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424화 (424/869)

제 424화

#424. 구조적 부조리

“부산 정서? 하, X랄하네.”

김세민은 코웃음을 치며 이야기했다.

“니들이 말하는 부산 정서란 게, 맘 놓고 따와이 하도록 도와주는 거냐? 그럼 매일 뜬눈으로 지새워 가며 일선 파출소에서 순찰 돌며 고생하는 직원들은 뭔데?”

“금마들은 금마들이고! 우리는 우리고!”

“별 미친 소릴 다 듣겠네, 니 같은 X끼가 간부로 있으니 이 모양 이 꼴이지. 같은 관이라는 게 정말 쪽팔린다. 근데 이 X끼야, 이거 안 놔? 뒤지고 싶냐?”

그러면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세민은 채 주임의 명치를 짧고 빠르게 끊어 쳤다.

[퍼벅!]

“크흡! 우웨에엑!”

김세민의 일격을 맞는 순간 채수병 주임은 그 자리에서 숨이 제대로 안 쉬어지는지 그대로 쪼그려 앉아 배를 잡고 헛구역질을 하더니 속에 있는 것을 다 토하고 말았다.

채 주임은 김세민을 들어 올려 바닥에 내팽개쳐서 기선을 제압하려고 배에다 힘을 잔뜩 주고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는데, 예상과는 달리 김세민이 자신의 손을 잡지 않고 바로 명치를 치고 들어오자 그만 당황해서 무방비 상태로 가격을 당한 것이었다.

아랫배 단전에 힘을 잔뜩 준 상태였는데 가까이서 명치를 짧게 쳐서 배 속의 기운을 빼 버렸으니 채 주임으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한 방 더 명치 공격을 받았으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기절을 하고 말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김세민은 이 한 방의 공격으로 채 주임의 손목의 힘이 풀리자 더 이상 공격하지는 않고 채 주임의 손목을 잡아서 풀어 버렸다.

“와이카노? 밑에 아들 보고 있는데 둘이서 이라면 안 되잖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 옆에 선 주임들이 말리고 나섰는데 실제로는 김세민의 손만 잡고 자기들도 혹시나 얻어맞을까 봐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김세민은 자신을 말리는 주임들의 손을 홱 하고 뿌리쳤다.

“더 할 이야기 있습니까?”

그러면서 몸을 돌려 나가는데 다들 찍소리도 못하고 앞길을 터 주었다.

“주임님, 괜찮심니까? 하! 저 X발 놈들이 감히 우리 주임장한테 단체로 대들어? X 같은 새끼들이 말이라, 비겁하게 지가 막 들어가려는 참에 상황이 끝나 버린 것 같아서 못 들어갔심니다. 죄송합니다. 주임장!”

박수목 경장이 자기가 힘이 못 되어 주어서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 저 정도야 뭐! 그 대신 사무실 가서 아무 소리도 하지 말라고! 소문나는 것은 싫어.”

“알겠심더. 그래도 이 X발 놈들이, 알 거는 다 알아야지예.”

박 경장이 분해서 그런지 계속 씩씩거렸다.

김세민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다들 걱정이 태산이었다.

“야~ 뭐 저런 X발 놈이 다 있노? 서면파나 해운대 용두파를 한 방에 때려눕혔다는 말이 참말인가 보네? 구라가 아인 기라!”

“여기 채 주임이 누고? 부산 시경 유도 대표 선수 아이가? 고마 한 방이네! 인자 우리 X 됐다. X발 재수 더럽게 없네. 하필이면 저런 놈하고 아다리가 되어 갖고……. 인자 뭐 우예야 되노?”

사무실로 돌아온 김세민은 면허 시험장 교체를 더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지금 각자 갖고 있는 것이 3천 장이 넘는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야.’

김세민은 서무 오 경사를 불러 지시를 내렸다.

“일단 공문 기안은 내가 할 테니까 오 경사는 교통부서 지원자 지원 양식을 먼저 만들어 보세요. 이번에 고순대와 싸이카대, 면허 시험장을 한꺼번에 다 선발을 해 놓고 순차적으로, 청장님 결심이 나는 대로 발령을 낼 것입니다. 그리고 싸이카대는 싸이카를 끌고 봉래동 언덕길을 10미터 갈 수 있는 것과 넘어진 싸이카를 일으켜 세우는 것, 이 두 가지로 체력 테스트를 합니다. 세 군데 다 한꺼번에 도로교통법 시험을 칠 것입니다. 오늘 중으로 만들어서 청장님한테까지 결재를 내고 내일 오후에는 공문 하달할 수 있도록 합시다.”

“와……. 이거 번갯불에 콩 볶아 묵는 것 같은데예? 이제까지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심다.”

“그럼 이제까지는 어떻게 했는데요?”

“먼저 소문부터 낸다 아입니꺼? 인자 곧 면허 시험장 선발이 있을 끼다, 하고 소문을 먼저 내면 일선에 있는 직원들이 우리한테 막 연락이 오거든예?”

“무슨 연락이 온단 말입니까?”

“그라이 그 한번 가 볼라 카모 우예야 되노? 쩐이 얼매나 들겠노? 부터 시작을 해서 온갖 부탁이 다 들어온다 아입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김세민은 빙긋 웃었다.

“그럼 저기 안전계나 시설계처럼 예산 뜯어먹을 거는 없어도 교통계는 교통 요원 선발로 일 년 농사짓는 셈이네요?”

“예. 맞심니다. 그란데 인자 주임장 오셨으니까 좋은 세월도 다 끝이 났네예.”

오 경사가 신세가 처량했던지 한숨을 다 내쉬었다.

“그라모예, 주임장님. 지도 마 이번에 북부 시험장으로 나갈랍니다. 거기에 전에 모시던 강순덕 주임도 나가 계시니까 지는 마 그리 보내 주시소!”

“그게 내 마음대로 안 됩니다. 다른 지원자들하고 똑같이 면허계에서 시험을 쳐야 합니다. 그래서 합격권에 도달해야 하지요. 그럼 내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드릴 테니까 내일부터는 오전만 근무하고 오후에는 저기 전산실에 가서 공부라도 하세요. 난 학과 시험 조작하면서 합격시켜 줄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근데 가면 남부로 가지, 왜 북부입니까? 거긴 시설도 열악하다고 하던데?”

“지도 마 계장님한테 들었는데예, 주임장님이 이번에 선발 마치면 또 남부 가서 직원들 군기 잡는다고 청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답니다. 그라모 남부 가서 지가 우찌 손가락만 빨고 있겠심니까? 북부는 아무래도 이번에는 발령이 안 나니까 좀 할랑하지 않겠심니까?”

결국 앞으로 김세민이 가게 될 남부 면허 시험장을 피해서 북부 가서 해 먹겠다는 소리였다.

“북부를 가든 남부를 가든 그것까지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고 일단은 그렇게 진행을 합니다. 우리 교통계도 면허 시험장이나 어디 갈 사람들은 지원을 해서 가는데 단, 후임자를 물색해 놓고 가야 합니다. 나 혼자서 여기 교통계를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지요.”

그렇게 공문을 직접 기안해서 교통계장인 배환섭 경감한테 가지고 가니 입이 댓 발이나 나와 있었다.

“아니, 이렇게 하면 우리는 여기서 인심 한번 쓸 수가 없는데……. 고생만 X 빠지게 하고 이런 짓거리를 왜 하는지 모르겠네. 하여튼 난 모르겠시니까 결재는 김 주임이 청장한테까지 받도록 하소.”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억지로 자기 사인은 해 주었다.

원래 지방청장 결재는 각 과의 경감이나 경정급 계장들이 들고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교통과장 결재를 들어갔더니 이번에도 역시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안 된단 소리도 못 하겠고 이번에 일선 서장 나가기 전에 직원들 선발하면서 한몫 챙겨서 부산 시내 좋은 곳에 서장 나가기 위해 로비 자금으로 좀 쓰려고 했는데 인제는 집안 살림을 헐어야 될 판이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자, 결재는 다 받았는데……. 1부장하고 청장 결재는 나보고 직접 들어가서 받으라고 하네요. 지금 지방청에 다녀올게요. 근데 과장님은 얼굴 표정이 영 안 좋으신데?”

김세민이 그렇게 얘기를 하자 오 경사가 이렇게 말을 했다.

“아니 할 말로 과장님은 그러시면 안 되는 거라예.”

“그건 또 뭔 소립니까?”

“교통계장님은 경감이 이거 아니면 일 년에 아무것도 묵을 게 없지만 과장님은 전체 교통과 업무에 다 손을 대는데 시설계나 안전계, 양쪽 면허 시험장, 고순대, 싸이카대에서 매달 월대를 두둑하게 갖다 준다 아입니꺼? 이거까지 욕심낸다 카모 진짜 나쁜 사람이라예. 불쌍한 우리 계장님…….”

“…….”

“인자 여서 따와이도 못 하이까 일선으로 나가실라꼬 그라던지 아이면 옆에 시설계라도 옮기셔야 하는데 시설계장 저 영감탱이가 잘 안 비켜 줄라꼬 칼 깁니다.”

“시설계장은 여기 온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저 영감탱이예? 한 3년도 더 넘었실 깁니다. 아예 누룽지처럼 눌어붙어가 나갈 생각을 안 하는 거라예.”

“3년이면 나갈 때가 되었네. 그럼 교통계장님이 고생했으니까 저리로 자리 옮기도록 그렇게 건의를 드려야겠어.”

“아니, 참말로 그기 가능하겠심니까? 그래만 된다면야……. 우리도 계장님 놔두고 면허 시험장 가기가 미안했는데 지발 주임님 그래만 좀 해 주시소.”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해 달라고 사정을 했다.

“일단 말은 꺼내 본다는 것이고 꼭 된다는 보장은 없어요. 청장님한테 시설계장이 미리 인사라도 했으면 안 될 것이고요.”

“아이라예, 저 영감탱이가 얼매나 짠돌인데 높은 사람들한테 봉투 갖다 줄 위인이 절대 아닙니다.”

“아니, 근데 시설계에서 예산을 그렇게 많이 쓴다면서 청장이나 높은 분들이 자기한테 상납도 제대로 안 하는 계장을 그대로 놔둔단 말입니까?”

김세민이 그 부분이 이상해서 다시 물어보았다.

“저 영감이 청장님 결재 가면 온갖 죽는소리는 다 한다 아입니까? 저번에도 청장님한테 헛때기 소리를 해가 우리만 하지도 않은 감사 대비한다고 식겁했잖아예.”

“청장님한테요?”

“청장님이 물었답니다. 시청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갖다가 쓰는데 감사는 안 받느냐고요.”

“그랬더니요.”

“글쎄, 저 영감이 청장한테 이랬다고 하데예. 안 그래도 부산 시청에서 감사관들이 특별 감사를 한다꼬 해가 지금 준비 중인데 낮에 신호기 설치하는 일꾼들 밥 사 먹이는 것까지 전부 영수증 확인하고 돌아서면 또 경찰청 감사관실에서 나와 가지고 이 잡듯이 감사를 하는데 도저히 못 해 먹겠다고, 좀 내보내 달라고 캤답니더.”

“그래서요?”

“교통과장도 전부 한통속이 되어 갖고 청장한테 시설계장이 나가려고 해도 일에 워낙에 전문성이 있어서 일선에서 어느 경감도 이거 하겠다고 희망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우짜든동 살살 달래가 데리고 쓰는 수밖에는 없다. 당장에 시설계장이 없시면 밖에 신호기가 다 멈추는데 그때는 언론에서 벌 떼처럼 일어날 낀데 대책이 없다. 마 정년도 얼매 안 남았시니까 그때까지 근무 하라꼬 하고 시설계 서무반장이 또 경사 단지가 오래되었시니까 금마를 시설계장 제대하고 나문 경위 진급시키가 임시로 시설계 맡기야 됩니다. 뭐 이런 소리까지 했다고 그라데예. 우리가 그런 소리 들으니까 기가 차서 정말 높은 사람 눈까리 빼묵는 것도 다 도가 텄어예.”

“근데 그런 것은 정보 2계에서 대내 정보 수집해서 청장한테 보고를 정기적으로 할 텐데……. 이상하네.”

“정보 2계 대내 정보 담당하는 홍 경사한테는 시설계 점마들이 매달 월대를 빵빵하게 갖다 주는 거라예. 그라이 정보에서 입 다물고 있시면 점마들은 맘 놓고 해 묵는다 아입니까. 시청에서는 경찰에 준 예산에 대해서는 일절 감사가 없고, 본청에서는 시청 예산이니까 자기네들이 감사할 권한이 없다고 하고, 완전 눈먼 돈 수백억을 해마다 빼묵는 기라예.”

오 경사가 스스로 말을 하면서도 흥분하여 입에서 침을 튀기며 김세민에게 그동안에 자기가 봐 온 것을 상세하게 까발려 주었다.

어딜 가나 국가 예산을 도둑질해 먹는 놈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열악한 경찰 예산에 비해서 이런 신호등 예산은 복마전이었다.

근데 교통계나 시설계, 안전계가 탁 트인 넓은 사무실을 같이 사용하다 보니까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커졌을 땐 주의를 기울이면 무슨 소리 하는지는 대충 들을 수가 있었다.

김세민이 뒤가 가려워서 돌아보니 아까부터 시설계장이 자리에서 손톱 손질을 하면서 이쪽의 얘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오 경사 입에서 자꾸 ‘시설계 어쩌고저쩌고…….’ 하니까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서둘러 근무복 위에 점퍼를 걸치고 결재판을 가방에 넣고서 나갈 준비를 했다.

교통 공단은 주차 공간이 널널했지만 시경 주차장은 차 끌고 들어가서 주차를 할 데가 없기 때문이었다.

영도 다리 밑에 아무 데나 주차를 해야 하는데 그곳도 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교통 공단의 주임들은 결재가 있으면 다들 지하철을 타고 시경으로 간다고 해서 김세민도 지하철을 타 보기로 했다.

“결재 가요?”

뒤에서 탁한 목소리가 들리길래 돌아보니 시설계장인 제인수 경감이었다.

올해 만으로 56세, 정년까지는 아직 몇 년 남은 셈이었다.

“아 예, 뭐 부탁하실 일이라도?”

김세민이 그렇게 말하면서 뒤로 돌았다.

“잠깐만 봅시다.”

“네, 그러시죠.”

김세민이 시설계장 자리로 가니 자기 옆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내 당신 이바구는 많이 들었소. 그란데 여기는 딱 한 가지 룰이 있소.”

“그게 뭡니까?”

“이기 사무실이 다 보이니까 한 식구처럼 착각하기가 쉬운데 그런 기 아이란 말이지. 어디까지나 자기 밥그릇만 쳐다보지 남의 밥그릇은 절대 쳐다보면 안 된다는 말이라. 내가 보이 오 경사 점마 저거 말이 너무 많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라. 점마 말 다 들을 것도 없소! 다 흘려들으문 되고, 또 여기는 자기 계의 일만 챙기문 되지 다른 계에서 우짜는지는 알 필요도 없고 어디 나가서 아는 척 씨부리서도 안 되는 기라. 내 말이 뭔 뜻인지는 알겄소?”

“글쎄요.”

“글쎄요? 잘 모르겠다 이 말이오?”

“네, 잘 모르겠습니다. 듣자 하니 제 역할이 여기 교통과 전체 서무주임이라면서요? 발령장에도 그렇게 나와 있던데 그럼 과 전체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파악하고 있다가 높은 사람이 물어보면 사실대로 보고하는 것도 제 임무인 것 같습니다만, 계장님은 그렇게 생각 안 하시는 모양이죠? 꼭 무슨 뭐라도 숨길 게 있는 사람처럼…….”

“아이, 이 사람이! 말을 가려서 안 하고!”

“전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지만, 자꾸 저한테 그런 경고성 발언을 하시면 제가 더 주의 깊게 지켜볼 것 같은데요? 그럼 시간이 없어서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에이! 그런 뜻으로 내가 이바구한 것은 아닌데? 자 그라모 나도 한번 돌아봐야 하니까 내하고 같이 나갑시다. 내 시경까지 차 태워 줄게.”

시설계장은 시경에서 풀차가 한 대 배정이 되어 있었다.

부산 시내 신호등을 설치하고 점검하기 위해서 차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24시간 차 한 대와 운전하는 의경 한 명이 자가용 운전기사처럼 상시 대기하고 있었고, 계장은 자신의 사적인 용무로 사용하거나 출퇴근을 하는 것이었다.

“아니, 됐습니다. 지하철 타고 갈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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