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312화 (312/869)

제 312화

#312. 해운대 성게알

“우선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 중에는 여기 바닷가에 나와서 명함 돌리는 사람들을 호객 행위로 다 잡아서 즉결로 보내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여기서 명함 돌리는 업소들을 전부 다 명단을 작성해서 그 업소 앞 뒤에 파출소 순찰차를 한 대씩 고정으로 배치해서 거기를 출입하거나 얼쩡거리는 사람들을 전부 다 검문검색을 하는 겁니다. 반드시 인적 사항을 정확하게 기재를 하고 수배나 전과 조회도 해 보고 다음 날 방범과에 검문 수첩을 보내서 직접 과장님이 도장을 찍어 주고 챙기는 모습을 보여 주면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김세민이 파출소 순찰차를 대상 업소 앞뒤에 보초를 세우자는 말에 중 1소장이 이의를 달았다.

“김 주임 말대로 그래 한다꼬 치자. 역전이 관할인데 역파는 또 신고 출동이 많이 들어온다 아이요? 파출소 순마를 두 대씩이나 고정으로 박아 버리문 안 될 낀데?”

역전 파출소 순찰차 두 대를 고정 배치하면 치안 수요에 차질이 올 것을 우려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 그거는 치안 수요가 적은 파출소에서 돌아가면서 순찰차를 차출하면 됩니다. 방범계에서 계획을 짜서 저기 일광이나 좌천 월내에 있는 순마들은 야간에 치안 수요가 없기 때문에 잠시 차 끌고 여기 와서 1시간씩 근무하다가 돌아가라고 하면 됩니다. 한 시간에 열 건 이상 검문을 하라고 지시하면 반드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김세민이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일단 그렇게라도 먼저 해 보자고 부연해서 설명을 하였다.

“좋아 좋네. 일단 그렇게 해 보자고. 내가 들어가서 대충 그렇게 계획을 세워 가지고 오후에 서장님하고 들어가서 청장님께 보고를 할 거야. 그럼 여기 명함 돌리는 것은 어떻게 단속할 겁니까?”

해수욕장에서 활동하는 삐끼 단속은 어떻게 할 것인지 방범과장이 물었다.

“아 그거는 매일 여기로 기동대가 야간에 지원을 나오기도 하고 이제 피크 철이고 하니까 한시적으로 근무 시간을 좀 더 늘리고, 현재 기동대는 3개 중대가 나오는데 다섯 개 중대로 늘린 다음에 삐끼만 집중해서 단속을 하라고 하면 됩니다. 기동대 의경들이 단속해 오는 대로 여기 행정 센터에서 즉결 스티커를 끊고 절대 본서에서 훈방을 해 주지 않는다면 금세 근절될 겁니다.”

김세민이 마저 그렇게 설명을 하자 방범과장의 얼굴에 비로소 안도의 표정이 보였다.

“아 뭐, 나도 머릿속엔 다 들어 있는 내용이었는데, 역시 우리 김 주임이 정리를 잘해! 정리가 중요하지. 당장 오늘 저녁부터 그대로 시행합시다. 그럼 난 들어가서 계획서를 만들어야겠어요.”

방범과장이 일어나서 그렇게 말하고는 들어가 버렸다.

“그게 그래 말처럼 쉽게 안 될 낀데……. 우리 김 주임 오늘 완전 폭탄을 떠안았네.”

중 1파출소장이 걱정어린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뭐가 폭탄이란 말입니까?”

“보소! 김 주임요. 당신은 서울서 와서 여 정서를 잘 몰라서 구카는지는 몰라도 솔직하게 까놓고 말해서 여기 해운대에 근무하거나 했던 놈치고 여기 바닷가 유흥업소에서 한 푼 안 받아묵은 놈이 몇이나 되는 것 같소? 서장부터 시작해서 말단 순경까지 다 받아 묵은 기라. 잘못하면 천지 대 사건 난다! 에이구 내사 마 모리겠다. 내도 인자 할 만큼 했다 아이가? 인자 들어와가 빨빨 기는 얼라들이나 X되는 기지 뭐!”

“그럼 더 상관없지 않습니까? 중 1소장 말대로 상황이 그렇다면 서장이 그런 계획을 결재하지는 않을 것이고 공문이 내려오면 소장님 생각만큼 받아먹은 사람이 그래 많지 않다는 소리도 되니까요…… 난 아까 갑자기 대책을 내놓으라고 다그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대안을 제시한 것뿐입니다. 계획이 내려와도 여기 행정반에서 할 일이지 구조대에서 단속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우리끼리 다툴 이유는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만…….”

“아이 누가 다툰다고 그라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뭐…….”

“김 주임? 잠깐만요?”

미포 해경 지서장이 손짓으로 2층 구조대로 가서 이야기하자고 그런다.

뭔 일인가 싶어서 올라갔더니 박동철 지서장이 이렇게 말했다.

“김 주임하고 남 반장이 스쿠버 잘하지예?”

“저는 흉내나 내는 정도구요, 남 반장이 선수지요.”

“잘되었네. 내가 미포 어촌 계장한테 이바구해 놨으니까…… 나중에 심심할 때 있잖아요? 잘 보소, 여기 행정 센터에서 일직선으로 약간 오른쪽, 한 15도 기울어진 각도로. 여기서 직선거리로는 250미터쯤 되겠네. 남 반장, 그라모 대충 알아듣겠제?”

“예. 뭐 보물이라도 묻어 놨능교?”

“억수로 보물이지! 저기가 어촌계에서 전복 종패 뿌려 놓은 데 아이가! 나중에 주임장 모시고 가서 좀 따 갖고 잡수이소. 여 나와가 고생하는데 그기라도 몸보신 좀 해야지. 안 그렇능교? 그라고 성게도 많다. 알이 노란 게 맛이 기가 똥을 찰 때 아이가. 수심이 한 3~4미터 되는데 스킨으로 기어들어 가문 숨이 차서 오래 못 버티고 애쿼렁 메고 들어가야 될끼다. 우리 배 빌리주까?”

“아니 됐습니다. 여기 보는 눈도 많은데 해경 경비정 가지고 전복이나 딴다고 기자들이 씹어 대면 대책이 없습니다. 우리 제트 스키가 저기까지 가니까 충분합니다. 남 경장? 나중에 6시에 해수욕장 문 닫고 둘이서 들어가 봅시다.”

“좋지요.”

그때 삐삐가 울렸다.

번호를 찍어 보니 홍지수다.

그러고 보니 여름 서에 나온다는 소리도 제대로 안 한 것 같았다.

김세민은 일부러 여름 서 뒤편 공중전화에 가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륵! 짤가락!

-네. 별장입니다.

“김세민입니다. 연락 주셨네요.”

-죄송해요. 전 해운대에 가신 줄도 모르고…… 정보 2계장님이 말씀해 주셔서 알았어요. 힘들지는 않으세요? 뭐 필요한 것은 없으시고요?

“하하, 네. 어쩌다 보니까 여기까지 파견을 나왔는데 그런대로 익숙해져서 지낼 만합니다. 별일 있어서 연락하신 건 아니구요?”

-별일은요.

“은수는 어때요? 공부 잘 된대요?”

-안 그래도 서울 가서 조 경사한테 집중 트레이닝을 받고 오더니 애가 자신감이 꽉 붙어서 내려왔어요. 조 경사가 이틀을 붙잡아 놓고 잠도 안 재우면서 공부하는 요령을 가르쳤다고……

‘조연희, 이 독한 자식……’

-바쁘신 분들인데 제 동생 때문에 시간도 내주시고, 너무 감사드려요.

“아닙니다. 은수 같은 재원이 조직에 들어온다는데 뭐라도 해야지요. 아마 가을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오늘은 좀 한가하신 모양이죠? 전화를 다 주시고…….”

-맞아요, 오늘 쉬는 날이에요.

“그렇군요.”

-우리도 한 달에 한 번은 쉬어요. 또 여름에는 더우니까 술 마시러 오는 분들도 좀 자중하시고…….

“그럼 다음에 쉬실 때 한번 시간 내서 놀러 나오시죠. 저녁 되면 바닷바람이 제법 시원하답니다.”

-정말요? 믿으실진 모르겠지만 전 부산에 살면서도 온천장에만 있었지 다른 곳은 못 가본 곳이 많아요. 해운대는…… 어릴 때 봄 소풍으로 한번 버스 타고 간 기억이 있어요. 그 후로는 한 번도……

“에이, 농담이 심하시네.”

-텔레비전에서만 봤죠.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저녁에 저 해운대로 가도 되나요?”

“예? 오늘 말입니까?”

-마침 쉬는 날이기도 하고……

김세민은 으레 하는 인사치레로 말을 했지만 홍지수는 진담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의도치 않은 말실수에 가슴 한구석이 찔리긴 했지만 한번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네. 그럼 오시죠.”

-죄송해요, 제가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그럴 리가요. 해수욕장 들어가는 횡단보도 건너면 바로 여름 경찰서가 보입니다. 저는 2층 구조대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알겠어요,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서 갈게요. 맛있는 거 먹어요.

“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김세민은 전화를 끊으면서 어딘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부산에 살면서도 해운대에 한 번 밖에 온 적이 없다는 말, 겉보기엔 화려한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고작 해운대에 와서 저녁 식사 한번 하는데 저렇게 들뜬 모습을 보이는 것에 지금까지 어떤 힘든 일들을 헤쳐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금정에서 파견 나온 송인식 경장이 의경 대원과 함께 제트 스키를 지키고 있고 김세민은 남 경장과 해운대 백사장 직선거리 250미터 지점에 애쿼렁(산소통)을 메고 잠수를 했다.

백사장과 달라서 수심도 4~5미터는 족히 되는 것 같았고 생각보다 어둡긴 했지만 곳곳에 햇빛이 들고 있어 아주 별세계에 들어온 것 같았다.

바위 군이 길게 형성이 되어 있어서 전복과 성게, 소라나 해삼도 지천에 널려 있었다.

자주 올 거니까 너무 많이 따지는 말자고 물속에서 남 경장과 신호를 한 후에 이것저것 주워 담고는 물 밖으로 나왔다.

먼바다에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해안을 보니 2층 구조대 사무실에서 보는 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요트를 타고 먼바다로 나와 해변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이 특별한 위치에 있음을 느낀다고 하더니 그 기분을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 * *

홍지수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가까워져 오는데 그날따라 사람들이 점점 더 몰려드는 통에 여름 경찰서 뒤편 주차장에는 더 이상 주차할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김세민은 다시 홍지수에게 연락을 해서 동백섬에 있는 제국 호텔로 6시까지 오라고 얘기를 하고는 먼저 호텔로 갔다.

예지현을 만나서 오늘 잡은 전복과 소라, 성게 해삼을 주고 손님이 오는데 같이 먹자고 주방에서 손질을 좀 부탁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흔쾌히 승낙을 해 주었다.

미리 직원 주차도 한 면을 양해받아서 호텔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6시 조금 안 돼서 홍지수의 차가 호텔로 들어왔다.

김세민은 홍지수를 데리고 호텔 뒤 계단을 통해 미네르바로 올라가려는데 홍지수가 [잠깐만]이라고 하면서 바닷가 쪽으로 김세민을 잡아끌었다.

“와! TV에서 보는 거랑은 너무 다르네요.”

“그래요? 난 맨날 봐서 잘 모르겠는데.”

“너무 그러지 말아요. 십수 년 만에 잊어버린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중이니까. 아! 좋다!”

홍지수는 바닷가에 온다고 해서 그런지 물방울무늬의 남색 실크 원피스를 입었는데 어둠이 조금씩 내리는 늦은 저녁 바다와 잘 어울렸다.

[와, 저 여자 누구지? 배우인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근데 옆에 있는 놈은 누구지?]

[와……뭔데 저런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거야?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홍지수와 김세민을 번갈아 보면서 제멋대로 궁시렁거렸다.

“슬슬 올라가시죠? 오늘은 제가 특식을 준비했습니다.”

“특식?”

“맨날 제가 별장에서 맛있는 것만 얻어먹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오늘은 좀 무리를 했죠.”

“정말요?”

“저~기 보이십니까?”

김세민은 먼바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까 낮에 바닷속에 들어가서 해산물을 좀 잡아 왔어요.”

“그랬구나…… 아니 근데, 호텔에서 손님이 가져온 재료로 요리를 해 준다고요?”

“원래는 안 되죠. 근데 이 호텔 식음료 지배인이 저하고 학교 동창생이더라고요. 여기 와서 알았습니다.”

“그러시구나…… 혹시 여자?”

“네? 그건 어떻게?”

“그냥…… 감이죠.”

“올라가시죠.”

미네르바로 올라갔더니 이미 바다가 통째로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아 놓고 예지현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 위에는 큰 접시에 김세민이 잡아 온 온갖 해산물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야…… 지현이 너 정말 고생했다. 참, 서로 인사들 하지. 여기는 온천장에서 음식점 하시는 홍 사장님 또 여기는 제 동창생인 예지현 지배인님.”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열심히 준비해 봤는데…… 식사가 입에 맞으셨으면 좋겠네요.”

해운대 앞바다에서 갓 채취한 전복과 성게는 예상대로 훌륭했다.

특히 들은 것처럼 성게는 알이 노랗게 꽉 차 있는데 식감은 최고인 것 같았다.

그래도 자리 값은 해야 되지 싶어서 티본스테이크를 하나씩 시켜서 다 먹고 났더니 배가 불러서 목구멍까지 음식이 차 올라온 것 같았다.

그때 김세민의 삐삐가 울렸다.

‘사무실인데……’

“전 괜찮아요. 전화하고 오세요.”

“실례……”

카운터에 가서 전화를 걸었더니 바로 남 경장이 받았다.

“김세민입니다. 무슨 일 있어요?”

-아 대장님! 방금 해운대 방범과장님 전화를 받았는데요, 삐끼 단속을 오늘 저녁부터 당장 하라는데요?

“갑자기?”

-지방청 석회에서 청장님이 그렇게 지시를 했다고 카네요. 오늘 저녁에 당장 기동대 다섯 개 중대가 7시까지 여름 서로 지원이 되는데 단속은 구조대장이 직접 기동대원들 교양해서 배치를 하라고 이미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아니 우리는 인명 구조만 하면 되는데…… 그건 여름 경찰서 행정반에서 할 일이지 왜 우리한테?”

-지야 잘 모르지만 대장님 아이문 일이 지대로 안 될 것 같으니까 그런 것 아이겠심니까? 지금 어디 계시능교? 빨리 와야 되겄심다.

“어휴…… 일단 알겠어요. 지금 손님하고 같이 있는데 최대한 빨리 파하고 갈게요. 일단 기동대 배치부터 좀 하고 있으세요!”

다시 올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홍지수한테 양해를 구하고는 김세민은 여름 서로 뛰어갔다.

‘다섯 개 중대면 적어도 600명은 족히 될 텐데…… 에라 모르겠다, 그냥 오늘 한번 본보기로 해운대 주변 유흥업소 싹 쓸어버리지 뭐. 그러게 누가 나한테 맡기래? 니들도 한번 당해 봐.’

여름 서에 들어가니 이미 기동대 중대장들과 소대장들이 도착해 있었다.

쭉 둘러봐도 김세민이 아는 지휘관은 한 사람도 없었다.

서울 같았으면 안면이 있는 지휘관이 한두 명은 있었을 터인데 객지라는 것이 새삼 실감이 났다.

“아니 근데 여름 휴가철인데 우리도 좀 쉬어야지 뭐 한다고 유흥업소 단속하는데 기동대까지 동원을 합니까? 그런 거는 자체적으로 좀 하시고 우리 기동대는 될 수 있으문 동원 안 하도록 부탁 좀 합시다.”

벌써부터 불만 섞인 소리가 튀어나왔다.

지방청장이 지시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나오긴 나왔지만 쉬지도 못 하고 남들 피서 보내는 장소에 와서 풍속 사범 단속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만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의경 대원들은 정반대였다.

부대에 갇혀 있으면 점호 청소에다 고참들한테 시달리게 마련인데 출동이라도 나오는 게 더 편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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