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6화
#446. 작전명 174고지
아침에 서장실에서 참모 회의를 하고 있는데 부속실 강 양이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왔다.
“경비과장님?”
“왜?”
“지청장님 전화 왔습니다.”
“지청장이?”
김세민이 어리둥절해하자 서장인 이봉윤 총경이 어서 전화를 받으라고 하였다.
“뭐해? 빨리 받아 봐! 지청장이라잖아?”
영덕 지청에는 지청장 한 사람과 평검사 한 사람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울진에는 지청이 없었기 때문에 영덕 지청에서 울진 경찰서 사건까지 다 관할을 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영덕 경비과장 김세민 경감입니다.”
-축하해요.
“예……. 감사합니다. 혹시 저를 아십니까?”
-나 윤길재 검사예요. 나도 이번에 차장검사로 승진해서 영덕 지청장으로 왔어요.
“아 지청장님, 이거 영전하신 줄도 모르고…… 제가 결례를 범했네요. 참모 회의 끝나면 바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래요, 부산에서 추억이 있는데 얼굴이나 봅시다. 아무튼 반갑네요, 인제 이웃사촌이네? 하하!
“그럼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김세민이 수화기를 내려놓자 다른 과장들이 궁금했는지 속사포처럼 물어 왔다.
“뭐고? 누군데 그라요?”
“경비과장 아는 사람이가?”
“네, 조금 안면이 있습니다. 부산 동부 지청 특수부장으로 있었는데 이번에 차장검사로 승진했나 봅니다. 여기 지청장으로 왔다고 그러네요.”
그러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이거 무슨 이런 일이 있노? 우리 경비과장 보통 사람이 아이네? 지청장이 부임 신고를 다 해 오고 말이라!”
“뭐 하노? 퍼뜩 가 보소!”
수사과장이 얼른 일어나라며 김세민을 재촉했다.
수사 파트의 경우 아무래도 지청과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과장이 더 나서는 것 같았다.
“그래 맞다. 여기 참모 회의 나와서 앉아 있는다고 뭐 뾰족한 수가 있어? 오늘은 누구 불러내서 밥 얻어먹을까 그 궁리밖에 더 하겠냐고?”
이번에는 서장까지 어서 가 보라고 등을 떠밀었다.
그때 부속실 강 양이 다시 들어오더니 지청 사무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김세민을 찾는다고 말해 주었다.
“뭐야, 오늘 지청하고 무슨 날이야? 푸닥거리라도 해야겠는데? 이봐 정보과장! 자리 한번 만들어 봐!”
서장이 그렇게 지시를 하자 정보과장이 잽싸게 말을 받았다.
“알겠심니다, 마침 잘됐네예. 안 그래도 지청하고는 관계가 늘 불편했다 아입니꺼? 지가 바로 주선을 하겠심니다.”
김세민이 다시 전화를 받아서 관등 성명을 댔다.
“감사합니다. 영덕 경비과장 김세민 경감입니다.”
-야! 김 과장님, 이거 오랜만이네요? 나 홍문식입니다.
서울 남부 지검에 처음 파견을 나갔을 때 309호 이문호 검사 방에 있던 입회 주사 홍문식 수사관이었다.
“아니, 홍 수사관님까지…….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그럼 승진해서 내려오신 겁니까?”
-우리도 경찰하고 똑같습니다. 승진하면 지방으로 유배 보내 버리죠. 쿡쿡! 그래도 오랜 기다림 끝에 한 승진이라 기분은 좋습니다.
“그럼 사무관 승진을 하신 거죠?”
-네, 맞습니다. 여기 영덕 지청이 읍 단위 지청이라도 역사는 꽤 오래되었거든요? 경북에서는 안동 지청 다음으로 영덕을 쳐줍니다.
“예, 그럼 이따가.”
“뭐야. 사무과장도 아는 사람이야?”
서장이 별일이라는 듯 물었다.
“네. 전에 서울 남부 지검에 파견 나갔을 때 지금 대검 중수 2과장 하는 이문호 검사 입회 주사였습니다. 저하고 같이 잠복근무도 많이 했었지요.”
“야! 우리 경비과장 인맥이 짱짱하구마. 인자 우리 영덕 수사도 안심해도 되겠니더. 맨날 뒷동네 눈치 본다고 말이라 한 번도 뭘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아이가? 퍼뜩 갔다 오소. 그라고 영덕 지청하고 우리하고 상견례 겸해서 식사 자리도 아예 약속을 받아 오소! 그래야 앞으로 서로가 안 어색하지, 안 글소?”
“맞니더. 간 김에 날 잡아 갖고 오이소.”
수사과장과 경무과장이 그렇게 옆에서 부추겼다.
김세민은 밖으로 나와서 부속실 강 양한테 이렇게 물었다.
“강 양은 지청장실 아가씨하고 아는 사이인가?”
“그럼요, 얼마나 친한데요.”
“그래요……. 그럼 부탁 하나만 합시다. 지청장실에 전화해서 이번에 평검사도 바뀌었는지 물어보고, 새로 왔다고 그러면 꽃집에 연락해서 서장님 이름으로 난 3개, 그리고 내 이름으로 난 3개 좀 배달해 달라고 해요. 돈은 이걸로 결제해 주고.”
“네, 지금 바로 할게요.”
김세민은 관사 뒤 테니스 코트 담벼락에 붙은 쪽문을 열고 지청으로 들어갔다.
지청의 건물은 외관은 석조 건물로 웅장하게 보였지만 내부는 꽤나 협소한 편이었다.
2층은 회의실이었고 1층만 사무실로 쓰고 있었는데 지청장 방은 평검사 방을 지나서 안쪽에 넓게 위치하고 있었고 복도 건너편은 사무과장 방, 그리고 그 옆에 지청 사무과가 있었다.
“충성!”
“충성은 뭔 충성이야, 우리 사이에. 오랜만입니다.”
“영전을 축하드립니다, 지청장님. 우리 과장님도 정말 오랜만입니다. 건강하시죠?”
“야! 김 과장은 더 멋있어졌어? 캬! 인제 경감이네, 그래도 급수로는 아직 내가 더 높은 거 알지?”
“아니, 둘이 잘 아는 모양이지? 서울에서 같이 근무라도 했어?”
윤길재 지청장이 그렇게 물었다.
“같이 잠복근무를 많이 했습니다. 마누라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지요.”
사무과장이 그렇게 너스레를 떨었다.
“뭐야? 그럼 둘 다 이문호 쪽 사람들이네? 나 원, 이거 소외감 느낀다?”
“별말씀을, 가까이 모시고 있는 분한테 충성을 다해야지요. 안 그렇습니까? 과장님?”
“이거 뭐, 둘 다 과장이니 앞으로는 과장 앞에다가 성만 붙여서 부르자고, 그게 안 헷갈리고 낫겠어.”
“그렇게 하시죠.”
“자 자, 이리 앉아. 그건 그렇고 승진, 다시 한 번 축하해! 항상 보면 검찰 인사 발령이 경찰보다 늦더라고. 왜 그런지 몰라. 김 과장이 먼저 영덕에 왔으니까 뭐 건의할 거 없어?”
“물어보신 김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지금 지청하고 경찰서가 담벼락 하나만 두고 붙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테니스장에 쪽문이 하나 있는 걸 저 말고는 아무도 사용을 안 하고 있습니다. 서로 업무 연락도 많고 한데 이참에 저 후문 담벼락을 헐고 정식으로 후문을 하나 내는 것은 어떻습니까? 공사 비용은 경찰서에서 내겠습니다.”
“그래, 그거 괜찮네. 안 그럼 옆에 군청을 빙 둘러서 가야 하고 귀찮잖아? 전임자들이 왜 후문을 하나 만들 생각을 안 했는지 몰라. 당장 그렇게 하자고. 피의자도 바로 검찰로 데려올 수 있고 좋네.”
* * *
퇴근 시간 무렵, 울진 김순철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 과장! 나요. 울진 수사!
“아, 그래 감찰 건은 잘되었습니까?”
김세민은 그것이 궁금해서 맨 먼저 물어보았다.
-캬! 이 김순철이 경북 와가 완전 개피 보고 내려갈 뻔했는데 우리 김 과장 땜시로 전화위복이 되었다 아이요?
“전화위복이라뇨?”
-아 고거! 그저께 내가 경북 도경까지 불리가 갖고 감찰 조사 받는데 청장실 질의 회신 내려온 것을 딱 내밀었다 아이요? 그라이 경북 감찰 임마들 대번에 얼굴 표정이 싹 바뀌데? 본청 감찰에 전화해서 확인해 보더니 대번에 내보고 이카더라.
“뭐라고 그럽니까?”
-죄송하다고, 처음서부터 청장실에 라인이 있다고 한 말씀만 해 줘도 이리 대접하지는 않았을 거라면서 정말 미안하다고 감찰계장까지 나와서 사과를 하더라. 그라고 또 웃기는 게 뭔지 아요?
“뭐가 또 있습니까?”
-감찰 출석 여비를 다 주더라고. 그것도 하루 대구에 갔다 오는데 7만 원이나 주더라. 난 우리 수사에서 참고인 출석 여비 지급하는 것은 봤어도 감찰 출석 여비 지급한다는 것은 그때 처음 알았소. 이제까지는 금마들이 다 떼먹었다는 소리 아이요? 참 내……. 우쨌든 내가 이번에 단단히 신세를 졌소. 아, 그라고 어제 날짜로 경감 벼슬 달았소.
“그래요? 축하합니다.”
-어제는 내 김 과장한테 당장 뛰어 내려갈라다가, 고생만 하고 죽은 우리 어무이 생각이 나서 불영사 절에 가서 제 올려 달라꼬 봉투 하나 던져 주고 그라다 보이 시간이 늦어가……. 오늘 저녁에 내 퇴근하고 여기서 포항에 사는 스폰서 멋진 놈 하나 잡아 놨시니까 우리 영덕에서 일 잔 합시다.
“에이, 그냥 우리끼리 조촐하게 축하하면 되지. 뭐 하러 또 스폰서까지 만들어요?”
스폰서 얘기가 나오니까 김세민이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안 글타! 원래 형사 출신들은 지 돈 내고 술 먹으면 쪽팔린다 아이가? 남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무야 그게 술맛이 나는 기라. 당신도 내하고 같은 순경 출신이라면서 우째 내보다 더 모리는 게 많소? 당신 순경 출신 맞나?
“또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아이다, 아이야. 어디 간부 후보생 교육 받다가 쫓기 나온 거 아이가? 간부 후보생 교육 받다가 쫓겨 나오면 순경은 달아 준다 카는 소리는 내 어디서 들었는데? 아무튼 마 내가 스폰서한테 돈 미리 줘 놨다. 당신이 하도 깐깐하게 구니까 당신이 묵는 술은 이 김순철이가 내는 돈이고, 내는 내 돈 주고는 못 먹지. 그렇고 말고! 그래가 이 김순철이가 묵는 술은 스폰서가 내는 거다! 인자 됐소? 어차피 6개월 일찍 벼슬 달았시니까 6개월 월급은 그냥 공짜로 생긴 거나 마찬가지 아이요? 퇴근하고 어데 가지 말고 꼼짝하지 말고 자리에 붙어가 기다리소? 키키킥!
김세민은 뭐라고 한 마디 하려다가 그냥 입이 써서 별다른 말 없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김순철이 도착한 시간은 퇴근 시간을 조금 넘겨서였다.
“와따야! 영덕 경찰서는 운치가 있네! 옆에 강물도 흐르고 말이라. 여기는 진짜 유배 온 기분 나겠다. 킬킬!”
“또 또, 실없는 소리를. 옆에 계신 분은 누굽니까?”
“아 그래, 김 과장 서로 인사하소. 여기는 울진 원전에 전기 설비 납품하는 남식 사장. 이름이 외자라. 상머스마지. 여는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상머스마 중에 상머스마! 김세민 과장! 캬! 이리 소개하면 되제? 배고프다, 퍼뜩 어디 밥 묵으러 가 보자.”
“반갑심더. 김 과장님,”
“네,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서로 명함을 교환하고 악수를 하였다.
울진까지 유배 와서도 스폰서 데리고 다니는 걸 보면 김순철 과장도 허투루 형사 짬을 먹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저기 가십시다. 영덕 왔시면 대게를 묵는 게 맞긴 한데 경찰서 과장님이시니께 자주 잡수실 거고 강구 시장 통에 들어가서 미주구리 회 묵어 봐야지예.”
“미주구리? 그게 뭐요? 김 과장 빙그레 웃는 거 보이까 한번 맛은 본 눈치네?”
“네, 저도 식당에서 조금 맛은 봤는데 꽤 맛있었습니다. 가시죠. 아, 그래도 영덕까지 오셨는데 대게 한 마리는 잡숫고 가셔야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김세민은 경비 전화를 들어서 강구 해경 지서를 불렀다.
“아, 박 지서장! 미안하지만 어판장에서 대게 하나 삶아 가지고 강구 시장 통 미주구리 횟집으로 배달 좀 해 달라고 말해 주세요. 그래요, 울진에서 손님이 오셨어. 돈은 내가 계산할 테니까. 누구냐고? 나하고 부산에서 같이 승진해서 왔는데 울진 수사과장님이야. 그래요. 박 지서장도 아직 저녁 전이면 같이 참석을 하든지, 편한 대로 하세요.”
“여기는 경비과장 밑에 해경 지서도 있소?”
김순철이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그렇게 물어 왔다.
“네, 강구하고 영해하고 두 군데에 있습니다. 그게 왜요?”
“이야……. 그거 쥑이네. 보통 해경 지서 하나가 시골 경찰서장보다 더 낫다고들 하는데 그걸 두 개나 깔고 앉았다고? 이거 울진 수사 하는 나보다 훨씬 낫네. 완전 따와이 소굴 아이가! 캬! 이거 내가 영덕에 눌러앉고 김 과장이 울진 갔어야 하는데 말이라……. 아숩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자, 나갑시다.”
강구 시장 안에 있는 선창식당이란 곳으로 들어갔는데 식당은 오래되었는지 꽤나 허름했지만 큰 양푼 그릇에 미주구리 회를 잔뜩 벌겋게 비벼서 나온 것이 식감도 고소하고 깊은 맛이 있었다.
상추나 깻잎 같은 야채에 쌈을 크게 싼 다음 남 눈치 볼 것 없이 마구 입안에 쑤셔 넣어서 씹는 그 맛이 또 일품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먹고 있는데 박동철 해경 지서장이 박달 대게 두 마리를 푹 쪄서 가지고 왔다.
‘요즘 너무 많이 먹는데? 이러다 금세 살찌겠구만.’
그런 김세민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순철은 신이 나서 2차 타령을 하는 중이었다.
“남 사장! 2차도 가야 할 거 아이가? 오늘 이 김순철이 경감 벼슬 축하 자리 아이가?”
“아, 당연히 모셔야지요. 제가 남정에 준비를 다 해 놨습니다.”
“2차는 또 뭔 2찹니까……. 내일 출근 안 해요? 근데 남정이면 저기 포항 경계에 있는 곳 맞죠?”
“잘 아시네예. 맞니더.”
“우리 관내니까 알죠, 영덕군 최남단 아닙니까.”
“거기에 얽힌 이야기도 알고 계십니까?”
“글쎄요?”
“맥아더 장군 있다 아입니까. 왜 인천 상륙 작전 했던. 그 맥아더가 인천 작전 할라꼬 보니까 인민군들 시선을 분산시키야 되겠는데, 그래가 나온 안이 가짜 상륙 작전이라예.”
“일종의 양동 작전……. 뭐 그런 겁니까?”
그러자 남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 말을 이어 갔다.
“육군 대위 한 사람이 그 임무를 받고 내려와서는 경주에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 다 끌어모아 놓고 애국심을 호소했답니다. 그래서 모인 학도병이 정확하게 772명이라예. 문제는 장사 해수욕장에 상륙을 시켜야 하는데 배가 없다 아입니꺼? 우리 아부지는 포항 죽도 시장에 고기 대 주는 고깃배 선주 겸 선장이었는데 꽤 잘살았다고 카데예. 어느 날 아부지 배 다섯 척하고 아부지 밑에서 일하는 뱃사람들이 다 징발이 된 기라. 그래 갖고 여기 장사 해수욕장에 상륙해서 7번 국도를 틀어막고 인민군하고 몇 시간을 대치하다가 전원 몰살을 당했심니다.”
“뭐라고요? 그럼 다 죽었단 말입니까?”
“맞니더. 다 죽었심니더. 고등학생들이 지대로 훈련도 못 받고 미군들 사용하는 그 무겁고 커다란 M1 소총을 받았는데, 고작 탄환 8발만 쥐여 준 데다 세 사람 앞에 총 한 자루씩 지급했다고 카데예. 그라이 다 죽으라는 소리지 뭐겠능교?”
“……그런 일이…… 금시초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김세민은 그다음이 궁금해서 물었다.
“상륙한 학생들은 총에 맞아서 다 죽고 우리 아부지하고 선원들은 장사 해수욕장에서 철수 명령이 올 때까정 기다리고 있으라 캐서 꼼짝 못 하고 기다리고 있다가 인민군들한테 기습을 당하는 바람에 다 죽었다꼬 카데예. 우리 아부지 선원 중에 한 사람이 물에 뛰어 들어가 죽기 살기로 헤엄쳐가 저기 청하까지 떠내려와가 구조가 되었다고 카는 기라예. 그 사람이 우리 아부지가 총에 맞아가 그대로 배에서 떨어졌다고 그래 말을 해 주었답니다. 그 작전명이 174고지랍니다. 남정면에 마주 보이는 산의 높이가 174미터라고 그리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무슨 그런 작전을 세웠는지……. 더 기가 차는 건 뭔지 아십니까?”
“또 있습니까?”
“국방부에서 전사자 인정을 안 해 주는 거라예.”
“그럼 국방부 기록에 아예 없단 겁니까?”
“있긴 있는데, 거기서 전사한 사람은 139명이라고만 기록이 되어 있는 거라예. 나머지는 고마 전쟁에 동원된 인력 자원으로 단순 실종이니까 아무런 공적을 인정해 줄 수가 없다는 깁니다. 아예 징발한 학도병 명단도 없고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았시니까 인정해 줄 수 없다는 거지예. 여기 남정면의 주민들도 다 기억하는 역사적 사실인데, 시체도 수습 못 한 전사자 명단 그거 해 봤자 연금 얼마나 된다고예?”
“…….”
“그 전까지 군 출신 대통령이 두 명이나 바뀌었는데 그래도 안 되었으니 이젠 포기해야지예. 참 억울한 게……. 개죽음도 그런 개죽음이 없는 기라예. 이따구로 하는데 어느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능교? 안 그렇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