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190화 (190/869)

제190화

#190. 공직자 골프 점검

수선화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늘은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바이올린 연주자가 수선화가 만발한 인공 연못 가운데에 서서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러시아 민요의 합창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였다.

“어머! 다들 이제야 오시네? 어서 오세요. 김 주임님! 오랜만이에요?”

“네. 그러네요.”

“평양까지 다녀오셨다면서요?”

“벌써 소문이 여기까지 났습니까?”

“방금 조 경장이 말해 줘서 알았어요.”

“그랬습니까. 근데 올 때마다 분위기가 달라 보이네요?”

“어머, 안 그래도 분위기를 바꾸려고 매번 신경을 쓰는데 알아봐 줘서 고맙네요. 후훗! 들어가세요. 조 경장하고 양 반장이 와 있어요.”

김세민이 들어서자 조 경장이 반색을 하며 반겼다.

“어머 사수님! 평양 잘 다녀오셨어요?”

“그래, 뭐 별게 있겠냐. 다들 잘 지내지? 참 조 경장, 간사 일은 어때? 안 힘들어?”

“넵! 괜찮습니다. 다들 잘 대해 주세요.”

“이제 조 경장이 공항에서는 완전 실세예요. 이번에 청장님이 북경 공안국하고 자매결연한다고 북경에 다녀오셨는데요, 공항에서 떠나실 때 조 경장이 어찌나 옆에서 아양을 떨었던지 청장님이 가시는 내내 기분이 좋아서 허허 그러셨어요.”

“그럼 양 경장도 이번에 북경 갔다 온 거야?”

“방자잖아요?”

“뭐? 무슨 소리야?”

“우리 양 경장님 무선 호출 부호가 뭔지 아세요?”

“야! 너 입 안 다물래!”

“방자래요! 방자!”

“야! 아휴 저게 진짜! 사람 쪽 다 팔리게 만드네.”

“아니 잠깐.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방자가 맞는 거야?”

김세민도 좀 어이가 없어 재차 물어보았다.

“글쎄 그렇다니까요? 공항 출입구에서 다들 청장님 도착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무전이 나오는 거예요. ‘독수리 둥지! 여기 부둘 방자!’ 이러는 거예요. 다들 방자가 누구지? 하는데 청장님 차에서 우리 양 경장님이 내리잖아요.”

“낄낄! 큭큭큭!”

“야 그거 X나 웃긴다. 무슨 애들 춘향전 놀이하는 것도 아니고.”

원 형사가 낄낄거리고 웃었다.

“북경 가서 청장님 불편한 것은 없었고?”

“말도 마세요. 기관별로 중국하고 자매결연 맺고 결과 보고하라고 청와대에서 어찌나 다그치는지…… 급한 마음에 제대로 협상도 못해봤다니까요? 말만 자매결연이지 거의 우리가 엎드려서 구걸하다시피 한 거나 다름없었어요. 심지어 공안국장은 조인식 때 딱 한 번만 보이고 만찬 때도 얼굴도 안 비치더라고요. 그나마 공안국 부국장이 따라다니면서 안내를 하긴 했는데, 그 부국장도 매일 다른 사람으로 바뀌더라고요. 알고 보니 부국장이 여섯 명이나 된다나? 꼭 무슨 옛날에 변방에서 조공 바치러 온 사신 대하는 듯한 태도랄까. 청장님도 기분 더럽다고 빨리 가자고 재촉하셔서 원래 마지막 날은 만리장성 관광 일정이 있었는데 바쁜 일이 생겼다고 핑계대고는 그냥 비행기 타고 왔어요.”

“하여튼…… 뭐든지 성과부터 내려고 조급해하는 대통령 측근들이 문제야. 이번은 그렇다고 치고, 자꾸 저자세로 나가면 다음에도 또 저자세로 나가야 할 것 아니냐? 나도 이번에 평양에 가서 느낀 건데, 이 새끼들이 무슨 우리 상전같이 굴더라니까. 말도 건방지게 하고 말이야. 그래도 누가 선물이라고 주는 것이 있어 가져왔는데 기분은 더럽더라도 한번 맛이나 보자고.”

김세민이 려민주 아버지에게 받은 선물 보따리를 풀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이게 북한 술이예요?”

“담배도 있네, 전 북한제 술이나 담배는 진짜 처음 봐요. 한번 먹어 봐도 돼요?”

윤선미가 호기심이 잔뜩 동해서 옆에 붙어 앉았다.

“그럼요. 한번 먹어 보세요. 근데 다들 맛은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어디 한번.”

그러면서 윤선미가 과자 봉지 하나를 집어서 뜯어서 입에 넣더니 이내 얼굴이 찌푸려졌다.

“에이잉! 이게 무슨 맛이 이래?”

“왜요?”

“아니 이거 무슨 단맛도 아니고 떫은맛도 아니고 뭐 이딴 걸 파는 거예요? 이거 먹지 마세요. 저녁 먹기 전에 입맛만 다 버리겠다.”

“캬! 이거 술은 좋은데요?”

벌써 대동강 맥주를 한잔 마신 홍 형사가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어디 어디, 나도. 크! 좋은데? 술은 아주 괜찮네. X발넘들이 지들 먹는 술은 그럴듯하게 만들고 애들 먹는 과자는 완전 개판으로 만드나 보지 뭐.”

원 형사가 나름 총평을 했다.

다음 날은 정 대장이 민정 수석실에 들어가는 날이 아닌데도 불려 들어갔다 나오더니 각 팀장들을 다 소집을 했다.

“이거 각별히 보안 유지해야 하는데 말이야. 각하 특별 지시야. 지금 전국적으로 공직 기강이 많이 해이해졌다는 거야. 특히 고위 공직자들이 평일에도 골프장에 들락거린다는 첩보가 각하한테까지 보고가 되었어. 전부 다 조사해서 형사 입건해서 파면시키라고 하는데, 총리실에 있는 공직 기강반이나 민정실 직원들은 보안이 안 되니까 우리 특수대에서 비밀리에 암행해서 적발하고 바로 형사 입건하라고 하는데 다들 입조심해! 특히 이미라 검사한테는 절대 비밀로 해! 대상이 판검사들이니까 이 검사한테 말하면 바로 전국 검찰에 다 소문이 나서 우리가 한 건도 실적을 올릴 수가 없게 돼. 그러니 지금 여기서 나가면 바로 팀원들 데리고 현장으로 투입하도록! 서울은 1팀장인 이선유 경감이 직원들을 직접 데리고 나가서 서울 근교의 골프장을 뒤져 보고, 2팀장은 제주도하고 부산을 점검해. 그리고 나머지 팀장들도 순서대로 경기, 강원도는 3팀장. 4팀장은 충청과 전라도, 5팀장은 경상도를 맡아! 자 아무 소리 말고 지금 팀원들 데리고 바로 현지로 출발하도록! 필요한 경비는 나중에 내가 출장비 나오는 대로 입금시켜 줄 테니 반드시 한두 건 실적이 있어야 우리 체면이 선다고. 다들 알았지?”

“아, 이거 골치 아픈데요?”

3팀장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문제 있어?”

정우진 대장이 물어보자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뭐 여기 평생 있을 것도 아닌데 괜히 판검사들 건드렸다가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그 말도 맞지만 우리 경찰 조직의 힘을 이 기회에 보여 주자고. 우리 후배들을 위해서 후배들이 나중에 검찰에 맨날 불려 다니고 더러운 꼴 안 당하게 하려면 기회가 왔을 때 한번 조져야 한다고. 각하 지시잖아? 언 놈이 대들겠어?”

“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번에 제대로 한번 손 좀 봐 주십시다.”

김세민이 힘주어서 말을 했다.

밖으로 나온 김세민은 직원들에게 별도로 체력 단련장으로 집합하도록 지시를 했다.

“자 역적모의 좀 할 게 있으니까 체력 단련장으로 모이도록!”

“우이씨! 이거 겁나는데? 우리 주임장이 기합 주려고 그러나?”

원 경사가 지레 너스레를 떨었다.

“주임장! 다 모였습니다. 자 차렷!”

강 형사가 대표로 김세민에게 경례를 했다.

“각하 지시야. 지금 바로 제주도로 간다. 임무는 제주 공항에 내려서 설명을 해 준다. 절대 보안 유지를 하도록! 특히 이미라 검사한테는 절대 말하면 안 돼. 지금부터 각자 돌아가서 조서 용지 챙기고 홍 형사는 망원 렌즈 달린 채증 장비 챙기고 녹음기도 챙기고 각자 책상이나 사물함 시정하고 준비해서 공항으로 바로 출발한다.”

“언제 돌아오게 됩니까?”

조 형사가 물어보았다.

“제주도를 거쳐서 부산까지 가야 하니까 대략 열흘쯤?”

“우리 어무이 제사가 곧 있는데 이거 X됐네.”

“야! 순사가 언제 조상 제사 챙기고 그라게 됐나? 고마 까라면 까는 기다.”

강 형사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뜻으로 불평을 눌렀다.

“아 참, 강 형사! 이번에 화재 감식비 좀 남은 것 있죠?”

“예. 주임님이 팀 활동비로 좀 남겨 놓으라고 하셔서 2천만 원은 남겨 놨심다.”

“그럼 잘됐네. 출장비는 아무래도 늦게 지급이 될 거니까 일단 그걸로 출장비 충당하지. 공항에 조 경장한테 연락해서 제주도 비행기 표부터 끊으라고 해야겠습니다.”

“야. 그리 하겠심다.”

다들 갑자기 서둘러서 짐을 챙겨 들고 나오니 이미라 검사가 이상한지 이렇게 물었다.

“어디 다들 가세요?”

“예. 갑자기 출장을 가라고 하는데 내용은 우리도 잘 모리겠심더.”

강 형사가 퉁명스럽게 말을 받았다.

“이상하네? 나도 잘 모르는 출장을 다들 간다고 한다? 이거 설마 검사들 잡으러 가는 거는 아니죠?”

하여튼 눈치는 백 단이다.

“저희들은 아무것도 모립니다. 설사 안다고 해도 말해 드릴 수가 없어서 정말 송구합니다.”

강 형사가 거듭 미안하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

“괜찮아요. 뭐 나랏일인데 보안이 필요할 때는 해야죠. 저도 보안 유지할 거예요.”

공항에 도착하니 조 경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표는 한 장만 끊었어요. 국회 의원 일등석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우리가 이용하기로 했고요, 남은 한 장은 일반석으로 끊었으니까 홍 형사님이 일반석에 앉아서 가세요? 후훗!”

“야! 조 경장! 너 계급 낮다고 정말 이리 차별할 거냐?”

홍 경장이 기분이 나쁜지 조 경장한테 툴툴거렸다.

“자자 1시간이면 가는데 어디에 앉으면 어때? 조 경장 수고했어! 나중에 다녀와서 보자.”

“네! 사수님들 잘 다녀오세요!”

조 경장이 두 손을 모으고 예쁘게 인사를 했다.

근데 신기한 일이 있었다.

조 경장이 국내선 탑승 게이트까지 배웅을 해 주었는데, 보는 직원들마다 조 경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심지어 민간 항공사 직원들도 깍듯이 인사를 했는데 인사말을 이렇게 했다.

“안녕하세요? 조 간사님!”

“조 간사님!”

그렇게 말하면서 손까지 흔들어 주고 인기가 정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야! 조 경장 인기가 장난이 아닌데?”

김세민이 감탄을 했다.

“100호실에서는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홍 형사가 이번에는 한술 더 떠서 말을 했다.

“뭐라고 하는데?”

“부실장이래요. 100호실 부실장!”

“뭐? 조 경장이? 크~대단하네. 대단해!”

다들 감탄을 하는데 김세민이 한 마디 덧붙였다.

“옛날에 조 경장이 처음에 100호실에 왔을 때 말이야, 지금 역삼 소장하는 오종택 주임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라고 그랬는데요?”

다들 그 다음 말이 궁금했는지 귀를 쫑긋했다.

“나중 되면 100호실 직원 중에서 아무도 조 경장 못 이긴다고 하셨는데 지금 보니 딱 그러네. 이건 뭐 100호실이 아니라 공항 전체가 다 조 경장 수중에 들어간 것 같다.”

“그러게요. 조 경장 덕에 공항에서 경찰들이 목에 힘 좀 주고 다니겠는데요? 그것 참!”

원 형사도 감탄을 했다.

1시간 만에 제주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김세민은 다들 불러 모았다.

“자 지금 시각이 오전 11시 반이고 토요일이야. 판검사들이 평일에 골프장에 간다고 각하 귀에 그 말이 들어간 모양이야. 오면서 생각을 했는데 지금부터 강 형사 조는 서귀포에 있는 중문 CC로 가고 원 형사 조는 오라 CC로 가서 골프 클럽 주차장에 있는 차 번호를 전부 다 적어. 그리고 프런트에 가서 오늘 부킹 명단을 입수해. 아마 다 가명으로 부킹을 했겠지만 가명으로 된 명단을 가져와. 나중에 집이나 관사에 가서 골프 백을 확인하면 되니까 말이야. 난 지금 바로 지청하고 지원에 들러서 판검사들 자리에 있는지 확인할 거야. 일단 다 하고 나면 제주시에다 모텔을 하나 잡아. 그리고 삐삐로 서로 연락을 하자고.”

“아, 이제 보니 이거 판검사들 잡으려고 이미라 검사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군요.”

홍 형사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말을 했다.

택시를 타고 제주 지청으로 갔다.

지청 사무국장실로 들어가서 사무국장을 찾으니 잠깐 외근을 나갔다고 했다.

“이상한데, 사무국장이면 내근 아닌가요?”

김세민이 묻는 말에 아가씨 대답이 걸작이었다.

“원래 토요일에는 잘 나오지 않으세요. 무슨 급한 일이라도?”

“그럼 총무과장님은?”

“아마 안 계실 텐데……. 한번 연락은 해 볼게요.”

“그러면 지금 지청에 나와 있는 사람은 누굽니까?”

“총무 계장님은 자리에 계실 거예요.”

다시 사무동으로 내려와서 총무 계장을 찾았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게 막강한 검찰 기관에 와서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는 김세민이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김세민은 민정실에서 발급해 준 신분증을 내밀었다.

“이게 뭔지는 아십니까?”

“아니 그럼 선생님은 청와대에서 나오셨습니까? 하이고 이걸 우짜스까? 지금 높은 어른들은 아무도 안 계시는디? 참말로 큰일이구마잉!”

총무 계장이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겨우 진정시키고 자리에 앉혀서 검사들 위치를 물었더니 당직 검사 한 사람 말고는 아무도 자리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아예 출근을 안 한다고 했다.

“아니 타지에서 온 검사들이 대부분인데 출근을 안 하면 어디 골프장에라도 갔다는 말입니까? 전부 삐삐 쳐서 현재 위치를 확인해 보세요. 30분 내에 연락이 와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 지청 검사들 명단 한번 봅시다.”

명단을 받아서 죽 훑어보니 차장 검사 이름이 왠지 낯이 익었다.

김판수 차장 검사라 기억이 났다.

고순대에서 김세민한테 음주 단속이 되었던 서울 중부 지검 형사3부장이었던 사람이었다.

“이 김판수 차장 검사는 서울 중부 지검에서 오셨나요?”

“그라지요. 서울서 승진해서 이리 오셨지라.”

“일단 연락이 오면 위치가 어딘지 물어보시고 현재 있는 곳에 전화번호를 다 적어 놓으세요. 제가 법원에 갔다가 다시 와서 전화로 확인을 해 볼 겁니다. 그리고 검사들 가족들 이름도 다 직제표 옆에 적어 두세요.”

“가족들은 와 그라는데요?”

“필요가 있어서 그럽니다.”

검찰청을 나와서 법원에 갔더니 법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주말이라고 당직 판사 한 사람만 남겨 두고 적막강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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