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373화 (373/869)

제 373화

#373. 줄 거 있으면 주고, 받을 거 있으면 받고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 행사도 모두 끝이 났다.

늘 그랬지만 당장에는 다 때려잡을 듯 설치다가도 막상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지는 것이 경호 경비였다.

김세민은 이번 행사를 통해 최고 권력자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가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경호실 간부들이 쓰는 [심기 경호]라는 말이었는데, 전후 사정은 따지지 않고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생전 와 보지도 않았던 부산까지 쫓겨 와 있는 것도 그 일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이내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래,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일단 지금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자, 그게 제일 중요해.’

그런 생각을 하며 출근해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박주일 경사가 찾아왔다.

“무슨 일입니까? 아침 댓바람부터.”

“계장님, 경호한다꼬 고생이 많았심니다.”

“아닙니다, 고생은요. 그건 뭡니까?”

“아 이거는예, 이번에 여름서 결산한 겁니다. 함 보시소.”

“그래요, 과장님한테는 결재받았습니까?”

“아뇨, 아직 과장님한테는 말씸을 안 드렸는데…….”

“왜요?”

“애로 사항이 하나 있심니다.”

“뭔데 그래요.”

“그 여기 자세히 보시면…… 서장님 몫이 있다 아입니까? 이기 사실 전에 계시던, 아 왜 있다 아입니까? 하동 서장으로 쫓기간. 그 양반이 있을 때 위문금하고 다 들어온 거거든예…….”

“그래서요.”

“지금 서장님은 그 이후에 오신 기니까 고마 결산할 때 서장님 몫은 빼고 하는 게 어떻겠심니까?”

“……그러니까 지금 박 부장 말은 새로 온 서장이라 여름서 내용을 잘 모를 테니 따 시키고 우리끼리 갈라먹자, 뭐 그런 말입니까?”

“쉽게 얘기하면 그렇지요.”

김세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말을 꺼냈다.

“……박 부장 말은 알겠는데, 내 생각은 좀 다릅니다. 전임 서장이 아무리 하동에 있다고 해도 아마 내용을 다 알고 있을 텐데 괜히 긁어 부스럼 생길 일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참, 하동 서장님 발령 날 때 전별금은 좀 챙겨 드렸나요?”

“어데예? 그때는 결산 전이라서 전별금은 못 드렸심니다. 과장님도 따로 안 하셨을 겁니다.”

“음…… 그러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내 몫을 떼고 서장 두 분을 같이 챙기는 겁니다.”

“예?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괜히 몇 푼 안 되는 것 가지고 눈 빼먹다가 나중에 들통 나서 사람 얼굴 그을리는 것보다야 훨씬 낫겠지요. 지금 서장님한테는 내가 올라가서 설명을 할 테니까, 박 부장은 시간 내서 하동에 한번 다녀오지 그래요? 여기 횟감 좋잖아요? 아이스박스 하나랑 봉투 하나 만들어서 갖다 오면 하동서 과장들한테 면도 설 테고.”

박 경사가 잠시 망설이는 듯한 표정이더니 이내 수긍을 했다.

“……듣고 보이 계장님 말씀이 맞는 것 같네요. 지금 서장님도 옛날에 역전소장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 눈깔을 우찌 빼묵겠심니까? 지가 잠시 욕심에 눈이 멀었나 봅니다. 하동 갔다 와서 보고드리겠심니다.”

김세민은 이 경사가 만들어 준 봉투를 들고 서장실로 결재를 들어갔다.

부속실로 들어가니 형사 3반 김순철 주임이 앉아 있었다.

“아, 김 주임 왔능교?”

“왜 밖에…… 손님이 있습니까?”

“손님은? 지금 미 스물(교통계장) 들어가 있다 아이가?”

“같이 들어가면 되지요.”

“에헤이! 지금 미 스물이 상납하는 장면일 낀데 그 들이닥치가 우찌할라꼬? 와, 김 주임 당신도 따와이 상납이가?”

“……그냥 여름서 결과 보고입니다. 지방청에 보고도 해야 하고.”

“여름서? 그라모 지금 서장은 고마 패스하는 기가? 안 그라는 게 좋을 낀데…….”

“무슨?”

“역대로 지금 백 서장 눈까리 빼묵었다 카는 놈은 한 번도 못 봤다 아이가. 고마 사실대로 이바구해라. 여차여차해서 여름서 결산은 지난번 서장 전별금으로 다 줬다꼬. 구케야 김 주임 당신이 산다.”

“……따와이 촉은 여전하네요. 수사도 좀 그렇게 열심히 하면 좋으련만.”

“우핫, 결재 서류 보면 다 알지. 경위까지 짬을 허투루 먹은 건 아이니까.”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세민이 결재 서류 판을 넘겨서 보여 주자 김순철 주임은 결재 서류 맨 위에 봉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했다.

“이기 왜…… 제일 위에 올라와 있노? 느그 서울에는 결재 판 맨 우에다가 봉투부터 올리고 시작하나?”

“뭐, 그렇죠. 다들 바쁘니까 이게 봉투가 있는 결재인지 아닌지 그것부터 서로 계산하는 것이 피차 시간 절약도 되고 낫지 않겠습니까?”

“그런 거 보면 서울 사람들이 햇또가 잘 돌아가는 기라. 우리 X발끄 맨 밑에다가 쑤셔 넣으니까 결재하면서 욕 들어먹을 건 X나게 들어 먹고 나중에 봉투 내밀면 또 그거대로 뻘쭘하다 아이가? 가만있어 봐라, 그라모 나도 앞으로 맨 위에 올리놔 봐야겠다. 그라모 결재도 빨리 되겄제?”

“……그러시든지요.”

“캬! 역시 서울 사람들 따와이는 우리보다는 고단수여! 고단수라!”

옆에서 장미향이 웃기는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웃었다.

이윽고 교통지도계장이 나오더니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이며 웃었다.

“자, 어서 들어가소! 난 인자 주말까지 결재 없다. 인자 사우나나 좀 가고 팽팽 놀아야지.”

“아니, 교통계장이 놀 시간이 어딨노? 부지런히 따와이하러 팽팽 돌아다니야 할 거 아이가?”

김순철 주임이 그렇게 말을 꺼내자 교통계장이 뭘 모른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인자 추석 밑인데 남의 사무실에 함부로 들어가기도 그렇고, 지금 암행감찰도 떴다고 카는데 몸조심해야지예. 고마 우리는 경호실에서 난리 칠 때 추석 따와이는 다 끝냈심다. 경호실 아들이 우리를 도와줬다고나 할까요? 대통령 경호라꼬 총리실이나 감사원에서 부산은 그 기간 동안에는 안 왔다 아입니꺼? 그라이 우리는 맘 편안하게 따와이하고 돌아다닐 수 있었지예. 다 각하가 우리 생각해가 도와줄라꼬 왔다 가신 겁니다. 각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크하핫!”

교통계장이 웃긴다고 낄낄거리고 내려갔다.

“햐! 저 인간 저거, 진짜 밉상이네. 우리는 경호실 아들한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하면서 밤잠 못 자고 그 고생을 했는데, 저 인간들은 그 핑계 대가 따와이하러 돌아다녔다는 그 말 아이가? 생각할수록 열 받네? 내 먼저 들어가께!”

* * *

먼저 들어갔던 김순철 주임이 몇 분 지나지 않아 금세 나왔다.

“벌써 다 받았습니까?”

“캬! 김 주임 니 말이 백번 맞다. 방금 니 말대로 봉투를 맨 우에다가 올리놨드만 서장이 결재 판을 열어 보고는 봉투가 있으니까 두말 안 하고 봉투부터 서랍 속에 넣고 바로 사인해 주더라.”

“그래요? 아까 보니까 불구속 지휘 품신 서류 같은데 설명도 안 했다고요?”

“어데, 나도 설명할라꼬 했지. 근데 옆에서 시부리니까 바로 뭐라 카는지 아나?”

“뭐라고 그러시는데요?”

“마 시끄럽다. 침 튀기지 말고 퍼뜩 내려가라. 이칸다 아이가?”

“…….”

“내 오늘 김 주임한테 진짜 좋은 거 배웠다. 고맙소!”

이번에는 김세민이 서장실로 들어갔다.

서장은 신문을 탁자 위에 겹겹이 깔아 놓고서 그 위에다 대고 결재를 하고 있었다.

“충성!”

김세민은 들어가면서 거수경례를 했다.

“어! 김 주임이가, 뭐 결재할 기 있나? 방범과 결재는 뭐 짜들시리 돈도 안 되는 거뿐이다 아이가? 너거끼리 알아서 하면 되지 뭐 한다꼬 귀찮게 내한테까지 들고 오노?”

그러면서 김세민이 앞에다 놓은 결재 판을 들춰 보더니 맨 위에 봉투가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얼른 봉투를 집어서 자신의 가운데 책상 서랍 안으로 집어넣고서 공문 제목을 흘낏 보더니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핀잔을 줬다.

“이기 여름서 정산 보고는 전에 서장 몫인데? 하동까지 쫓겨 가고 없는 양반, 느그끼리 묵고 입 삭 닦아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도 없는데 뭐 한다꼬 내한테까지 들고 오노?”

‘봉투부터 잽싸게 챙겨놓고서, 말은 청산유수구만…… 그래도 차라리 이렇게 노골적으로 챙길 건 챙기는 게 응큼하게 아닌 척하면서 기어이 빼먹을 건 빼먹는 것보다야 낫지. 그래, 동래 사장 같은 스타일.’

“그러지 않아도 하동 서장님한테는 저희들이 따로 찾아가서 위문을 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좀 금액이 적더라도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세민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서장이 정색을 했다.

“무신 소리 하노? 이거는 원래 내 몫도 아인데. 내가 평소 좀 챙기는 스타일이기는 해도 룰은 절대 안 어긴다.”

“룰요?”

“절대 욕심은 안 낸다고. 주면 주는 대로 받아야지. 아니할 말로 직원들이 밖에 나가서 쪽팔려 해가면서 따와이해가 갈라묵자고 내한테까지 갖고 오는데, 그기 얼매나 고마운 일이고? 안 글나? 김 주임 니도 나중에 총경 달고 서장 자리 앉거든 절대로 직원들이 갖다 주는 거 많니 적니 이딴 소리 하지 마래이. 그저 서장 눈깔 안 빼먹고 갖다 주는 것만 해도 얼매나 고마운 일이고? 고래 주면 주는 대로만 잘 챙기도 서장 2년 하면 집은 한 채 장만한다.”

“…….”

“어이, 니 지금 내 말 듣고 있나?”

“예.”

“고마 나가 봐라.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았으면 다 된 거다. 그게 따와이 룰이라. 서류 쪼가리 그까이 꺼 봐가 뭐 하노? 느그끼리 알아서 잘 검토해가 지방청에다 올려 주면 끝이지. 그래도 안 줘도 되는 내 몫까지 챙겨 줘서 고맙다이!”

‘따와이 하는 것 자체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고맙다는 인사는 또 처음 받아 보네. 어쨌든 잘 마무리되서 다행이다.’

김세민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무실에 내려와 결재 판을 던져 주고 나서 윤희연한테 전화를 걸었다.

“아, 희연 씨? 접니다.”

-왜 인제 전화해요? 계속 기다렸구만.

“아, 이제 일이 끝났거든요.”

-안 그래도 뉴스 봤어요. 사람 되게 많던데?

“말도 마요. 아무튼 그날은 그냥 돌아가게 해서 미안해요. 언제 다시 한번 와요. 내가 해물탕 맛있게 끓여 놓을 테니.”

-갔다가 또 바쁘니 어쩌니 하면 난 어쩌라구?

“……화난 건 아니죠? 아닐 거야, 희연 씨처럼 마음씨 착한 여자가 이런 일에 화를 낼 리 없지.”

-아니거든요? 화났거든요? 어쩔 수 없죠, 일 끝나는 대로 갈게요.

김세민은 이사하고 처음으로 상가에 내려가 보았는데, 산호가든 아파트에는 상가 안에 작은 규모의 시장이 있었다.

‘남 경장한테 말로만 들었는데 제법 해산물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네.’

김세민은 눈에 보이는 대로 조개류와 꽃게 등을 사 들고 와서 음식을 장만했고, 윤희연이 도착한 시간은 늦은 여름의 끝자락 해가 막 넘어가려는 참이었다.

“잘 찾아왔네요? 아 참, 전에도 와 봤었구나.”

“으이그…… 정신 좀 챙겨요. 응? 근데 이게 무슨 냄새지?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윤희연은 구두를 벗자마자 신발 정리도 하지 않고 주방으로 달려갔다.

“우와, 이걸 다 세민 씨가 만들었다고? 진짜로?”

“그럼요, 여기 나 말고 또 누가 있나.”

“어디, 맛도 한번 봐요.”

옆에 있던 국자를 집어 맛을 보던 윤희연이 [아뜨뜨] 하며 오만상을 찌푸렸다.

“에헤이, 조심하지 않고. 괜찮아요?”

그러자 윤희연은 계속 표정을 찡그린 채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괜찮아요, 내가 원체 성질이 급해서…… 근데 너무 맛있는데?”

“정말? 다행이다. 관내 횟집 사장님한테 레시피를 배우긴 했는데, 직접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오케이! 그럼 당첨!”

“응? 뭐가?”

“나중에 혹시 우리 같이 살게 되면 세민 씨가 밥 담당이라구요.”

“뭐어? 그런 게 어딨어요?”

“그래요? 근데 괜찮으려나? 나 요리 완전 젬병인데. 국경 없는 의사회 캠프 있을 때 돌아가면서 식사 준비할 때도 나는 항상 예외였거든요.”

“왜요?”

“거기서 내 별명이 뭐였는지 알아요?”

“발요리 전문가?”

그러자 윤희연은 [풉] 하고 웃더니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 정도면 양반이죠. 킬러 셰프 닥터 윤. 우리말로 하면 살인 주방장 윤희연쯤 되겠네요. 어때요, 이래도 내가 요리하길 바라요?”

“아, 아닙니다. 의사가 얼마나 힘든 직업인데 요리까지 시킬 수는 없죠. 아무 걱정 마요. 밥은 내가 다 할 테니까. 희연 씨는 돈만 잘 벌어오면 됩니다.”

“아, 이 이야기도 안 했는데. 우리는 월급이 짜요. 성당 부속이다 보니까 생각만큼 페이가 세지 않거든요. 다들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지, 돈 생각하면 이런 데 못 있어요.”

“그렇군요. 뭐 둘이 벌면 되죠. 아, 저번에 무슨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웅…….”

윤희연이 갑자기 입을 샐쭉이 내밀고 말하기를 주저했다.

“뭔데, 말해 봐요.”

“……나 조만간 터키로 가야 돼요.”

“터키? 터키는 왜요?”

김세민은 윤희연이 또 외국으로 나간다는 말에 적잖이 놀랐지만 마음을 가다듬었다.

“원래 국경 없는 의사회 소속 의사들은 3년에 6개월씩 두 번은 해외 봉사 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해요. 이번엔 우리 병원에 안나 수녀님이 가야 하는데, 열흘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많이 다치셨어요. 그래서 내가 대타로 가는 거예요.”

“그렇구나…….”

“뭐, 6개월 후에는 돌아오니까 너무 걱정은 말아요.”

“희연 씨는 어딜 가나 잘할 겁니다. 좀 서운하긴 하지만, 행운을 빌어요. 잘 다녀오고.”

“어머, 꼭 무슨 앞으로 안 볼 사람처럼 이야기하네?”

“그럴 리가요. 갔다 오면 나도 할 말이 있습니다.”

“응? 그냥 지금 하면 안 돼요? 무슨 이야긴데 6개월이나 뜸을……. 설마.”

윤희연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입을 막자 김세민은 싱긋 웃었다.

“식어요, 어서 들어요.”

다음 날.

출근했더니 또 박주일 경사가 아침부터 찾아왔다.

“계장님, 이거.”

“뭡니까?”

김세민이 박 경사가 내민 서류 봉투를 열어보자 지방청에 보낼 추석 봉투가 가득 들어 있었다.

“……아니, 이거 꼭 해야 됩니까? 지방청 방범기획계나 상호 업무가 연관 있는 부서는 박 경사가 가서 전달해도 충분할 텐데 뭐 하러 이리 많이 준비를 했습니까?”

“그게 그렇지가 않심니다. 우리가 여름서 운영하면서 조금 생기는 게 있다는 것은 지방청에서도 다 알고 있거든요? 이거 인사 안 하면 나중에 감찰 주임들이 나와서 여름서 운영 장부 보자고 대번에 치고 들어옵니다. 그래서 딴 데는 다 못 해도 감찰에는 꼭 해야 되는 겁니다. 작년에는 남부서 광안리 여름경찰서 운영 장부를 감찰에서 뒤져 가지고 남부서 방범계 담당하고 계장이 한칼 먹었심니다. 하기 싫으신 거 저도 잘 알지요, 그래도 꼭 해야 하는 겁니다.”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자 김세민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럼 주세요. 내가 갔다 올 테니까.”

“아이구, 계장님 고맙심니다. 사실 우리 강 주임장은 아직 후보생 첫 보직이라 그런 거는 아무것도 모립니다. 그라이 계장님이 계실 때 인사할 데엔 다 인사하고 해야지예.”

김세민은 큰 서류 봉투에 인사할 봉투를 담아서 지방청으로 들어갔다.

강 주임을 데리고 들어갈까도 생각했지만, 경찰의 나쁜 관행을 이제 갓 후보생 교육을 마치고 나온 젊은 간부에게 보여 주는 것은 나쁜 물부터 들이는 것이라는 생각에 혼자 가겠다고 했다.

먼저 1층 구석에 있는 감찰계 사무실부터 갔다.

지난번 동래에서 몇 번 들어간 적이 있어서 딱히 긴장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키지 않는 걸음인 것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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