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372화 (372/869)

제 372화

#372. 동백 행사 D일(2)

“대저 IC 종셋!”

거 100망에서 대저 IC를 통과했다는 중계가 나왔다.

“자 주목! 주목! 각하하고 악수하는 사람들은 절대 각하의 손을 잡지 않는다, 이걸 꼭 명심해야 합니다! 그저 가볍게 손바닥만 갖다 대면 잡는 것은 각하가 합니다. 여러분이 각하 손을 반갑다고 꽉 잡아 버리면, 각하는 하루에도 수십 번의 악수를 해야 하는데 손이 붓고 아프게 됩니다. 그 얼마나 불충입니까? 절대 잡지 말고 가볍게 손바닥만 살짝 갖다 댄다, 그걸 꼭 명심해 주기 바랍니다. 자 지금부터 경호관들 말이야, 자기 앞에 서 있는 악수 대기자들과 한 몇 번 연습들 해 보라고! 시간 없어! 이제 십 분이면 도착한단 말이야!”

사직 실내 체육관에 있는 수행 3과장이 돌아다니면서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제2 낙동교 종셋!”

“야야! 온다, 온다, 자 춤추자! 음악 틀어라! 신나게! 돌리고 돌리고!”

만덕 터널 반대편 입구 만덕 주공 사거리 앞에 배치된 북부서 협조 단체 회원들은 여성 회원들을 필두로 흥을 돋우기 시작했다.

그래야 구청에서 활동비를 수령할 수 있고, 그걸 갖고 가을에 단풍놀이라도 한번 가려면 쪽팔리는 것 따윈 문제도 아니었다.

또한 이 모든 광경은 다 사진이나 비디오로 찍어서 올해 각 소속 단체의 활약상으로 구청 게시판에도 전시를 할 예정이었다.

대낮에 길바닥에서 춤추고 미쳐 돌아가면서도 오로지 머릿속에는 돈 생각 외는 없었다.

마침내 대통령 행렬이 만덕 고개를 오르기 시작했다.

“와아아~! 각하!”

“만수무강하시소! 반갑심니데이!”

사람들의 환호성을 지켜보던 대통령이 미심쩍은 눈초리로 수행처장 쪽을 돌아봤다.

“어이 처장! 저거 당신 작품이야?”

“아닙니다. 각하! 요새 사람 동원하고 그런 거 없습니다. 그리고 동원한다고 해서 누가 어디 나옵니까? 저 사람들 복장 한번 보십시오. 전부 다 가정주부이고 지나가는 행인들 아닙니까? 자발적으로 저러는 것이지요. 각하의 퇴임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 번 더 하셔도 될 뻔했는데…….”

“거 쓸데없는 소리? 어쨌든 욕심이 날 때 그만두어야 돼. 왜, 밥도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그러잖아? 난 마음 다 비웠어. 오직 나라의 미래만 생각할 거야.”

북부서의 지나가는 행인들이 갑자기 인도에 모여들어서 환영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것이었다.

무전에서 대저 IC를 통과했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다들 띄엄띄엄 떨어져서 지나가는 행인들처럼 얼쩡대다가 행렬이 만덕 고개를 들어서는 순간 미리 아스팔트 바닥에 분필로 숫자와 동그라미를 새겨 놓은 자기 자리를 찾아가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봤을 때 누가 봐도 지나가는 행인들이 갑자기 각하 행차를 발견하고 갑자기 몰려들어서 환영하는 장면을 연출하려는 것이었다.

“만덕턴(터널) 종셋! 명 사십(싸이카 대장)! 여기 별 하나!”

“여기 명 사십입니다!”

“아, 미남타(로터리)에서부터는 선두 둘마(싸이카)는 설대(혓바닥 모양) 대형으로! 후미는 다이아몬드 대형으로!”

“아! 칠팔입니다!”

선두의 싸이카 제대 구성을 보면 맨 앞에는 반장인 경사가 탑승하는 싸이카가 섰고 그 한 대를 중심으로 뒤에 좌, 우로 각각 여섯 대씩의 싸이카가 뾰족한 혓바닥 모양으로 삼각형의 대형을 유지한 채 운행하고 있었다.

온천 3동 고속버스 터미널 앞에서 차를 기다리던 강효식 씨는 갑자기 지나가는 차량이 모두 자취를 감추더니 멀리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미남 로터리에서 백차가 경광등과 쌍라이트까지 켠 채로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뭔 구경거리가 났는가 싶어 높은 데로 올라가서 구경 한번 해 보려고 육교 위로 올라갔는데 그때 누군가 앞에서 손을 내밀어 자신의 가슴팍을 밀어 버렸다.

“우왓! 이봐! 뭐야! 넘어질 뻔했잖아, 이 새끼야!”

“…….”

그 순간 선글라스를 낀 경호관 한 명이 허리에 찬 권총 벨트에 손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 강효식은 금방 태세를 전환했다.

“아입니더, 아이라예. 지가 좀 급한 일이 있어 갖고 넘어갈라꼬 구캤심더. 쏘지 마이소! 지가 마 먹여 살리야 하는 가족이 일곱이라예!”

기겁을 하고 내려서서 도로를 보니 안전계장이 탄 선도 백차가 요란한 경광등 소리를 내면서 지나갔고 잠시 조용한가 싶더니 이내 미남 로터리에서 좌회전하는 수십 대의 싸이카 행렬이 보였다.

싸이카도 평소에는 적당한 폼으로 타다가도 경호 행사가 있으면 척추를 꼿꼿이 세우고 정좌를 한 채 운행을 해야만 했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짙게 선팅한 대형 세단들이 지나가는데 어느 차에 대통령이 탔는지 밖에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통상 대통령 공식 행사는 똑같은 제대(차량 행렬) 3대를 구성하는데, 대통령이 어느 차에 탈지는 탑승 전에 경호실장이 임의로 정하기 때문이었다.

이날 같은 경우는 3번째 행렬에 대통령이 탑승을 했다.

사직 삼거리에서 운동장 가는 차량들을 통제하고 있던 김 수경은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얼굴에 화장이라는 걸 한 참이었다.

먼저 기초화장을 하고 분이 얼굴에 잘 묻게 하기 위해서 정성을 들여 콤팩트를 두드렸으며 나중에는 선크림까지 얼굴에 바른 탓에 모자를 쓴 아래로 땀이 콩죽처럼 줄줄 흘러내렸지만 땀을 닦을 수도 없었다.

“와따! 우리 전경 아재 얼굴에 화장을 다 했소? 꼭 무신 중국 경극에 나오는 배우들 같네? 킬킬킬!”

사람들의 놀리는 소리도 딱히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쨌든 자신의 지시를 무시하고 만약에 차량 한 대라도 골목에서 튀어 나가는 날이면, 남은 군대 생활이 어찌 될 것인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운동장 입구 종셋!”

“자 자, 손뼉 치고, 춤추고, 뛰어요! 뛰어! 저기 웃으라니까? 인상 쓰지 말고! 똑바로 안 해?”

체육관 입구에 배치된 경호관들이 동원된 환영 인파를 마주 보고 서서 있는 대로 인상과 욕설을 해 댔다.

“X발 놈! 지는 있는 대로 인상 쓰면서 우리보고는 웃으라고? 뭔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노!”

동원된 김천수 옹이 구시렁거리자, 사람들이 지르는 환호성 사이에서도 어떻게 들었는지 앞에 마주 보고 선 경호관이 있는 대로 인상을 썼다.

“어이! 거기 영감! 당신 방금 뭐라고 씨불인 거야? 똑바로 안 해? 아들하고 같이 경호실에 불려 오고 싶어!”

자식 얘기를 꺼내는 통에 그만 김천수 옹의 머리가 저절로 숙여졌다.

“아이고, 아입니다.”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두 차례나 그냥 현관 앞을 지나가더니 세 번째 차량 행렬이 서서히 들어와서 현관문을 백여 미터 남겨 두고 선 뒤 이윽고 차에서 대통령이 내렸다.

그러고는 한쪽 손을 번쩍 들어서 환호하는 군중들을 향해 인사를 하였다.

“와아아! 우리 대통령 만세! 만세다 만세! 각하! 만수무강하옵소서!”

그동안 여러 번에 걸친 FTX로 꽤나 시달린 탓에 지긋지긋했었던지 사람들은 그간의 고충을 소리 지르는 것으로 풀려는 듯 있는 힘껏 대통령을 향해 함성을 질렀고,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 때문이었던지 다들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순서대로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입구로 들어온 대통령이 실내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자 가득 들어찬 14,000명의 입장객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환호성을 질렀다.

“자, 다들 머리 숙여! 움직이지 마!”

사직 체육관 경호 CP에서 갑자기 대통령이 입장을 하자 CP에 앉아 있던 경찰, 군, 시청 및 소방 등 각종 관계자들에게 갑자기 CP장이 고개를 숙이라고 명령을 하였다.

“더 숙여!”

다들 이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시키는 대로 머리를 숙일 수밖에는 없었다.

CP에 파견된 동래서 경비과장이 나중에 얼굴이 익은 경호관에게 살짝 물어보았다.

“각하 입장할 때 왜 우리보고 머리를 숙이라고 한 겁니까?”

“아! 그거는 말입니다. 여기 CP에서는 각하가 안 보이지만, 안 보이는 곳에서도 각하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할 것 아닙니까? 각하가 보이는 데서만 인사를 한다면 그거는 간신배지, 충신이 아니지 않습니까?”

“…….”

그 소리에 경비과장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때, 대통령 뒤에서 수행하던 수행처장이 양손을 넓게 벌려 하늘로 솟아오르는 동작을 계속했다.

앞에서 걸어가는 대통령은 그 모습이 안 보이겠지만 입장객들은 뒤에서 경호관이 양팔을 벌려서 소리 지르라는 신호에 다들 안 미칠 수가 없었다.

“와아아아! 우리 대통령 만세다! 만세! 자, 이번에는 박수다 박수!”

실내 체육관 2층의 로열박스에는 대통령이 앉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위 3층에는 수행처장이 올라가 있어서 군중들의 환호성을 유도했다.

그리고 텔레비전 카메라는 수행처장을 절대 찍어서는 안 되었다.

대통령의 연설이 중간에 약간이라도 막힐 때는 수행처장이 3층에서 새마을 대의원들에게 양손을 밑에서부터 들어 올리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고함을 지르고, 양손을 위로 들어 올려서 손뼉을 치는 흉내를 내면 앉은 자리에서 손뼉만 쳐야 했다.

이 모든 것을 일주일 동안 연습시켰던 것이어서 크게 차질이 생길 일은 없어 보였다.

다음은 각 지회별로 새로 제작한 새마을 깃발을 하사하는 순서였다.

대통령은 사람과 첫 대면을 할 때 그 사람의 군 경력을 대단히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어느 군대, 어떤 계급으로 전역을 했는지만 얘기를 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꿰뚫어 보곤 했다.

따라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든 행사에서 표창장을 받거나 부대기를 받을 때는 반드시 자신의 군 전역 당시 계급을 복창해야만 했다.

각하가 첫 번째 새마을 지도자 앞에 가서 섰다.

“충북도 지부장 해병 병장 김명수!”

“음~ 군에서 고생이 많았구먼.”

뭔가 한마디 말을 한 뒤 기를 수여하고 악수를 마치고 나면 다음 차례였다.

“제주도 지부장 육군 병장 박한수!”

“음! 그래 다들 군에는 잘 갔다 왔구먼.”

“강원도 지부장 육군 일병 채치수!”

“일병? 자네는 방위 출신인가?”

“네, 그렇습니다! 2대 독자라서 가고 싶어도 못 갔습니다.”

“그런가? 그래, 고생하게.”

대통령의 표정이 영 떨떠름해 보이자 수행처장이 옆에서 같이 수행하던 전국 새마을 지도자 대표에게 짜증을 냈다.

“아니 당신, 각하가 군필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서 저런 덜떨어진 놈을 각하 앞에 세우면 뭘 어쩌자는 거요?”

“송구합니다, 처장님. 그래도 저 친구가 돈이 많아서 우리 행사나 새마을 기금도 많이 내고 또 여당에 후원금도 많이 냅니다. 고마 모른 체하고 한번 넘어가 주시지요. 나중에 저 친구가 처장님한테 밤에 한번 찾아뵐 겁니다. 밑에 얘기나 좀 해 주시죠.”

“으험! 나 원 참! 알았소.”

평소 대통령을 한 번 만나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채치수 씨는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이제 밤에 수행처장 만나서 봉투 하나 건네고 같이 사진이나 한 번 찍어 오면 이제 우리 동네에서 찔락거리는 놈들은 다 아가리 하겠지. 생각만 해도 신나는구만.’

대통령의 사직 체육관 행사가 다 끝이 났다.

여기는 너무 사람이 많아서 대통령이 만찬까지 하기는 무리였기 때문에 하사 기념품으로 대신하고 다시 숙소인 극동 호텔로 출발을 했다.

다시 동래서와 해운대서는 연도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거 100! 여기 별 하나!”

“여기 거 100입니다!”

“재고 날 때 동백 행사 독점(완료). 극동 별장으로 종둘(극동 호텔로 출발)!”

“아, 칠팔 했습니다. 종모 단말 일체 교중! 재고 날 때 명왕성 거마 180울안(해운대서 관내) 극동 별장으로 종둘! 연도 사오자 사오 종만(거리 근무자 근무 철저히 할 것)!”

“내성타 종셋!”

“자, 온다 온다! 전부 다 정위치!”

극동 호텔 안 경호 CP에서는 관계자 전원이 제자리에 앉아서 대기를 했다.

김세민도 경호 CP 안에서 탁자 앞에는 자리가 없어 못 앉고 벽에 놔둔 접이식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해운대 자망으로 극동 호텔 주변에 배치된 전 병력들에게 일방 무전이 들려왔다.

“잠시 후에 해운대 울안으로 명왕성 거마 들어올 종정(예정) 각 사오자 사오 종만(각 근무자 근무 철저히 하도록)! 절대 명왕성을 보려고 하지 말고 배면 경호(각하를 등지고 서는 경호) 원칙을 지키도록!”

그때, 수행 2과장이 들어와서 소리를 질렀다.

“야! 저기 호안 도로 경찰관들 말이야, 옷이 저것밖에 없어? 저게 뭐야? 바지도 후줄근하고 상의와 하의가 다 따로 놀잖아? 저기 감독자가 누구야?”

“네, 해운대서 김세민 경위입니다.”

김세민이 일어나서 대답을 했다.

“지금 나가서 저기 아래위로 따로 양복 입은 저 촌놈 새끼들 말이야! 싱글로 입은 놈들하고 교대를 시키도록 해!”

“예?”

“저거 각하가 계시는 방에서 보면 다 보일 텐데 말이야, 경찰관들 양복도 제대로 못 해 입느냐고 그렇게 생각하실 거 아니냐 이 말이야! 그럼 각하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느냐고! 자네들 그런 생각 한 번이라도 해 봤어? 당장 나가서 바꿔 버려! 뭐 이런 것까지 일일이 다 지적을 해 줘야 하고 말이야. 하여튼 서울 있다가 지방에 오면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다니까.”

수행 2과장이 방방 뛰기에 밖으로 나가 보니 김세민이 보기에도 파출소 직원들이 입고 있는 양복은 엉성해 보이긴 했다.

구겨진 채 흘린 막걸리가 묻은 자국이 남아 있는 경찰 지급품 바지에다가 구두는 뒤축을 구겨서 신은 경찰 단화였는데, 경찰도 단화 지급 시에 군대처럼 대충 던져 주다 보니까 발에 맞지 않은 신발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구겨 신고 다니는 편이었다.

그나마 양복 상의는 하의보단 나은 편이었지만 색이 제각각인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급하게 구하려다 보니 심지어 겨울 양복 윗도리를 입고 온 직원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수비타 종셋!”

이제 대통령 행렬이 거의 다 온 셈이었다.

“각하! 이거는 오늘 만찬 후에 따로 접견하실 명단입니다. 그 옆에는 민원 사항이 따로 적혀 있습니다.”

수행처장은 대통령에게 오늘 일대일 독대를 할 명단을 건네주었다.

“음! 이거 해운대는 호텔이 좀 많이 들어서야 하지 않아? 그래야 발전이 될 건데……. 음~ 층수가 고층이네? 이거 공군 총장이 뭐라고 할 텐데? 여기는 고도 제한 구역이잖아?”

“그렇습니다. 각하가 일단 재가를 하시면 나중에 공군 총장한테도 별도 인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인제 나갈 때 되었는데 정말 인심이라도 팍팍 쓰고 나가야지. 안 그래? 수행처장?”

“넵!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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