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238화 (238/869)

제238화

#238. 사방이 물에 갇힌 곳

부산에서 서울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차를 끌고 가도, 서대문까지는 여섯 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미 구청도 다 퇴근을 했고 늦은 저녁 식사를 겸해서 근처의 돼지 불백 식당에 모였다.

김세민을 보고 싶다고 이미라 검사까지 합석을 한 터라 오랜만에 특수대 김세민의 반원들이 전부 다 모였다.

“야! 정말로 주임님 이리 다시 보이까, 참말로 좋심니다. 부산 어떻든교? 나름 재미가 있지예? 인자 내려 가신지도 좀 됐으이까 슬슬 재밌어질 때도 됐심다.”

강 형사가 자신도 부산 출신이라고 부산 자랑을 늘어놓으면서 대화를 풀어 나갔다.

“너무 재미있어서 여기 생각은 잘 안 나더라고? 인제는 가물가물해.”

김세민이 그렇게 농을 받아 주자 다들 순식간에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자, 그건 농담이고 실은 너무 재미없어 죽을 지경이다. 이번에 이상한 건을 서장님한테 하명을 받았는데 자네들이 좀 도와줘야겠어. 어차피 이선유 경감도 승낙을 했으니까 말이야.”

그러면서 김세민은 그동안에 있었던 수사 과정을 죽 다 설명했다.

“애란이 이 기집애, 아무튼 머리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어떻게 최면 생각을 다 했지?”

이미라 검사가 정애란 주임의 순발력에 탄복을 했다.

김세민이 부연 설명을 했다.

“자, 이제 내일부터가 정말로 중요한데, 이 정호식이가 부산에서 직장 생활을 했지만 서울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녔으니 서울에 아는 놈들이 많다고 봐야 돼. 방 도사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참, 서울에서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곳이 어디야?”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곳? 그렇다면 여의도? 거기뿐이잖아요?”

이미라 검사가 여의도를 순식간에 집어내었다.

“그러네, 여의도뿐이네요.”

다들 여의도라고 하자 김세민은 방 도사의 당부를 꺼냈다.

“영주 사주가 전부 물뿐이라서 지금 자기한테 아무런 신호가 없는 것은 사방이 물로 갇혀 있는 곳이라고 그랬어. 그러니 내일부터는 이 정호식이 친구나 가족 등 연고지 수사를 하면서 여의도에 주소가 있는 것만 뒤져 보자. 그래서 찾아내면 바로 삐삐로 연락을 하고, 지금 오늘이 납치된 지 32일째야, 이제 잘못되면 시체 껴안고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내가 영주 어머니한테 반드시 찾아서 데려가겠다고 약속을 했거든? 그러니 다들 한 마음으로 도와줬으면 한다.”

김세민이 모두에게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에이 주임님! 그리 부탁 안 하셔도 어차피 우리는 나쁜 놈 잡는 순사 중에 특수 순사, 경찰청 특수 수사대 아입니꺼? 지들이 내일부터는 발 벗고 돌아다닐 테니까 아무 염려 마시소. 반드시 그 영주인가 하는 아가씨하고 같이 부산 내려가도록 지들이 만들겠심더.”

강 형사가 대표로 걱정 말라는 당부를 했다.

다음 날은 다들 나누어서 정호식의 연고지를 찾아 나섰다.

김세민과 김종호 경장은 정호식의 고등학교와 대학 친구들을 찾아 나서고, 강 형사와 홍 형사는 가족들을 찾아 나섰다.

정호식이 졸업한 서울의 X동 고등학교를 찾아가서 학적부를 뒤지고 있으니까 한 선생이 찾아와서 말을 걸었다.

“형사님들! 호식이를 찾는다면서요?”

그 소리에 김세민이 고개를 들어서 바라보니, 목에 호루라기를 걸고 체육복을 입은 것을 보아 이 친구도 체육 선생쯤 되어 보였다.

“정호식이 잘 아세요?”

“잘 알죠. 근데 최근에는 연락이 끊어졌어요.”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이 나올 것 같아서 그 선생을 데리고 응접 소파에 앉아서 질문을 했다.

“정호식이 하고는 어떻게 아시는지요?”

먼저 이렇게 물어보자 박 선생이라는 체육 선생이 이렇게 말했다.

“원래 저하고 호식이하고 학교 때부터 태권도를 같이 했습니다. 또 한 친구가 있었는데 걔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요, 아마 작년 말에 들어갔을 겁니다. 저는 여기 이사장이 집안이라 여기에 자리를 잡았고, 호식이는 서울에 자리가 없어 부산까지 내려갔었지요. 근데 석 달 전에 나한테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만두고 학습지 사업을 시작했는데 잘 안 된다고 돈을 좀 빌려 달라고 해서 제가 모아 둔 것 5천만 원을 빌려줬는데, 꼭 갚겠다고 하고서는 그다음부터는 연락을 끊어 버렸어요. 괘씸한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오죽 잘 안 되면 그렇겠나 싶기도 하고, 지금 보니 뭔가 범죄 같은 데 연루가 된 것 같기도 한데, 호식이가 천성이 착한 놈입니다. 태생이 악독한 놈은 아닙니다. 불쌍해서 제가 그 말씀 드리려고 형사님들한테 온 것입니다.”

김세민은 이 박 선생이라는 체육 교사의 말을 천천히 곱씹어 보았다.

또 한 사람의 미국 갔다는 절친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었다.

“또 한 사람, 미국으로 갔다는 그분은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김세민이 다급하게 물어보았다.

“김준병이라고 합니다. 걔도 운동을 잘했는데 가족들이 다 미국에 건너가 있어서 합친다고 하더라고요. 미국에 가서 태권도 도장을 열겠다고 그러더라고요.”

“혹시 그 김준병이라는 그 친구 집이 어디에 있었습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세민이 다그쳐 물었다.

“저도 그 친구 결혼하고 집들이할 때, 딱 한 번 가 봤는데 여의도 강변 빌라였습니다.”

순간 김세민은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방 도사 말이 진짜였잖아.’

그렇다면 정호식이 이놈은 친구 집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근데 미국으로 이민 갔다고 그랬는데?’

그런 김세민의 의심을 풀어 주기라도 하는 듯이 박 선생이 물어보지도 않은 나머지 말들을 쏟아 내었다.

“준병이 걔가 미국으로 가면서 집을 팔려고 내놨는데 집이 안 나갔거든요? 그래서 아마 호식이한테 집을 팔아 달라고 부탁을 하고 떠났다고 그러더라고요. 집을 값을 잘 받아서 팔아 주면 호식이한테 중개료도 넉넉히 주겠다고 그런 말도 했습니다. 당시에 우리 셋 중에서 호식이가 학교도 그만두고 사업도 잘 안 되어서 형편이 제일 어려웠거든요?”

이제 단서는 다 나왔다.

“지금 정호식이하고 연락이 끊어졌다고 하셨는데 혹시라도 연락이 오면 꼭 만나자고 연락처를 받아 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바로 저희한테 연락을 해 주기 바랍니다.”

김세민이 박 선생한테 그렇게 말하자, 박 선생은 한숨을 쉬었다.

“지금 이거 제가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를 팔아먹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돈을 받고 싶은 욕심에 형사님들한테 털어놓기는 했지만 영 마음이 찜찜합니다.”

박 선생이 그 말을 꺼내자마자 김세민은 정색을 하고 나무랐다.

“지금 정호식이는 자기 제자를 납치해서 몸값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 선생이 우리한테 비협조적이면 선생도 범인 은닉죄로 형사 처벌될 수도 있습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한 사람의 여인을 구출하는 일이니 무슨 일이든 우리한테 적극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김세민은 아예 못을 박아 버리고, 즉시 형사들에게 여의도 강변 빌라로 오도록 삐삐로 연락을 했다.

그러고는 동사무소를 찾아가서 김준병의 가족이 살았던 강변 빌라의 주소를 확인했다.

강변빌라 118동이었다.

12층짜리 오래된 건물이었는데, 앞에는 샛강이 보이고 저 멀리는 국회 의사당이 보였다.

제법 평수가 있어서인지 출입구마다 경비원이 있었다.

동사무소에 갔던 형사들이 돌아왔다.

“저기 504호랍니다. 앞에 오다가 부동산에 물어보니까 집을 내놓은 지 몇 달 되었다고 하네요. 너무 비싸게 내놓아서 매수자가 없어서 집이 비어 있다고 그럽니다. 연락처를 받아 왔는데 그놈이 맞습니다. 연락처 주소에 정호식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홍 형사가 자세히 설명했다.

경비원을 만나러 갔던 강 형사와 문진수 경장도 돌아왔다.

“경비 말이 원래 집 주인은 떠나고 없고 안에는 관리하는 사람이 간혹 와서 자고 가고 그런답니다. 정호식이 사진을 보여 줬더니 맞다고 합니다. 덮칩시다.”

강 형사가 바로 덮치자고 했다.

“근데 이거 영장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홍 형사가 걱정이 되어 말을 꺼냈다.

“지금 영장 받을 시간이 어디 있어? 살아 있을지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영장 기다린다고 날 샐 수는 없잖아? 내 생각에 이거는 정당방위야. 사람 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홍 형사는 일단 병원 구급차 불러! 한강 성심병원이 제일 가깝지?”

김세민은 영주의 상태가 어떨지를 몰라서 먼저 구급차부터 부르고 나서, 강 형사와 문 경장한테는 주변을 다니면서 빨리 열쇠공을 찾아서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경비원한테 가서는 사실대로 얘기하고 입회를 부탁했다.

나중에 재판을 고려해서 카메라도 빌려 오라고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난 다음 일행들은 504호로 올라갔다.

먼저 초인종을 수차례 눌렀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일단 경비한테서 아침에 놈이 외출을 했다는 진술을 받은 다음이었다.

김세민이 열쇠공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부수라는 뜻이었다.

위이이잉! 카르르륵! 쾅쾅!

열쇠공이 휴대용 강력 드릴로 출입문을 뜯어내고 안쪽의 걸쇠를 몽키로 잡아서 비틀었다.

털컥!

의외로 쉽게 문의 잠금장치가 떨어져 나갔다.

홍 형사가 권총을 빼어 들고 안으로 제일 먼저 뛰어 들어갔다.

김세민은 재빨리 안쪽의 상황을 살펴본 후에, 놈이 없음을 확인하고 안방 문을 열었다.

“으으으……!”

맨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울어서 눈이 퉁퉁 불어 터진 홍영주로 짐작되는 여성이 두 손을 장롱의 손잡이에 나일론 줄로 묶여서 주저앉아 있고, 화장실에 가지를 못 했는지 방 안에는 물이 흥건했다.

그리고 입은 강력한 공업용 테이프로 붙여져 있었다.

홍영주의 얼굴은 놀람과 환희가 교차하는 것 같았다.

“여기다! 여기 있어! 찾았다!”

김세민이 소리치자, 강 형사가 뛰어와서 홍영주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거칠게 떼어 냈다.

“아아악! 아야!…….”

“에이, 그걸 살살 떼야지. 그렇게 무식하게 떼어 내면 어떡해요?”

옆에 따라온 홍 형사가 핀잔을 주었다.

더 이상 지체할 것도 없이 김세민은 물었다.

“아가씨 이름이 뭐예요?”

“……홍영주요…….”

“집이 부산 온천 3동이 맞습니까?”

“네. 맞아요…… 흐흐흑! 엉엉!”

“우리는 부산 동래서 형사들입니다. 영주 씨 어머니가 직접 보내서 왔습니다.”

“엄마! 어엉엉!”

영주는 목을 놓고 울었다.

“홍 형사! 빨리 앰뷸런스 불러서 문 경장하고 둘이서 병원까지 타고 가. 여기는 나하고 강 형사가 현장 수색하고 잠복했다가 정호식이 잡는다.”

김세민이 빠르게 지시했다.

그러고는 거실에 있는 전화기를 들어 부산으로 전화를 했다.

또르르륵! 철컥!

-네~ 온천동입니다.

영주 모친의 음성이 조그맣고 불안하게 들렸다.

전화 하나도 마음 편히 못 받을 터였다.

“영주 어머님! 저 김세민 경위입니다. 영주를 찾았습니다. 무사하고요. 지금 한강 성심병원으로 가고 있습니다.”

김세민이 빠르게 상황을 설명하자 병원이라는 말에 영주 어머니는 또 정신이 없었다.

-진짭니꺼? 영주는예? 우리 딸래미 어디 다친 데는 없어예?

“네. 건강해 보입니다. 우리가 은신처를 찾았는데 영주가 오랜 시간 동안에 묶여 있어서 혹시라도 싶어서 병원에 가서 정밀 검진이라도 받아야 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형사들하고 같이 보냈고 저는 여기 남아서 납치범 잡아서 같이 부산 내려가겠습니다.”

-아이구! 세상에! 정말로 방 도사 말이 맞았네. 어어어억! 꺼어억! 아이구! 영주야! 살아 있었구나! 살아 있었어!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영주 어머니는 전화기를 들고서 소리를 내어 꺽꺽 울었다.

“어머니, 진정하세요. 영주 지금 괜찮구요, 병원에서 푹 쉬고 있습니다.”

-아이휴! 내 정신 좀 봐라! 지금 내가 이래 있을 때가 아이지. 내가 바로 서울 갈 테니까 영주 간 병원이 어디라고 그랬죠?

“한강 성심 병원입니다. 안 올라오셔도 되는데요? 병원에서 별 다친 데가 없다고 하면 저희들이 바로 데리고 내려가겠습니다.”

-어데요! 내가 거진 한 달을 기다린다꼬 숨이 꼴딱 꼴딱 했는데 우예 또 기다리라꼬? 딸래미가 서울에 있다 카모 엄마가 당연히 가야지! 아무 소리 마시고 병원에서 퇴원시키지 말고 내가 갈 때까지 꼼짝 말고 거기 있으이소.

영주 어머니는 김세민도 내려오지 말고 그대로 서울에 있으라고 하였다.

그때 갑자기 전화기에서 형사 계장 목소리가 들렸다.

-어 김 주임이가? 중간에 끼어들어 와서 미안하다! 이거 영주 집 전화는 우리가 다 도청하고 있었다 아이가. 내가 형사들 추가로 올려 보낼 테니까, 글마 잡으문 우리 형사들한테 인계해 주고 김 주임 니는 거기서 영주 어머니하고 같이 있다가 모시고 내려온나! 알았제!

순간, 김세민은 형사 계장이 마지막에 공을 가로채려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대놓고 안 된다는 소리는 못 하겠고, 어쨌든 특수대의 공식 지원을 받은 사항이니까 특수대를 통해서 보고서를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놈을 잡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김세민이 일단 그렇게 말을 하자 형사 계장이 한술 더 떴다.

-어 그래. 이거 안 되겠어. 내가 서장님한테 보고만 드리고 바로 형사들 델꼬 출동하께. 아무튼 될 수 있으모 기다리고 있어라. 괜히 혼자서 잡을라 카다가 토끼뿌모 클난다 아이가?

“…….”

-뭐고, 김주임? 듣고 있나? 여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오케이!”

홍 형사와 김 경장을 병원에 보내 놓고 김세민은 강 형사와 둘이서 아파트 주차장에서 잠복에 들어갔다.

이미 놈의 88스텔라 차량도 경비한테 확인을 해 둔 터라 나타나기만 하면 둘이서 바로 덮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밤이 깊어 10시를 넘기자 서서히 아파트 주차장에도 차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구석구석 차들이 세울 수 있는 장소면 아무 데나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기어를 중립에 놓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 놓으면 다른 사람의 차 앞에 주차를 해도 밀고 다니면서 차를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서울 사람들은 확실히 지방 사람들보다는 그런 면에서는 영악한 편이었다.

드디어 118동 앞으로 차 한 대가 천천히 주차할 장소를 찾는다고 그러는지 다가오고 있었다.

전조등을 켰지만 자세히 보니 88스텔라였다.

그리고 차 번호를 확인해 보니 놈이 타고 다니는 바로 그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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