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4화
#364. 대통령 경호 행사
김세민은 홍지수에게 받은 선거 공명선거 캠페인 명단을 정보과에 제출하고 나자 마음의 짐을 던 것 같아 한결 홀가분해졌다.
여름서의 남이경 경장은 윤민하 형사과장의 강력한 주장으로 정미희 살해 사건의 제1주공으로 본청에 특진 상신이 되었다.
윤민하 과장은 전체 직원 조회 석상에서 아예 선언까지 했다.
“이번 사건은 자칫 미제로 나올 수가 있는 사건을 5년 전에 한 직원이 범인의 모든 수법을 수법 원지에 기록하여 전산 입력을 했기에 검거가 가능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있는 동안은 형사들은 물론이고, 파출소 직원들도 수법 원지나 피해 통보표 작성을 절대 게을리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사건이 형사계로 넘어오면 제가 직접 챙길 것이며, 수법 원지나 피해 통보표가 없으면 앞으로는 제가 절대 결재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이, 수법 원지가 뭐꼬?”
“나도 잘 모르는데…… 피해 통보표는 또 뭔데?”
직원들이 밑에서 웅성웅성거렸다.
다들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용어라서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내사 처음 들어 보는 말이구마, 파출소에 그런 양식이 있나? 난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저 양반이 지 맘대로 만들어 낸 기가 뭐꼬?”
누군가 그렇게 볼멘소리를 하자 옆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핀잔을 주었다.
“에라이 이 또라이 자석들아! 너거가 한 번도 안 해 보이 우예 알 끼고? 마, 그런 기 있는 갑다 해라!”
“이 자석이 지도 올케 모리는 기 어디서 아는 체를 하고 있노? 저기요 과장님, 예! 수법 원지하고 피해 통보표인가, 그기 뭐가 다릉교?”
역전 차석 배기동 경사가 손을 들고 그렇게 질문을 하자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직원들이 [와!] 하고 웃었다.
“웃지 마라! 즈그도 제대로 모르면서…… 여 지대로 아는 놈이 누가 있노? 있으모 손들고 이바구해 봐라! 순 또라이 같은 자석들!”
“아! 질문 잘했어요. 그럼 누가 두 가지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해 볼 사람, 손 들어 봐요!”
윤민하 과장이 그렇게 말을 꺼냈는데도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과장님요? 여는 마 부산에 또라이들만 모아 논 또라이 경찰서 아입니까? 솔직히 여 앉아 있는 놈들 중에 지대로 아는 놈은 한 놈도 없실 깁니다.”
“우하하핫!”
“낄낄낄!”
직원들의 폭소가 터졌다.
“그래도 한 사람은 제대로 알고 있을 거야. 김세민 주임?”
“네.”
“김 주임이 한번 둘의 차이를 설명해 봐요.”
윤민하 경정이 난데없이 김세민을 들먹이자 김세민은 순간 당황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이 양반이 지금 나를 시험하려고 그러나…… 아님 전 직원 앞에서 쫑코라도 주려는 건가?’
“김 주임? 뭐 해요? 안 일어나고?”
‘……파출소는 방범계장 소관이니까 파출소 직원은 방범계장이 항시 지도 감독할 책임이 있기도 하고…… 에이 귀찮게.’
김세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범인을 검거하면 수법 원지, 범인을 검거하기 전이면 피해 통보표를 작성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양식은 수사 실무 편람에 보면 수사 서식 제17호와 제18호로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본서에 그리 많은 양식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파출소 도급경비로 관내 인쇄업체에 가서 인쇄를 해서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실무상으로 모든 형사 입건 서류에 다 작성을 할 필요는 없고, 강력 범죄나 특이한 수법으로 보이는 절도 사건만 작성을 하고, 또 수법 원지는 범인을 검거하고 난 이후에 형사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파출소는 해당이 없을 것이고, 피해 통보표는 절도나 강도 사건이 신고가 되면 바로 작성을 해서 전산 입력을 해야 합니다. 과거에 우리가 하던 장물 품표 작성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김세민이 설명을 마치자 또다시 직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뭔데, 뭐를 저렇게 자세히 설명하노?”
“크~ 직이네! 간부가 저래 똑 떨어지는 사람은 처음 봤다. 저거를 우예 다 외우고 댕기노?”
“몰랐나? 저 양반, 미국 FBI에 가서 교육까지 받고 왔다 아이가. 그런 머리를 지금 니 대가리에 비교를 하고 앉아있나?”
“머라꼬? 그게 진짜가? 그라면 뭐꼬, 미국 갔다 왔으면 그, 그래. 영어! 영어도 쪼매 하겠네?”
“쪼매 하는 정도가 아이고 저번 당직 때 미군들이 교통사고 나가 우리 사고반에 왔는데, 우리 중에 지대로 영어 시부릴 줄 아는 놈이 누가 있노? 안 글나? 그때 저기 김 주임이 상황실에서 내려와가 양놈들하고 솰라솰라 대화를 하드만 금세 서로 합의하고 갔다 아이가?”
“맞나? 완전 직이네!”
김세민도 물론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지금의 이 상황이 왜 만들어졌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윤민하 경정…… 왜 갑자기 나를 띄운 거지? 뭔가 찜찜한데…….’
동래, 온천장.
저녁 아홉 시가 되자 심덕수 사장 집의 전화가 울렸다.
“예예, 뭐라고예? 여론조사예? 우리 그런 거 안 하는데?”
심 사장의 부인이 전화를 받아서 그렇게 말하면서 끊으려는 순간, 심 사장이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그 소리를 들었다.
본격적으로 선거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일주일 뒤 처음으로 대선 후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부산 지역은 여당이 42%, 제1야당이 33%의 오차로 발표가 되었으며, 저쪽 지역은 여당이 4%, 제1야당이 92%의 압도적인 지지였다.
전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아니 부산 문디 저 자석들이 미쳤나? 걸쳤나? 참말로 부산에 저쪽에서 온 사람들이 30%가 넘게 산다꼬? 이거 말도 아인 소리다. 잘못하다가는 눈 빤히 뜨고 당하겠다. 안 되겠다, 내라도 나서야겠다.”
서울 청계천에서 기계 공구상을 하는 김천조 씨는 아침 신문을 보고 펄쩍 뛰었다.
그러고는 대번에 부산 고향 친구들한테 전화를 돌렸다.
“야! 너거는 다 뭐 하고 자빠졌노? 이거 나라가 넘어가는 꼴 참말로 볼라꼬 구카는 기가? 뭐가 어찌 된 기고? 여러 소리 말고 내는 여기 서울에 올라와 있는 우리 동기들 매주 만나가 술 살 테니까, 너거도 부산에 가만 처자빠져 있지 말고 좀 나서라! 인자 한 달 남았다 아이가?”
“맞다맞다, 안 그래도 여기 우리 가구점 골목에도 어제부터 모이자꼬 난리다. 우리도 여론조사 결과 보이 참말로 그리 나올 줄은 몰랐는 기라. 진짜 쪽팔리 죽겠다. 어제도 한잔 묵을라꼬 여기 조방 낚지 골목에 가이, 벌써 식당에 떡하니 ‘XX향우회’라꼬 플래카드까지 붙여 놓고, 대놓고 저쪽 사투리 써 가문서 떠들어 싸는데 속이 뒤틀리가 묵은 거 다 토해 냈다 아이가? 우리도 인자 이틀에 한 번씩은 모이기로 했다. 여는 걱정 말고 너거 서울이나 단디 해라. 서울은 저쪽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많다 아이가?”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수석 비서관 회의를 미루고 정무와 민정, 비서실장만 모였다.
“그라이까 내가 부산에 한번 내려가야 된다 그 말 아입니까?”
대통령이 먼저 말을 꺼냈다.
“예 맞습니다. 지금 부산 민심이 아주 흉흉합니다. 한번 각하께서 내려가셔서 바람을 일으킬 필요가 있습니다. 당에서도 그걸 바라고 있고요. 대선 후보자께서도 청와대에서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고 서운해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무수석이 대선 후보인 김삼식 후보가 서운해한다는 말을 직설적으로 해 버렸다.
“근데 행사 한번 한다고 그래 쉽게 민심이 돌아서겠나?”
대통령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어쨌든 이때 한번 써먹으려고 새마을 지도자 대회를 원래는 5월에 하기로 했는데 뒤로 미루었으니까, 지금 부산에서 대대적으로 한번 하는 것이 타이밍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민정수석이 그렇게 하자고 주장을 하였다.
“그럽시다. 까짓거 뭐 바람 한번 쐰다고 생각하면 되지 뭐! 인제 지방 행사 가는 것도 마지막이네. 그럼 다음 주에 부산에서 다들 봅시다.”
대통령이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대통령의 부산 행사 결정은 즉시 경호실에 통보가 되었고, 경호실장은 경호실 부대의 각급 지휘관들을 소집했다.
경호처장과 작전처장, 수행처장을 비롯한 22특별 경호대장, 101경비단장, 수경사 30단장과 33단장, 66특전대장, 그리고 민간인 경호관으로 구성된 명왕성 부대장이었다.
경호실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 이번에 행사는 말이야. 전국에서 새마을 대의원 4천 명이 참석을 한다고, 장소는 부산 사직 실내 체육관이고 말이지. 지금 부산 시경이 군기가 많이 빠졌어. 이번 기회에 가서 끈을 바짝 조여 줘야 해. 올해는 부산에서 1급 경호 경비가 없었잖아? 그러니 먼저 안전검측과장이 내려가서 군기를 제대로 잡아. 그리고 FTX(Field Training Exercise: 모의 훈련)는 수행처장이 직접 내려가서 한 서너 번을 해. 그리고 66(66특전대: 1공수에서 6명의 장교와 60명의 부사관으로 구성된 대통령 숙소 근접 매복조)도 이번에는 내려가!”
“알겠습니다! 그럼 안전검측과장이 22 애들(22특별 경호대: 전원이 경찰관으로 구성된 사복 경호대) 한 30명 데리고 선발대로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22특경대장 강동수 총경이 그렇게 보고를 하였다.
“그렇게 해!”
그날 저녁, 부산 시경 청장실 석회.
“아니 경무 형님! 뭔 평소에 안 하던 석회를 다 한다고 이 난리요?”
석회 오라는 말에 저녁 약속을 미루고 온 외사과장의 양 볼이 불룩하게 튀어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모처럼 러시아 영사관에서 접대를 한다고 해서 잔뜩 기대에 부풀었는데, 난데없이 한 사람도 빠지지 말고 석회 참석을 하라는 통에 약속을 미루어 버렸으니 심술이 날 만도 했다.
“조용히 못 해! 지금 갑자기 위에서 무슨 연락이 온 모양이야, 들어가서 찍히지 않게 말조심해야 돼!”
“자, 다 온 거 같은데 들어갑시다.”
제1부장이 먼저 앞장서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청장님! 식사하셨심니까?”
이번에는 외사과장이 들어가면서 거수경례를 했다.
“당신 지금 점심 인사 하는 거야? 왜, 나 아직 못 먹었으면 사 주기라도 할 거야?”
“……아니 그게…….”
“그런 맘에 없는 인사는 인제 때려치울 때도 되었잖아? 다 온 거야? 빠진 친구 없어?”
청장이 경무과장한테 물어보았다.
“예! 다 왔심니다. 자 앉은 채로 차렷! 집합 끝!”
계급이 낮으나 높으나 모이면 차렷, 경례였다.
“자 잘 들어 봐! 다음 주에 우리 사직 체육관에서 전국 새마을 지도자 대회를 하는데, 각하가 참석하시는 모양이야. 그래서 1급 경호 경비가 떨어졌어. 우선 경비과에서 계획을 세우겠지만 다들 잘 알다시피 경호실 자식들 행패가 이만저만이 아니잖아? 당장에 내일모레 수행처장이 내려와서 FTX를 하겠다고 하니 말이야, 직원들한테 단단히 얘기해서 더러워도 끝날 때까지 다들 참으라고 그래. 경호실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지휘관 문책이란 말이야. 오늘부터 당장 갑호 비상에 들어갈 거니까 전 직원 절반은 사무실에서 대기하라고 그러고, 사직 체육관하고 숙소인 극동 호텔은 오늘 당장에 안전 유지 병력을 투입하라고 그래.”
“알겠습니다. 휴우…….”
경무과장이 한숨부터 쉬었다.
당장에 직원들이 동원되면 동원 급식비부터 시작을 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고, 이는 부산 시청도 마찬가지였다.
부산 시청 시장실.
부시장과 각 국장급들이 다 모였다.
천재홍 부산 시장은 자신이 마지막 임명직 시장이고 내년에 정부가 바뀌면 민선 시장에 도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마지막 대규모 행사에 누구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새마을 과장은 참석 안 했어?”
천 시장이 좌중을 둘러보면서 한마디 던졌다.
“아, 새마을 과장은 지금 행사장에 갔심니다. 행사 관계자들하고 식장 꾸민다꼬 지금 정신이 없을 낍니다.”
총무국장이 대신해서 불참 사유를 보고했다.
“다들 짐작하겠지만 이번에 여론조사가 엉망으로 나온 것 때문에 청와대 심기가 안 좋다고. 이럴 때 찍히지 말고, 이번 행사는 서로 미루지 말고 한마음 한뜻으로 다들 힘을 모아야 해! 시경은 오늘부터 갑호 비상이라는데 우리도 비상근무에 돌입하자고. 바짝 긴장을 해야 해.”
“예 알겠심다.”
김세민은 본서에서 열리는 확대 간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여름서에서 출발해 막 도착하는 길이었다.
[삐빅, 삐빅.]
“누구지…….”
번호를 찍어 봤더니 윤희연이었다.
김세민은 사무실에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희연 씨? 전화했네요?”
-전화했죠. 했으니까 이렇게 전화가 오겠지.
“하하, 요즘 안 바빠요?”
-무슨? 바쁜 건 내가 아니고 김세민 씨 아닌가? 여름 경찰서도 끝났다면서 뭐가 그렇게 바빠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나 봐?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자꾸 사건이 터져서…….”
-사건?
“별일 아니에요. 참, 나 해운대로 이사했단 이야기, 했었던가?”
-……금시초문인데.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거예요!
“미안해요, 해운대에 [산호가든]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했어. 혹시 시간 괜찮으면 오늘 집들이 합시다. 저녁은 내가 준비할 테니까.”
-오케이, 가야죠. 오늘은 할 말도 좀 있고.
“응? 무슨 할 말?”
-나중에요.
“……그래요. 그럼 7시까지 올 수 있어요? 10동 80X호로 오면 되요.”
-응, 이따 봐요.
해운대 경찰서장실에서 확대 간부 회의가 열렸다.
파출소장들이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마련해 둔 간이의자 60여 석이 다 찼다.
“어요! 장 부 서장! 와 이라는데? 갑자기 뭔 일이고?”
중2 소장이 부속실 장미향에게 그렇게 물었다.
“저도 잘은 모르는데 1호 행사가 있는 것 같아요. 극동 호텔이래요.”
“오잉? 와 극동이고? 헤라도 있고 제국도 있는데, 극동은 인자 한물갔다 아이가?”
“에헤이! 중 둘이 뭘 모리네. 극동 701호가 원래 이동식 청와대라꼬 안 카나? 방이 평수가 수물여덟 평이나 된다 카이. 거기가 시설이 다 되어 있는 기라. 경호실 직원들 숙소도 다 준비가 잘되어 있고. 우리 각하도 왕년에 경호실 작전 처장도 했시니까 옛날 향수도 나겄지. 퇴임도 다 되었시니까 거기서 함 자 보고 싶겠지. 안 글나?”
역전소장이 그렇게 나름대로 짐작해서 말을 꺼냈다.
“마 고거는 우리 역전 사또 말이 맞을 끼다. 원래가 외국 원수가 오문 제국에, 나머지 장관급은 헤라. 각하는 저기 남천동 영빈관이나 아니문 극동 아이가? 그란데 이제까지 다 남천궁에서 주무싰다 아이가? 와 이번에는 극동이고? 그건 쪼매 이상하기는 하다?”
이번에는 중 하나 소장이 그렇게 말을 받았다.
“고게 아마도 우리 역전 대감 제대한다꼬 각하가 좀 섭섭하싰는 모양이다. 역전 형님! 오늘부터 X 빠지게 안전 검측하고 안전 유지 함 해 보시소. 제대 말년에 개피 본다는 말이 인자 실감이 날 끼요! 낄낄!”
송정 소장이 웃긴다고 낄낄거렸다.
‘……늦겠는데…… 어떡하지?’
김세민은 시계를 보니 회의 끝나고 집에 가서 밥 준비하고 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오랜만에 보는 건데 무르기도 그렇고…… 할 수 없지.’
김세민은 고민 끝에 홍민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야, 김세민.”
-형부? 어쩐 일이야 이 시간에? 오늘 무슨 경찰서에 회의 있다고 하지 않았어?
“……니가 그걸 어떻게 아냐?”
-……알면서. 왜 전화한 건데.
“아 그게, 내가 사정이 좀 급하게 되었는데, 집에 손님이 오기로 했는데 여기 회의가 언제 끝날지 몰라. 그래서 말인데…….”
-내가 대신 가 있다가 대접하고 있으라고?
“어, 어. 그래. 부탁 좀 하자. 끝나는 대로 바로 넘어갈게, 얼마 안 걸릴 거야. 열쇠는 경비실에 맡겨 놨어.”
-알았어, 천천히 일 보고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