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422화 (422/869)

제 422화

#422. 별관 풍경

지방청 교통과는 범내골에 있는 교통안전공단 2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다.

상당히 큰 사무실을 교통계와 시설계, 안전계가 같이 사용하고 있었으며 안쪽에는 교통과장실이 있었고 그 바로 옆에는 관제 센터가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제 막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해 부산 시내 전역에 전자감응식 신호기를 설치하여 교통 전광판 외에도 부산 시내 모든 신호기를 대형 컴퓨터가 제어하고 있었다.

“전산실 규모가 생각보다 크네요, 센터장님?”

“그렇지요?”

“네. 근데 아까부터 [웅~웅~] 하는 이 소리는 뭡니까?”

“아, 기계 돌아가는 소리죠. 24시간 작동하니까 익숙해지는 게 좋을 겁니다.”

한쪽에는 견학을 온 학생들이 앉아서 구경할 수 있도록 관람석이 마련되어 있었고, 매시간 방송국 리포터들이 생방송으로 부산 시내 교통 흐름을 방송해 주고 있었다.

건물 바깥에는 테니스 코트도 두 면이나 있었는데 건물의 동쪽에 있었기 때문에 오전 시간 외는 계속 그늘이 져서 공 치기에 최상의 조건인 것 같았다.

‘이렇게 시설이 좋으니까 서로 교통과에 와서 근무하겠다고 하는 건가?’

김세민은 교통과장 방으로 가서 주임급 이상 간부들과 서로 인사를 나눴다.

먼저 과장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 김 주임이 이리 온 것은 청장님의 뜻이야. 그 말인즉슨, 이번 새로 교체되는 교통과 요원 선발은 전부 김 주임이 하자는 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들 옛날 생각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김 주임하고 호흡을 잘 맞춰 보자고. 자 이상, 가서 일들 봅시다.”

자리에 돌아오자 김세민의 앞자리에 앉아 있던 경사가 일어나서 거수경례를 하였다.

“주임님, 어서 오시소! 교통계 서무반장 오종길 경사입니다.”

“반갑습니다.”

“여기는 교육 담당 김종락 경장이고예, 여기는 체송 담당 박수목 경장이라예.”

그렇게 직속 직원들하고 인사를 하고 있는데 곧이어 안전계와 시설계 직원들도 와서 인사를 하였다.

“전 안전계 서무 진종길 경사입니더.”

“지는 시설계 박태수 경사입니더.”

그렇게 오전 내내 직원들과 인사를 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는데, 점심을 먹고 오후 일과 시간이 되자 이번에는 교통공단에 근무하는 총무과장을 비롯해서 총무과, 시설과, 선로과 직원들이 와서 인사를 하였다.

“이상하네…….”

“뭐가예?”

“아, 그렇잖아요? 우리는 여기 건물만 빌려 쓰고 있지 저 사람들하고는 크게 상관이 없지 않습니까? 근데 왜 나한테까지 와서 인사를 하는 거죠?”

김세민이 의아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아, 이상하실 것 없심니다. 주임님은 여기 공단 전체 서무주임이나 마찬가지라예. 우리만 해도 지방청 교통과 소속으로 근무하는 직원들 인사 기록 카드를 우리가 다 갖고 있심니다. 즉, 일선 경찰서 경무계 역할을 우리가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면허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인사 기록 카드를 우리가 관리하고 있다고요?”

“예, 맞심니다. 원래 경찰학교에서 졸업하면 인사 기록 카드를 3부 정도 작성하지 않심니까? 그라모 본청에 한 부, 시경 인사계에 한 부, 그리고 자기가 근무하는 일선 경찰서에 한 부 이리 보관하고예. 그란데 교통과로 발령이 나면 경찰서에 있던 인사 카드가 이리로 온다 아입니까.”

“여기가 시경에서 떨어져 있는 별관이라서 그런 모양이지요?”

“맞심다. 그래가 여기 체송도 우리한테 있다 아입니꺼?”

“과연……. 자, 그럼 대충 인사는 마쳤으니까 지금부터 새로 교통과 요원들 선발을 해야 합니다. 먼저 작년에 선발했던 공문을 한번 보고 싶은데요.”

“이제까지는 말이 선발이지 별게 없었어예. 고마 형식적으로 선발이 다 끝난 다음에 끼워 맞춘 거라예.”

“끼워 맞추다뇨?”

“어렵게 생각하실 거 없심니다. 나중에 보시면 알겠지만 워낙에 선이 많이 들어오거든예? 저기 서울 본청에서까지 막 전화가 들어오고 그랍니다. 그라모 즈그들끼리 실컷 빽 달아가 싸우라고 해 놓고는 우린 뒤로 빠져 있다가 사람 명단만 최종적으로 과장님한테 승낙받으면 그제야 그 명단에 맞춰가 공문을 작성하고 면접 평가 점수를 끼워 맞춘다 아입니꺼? 안 그라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람 이름을 고쳐야 하는 기라예. 인자 다 됐다 싶어 갖고 과장님 결재 들어가면 또 그새 새로운 놈이 빽 달아 갖고 앞에 놈 밀어내고 하는데 우리가 여기서 어떻게 그걸 다 맞추겠심니꺼? 고마 가만 내버려 두는 게 상책이라예.”

“상책이 아닌 것 같은데……. 앞으로는 이렇게 합시다. 이번 교체는 면허계만 하는 게 아니고 고순대, 싸이카대도 같이 선발을 합니다. 그래서 후보자 명단을 내려보내고 고순대와 싸이카대는 기간이 되는 대로 교체를 해 주고, 나머지 면허 시험장은 이번에 일괄 교체를 합니다. 먼저 감독자인 주임부터 교체를 하고 나중에 직원들을 교체할 겁니다.”

“그럼 면허계 직원들이 불만이 많을 건데예? 아직 기간도 안 되었는데 교체를 한다고 난리 날 낍니다.”

오 경사가 걱정이 되어서 그렇게 말을 했다.

“일단 남부 면허 시험장만 먼저 교체를 합니다. 남부는 이번에 검찰에 고발장이 들어가는 사고가 있었으니까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청장님 지시 사항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최대한 선발에 있어 주관적인 요소는 빼고 객관적인 요소로 선발을 하려고 합니다.”

객관적인 요소로만 선발을 하겠다고 하자 오 경사의 눈이 동그래졌다.

“객관적인 요소라고 하심은……?”

“면허 시험장에 가서 학과 시험을 치도록 합시다. 지금 일반인들이 도로교통법 시험을 칠 때 50문제를 50분에 풀도록 하고 있죠?”

“예. 맞심니다.”

“경찰관들이고 또 교통부서에서 근무를 해야 하니까 100문제를 50분에 풀도록 하는 거지요. 1문제를 30초에 풀어야 합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는 우열이 가려질 겁니다. 거기다가 근무 성적, 그리고 체력 테스트, 플러스 지휘관 추천과 인성은 10% 정도로 줄입시다. 서울 시경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사실 서울 시경이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김세민도 확인해 보지 않았다.

그냥 서울 시경 핑계를 대면 굳이 확인까지는 안 해 볼 것 같아서 그렇게 한다고 미리 구실을 댄 것이었다.

“그러면 일선에서 반발이 상당히 심할 텐데예?”

“불만이 있을 게 있나? 다들 본인이 원해서 지원하는 거잖아요? 더러우면 지원 안 하면 되는데 반발이 있을 게 뭐 있어요?”

“그래도…….”

“일단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오후에는 싸이카대하고 남부 면허 시험장을 한번 둘러봐야겠어요. 오 경사는 여기서 계획 수립하고, 난 체송 박 경장 데리고 갔다가 나중에 퇴근 시간에는 맞춰서 올게요. 체송은 오후에 크게 바쁜 거 없죠?”

“예. 아무것도 없심니다. 지가 주임장님 모시고 다녀오겠심니다.”

점심은 교통계장,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근처 중앙 시장에 있는 생아귀탕을 먹으러 갔는데 허름한 집인데도 사람들이 앉을 자리도 없이 바글바글했다.

왜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인 11시 40분부터 밥 먹으러 가자고 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동네가 낡았어도 서면하고 가까워서 그런가……. 뒷골목까지 사람들이 엄청 붐비네. 해운대하곤 또 다른 풍경이구만. 음식도 맛있고.’

점심값은 김세민이 지불을 했다.

일종의 신고인 셈이었다.

소년계에 가서 매일 직원들을 데리고 레스토랑을 다녔다는 조 경사 생각이 나서 혼자서 피식 웃었다.

식당에서 일단 헤어지고 김세민은 체송하는 박수목 경장을 데리고 영도에 있는 싸이카 순찰대로 갔다.

한신 중공업이 있는 봉래동 소방서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해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아담한 3층 건물의 왼쪽 입구 벽에 [부산 시경 제3별관]이라는 간판이 있었고, 오른쪽 입구 벽에는 [부산 시경 순찰대]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3층 건물의 1층은 별도의 관리반 사무실 외에 안쪽으로 싸이카 수십 대가 질서 정연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순찰 안 나가나? 왜 저렇게 다 서 있죠?”

“오늘 비번 자들 차라예. 여기는 자기 차는 자기가 타고 관리하게끔 되어 있심니다.”

옆에서 박 경장이 보충 설명을 해 주었다.

교통과 서무주임이 왔다는 말에 2층에 있던 순찰대장이 놀라서 뛰어 내려왔다.

“아이구! 우리 김 주임, 아침에 봤는데 오후에 또 보네? 자, 어서 올라오소. 내 방으로 갑시다. 야! 내 방으로 쌍화차 두 잔 시키라.”

“옙! 알겠심니다.”

싸이카대 서무반장인 신이명 경사가 힘차게 대답을 했다.

“요새도 커피 배달을 해 주는 데가 있습니까?”

김세민이 같이 2층의 대장 방으로 올라가면서 그렇게 물었다.

“아! 여기만 그래요. 나도 여기 와서 놀랐는데……. 그렇잖아요? 사실 부산하고는 다리 하나만 건너면 있는 동네긴 한데 여기는 아직 시골이라니까. 다방, 이발소, 목욕탕, 미장원, 가만 보면 꼭 무슨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온 것처럼 옛날 방식 그대로 움직인답니다. 저기, 영도 전파상이라고 보이지요? 아니, 요즘 세상에 전파상이 어디 있심니까? 뭐 저래 문 열어 놓고 있다는 것은 장사가 된다는 소리겠지, 그것도 대로변 1층에서……. 하여튼 웃기는 동네라니까요.”

순찰대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김세민은 말문이 막혔다.

‘무슨 방이 이렇게 커? 개인 집무실 맞아?’

“방이 넓지요?”

“……넓은 정도가 아니라 경찰 서장실보다 더 큰 것 같은데요?”

“하하, 농담도. 일로 와 보이소. 이쪽으로 보면 영도 바다가 다 보입니데이. 멋지지요? 김 주임도 나중에 경감 달고 경정 승진 공부 할 때 꼭 이리로 오시소. 조용하고 경치 좋고, 공부하기는 여기가 전국에서 최고 명당이라. 여기는 와 본 사람만 알지 밖에서는 잘 몰라요. 냉, 난방 잘되어 있지. 저기 안에 침실과 샤워실, 화장실도 다 별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무슨 고급 아파트같이 꾸며져 있다니까?”

“근데 왜 이렇게 시설이 잘 돼 있습니까? 정부 예산으로는 이렇게 안 해 줄 텐데요.”

“그게 나도 들은 이바구인데. 원래 경찰서나 시경 건물은 다 정부 규격이 정해져서 설계도까지 다 나와 있다 아이요? A, B, C급으로 나누어서 A급은 서울 강남 경찰서를 기준으로 해서 8층으로 하고 C급은 청송 경찰서를 기준으로 3층으로 건물을 올리라는 그런 규정 말이오. 그란데 서울 시경은 처음부터 싸이카대가 시경 건물 안에 있었다고 카는 기라. 부산 시경은 자리가 없어 갖고 새로 지어야 하는데 모델이 마땅히 없었던 것이고. 백완수 총경이라꼬, 당시 순찰대장 하던, 지금은 아마 해운대 서장이지? 아무튼 그 양반이 초대 순찰대장으로 발령이 난 기라, 근데 여기 와서 둘러보디만 느닷없이 묻더랍니다.”

“뭐라고요?”

“저기, 저짝에 보이는 저 아파트, 현장 소장 좀 불러오라고.”

“현장 소장을?”

“그래서 불러오니까 대뜸 하는 말이 느그 아파트 짓는 거 중에서 제일 넓은 평수로 해가 대장실 좀 지아라! 뭐 그랬답니다.”

“…….”

“여기 1층은 주차장이고 3층은 대원들 갑, 을반이 대기하는 장소인데 시설이 무신 호텔 뺨칩니다. 억수로 잘되어 있심니다. 목욕탕까지 다 있다니까요.”

“참 옛날 얘기네요. 근데 현장 소장은 왜 또 그걸 들어주지? 굳이 안 들어줘도 그만이잖아요?”

“에헤이! 거기 어데 그리됩니까? 김 주임도 해운대 있다 왔시면서 자꾸 그래 어긋진 소리 하시고 그라노. 백 총경 그 양반, 젊은 시절에는 장난 아니었다 아인교? 영도 다리 썰 모릅니까?”

“모르는데요.”

“처음에는 현장 소장도 뭔 소린고 싶어가 어영부영 넘어갈라 켓는데, 그라이까 대번에 이 양반이 영도 다리 입구에 싸이카 박아 놓고 화물차 못 들어가게 스티커를 있는 대로 갈겨댔다 아입니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지.’

“현장소장 지가 제아무리 날고 긴다 케도 화물차 몬 드가게 하는데 무신 수로 버팁니까? 그라고 어째 보면 현장 소장 지 따와이해 묵는 거에 비하면 껌값이기도 하고.”

그사이에 다방에서 차 배달이 와서는 테이블에 세팅을 하고 쌍화차를 찻잔에 따르기 시작했다.

“어이, 오늘도 느그 다방에 우리 순찰대 아들 와가 근무 안 나가고 헛소리하고 아직도 자빠져 있는 놈 있제? 어느 놈이고? 빨리 이름 대 봐라!”

“대장님도 참! 그거 영업 비밀이라는 거 아직도 모르세요? 궁금하면 직접 한번 와 보시든가?”

“끙! 내가 졌다 졌어. 니하고 말을 하지 말아야지. 나도 놀고 싶지 왜 안 놀고 싶겠노? 내가 미친놈도 아이고…… 이 좋은 날씨에……. 그놈의 승진이 뭔지! 안 글소, 김 주임!”

‘내 말이…….’

“그래, 오늘 이래 나오신 이유가 있실 낀데, 한번 들어나 봅시다.”

인제 헛소리는 할 만큼 했으니까 본론이나 말하고 떠나라는 소리였다.

“다름이 아니고 싸이카대 신규 모집을 할 때 체력 테스트를 해 볼까 싶은데요, 어떤 체력 테스트를 하는 게 좋은지 대장님 고견을 먼저 듣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김세민이 먼저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아니, 싸이카대에 체력 테스트를 딱히 할 만한 게 있나? 고마 저 싸이카 저거 누가 더 멀리 끌고 가는가 그거나 한번 테스트해 보면 다 끝인데?”

“싸이카를 끌다니요?”

“말 그대로요. 저 싸이카 무게가 300키로가 넘어요. 여기 발령이 나면 맨 먼저 저거를 끌고 다니면서 고참들이 교육을 시키는데 한 달 동안 차만 끌고 다니게 훈련을 시킨다 아이요?”

“한 달 동안이나…….”

“그렇게 해도 저 싸이카가 길에서 자빠지면 대원 혼자서 한 번에 못 일으켜 세운다 아이요? 그나마 오래 한 직원들은 요령이 있어 갖고 빼빼 마른 사람도 한 번에 번쩍 세우는 사람도 있고, 덩치가 산만 해도 못 세워 갖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사람도 있고……. 아! 이라면 되겄다.”

“예?”

“저기 봉래동 산길 있다 아이요? 거기가 좀 가파르거든? 싸이카 끌고 혼자서 거기 올라갔다 내려오면 만점을 주기로 합시다. 우리도 자체적으로 교육시킬 때 거길 자주 오르락내리락 시키거든?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합시다이?”

김세민은 싸이카대를 나와 이번에는 용호동에 있는 남부 면허 시험장으로 갔다.

남부 시험장도 규모가 꽤나 컸다.

서울 강남의 탄천 시험장을 모델로 해서 지었다고 들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탄천보다도 훨씬 더 큰 것 같았다.

1층의 민원실로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각 창구마다 끝도 없이 줄을 서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일은 창구에 앉아 있는 기능직 부산시 여직원들이 다 하고 있었고, 옆에 감독자로 보이는 경찰관들은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곧 쫓겨 나갈 마당이니 일부러 개판치고 있는 건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