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195화 (195/869)

제195화

#195. 오락실 대 카지노

승룡의 정 회장이 순식간에 명동을 장악한 척양수를 불렀다.

“자네가 왕발의 동생이라면서?”

“야, 그러지라. 긴데 우째서 날 보자고 하신 지라?”

“왕발을 서울에 데리고 온 사람이 날세. 내가 왕발의 후견인인 셈이지. 그간의 사연은 접어 두고 어떤가? 자네가 왕발의 뒤를 잇겠다면 내가 적극 도와주지. 어떤가? 그리 할 텐가?”

“긍께, 시방 나보고 당신 똘마니 노릇이나 하라는 그 말 이어라우?”

“똘마니라는 표현은 좀 그렇고 자네가 이렇게 설치고 다니면 대번에 사정당국에 표적이 된다고. 이번 일만 해도 그래. 자네가 명동파를 제거한답시고 그 난리를 피웠는데, 경찰이나 검찰에서 조용한 게 이상하지 않아? 혹시 자네가 잘나서 그런 줄 아는 건 아니겠지?”

“시방, 지도 고것이 쬐끔 수상하기는 했어라우. 그라무 우리 회장님이 다 손을 써서 봐주신 것이라우?”

“지금까지는 그랬네. 앞으로도 그리될지는 자네 마음먹기에 달린 거고.”

“대충 알아들었응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싸게 해 보더랑께.”

“내가 자네에게 제안하고 싶은 건, 오락실 사업이야.”

“방금 오락실이라고 그라셨소?”

“그래, 지금 자네들은 남대문과 명동에서 노점상 뜯어 먹는 것만 하잖아? 그게 하루에 매일 선수금을 받는다고 쳐도 얼마 안 되지. 일본에서 파친코 기계를 들여와서 여기 명동에다가 풀어 놓으면 하루에 기계 한 대가 백만 원은 쉽게 벌어다 줄 것이야. 기계는 내가 일본에서 빌려 올 테니까 자네는 장사만 하라고, 그리고 기계 임대료는 수익의 30%야. 그리고 이 사업은 합법도 아니고 불법도 아닌 애매한 경계에 서 있지. 매장 내에서만 돈을 바꿔 주지 않으면 아무런 단속할 근거가 없네.”

“헌디, 매장 내에서 돈을 못 바꾸면 어데서 한디야?”

“매장 밖에 자네 졸따구들이 환전소를 하나 만들어야지. 문어나 돌고래 같은 당첨이 되면 그 금액만큼 선물을 주는 거야. 그럼 그 선물을 들고 밖에 있는 환전소에 가면 현금을 내주는 거지. 불법은 없어. 국회에서 법이 바뀌지 않는 한은 아무도 단속을 못 한다고. 물론 관할 경찰서나 파출소에는 정기적으로 상납을 해야지. 지금 저기 BK 호텔 카지노 있잖나? 외국인만 입장하게 되어 있는데도 막상 가보면 전부 한국인들뿐이야. 거기다 사람은 얼마나 미어터지는지. 하루에 몇 십억씩은 그냥 땡긴다고. 여기 명동에는 서울 사람이 다 몰려들잖아? 자네도 오락실 사업을 해. 그럼 순식간에 기반을 굳힐 거야. 어때 한번 해 볼 텐가?”

안 그래도 이미 밤에 명동과 남대문을 돌아본 결과 생각만큼 수익이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고,

워낙에 식구들이 많다 보니까 또 서울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소문이 나서 하루에도 몇십 명씩 호남 주먹들이 상경해서 일자리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조직원들의 생계를 해결해 주는 것이 최 급선무였던 척양수여서 더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알았소. 하지유! 한당께로!”

오락실 사업은 순풍을 탔다.

먼저 직영점으로 S호텔의 지하에 기계를 백여 대를 들여놨는데 저녁 7시만 되면 좌석이 만석이 되어 사람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서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자정에서 다음 날 9시까지는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그 시간대에는 일본인 기술자들이 와서 기계의 당첨 확률을 조작하였다.

일본인 기술자들은 자기네들이 작업을 할 때는 절대 옆에 아무도 못 오게 막았으며 업주가 원하는 대로 기계의 승률을 조작해 주었다.

미리 초저녁부터 어제저녁에 조작해 둔 기계 앞에서 게임을 하던 명동파 조직원들이 매 10분 단위로 당첨 소리를 질렀다.

삐리리링♪ 뿅뿅뿅♬ 딩동댕동♪

하는 일본 파친코 특유의 해물가 노래가 나오고 대형 돌고래가 나오거나 사무라이 게임에서는 공격을 한 사무라이들이 성을 점령하면 반드시 게임기의 위에 붙은 경광등이 번쩍번쩍하고 돌아가면서 음악과 함께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 당첨이다! 당첨이야! 대박! 만세!”

이러면 카운터에 앉아 있던 아가씨가 실내 마이크를 통해 이를 모두에게 알렸다.

“방금 7번에서 돌고래 당첨되셨습니다. 백만 원짜리 상품 갖다 드리세요. 축하합니다!”

그러면 종업원이 밖에서 현금 백만 원으로 바꿀 수가 있는 골드 메달을 건네주었다.

메달은 실버와 브론즈가 있었으며 각각 50만 원과 30만 원이었다.

오락실 안에서는 자기가 낸 돈만큼의 포인트 충전만 해 주었으며 남은 돈은 다시 포인트를 적립한 카드를 내어주면 그 금액만큼은 밖에서 환전을 해 갈 수가 있었다.

그야말로 돈 놓고 돈 먹기 장사였다.

하루를 마감하고 돈 통을 열어 보면 만 원짜리가 수북하게 쌓였다.

기계 한 대가 하루 백만 원 이상 매출을 올려 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마감은 언제나 승룡에서 일본인 기술자들과 승룡의 직원들이 와서 기계를 열고 정확하게 매출의 30%를 가지고 갔다.

기계 자체가 정교한 시정 장치로 되어 있어 임의로 열어 볼 수는 없었다.

어쨌든 S호텔 지하에서만 매일 오천만 원 이상의 수익이 나고 있었다.

이제는 명동 전역으로 확장을 할 때였다.

매일같이 상인들이 돈을 싸 들고 와서는 자기들도 오락실을 하게 해 달라고 사정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일반 상인들도 명동에 자기 가게만 얻을 수 있으면 오락실 장사를 할 수가 있었다.

매출의 30%는 여전히 승룡이 가져갔고 나머지 20%를 보호비 명목으로 명동파가 먹었다.

일반 오락실의 돈 통을 저녁에 열 때는 승룡 직원과 명동파 조직원, 그리고 일본인 기술자들이 3인 1조로 동행을 했다.

한때 밤새 장사해 보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기계 조작과 돈 통을 열어 정산할 시간이 없다고 해서 다들 자정에서 다음 날 9시까지는 일체 서로 영업을 하지 않기로 굳게 약속을 하고 명동파는 감시를 철저히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BK 그룹이 새로 인수한 BK 호텔에 카지노 허가를 낸 정길범 회장은 원래 미국의 마피아 자금을 들여와서 정치권에 줄을 대서 카지노 허가를 받아 내었다.

외국인만 들여보낸다는 조건이었는데 당시 한국에는 합법적인 도박장이 없다 보니까 문을 열자마자 외국인보다는 국내인이 더 많이 들어왔다.

그 모든 작업은 대구 출신 건달인 유달수가 맡았다.

대구 앞산 파 조직원들을 대거 데리고 와서는 카지노의 경비와 물주들을 데리고 오는 역할을 맡았다.

앞산 파 조직원을 앞세우고 입장하는 카지노 손님은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유달수는 호텔의 스위트룸을 매일 30개씩 예약을 해 두고서는 일본인이나 지방에서 올라오는 물주들에게 무상으로 숙식을 제공했고 여자들도 원하면 제공을 해 주었다.

그 모든 불법은 이 호텔을 인수한 BK 그룹의 오 회장이 각하와 가족 관계같이 가까운 사이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유달수는 조직원들을 이끌고 명동의 S호텔 지하 오락실을 들어갔다.

최근 이상하게도 카지노의 입장객이 줄어들어 고민이 많았는데 확인을 해 보니 명동에 오락실이 새로 많이 생겨서 손님들이 그쪽으로 많이 빠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그만 열이 뻗었다.

“이 새끼들이 지금이 T.K 세상인데 어디서 호남 뼈다귀들이 올라와 갖고 지랄들을 하고 있노? 오늘 가서 인마들 지대로 버르장머리를 가르쳐 줘야겠구먼! 다들 준비해서 가자!”

“예! 형님!”

유달수는 전통적인 대구 주먹이었다.

대구의 동성로파 행동 대장을 하다가 정치권과 손이 닿아서 BK 그룹이 호텔을 인수하자 카지노의 경비 책임자로 스카우트된 것이었다.

유달수와 졸개들 십여 명이 들어가서 서너 명은 비어 있는 자리에 앉고 나머지는 근처에 서 있었다.

그러고는 종업원을 불렀다.

“야! 이거 X발 내가 여기서 돈 많이 잃었는데, 오늘은 보충 좀 해야 되겄다? 터질 때 다 된 게 어느 기계고?”

“저 손님, 그거는 저희도 알 수가 없는데요?”

“모르긴 뭘 모른다고 그래? 이거 너거들 다 기계 조작해서 빼먹는 것 아니야? 다 알고 왔다고. 좋게 말할 때 빨리 찍어 봐!”

그때 건너편에서 잭팟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빵빠라라빵빵♬

그리고 일본 파친코의 해물가가 울려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들 고개를 돌려 보니 젊은 놈이 혼자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유달수가 천천히 일어나서 그놈의 자리로 걸어갔다.

“어이! 자네는 잭팟 하나 먹었으니 자리 좀 비키지? 내가 좀 하게.”

“어이 X발 이거 뭐야! 내가 왜 자리를 비켜 줘!”

“이게 맞을래? 너 여기 명동파 졸개잖아? X발놈아! 너들끼리 짜고 하는 짓인지 모를 줄 알고 이 지랄들 하는 거야? 자, 손님들 여기 계시면 지갑 다 털립니다. 이놈들 짜고 치는 사기꾼들이에요. 이놈도 다 명동파 놈입니다.”

“야 야! 이거 짜고 치는 사기래. 곧 싸움 나겠다. 어서 나가자!”

고객들이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다 때려 부숴!”

유달수의 입에서 거칠게 때려 부수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같이 들어갔던 유달수의 부하들이 야구 방망이와 쇠몽둥이를 들고서 기계들을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와장창창! 콰지지직! 우장창! 쾅쾅!

다 때려 부수고 호텔 밖으로 나오니 명동파 수십 명이 각목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이! X발 너거들은 어서 온 잡것들이여? 여가 너거들 안방인 줄 아는가 벼? 올 때는 네발로 왔갔지만 갈 때는 그냥은 못 가제! 기어서 가야 할 거여.”

남대문파의 조일권이었다.

“오야! 그래 니가 바로 오야지냐? 애들 다치게 하지 말고 어떠냐? 나하고 다이 다이로 함 붙자. 내가 지면 깨끗이 사과하고 기곗값 물어주께.”

“내가 지면 어떡할 건데?”

조일권이 궁금해서 물었다.

“니가 지면 그때는 깨끗이 니들이 왔던 곳으로 내려가거라! 서울은 니들 마음대로 올라와서 사는 곳이 아이까니 말이다.”

“기거야 자네 말대로 할 수는 없제. 우리 성님도 안 기신데 내가 우째 그란 일을 내 맴대로 하것는가? 시방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싸게 들어와 부러!”

“뭐라 케샀노? 그럼 니 말고 오야지가 또 있단 말이가? 니가 독고다이 아이가?”

“그건 우리 성님인데 오늘 성님이 계셨다면 자네는 그냥 뒈져 버렸어 야! 살아서는 못 갔제. 운 좋은 줄 알어!”

그랬다. 독고다이 척양수가 오늘 왕발의 천도제를 지낸다고 영암으로 내려가고 자리를 비운 탓에 이런 사고가 난 것이었다.

남대문파 조일권도 왕발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호남 대동파의 행동 대장이었다.

부하들 앞에서 쪽 팔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야아아압!’

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조일권이 먼저 주먹으로 공격을 했다.

조일권은 권투 선수 출신이었다.

그의 주먹에 어퍼컷을 당하면 그 어떤 천하장사라도 턱이 부서진다고 했다.

경쾌하게 스텝을 밟으면서 크게 휘두르지 않고 전형적인 권투 선수처럼 철저하게 얼굴만 노리고 직선으로 주먹을 뻗었다.

순식간에 대여섯 번의 주먹이 서로 부딪혔다.

아직 결정적인 한 방은 없어 보였다.

유달수의 발차기도 위력이 있어 보였는데 워낙이 권투 선수 출신인 조일권의 눈이 정확해서 상대의 발차기를 기술적으로 잘 피해 다녔다.

그때 유달수가 눈을 끔벅이면서 왼손으로 눈을 비비면서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것처럼 힘들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순간 조일권은 찬스가 왔다는 생각에 그대로 돌진해 들어가면서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눈을 비비는 것은 유달수의 싸움 버릇이었다.

싸움이 잘 안 풀릴 때는 습관적으로 눈을 비비거나 끔뻑거렸다.

마치 눈에 뭔가 이물질이 들어간 것처럼 해서 상대의 공격을 유도해 내었다.

상대와의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지자 유달수는 자신의 특기인 이단 옆차기로 발의 뒤꿈치를 이용해서 정확히 상대의 명치에다 질러 넣었다.

이단 옆차기는 왼발을 오른발 뒤쪽으로 중심축을 옮기면서 상대의 명치만을 노리는 치명적인 발차기 기술이었다.

유달수는 태권도가 공인 4단이었던 것이었다.

‘뻑!’

하는 소리와 함께 조일권이 얼굴이 하얗게 변하면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컥컥’거렸다.

입에서는 거품이 뿜어져 나왔다.

“빨리 병원에 데려가라. 안 그럼 뒈진다. 야! 우리들은 철수한다!”

“예! 형님!”

조일권의 부하들이 조일권을 업고 근처의 백병원으로 뛰었다.

소식을 듣고 승룡의 정 회장의 장자인 정황립이 명동파에 나타났다.

호텔 2층의 회장 집무실에는 방금 영암에서 올라온 척양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부하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보고가 끝나자 척양수는 가죽점퍼를 걸치고 아무 말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정황립이 들어섰다.

“척 사장! 나 승룡의 정 회장 아들 됩니다. 아버님의 말씀을 전하려고 왔으니 잠시만 제 얘기 듣고 가시지요.”

“지가 시방 어딜 튀려는지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씨불이시오. 잉~.”

“그걸 왜 모르겠습니다. 독고다이 아닙니까? 뭐든 혼자서 처리하려고 하니 그게 문제지요. 늘 그렇게 혼자서만 움직이면 조직을 믿고 맡길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리도 못 믿겠으문 시마이 하면 되는 갸지. 꼴리는 대로 하쇼!”

“지금 가려고 하는 BK 호텔은 각하하고 연관이 있는 곳입니다. 거기 가서 난리를 피우면 대번에 우리가 권력 기관의 적이 됩니다. 지금 하는 오락실도 다 접어야 해요. 호남에서 올라온 이 많은 식구들을 다시 굶길 작정입니까? 어제 부서진 오락 기계는 어차피 우리가 임대로 돌린 것이니까 변상은 우리 승룡에서 하겠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보복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말라는 아버님의 엄명이 있었습니다.”

“그 말인즉슨 이 척양수가 이리 당하고도 쪽 팔리게 가만 널브러져 있으라는 말 아닌가 벼? 그리는 못 하제!”

“그럼 여기서 한 가지만 약속하지요.”

“시방 뭐당께?”

“만약에 내 말을 안 듣고 카지노 가서 난리를 피우다가 체포되기라도 하면 여기 명동파 식구들을 전부 나한테 넘기겠다는 구두 약속을 하시지요. 그래야 이 친구들이 내 말을 들을 것 아닙니까? 그리고 당신 변호사 비용이나 교도소 뒷바라지도 해야 할 것이고요.”

“아따! 시방 자네도 젊은 친구가 뭐 그리 노친네처럼 앞뒤 생각이 그리 많은가? 지를 땐 확 질러 뿌리고 난 다음에 생각하는 것이제!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당신이 말한 대로 그렇게 하소! 우리 아들 당신이 잘 거둬서 멕이소! 난 쪽 팔린 거는 절대 못 참응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