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7화
#317. 브리핑
해운대 서장이 마지못해 지휘봉을 들고 상황판 옆에 섰다.
“에…… 지금 청장님이 앉아 계시는 곳은 바로 이 지점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 위로는 헤라 호텔과 극동 호텔, 그리고 한국 콘도가 있으며 호안 도로를 따라 가면 화이트 호텔이 나옵니다. 그리고 반대편으로는…….”
해운대 서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청장이 중간에서 말을 끊었다.
“어이 고마해라!”
“잘 못 들었습니다?”
“당신 뭐 여기 어디 호텔 조합에서 나왔나? 뭐 자꾸 쓰잘데기 없는 호텔 위치만 줄줄 읊고 자빠졌는가 말이다. 오기 전에 보고받기로는 여 무슨 이안류인가 뭔가 그기 위험하다 카드만? 신문에도 났고 말이지. 그거는 와 생기는 긴데?”
“…….”
“해수욕장 근무에서 제일 중요한 기 뭐고, 바다에 사람이 안 빠져 죽으면 그게 최고 근무 잘하는 거 아이가! 어이, 호텔 안내 양반! 뭐 꿀 먹었나? 말이 없노?”
청장이 난데없이 이안류 얘기를 꺼냈다.
최일룡 청장이 평소 엉뚱하기는 해도 밑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는 절대 놓치는 법이 없었다.
처음 보는 용어나 내용은 꼼꼼히 체크해 가면서 수도 없이 읽는다고 전에 양 경사가 하던 말이 생각이 났다.
물론 김세민은 서장한테 제출한 보고서에 이안류 관련 내용도 첨부를 했지만, 아마 대충 한 번 훑어보고는 던져버린 모양이었다.
‘그러니 지금 버벅거리고 있지…….’
또한 이안류 발생 위치의 경우 이미 김세민이 상황판에다가 화살 표시를 해 두었지만 서장은 그게 그냥 단순한 파도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
김세민이 청장이 앉은 뒤로 살짝 자리를 옮겨 서장한테 헤라 호텔 위쪽이라고 손짓을 했다.
“니 뭐하노! 퍼뜩 보고 안 하나!”
“아 예, 죄송합니다. 생각을 좀 정리하느라……. 에 또, 이안류 발생 위치는 여기 화살표로 표시해 둔 지점을 보시면 대략 해서 이쯤이 됩니다. 여기로 이안류 파도가 수시로 밀려드는 형국입니다.”
“뭐? 수시로 밀려들어? 이거 봐 이거 봐! 그 말인즉슨 그래 위험한 파도가 수시로 밀려드는데 느그는 피서객들이 뒤지든지 말든지 저래 백사장에 쳐 재 놨다 이 말이네? 으이? 이 자슥들 이기 안 되겠구마. 이봐 해운대 서장!”
“옛! 총경 김명수!”
“당신 말이야, 지금 제대로 알고 시부리는 기가 모르고 시부리는 기가?”
“잘 못 들었습니다?”
“대략? 이쯤? 수시로? 지금 니 무슨 느그 집에 마누라한테 보고하는 기가 아니면 경찰청장한테 보고하는 기가? 여 지금 구청이고 기자들이고 다 나와서 보고 있는데 자꾸 어정쩡하게 그딴 소리나 할 끼가! 여기 여름 서장 어딨어!”
“경정 도정환!”
청장이 화살을 방범과장한테 돌렸지만 그 역시 귀찮아서 김세민이 만들어 둔 브리핑 자료는 제대로 챙겨 보지도 않았다.
청장 순시에 대비해서도 으레껏 서장이 알아서 하지 않겠냐는 안이한 생각에 대책에 있어서는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었다.
“저보다는 여기 있는 김세민 주임이 실무 책임자이기도 하고 저 상황판도 직접 만들었으니까, 김 주임이 추가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방범과장이 그렇게 김세민에게 브리핑을 미루어 버렸다.
“저걸 김 주임이 만들었다꼬? 그래, 그라모 김 주임, 니가 함 시부리 봐라.”
청장이 김세민에게 기회를 주었다.
“네. 그럼 여름 경찰서 구조대에서 보충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청장이 그렇게 말하는데 뒤로 뺄 수도 없어서 서장한테 지휘봉을 넘겨받고 상황판 옆에 섰다.
김세민은 상황판 뒷면에서 미리 준비해 둔 아스테이지 차트 한 장을 꺼내어 상황판 위에다 겹쳐 놓았다.
“저기 뭐꼬?”
“해저 지형도 같은데?”
김세민이 꺼내 놓은 것은 해운대 해수욕장의 해저 지형도를 직접 손으로 그린 것이었다.
“먼저 이 해저 지형도는 제가 직접 대원들과 같이 물에 들어가서 눈으로 확인한 것임을 밝힙니다. 이쪽을 보시면 해수욕장 전방 이백 미터 지점, 평균 수심 5미터 물속에 바위 군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 지점을 넘어오면 또 대부분 모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 청장님이 오늘 묵게 되실 헤라 호텔 앞 50미터 해저에는 또다시 길이 약 백 미터의 해저 바위 군이 돌출이 되어 있습니다.”
“그라모 그것 때문에 이안류가 생긴단 말이가?”
청장이 김세민에게 물었다.
“물론 100%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이것 외에 다른 원인은 찾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즉 먼 바다에서 파도가 들어오다가 해수욕장 이백 미터 앞에서 한번 뒤집어지면서 소용돌이를 친 다음에, 그대로 백사장으로 밀려왔다가 다시 밀려 나갑니다. 그런데 이 헤라 호텔 앞에서는 밀려오던 파도가 50미터에서 한 번 더 소용돌이를 치면서 해안까지 왔다가 밀려 나갈 때, 바위 군의 사이에 나 있는 바위 틈새로 병목 현상이 생기면서 급격하게 물이 빨려 나가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해변에서 수영하던 사람들이 파도가 빠져나갈 때 같이 빨려 들어가는 것입니다. 순식간에 해변에서 100미터까지 빨려 들어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제아무리 수영의 달인이라고 하더라도 그 상황에선 어쩔 도리가 없죠. 대부분은 공포심에 의식을 잃고 물을 먹게 됩니다. 방금 말씀드린 그 장면은 저희들이 비디오로 찍어 둔 것이 있으니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김세민이 손으로 박 경사한테 신호를 보내자 박 경사는 행정반에 있는 텔레비전에 비디오를 연결해서, 지난번에 이안류 사고 때 김세민이 사람들을 구출하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이 비디오 연출도 사전에 방범과장한테 다 미리 얘기를 해 주었는데, 자신이 설명할 자신이 없으니까 그냥 김세민에게 다 떠넘긴 것이었다.
비디오를 통해서 인명 구조 장면을 보던 청장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뭐고? 저거…… 저거 김주임 니 아이가? 니가 와 저 나오노?”
“그게…….”
“보자, 하따야, 니가 직접 드가서 건졌나? 익수자를?”
“……예.”
“니도 간부 아이가? 니 밑에 부하도 있을낀데 와 니가 드갔드노?”
“워낙 상황이 급해서 이것 저것 따질 경황이 없었습니다.”
“참 내, 요새도 간부가 저래 앞장서가 뛰 댕기는 사람이 다 있었네. 거 참, 니 진짜 대단하다. 으이? 내 오늘 상 갖고 내려오기 잘했네. 그건 그렇고, 인자 와 생기는지는 알았다 그자? 그라모 인자 우짤 낀데? 대책이 있을 거 아이가?”
“네, 지금으로서는 해당 암석 지역에 모래를 붓는 수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구청과 협조를 해서 저 지역에는 암석이 잠기도록 일단 모래를 부었고, 모래는 계속해서 씻겨 나가므로 보름에 한 번씩은 해수욕장 기간에는 투입을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지금 광안 대교 공사를 하는 업체에 협조를 구해서, 수중에서 빨리 굳는 콘크리트를 지원받도록 부산시와 협조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해수욕 시즌이 끝나면 수중에서 진흙과 수중 강화 콘크리트로 아예 바위 사이에 난 틈을 다 메울 계획입니다.”
“뭐 세부적인 거는 알아서 하고, 이왕 시작한 건 확실하게 해야 된다이? 그래야 또 사고가 안 날 거 아이가! 하따야, 아까 무슨 되도 안 한 호텔 위치 소개하고 할 때는 속에서 열 천불이 나더니만 김 주임 니 말하는 거 들으니까 내 안심하고 올라가도 되겠다. 청장, 안 그렇나?”
“예? 예, 아 저기 그건…….”
“이 피부 뽀얀 것 좀 봐라. 느그는 맨날 천날 사무실에 에어컨 틀고 자빠지가 밖에는 덥다고 나오도 안 하는 갑지? 인자 겨우 주임 단 아한테 이래 일을 갖다가 쳐 재놓고…… 부끄럽지도 않나? 으이?”
최일룡 청장이 해운대 서장과 지방청장을 대놓고 싸잡아 비난을 했다.
“아입니다. 저희들이 그럴 리가 있겠심니까? 저도 관사가 요기 마리나 아파트가 되어서 매일 퇴근하면서 한 번씩은 꼭 들러 봅니다.”
지방청장이 평소 하지도 않은 일을 하는 양, 에둘러 설명을 했다.
사실 지방청장은 요즘 퇴근길에 물망초에 들러 한잔하는 재미에 푹 빠졌는데, 마담인 홍민주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XBS 김은아 기자가 나섰다.
“청장님! 이곳 해운대 해수욕장까지 직접 오셔서 점검을 하셨는데요? 갑자기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오게 된 연유가 있으신지요?”
“아, 그 뭐라 해야 하노, 오늘 아침에 대마도에서 해저 지진이 났다는 소릴 듣고 깜짝 놀랐다 아입니까? 그라고 부산에 송도와 다대포는 사람이 각각 한 명씩 실종이 되었다 카고, 그래서 해운대 하면 전국에서 사람이 몰리드는 최고의 피서지 아입니까? 제가 놀라서 급히 내려와 봤는데, 여기는 우리 여름 경찰서 구조대장인 김세민 주임이 아주 잘해 주고 있어서, 저나 여러분이나 다들 안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국민 여러분 안심하시고 해운대로 많이들 놀러 오십시오. 허허!”
“여러분! 우리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김세민 구조대장님이 계십니다. 안심하시고 여기 부산 해운대로 놀러 오세요?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XBS 김은아였습니다.”
“자 인자 고마하고 밥 묵으로 가자!”
청장이 배가 고픈지 밥 먹으러 가자고 말을 꺼냈다.
“넵! 순찰대장! 빨리 준비해!”
지방청장이 싸이카 순찰대장에게 지시를 하였다.
“거 900!(시경 교통 관제실) 여기 명사십!(싸이카 대장).”
“여기 900!” 재고 날때(현재 시간) 해황성(경찰청장)께서 여름 미인집(여름 경찰서) 사십(순시) 독점!(완료) 청사 별장(청사포 횟집)으로 종둘(출발)!”
“아 칠팔! 칠팔!(알았다) 종모(전체)단말(무전기) 교중(중지)! 단말 일체 교중! 재고 날때, 해황성 거마(차량) 청사포로 종둘! 종셋(통과) 사팔지(장소)에 종일곱(배치)된 교통 순마(순찰차), 둘마(싸이카), 교인(교통 외근)들은 사오 종만 종열(근무 철저히 하도록).”
안전 계장의 목소리가 거 900무전 망을 통해 전 부산 시경 교통들에게 전달되었다.
“미포 오거리 종셋!”
싸이카 대장의 무전이 나오자 해운대 교통 계장이 이래 뛰고 저리 뛰었다.
달맞이 길로 올라가는데 중간에서 나오는 길들이 너무 많아서 아예 전부다 교통을 한 명씩 배치해서 완전 통제를 해 버렸던 것이었다.
달맞이 고급 빌라에 사는 사람들이 볼일이 있어 내려오려고 하다가 평소 같으면 차량이 잘 다니지도 않는 길이 이미 차들로 꽉 막혀 버려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아이 X발……이 뭐고 이거! 여서부터 밀리면 우짜잔 말이고!”
“달맞이 여도 도라이 같은 놈들이 많이 사는 모양이네! 이 X발 놈들이 집에 처박혀 있지 와 튀 나와가 이 지X이고! 에이 X발!”
다들 있는 대로 욕을 끌어 부었다.
“청사포 삼거리 종셋!”
이제 다 온 셈이었다.
횟집은 청사포 앞바다가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청사 별장 종넷!(도착) 에코 독점!(에스코트 종료).”
싸이카 대장의 에스코트 종료 무전이 나왔다.
“아아, 명 서른이 잠잠전(조금 전) 에코에 종원(동원)된 종모(전체) 물넷(병력)에게 일방 종여섯!(일방 지시) 대단히 고생들 했고 잠시 후에 환차에코(돌아가는 에스코트)가 종다(있다)할 예정이니까, 주십일(빨리)로 사식(식사)하고 환차에코에 사오종만 종열!(근무 철저히 하도록).”
“야! 조 SP! 대장님 이래 오시라고 해라! 우리가 점심 모시자.”
싸이카대 21번 을반 반장인 김명식 경사가 조원인 조일수 경장에게 무전으로 대장을 부르라고 했다.
“대장님은 왜요? 저기 청사 별장에서 식사가 잘 나올 텐데?”
조 경장이 이 상황이 이해가 잘 안되어서 그렇게 물었다.
“어이, 니 지금 몰라서 묻나? 880(비공식 에스코트)아이가! 니는 우리 대장님이 교통 간부 복장 한 채로 옆방에 운전수들 사이에 꼽사리 끼어서 밥 먹었으면 좋겠나?”
“아…….”
“에휴, 니는 아는 참 좋은데 눈치가 영 꽝이다. 뭐하노? 빨리 무전 치라!”
“명 사십!(싸이카 대장) 여기 21호 둘마!”
“아 여기!”
“채널 2!”
시경 싸이카 대장 공길수 경감이 무전기 채널을 돌렸다.
시경 직속 교통은 다들 사적인 대화를 할 때는 안 쓰는 채널인 채널 2번을 사용하고 있었다.
틱틱틱!
“뭐고?”
“대장님! 식사하러 내려오시죠?”
“식사? 느그는 어디 갈 낀데?”
“여기 청사포에 횟집 많잖아요? 내려오시면 저희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맞나? 안 그래도 여기 꼽사리 낄라니까 쪽 팔리든데 잘됐네. 가자!”
김명식 경사는 대장과 함께 해변 맨 안쪽에 있는 횟집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횟집 앞에 싸이카가 두 대나 들어오고 교통 순찰차까지 갖다 대더니 차 안에서 교통 간부 복장을 한 나이가 든 간부가 한 사람 내리는데 횟집 사장인 윤정식은 생전 처음 보는 복장이었다.
“하이고 우리 김 부장님! 이기 얼마 맨입니꺼? 언제 한분 찾아 주시나 하고 기다맀는데, 오늘 잘 오셨심다.”
윤정식이 김명식 경사를 보더니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
“윤 사장! 여기는 우리 시경 싸이카 대장님이시고, 오늘 저 위에 높은 횟집에 우리 경찰 총 대빵이 와 기시 가지고, 우리가 또 퍼뜩 한 그릇하고 다시 가야 된다. 그라이 뭐고? 복잡한 레파토리 다 치아뿌고, 고마 물회 그거 한 사라 묵읍시다. 오늘은 아침부터 에스코트 한다꼬, 따와이도 몬 해가 돈도 없다!”
김 경사가 횟집 주인한테 괜히 그렇게 너스레를 떨었다.
“하이고 지가 언제 돈 달라 했심니꺼? 마 이래 높은 분 모시고, 찾아와 주시는 것만 해도 지들은 영광이다 아입니꺼? 앉아 계시소! 지가 마 우리 주방장 보고 퍼뜩 해 올리라 하겠심니더. 아 그라고 우리 대장님 오싰는데 송구하지만 사진 한 방 박아도 되겠심니껴?”
“사진요?”
“흰색 모자에 그래 금색 실로 자수가 놓인 거는 내사 처음 봤심니다. 멋지네예. 여 사진 한 방 박아가 저 우에다 걸어 놓으모 들어오는 사람들이 보고 아 여기는 진또배기구나 저런 높은 사람들도 댕기는데 바가지는 안 씌우겠구나 칸다 아입니까?”
“허어 참, 높은 사람은 아닌데…… 그럽시다!”
잠시 후에 차려 나온 음식은 진수 성찬이 따로 없었다.
회도 전부 맛있는 부위만 썰어 냈는지 눈으로 보기에도 윤기가 자르르했다.
게다가 무슨 찌게다시가 그렇게 많은지 일일이 눈으로 헤아리기도 어려웠다.
“아니 근데 맨날 저하고 붙어 다니시는데 언제 이런 데는 다 개척을 했심니까?”
옆에 앉아 있는 조 경장이 자신의 사수가 발이 넓음에 감탄한 모양이었다.
“이거? 다 음주 서비스 아이가?”
“음주예? 그라모 인마가 언제 한번 음주에 걸렸는 갑지요?”
“마 그거는 니 눈까리 빼 묵은 거는 아이고, 우리 일주일에 한 번 일선 서로 나가가 합동 단속을 한다 아이가? 그랄 때 보문 물건이 하나씩 있는 기라. 이 주인 양반도 한 달 전쯤인가 좌천 신호대에서, 동부서 합동 음주 단속한다 케서 지원 나갔는데, 갑자기 그랜저 한 대가 토끼는 기라. 토끼는 거는 일선서 순찰차로는 낡아가 못 쫓아간다 아이가? 내가 바로 쫓아가서 교통부 로터리에서 잡았지. 명함을 하나 주는데 보이 여기 청사포 횟집 주인이라고 되어 있데? 그라모 언젠가 함 써묵을 날이 있겠다 싶어서, 그냥 보내 줬다 아이가? 그라이 한 번씩 전화가 오데? 밥 묵으로 오라고 말이다. 뭐 현장에서 현금 박치기도 좋지만 나중을 생각해서 아끼 놓을 거는 아끼 놔야 된다 아이가.”
“……그건 그렇네요.”
“맞제? 현장에서 현금 박치기 해 봤자 10만 원 아이가? 10만 원 그거 아 똥기저귀 몇 개 사다 보모 없어진다 아이가. 근데 이래 인간적인 관계를 맺아 놓고 살살 필요할 때마다 빼 무면 얼마나 좋노? 안 그렇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