이 첫 번째 수여자가 되었습니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야! 그거 청장님 1호 시계네! 귀한 거다.”

과장들도 다들 자기 일같이 기뻐해 줬다.

“이번에 청담서가 시경 전체의 위상을 세웠다고 청장님의 칭찬이 대단하셨습니다. 청담서가 서울 시경 아니 대한민국 일번지 경찰서로서의 자부심을 충분히 가져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와아! 짝! 짝! 짝!”

시상식이 끝나고 나가면서 다들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야 이거 완전히 무슨 어명 받는 것 같네! 근데 니네들, 왜 어명을 받으면서 무릎은 안 꿇냐? 낄낄낄!”

오랜만에 경찰서 전체가 화기애애해졌다.

서장실에서 내려 와서 백두산 주임한테 표창장을 보여 주니 백 주임이 이렇게 말을 했다.

“근데 이거 표창장 순 엉터리다. 난 강 형사가 평소 품행이 단정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청장님은 뭘 보고 품행 단정하다고 하시지? 맨날 달아 놔라 하는데 말이야.”

“아, 기거는 말입니다. 옛날부터 다 해 오던 소립니더. 우리 삼촌이 자유당 때 경찰 하셨는데 집에 놀러 가서 보이까 그때 받은 표창장에도 지금하고 똑같습디다. 내가 놀랬심니다. 품행이 단정하고 어쩌고저쩌고…… 기여한 공이 크므로 이에 수여함.”

“클클클! 그럼 지금 이 인사계 담당자도 옛날 자유당 때부터 내려오던 거 그대로 쓰고 있는 거네? 기가 찬다.”

백두산 주임이 변하지 않는 경찰 행정에 대해 혀를 끌끌 찼다.

“주임장요! 기거 인사계 욕할 거 하나도 없심다. 우리도 마찬가지인 기라예. 우리도 맨날 그칸다 아입니꺼? 원한, 치정에 의한 살인 아니면 금전 관계나 우발적인 살인 맨날 수사 간부들이 교과서적으로 읊어대는 소리 아입니꺼? 근데 이번에 경찰대 프로파일러라는 그 여자 경위 말입니다. 와! 역삼 변사 사건이 왜 자살인지 조목조목 설명을 하는데 전 완전 놀래 자빠질 뻔했심다. 우리 수사 간부들 중에 그런 말 하는 사람 아무도 못 봤거든요? 이제 우리도 새로운 세대가 오고 있다는 그 말입니더. 장강의 앞 물이 뒷물에 밀려간다면서요? 우리도 이제 곧 밀려갈 겁니다.”

“에이, 그래도 사건 수사는 안 그래. 해 오던 방식이 있고 사람 간의 다툼이고 사건인데 변해 봤자지. 그건 그렇고 오늘 김 주임하고 그 프로파일러란 정 주임 온다고 했지? 나도 한번 가 볼까?”

“그랍시다. 가서 이바구 한번 들어 보면 배울 기 많다 카이까네요.”

저녁에 대본 해물탕집에서 다 함께 만났다.

학교에서는 김세민과 정애란 주임이 참석을 했고 청담서는 백두산 주임을 비롯해서 김세민의 부사수들이 전부 다 모였다.

화제는 자연히 강 형사와 홍 형사의 표창 건이었다.

“그래도 진짜 대단하다. 공무원 비리 범죄는 정말로 잡기 어려운데 역시 우리 강 형사가 베테랑이니까 제 놈들이 재수가 없었던 거지.”

김세민이 강 형사의 활약을 칭찬했다.

“아이고 제가 잘나서가 아닙니다. 여기 우리 홍 부사수가 어찌나 민첩하고 재치가 뛰어난지 다 지가 부사수 복이 있어서 그런 것 같심다.”

“아니 사실대로 말 안 하고 왜 안 하던 겸손 자세로 들어갑니까? 맨날 나보고 같이 다니는 게 쪽 팔리니 어쩌고 하시는 분이?”

“그기는 다 니 잘되라고 하는 소리고 어쨌든 홍 형사 니는 내가 만난 부사수 중에는 최고다. 그것만 알문 된다 아이가.”

“와하하! 낄낄!”

다들 한자리에 모이니 즐거웠다.

“근데 오늘 우리 프로파일러까지 초대할 때는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김세민이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말을 꺼냈다.

“사실은 그기 제 돌빡으로는 생각이 정리가 되지를 않아서 한번 모시고 코치를 받아야 되겠다 싶어서 이리 오시라고 한 겁니다. 그기 우짠 일이고 하면은…… 일이 그렇게 된 겁니다.”

강 형사는 그동안 압구정 변사 사건의 전말을 다 털어놓았다.

“그리고 처음에는 합의가 되었다고 해서 우리도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이 자식들이 법원에 오천만 원 공탁을 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저 구속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 그런 짓을 했더라고요. 그 변호사란 자식이 아주 뻔뻔해요. 당연히 유족들은 공탁금 수령 거부를 했고요.”

홍 형사가 부연 설명을 했다.

“아니 BK 그룹은 우리나라 30대 재벌에 들어가는데 사람이 죽었는데 고작 돈 오천에 퉁 친다고요?”

김세민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을 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유족들이 경찰서에 와서 울고불고 하는데 이게 우리가 수사를 잘못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김 주임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오시라고 한 것입니다.”

홍 형사가 자신의 생각을 마저 이야기했다.

한참을 얘기를 다 듣고도 생각에 잠겨 있던 정애란 주임이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입을 열었다.

“그건 강 형사님 생각이 맞는 것 같네요. 뉴욕 바 주인은 살아 있는 것이 틀림이 없는 것 같네요. 근데 나타날 수 없는 사정이 분명 있겠죠?”

“그 사정이 뭡니까?”

홍 형사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음~ 일단은 두 가지로 생각을 해 볼 수가 있어요. 우선은 협박이나 회유를 받았겠죠. 그리고 그 업소를 정리하고 다시 다른 곳에 가서 새 출발할 수 있는 충분한 돈을 받았다든지…… 그러나 그런 가능성은 배제하고 싶네요. 어쨌든 그 명칠성이란 업소 주인은 살아 있으면 두고두고 화근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에요. 오정환이 입장에서는 당연히 제거하고 싶겠죠. 실제 그럴 능력이 있으니까요.”

“그럼 두 번째는 뭡니까?”

김세민이 이번에는 물어보았다.

“죽었다가 운 좋게 살아나온 것.”

“네에~! 죽었다가 살았다고요?”

“그것 말고는 설명이 안 돼요. 오정환 측에서 사람을 시켜서 청부 살인을 했는데 운 좋게 도망을 쳤거나 살아남았다고 가정을 하자고요. 절대 나타날 수가 없죠. 아님 오정환 측에서 진짜로 죽이는 척하고 살려 보냈을 수도 있고요. 어쨌든 둘 다 명칠성은 더 이상 한국에서는 살아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남들 눈을 피해서 몰래 자기 가게를 다녀간다~ 뭐 그런 얘깁니까?”

“맞아요. 십중팔구 그럴 거예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죠?”

홍 형사가 답답한지 계속 질문을 해댔다.

“일단은 우리가 그 명칠성을 만나야죠. 만나서 사실을 확인해 보고 그다음에 명칠성이 살길을 만들어 주는 거예요. 그러면 아마 우리한테 협조를 해 줄 것입니다.”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운데 좀 더 구체적으로 방법까지 들어 보고 싶습니다.”

백두산 주임이 이해가 잘 안 되는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은 피해자와 합의가 안 되니까 죽은 유가족들이 너무 억울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명칠성이 잡히면 오정환이와 수면제를 태운 공범이 되니까 BK 그룹 측에서 명칠성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고요, 근데 명칠성이 자기는 수면제를 탄 사실도 없고 자기 업소에서는 한 번도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경찰 조서를 받는 거예요. 그럼 수면제를 탄 범인으로 지목은 당연히 오정환이한테 돌아갈 것이고요. 오정환은 현재로서는 부검에서 수면제가 발견된 이상 자기가 수면제를 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을 거예요. 소위 말해서 귀책사유(책임져야 할 민법상의 사유)가 성립되는 것이죠. 영어로는 Undeniable Evidence(부정할 수 없는 증거) 라는 말도 해요. 미국에서는 이미 수많은 판례로 확립이 되어 있고요, 우리나라도 형법에서는 아직 판례가 없지만 민법에서는 얼마든지 귀책사유로 오정환에게 사망에 대한 책임과 배상을 물을 수가 있어요. 소송하면 반드시 승소할 겁니다. 즉, 다시 말해서, 처음부터 윤혜림이 죽을 때까지 오정환이가 옆에 같이 있었고 술도 같이 마셨는데, 오정환은 멀쩡했으니 수면제는 오정환이 탄 걸로 U.E(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성립이 되고 이 모든 것의 책임은 오정환이 지게 된다는 것이죠.”

“근데 우리가 경찰관인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명칠성을 추궁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홍 형사가 물어 왔다.

“사실 그 부분이 제일 어려운 부분이에요. 홍 형사님이 기술적으로 조서를 잘 받아야지요. 명칠성의 입에서 자기가 수면제를 타지 않았고 자기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것만 진술을 받아낼 수 있다면 이 사건은 오정환을 입건하지 않고는 안 될 거예요. 만약에 오정환 쪽에서 명칠성한테 테러라도 가한 흔적이 있다면 그건 빼도 박도 못 하게 될 것이고요. 명칠성이 너무 겁을 먹어서 그렇지 자기가 부정만 하면 빠져나올 수가 있어요.”

“그거 진짜 어려운 소리인데 아무튼 얼핏 들어 보니 그 말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거구먼그래.”

강 형사도 정애란 주임의 의견에 동조를 했다.

“그럼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떨까?”

김세민이 의견을 내었다.

“어떻게요?”

다들 눈이 김세민에게로 쏠렸다.

“거기 건물주가 있다면서? 그 사람을 만나서 슬쩍 흘리는 거지. 본인이 부인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괜히 겁을 먹고 잠수 탄 것 같다. 그러니 눈에 보이면 경찰에 나와서 사실대로 진술해 달라. 이렇게 얘기해 주고 일단 우리가 잡으면 수면제 부분은 본인이 부인하는 대로 진술을 받는 거지. 어때? 홍 형사 한번 제대로 유도신문해서 조서 받아 볼 수 있겠어?”

“해 보겠습니다. 죽은 아가씨가 너무 불쌍하고 이 자식들 돈이 있다는 놈들이 저리도 인색하게 구니까 한번 매운맛을 보여 주고도 싶습니다.”

“좋아, 그럼 일단 건물주를 만나서 슬쩍 운을 띄워 주고 명칠성이가 스스로 나타나기를 기다려 보자고. 우리가 먼저 잡을 필요는 없겠네. 명칠성이도 수억을 투자한 업소인데 그냥 포기하기는 너무 억울하잖아?”

다음 날 홍 형사는 건물주 강 씨를 만나서 이렇게 말을 했다.

“명 사장을 만나면 이렇게 전해 주세요. 경찰에서는 명 사장한테 아무 의심도 두지 않고 있다. 다만 명 사장이 나타나지 않아서 오정환이가 처벌을 받지 못하고 있어 피해자 배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도의적으로 나타나서 가게에서는 수면제를 술에 넣어서 판 사실이 없다는 조서 하나만 받으면 끝이다. 경찰에서는 네가 말하는 대로 조서만 받을 것이다. 그렇게만 전해 주세요. 그래야 수억을 투자한 가게인데 날릴 수는 없잖아요?”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내가 명 사장을 꼭 만나서 그렇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난 어느 날 홍 형사는 명칠성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제가 형사계 홍 형사입니다.”

“홍 형사님! 저 명칠성입니다. 절 보자고 하셨다면서요?”

“아! 명 사장님! 지금 어디 계세요? 우리가 얼마나 찾았다고요?”

“저 죽다가 살아났습니다. 다시 세상에 돌아다니면 이번에는 정말 죽을 겁니다.”

“저쪽에서 우리 명 사장님한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휴~ 말도 마십쇼. 그 BK 그룹의 변호사란 놈이 건달들을 데리고 와서 사람을 납치해서 한강에다 손발을 묶어서 발에 철근을 달아서 물에 던져 버렸다 아닙니까!”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그래서 어떻게 살아나신 겁니까?”

“절 묶었던 건달 중에 한 놈이 그래도 마음이 착한 사람인지 손을 풀 수 있도록 한 번만 묶더라고요, 그러고는 물에 넣기 전에 저보고 그러더라고요, ‘숨 크게 들이마시고 물에 들어가면 손부터 풀고 다리도 풀고 도망가서 다시는 가게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고 그러더군요. 제가 어릴 때 미국에 입양 가서 미시시피강가에서 살아서 물에는 좀 자신이 있어서 간신히 살아 나왔습니다.”

“지금 계신 곳으로 제가 가겠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그 진술이 꼭 필요합니다. 그래야 죽은 아가씨 유족들도 보상금을 받을 수가 있을 겁니다. 어디 계십니까?”

“휴~ 제가 가기는 어디 가겠습니까? 여기 건물주가 저하고 미국에서 같이 대학을 다녔습니다. 전 아주 어릴 때 입양이 되었는데 나이가 들고 아직 결혼도 못 하고 혼자 있다 보니 어릴 때 절 버린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여기 와서 장사도 하면서 천천히 찾아볼 생각이었는데, 이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전 여기 강 사장 집에 숨어 있었습니다. 저번에 형사님이 강 사장한테 와서 말씀하시는 것 제가 다 들었습니다. 진술을 할 테니 제가 무사히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약속해 줄 수 있습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명 사장은 아무 일 없이 미국으로 돌아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날 오후에 홍 형사와 강 형사는 명칠성을 만나 조서를 받았다.

“수면제는 누가 먹인 것입니까?”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여기 강남에는 어느 술집을 가더라도 졸피뎀(수면제)성분이 들어 있는 각성제를 다 비치해 놓고 손님이 찾으면 팔고 있습니다. 환각 효과도 없고 잠시 노곤해지면서 잠만 오는 것이기 때문에 오렌지족들이 많이 찾죠. 그날도 오정환이 달라고 해서 제가 줬습니다. 그리고 오정환이 아가씨 술잔에 타는 것을 제가 봤습니다. 잠시 아가씨가 화장실에 가는 틈을 이용해서였지요. 근데 오정환이 제가 준 것 외에도 품속에서 또 뭔가를 꺼내서 아가씨 술잔에 타더라고요. 왜 저렇게 많이 먹이나? 저도 좀 의아하게 생각을 했죠.”

“BK 변호사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습니까?”

“제가 오정환이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형사들이 가게에 와서 업태 위반이라고 허가증을 가지고 갔는데 내일 경찰서로 들어오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고 걱정이 돼서 전화를 했는데 잠시 후에 변호사가 깡패들을 데리고 와서 불문곡직하고 저를 때리고 손발을 묶어 차 트렁크에 싣고는 한강 변으로 데리고 가서 물에 집어넣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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