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452화 (452/869)

제 452화

#452. 교통에서 실종 사건은 없다

주말이 지나고 새로운 월요일이 시작되는 날 오후에 첫 번째 휴가 팀이 들이닥쳤다.

포항 공항으로 서울에서 이미라 검사가 먼저 내려오고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애란 경감과 부산에서 올라온 배연주 검사와 서이수 검사가 만나서 차 한 대에 나눠 타고 영덕 경찰서로 온 것이었다.

정문 입초한테서 연락을 받고 김세민이 서정으로 나가 보니 배연주 검사의 차에서 다들 내리고 있었다.

“와우! 김 경감님! 그렇게 경감 계급장을 달고 있으니까 정말 잘 어울리세요. 여기는 뭐 경찰서가 아니라 완전 시골 별장에 온 것 같아요. 이 은행나무는 도대체 몇 년이나 됐죠? 아마 한 천 년은 된 것 같다.”

이미라 검사가 경찰서 앞마당에 서 있는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보고 감탄을 했다.

“온다고 고생 많았습니다. 일단 차에 짐은 그대로 두시고 지청에 가서 지청장님한테 인사나 하시죠?”

김세민이 그렇게 말을 꺼내자 다들 좋다고 했다.

김세민의 관사를 지나서 후문을 통해 지청으로 나가는데 서이수 검사가 관사 앞 우물을 보더니 호기심이 발동한 모양인지 한마디를 했다.

“어머! 이게 귀신이 나온다는 우물인가 봐요? 부적도 다 붙어 있네요? 정말 신기하네.”

“아니, 귀신 얘기는 또 어디서 들은 겁니까?”

김세민이 이 여자들은 정말 모르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물어보았다.

“오면서 이미라 검사가 다 얘기를 해 줬어요. 이 검사는 특수대 이선유 계장한테 들었다고 그랬고요.”

그렇다면 이선유한테는 보나 마나 조 경사 이 자식이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쳤을 것이었다.

하여튼 조 경사 이거는 아무 말이나 막 하고 다니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귀신도 천도제를 올렸으니까 이제는 제자리를 찾아서 저승으로 갔을 것입니다. 여기가 보는 것하고는 다르게 전쟁 때 사연이 많았던 곳이더라고요. 자, 이리로 오시죠. 지청하고 바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지청의 테니스 코트로 들어서니까 이미 지청장과 지원장이 나와서 테니스를 치고 있었다.

이 양반들은 할 일이 별로 없으니까 오후만 되면 다들 나와서 공을 쳤다.

경찰서 뒤쪽에 있는 과장들 방이나 경무계나 대공과나 정보과 등은 2층에서 보면 지청장이 공 치는 모습을 훤히 내다볼 수가 있었다.

더구나 공이 라켓에 맞는 소리가 ‘탁탁!’ 하고 들리기도 하였기 때문이었다.

일과 시간에 판, 검사들이 나와서 공 치는 모습을 보면 직원들이 뭐라고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건너편이 군청이라 군청 직원들도 다 보고 있을 터였다.

“안녕하세요? 지청장님! 와아! 여기는 분위기 좋네요? 매일이 휴가겠어요? 히히!”

배연주 검사가 윤길재 지청장을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어! 배 검! 서 검도 왔네! 뭔 휴가를 이리 빨리 받았어?”

“그야 아직 졸병이니까 먼저 가야죠. 그래도 지청장님 뵙고 싶어서 맨 먼저 이리 달려왔잖아요?”

서이수 검사가 윤길재 지청장이 보고 싶어서 왔다고 아양을 떨었는데 윤 지청장은 이렇게 말을 했다.

“그야 내가 아니라 우리 김 경감 보고 싶어서 왔겠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거기 정애란 경감이라고 그랬지? 내 소문은 많이 들었지. 이 검하고 빨리 옷부터 갈아입고 들어와! 우리 제대로 한판 붙어 보자고!”

“지청장님 많이 급하신가 봐요? 그럼 우린 뭐 해요?”

“아, 두 분은 지금부터 저 밑에 내려가서 은어를 잡아서 튀김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중에 막걸리가 올 겁니다.”

김세민이 나서서 그렇게 말을 하자 지청장이 놀라서 이렇게 물었다.

“아니, 김 경감! 저기 오십천에서 은어를 잡는단 말이야? 어떻게 잡아?”

“다 방법이 있으니까 열심히 운동이나 하십시오. 그럼 우린 내려갔다 오겠습니다.”

관사 옆 쪽문을 통해서 오십천으로 내려간 김세민은 미리 떡밥을 준비해서 넣어 둔 통발을 꺼내 들었다.

각 통발 안에는 은어 수십 마리가 퍼득거리고 있었다.

서이수 검사와 배연주 검사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이게 그 유명하다는 수박 향이 난다는 오십천 은어란 말이에요? 그걸 바로 사무실 옆에서 건져 올리다니요! 세상에! 뭐 이런 근무지가 다 있어요? 너무 불공평하다. 우리는 매일 산꼭대기까지 들어찬 주택가 사무실에서 종일 고개가 아프도록 기록을 봐야 하는데 누구는 같은 월급 받으면서 은어나 잡고 테니스나 치고 정말 부럽다!”

“그러네요. 우리 서 검사님도 빨리 승진해서 영덕 지청장으로 오시면 다 해결이 됩니다. 그리고 은어 손질을 해야 합니다. 내장하고 비늘과 지느러미는 칼 한 번만 훑어 내리면 됩니다. 그다음에는 반으로 배를 갈라서 여기 얼음 위에다 올려놓으세요. 잠시 후에 약간 꼬들꼬들해지면 바로 튀기면 됩니다. 그래야 바삭바삭해지거든요?”

김세민이 자세히 은어 튀김을 설명해 주자 배 검사가 이렇게 말을 했다.

“아니, 여기 와서 일은 안 하고 은어만 잡았는가 봐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오늘 점심은 은어로 간단하게 때우고 저녁에는 저기 통고산 자연 휴양림에 통나무집을 하나 빌렸습니다. 거기서 영덕에는 지품 소고기가 유명합니다. 양념에 잘 재워 놨으니까 저녁에 숯불 양념구이로 해 드시죠.”

“와우! 오늘 이거 전혀 예상치 못한 환대를 받네요. 너무 미안해요, 김 경감님!”

배연주 검사가 얼굴에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를 못했다.

은어 튀김을 한 입 맛본 지청장과 지원장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야! 뭐 이런 맛이 다 있어? 우린 여기 온 지 제법 되는데 직원들이 은어 맛도 안 보여 주더라고, 역시 경찰관들이 상관을 모시는 자세가 바로 되었어.”

지원장이 머리를 끄덕였다.

“한 게임 더 하실 거예요?”

이번에는 이미라 검사가 그렇게 물었다.

“아이고, 이 귀신들. 우리가 앞발 뒷발 다 들었어. 무슨 여자들이 그렇게 공을 얄밉게 보낸대? 전부 다 코너로 찌르고 들어오는데 이거 늙은 놈이 쫓아가지도 못하겠어.”

지원장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저기 경찰서나 군청에서 다 보고 있을 텐데 이거 우리 둘이서 오늘 망신을 톡톡히 당했는데 아예 복수전은 꿈도 꾸지 맙시다. 난 테니스가 이렇게나 실력 차이가 나는 줄은 꿈에도 몰랐어. 우리끼리 하는 것은 다 애들 장난인 것 같아. 솔직히 실력 차이 인정한다. 우리가 졌어!”

“와하하하! 낄낄낄!”

그렇게 마치고 김세민은 차를 운전해서 일행들을 데리고 통고산 자연 휴양림을 향해서 출발했다.

“배 검사님! 나도 초행길이니까 천천히 따라오시고 아직 영해 괴시 마을이나 볼 것도 많은데 내일 보기로 하고 일단은 통고산으로 가십시다. 어둡기 전에 들어가야 잠자리도 보고 준비를 합니다.”

“네, 알겠어요. 먼저 앞장서세요.”

그렇게 7번 국도를 따라서 한참을 올라가다가 울진읍 입구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한참을 더 가니 이정표가 나왔다.

통고산 자연 휴양림 들어가는 길이라고 쓰인 안내판을 따라서 더 들어가니 석양에 고즈넉한 불영사가 나왔다.

비구니 절이라고 안내문에 쓰여 있었는데 절 앞에 제법 큰 연못이 있었고 절은 마치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듯이 조용했다.

“이 절이 원래 독룡이 살고 있는 연못을 의상 대사가 주술을 외워 용을 쫓아내고 이 절을 세웠다고 삼국유사에 나와 있다고 합니다.”

“아! 그래서 절 앞에 이렇게 연못이 있군요. 그럼 불영이란 말은 무슨 뜻이죠?”

이미라 검사가 호기심이 발동해서 김세민에게 그렇게 물었다.

“불영은 말 그대로 부처님의 그림자란 뜻입니다. 저기 산 위에 있는 바위가 부처님을 닮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산봉우리에 해가 넘어가면 저기 바위의 그림자가 여기 연못에 비친다고 해서 불영사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 실제 그림자가 비치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오! 맞네! 저기 봐요. 지금 연못에 저기 봉우리가 비치잖아요? 불영사가 맞네!”

정애란이 소리를 지르면서 연못을 가리켰다.

“그러네. 정말이야. 신기하다 그지? 애란아.”

통고산 자연 휴양림은 이제 개장한 지 2년째라고 했다.

통나무로 지은 집들이 군데군데 있었는데 안은 아주 넓었고 입구 매점에서 땔감으로 쓸 장작을 별도로 구입을 하니 통나무집 안 벽난로에 쓸 나무와 밖에서 캠프파이어를 할 나무까지도 갖다 주었다.

다들 즐거워서 일부는 통나무집 안에서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김세민은 밖에서 숯불에 고기를 구울 준비를 했다.

산속의 어둠은 금세 찾아와서 이내 사방이 캄캄해졌다.

밖에도 나무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서 일행은 빙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낄낄거렸다.

하늘을 쳐다보니 어찌나 별이 맑게 반짝이는지 금세 땅으로 주르륵 쏟아질 것만 같았다.

김세민은 문득 지금 인생에서 어쩌면 제일 행복한 순간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슬그머니 걱정도 되었다.

언제나 지나고 나면 그때가 행복이었던 것 같은 후회가 밀려왔던 기억이 늘 있었던 것이었다.

“김 경감님! 뭘 그리 생각하세요?”

어느 틈에 이미라 검사가 옆에 와서 물어 왔다.

“아뇨, 그냥 지금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날은 일찍 일어나 불영 계곡을 나오면서 계곡에서 라면으로 아침을 때웠다.

아직은 찬 계곡물을 길어다가 코펠에 라면을 끓이니까 냄새가 기가 막혔다. 라면을 두 코펠이나 끓였는데도 다들 맛이 있는지 정신없이 먹어 치웠다.

어젯밤에 그렇게나 고기를 먹고서 또 라면을 저리 먹어 치우다니 여자들의 식성이 남자 못지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들에게 백암 온천과 성류굴, 월송정과 망양정, 내려오면서 영해 괴시 마을까지 둘러보라고 한 뒤 김세민은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 퇴근 후 강구의 삼사 해상공원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일단은 먼저 헤어져서 경찰서로 왔다.

급하게 참모 회의 시간에 맞추어서 올라갔더니 다른 과장들이 다들 궁금해서 어제 온 손님들이 누구냐고 물어보았다.

“와따야! 어제 김 과장님 보이까 꽃밭에서 놀던데 온 손님들이 누구요? 지청장하고 공도 치던데?”

정보과장이 부럽다는 듯이 그렇게 물어보았다.

“아니 그걸 다 보셨어요? 지청장하고 같이 근무했던 부산 동부 지검 검사들이에요. 한 사람은 우리 도경 감식계장이고 다들 오늘부터 휴가래요.”

“아, 그런교? 그라무 김 과장 여서 이랄 게 아이다. 손님 접대해야지. 이거 참모 회의 할 기 뭐가 있다고? 검사들 대접 잘하는 기 더 중요하다. 얼릉 가서 대접 잘하소. 서장한테는 내가 이바구하께.”

경무과장이 나서서 빨리 나가 보라고 말을 해 주었다.

그래도 그렇게 말을 해 주는 과장들 분위기가 인정이 있어 좋아 보였다.

“자, 다들 왔제? 들어갑시다.”

경무과장이 앞장서서 서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서장님! 잘 주무셨습니까? 아침 식사는 잘 하셨능교?”

다들 들어가면서 한마디씩 인사를 던졌다.

“경비과장! 어제 온 사람들이 다 현직 검사라면서?”

서장이 먼저 그렇게 물었다.

어떻게 하루 만에 다들 이렇게 나름의 소식통을 가지고 관심을 보일까 싶어 속으로는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 예, 전에 같이 근무하던 검사들인데 휴가라고 다들 몰려와서 이거 신경 쓰이게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 게 뭐 있어? 검사들하고 인맥을 쌓아 놓으면 다 우리 경찰에 좋은 건데, 바쁘면 나가 봐! 오늘 안 들어와도 돼! 영덕에 할 일이 뭐가 있어? 안 그래?”

“예, 맞니더. 지금은 검사들 접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더.”

주 과장까지 덩달아서 그렇게 김세민의 등을 떠밀었다.

참모 회의를 마친 김세민이 별관으로 내려와서 교통계 사무실로 들어서자 나이 든 아주머니 한 분이 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통사정을 하고 있고, 사고반 직원들이 아주머니를 달래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아줌마요, 그거는 우리가 하는 게 아이고 저기 민원실에 가시 갖고 가출 신고를 하시든가 해야지, 여기는 교통사고 처리하는 곳이라예.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기 아무것도 없니더. 자, 고마하고 퍼뜩 일나소.”

“저기 민원실에 가이 교통계 가서 알아보라 카고 여는 또 저리 가라 카고 우리같이 못 배우고 없는 사람들은 억울한 일 당하문 우째 살라꼬 자꾸 이리 사람을 쫓아내능교? 마 내는 못 나가니더. 우리 아들 찾아내소! 하이고! 참말로 억울하요. 순사들이 내 몰라라 하문 우리 아들은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이오?”

“왜들 이래? 일단 저 아주머니 사연이 뭔데?”

김세민이 직원들에게 물었다.

“그게 말이니더, 저 아줌마 말로는 어젯밤에 자기 아들이 1톤 트럭을 타고 울진에 어망 실으러 갔다고 하는데 울진에 있는 어망 가게에서는 어젯밤에 안 왔다 카고 연락은 안 되고 하니까 교통사고라도 난 줄 알고 여기로 왔는데 우리도 밤새 사고가 신고 접수된 거는 없니더. 그라이 아들이 어무이한테 연락 없이 어디 중간에 샜는 긴지 우리도 아리송하기는 하네예. 일단 가출 신고를 하라고 캐도 저리 안 가고 여 앉아가 떼를 쓴다 아입니꺼?”

“일단 이리 오라고 해! 내가 직접 물어보지.”

아주머니가 김세민 앞으로 왔다.

“자, 일단 여기 앉으시고 천천히 묻는 말에 대답해 보세요. 어제 나갈 때 아드님이 술이라도 드셨어요?”

“하이고! 지는 마 그것까지는 모리고예. 어제 마 쪼매 속상한 일은 있었심더. 술을 묵었는지는 모리겠고예.”

김세민이 시계를 보니 이제 막 하루해가 저물려고 하고 있었다.

해상공원에서 이미라 검사 일행과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갔지만 이대로 날이 저물면 이 아줌마의 아들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들었다.

“교통계장!”

“예, 여기 있니더.”

“지금 이게 내가 옛날에 고순대에 있을 때 보면 한 번씩 차가 옆에 논이나 숲속에 미끄러져 추락하면 지나가는 운전자가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방치되면서 척추가 다치거나 해서 꼼짝 못 하고 사람이 발견될 때까지 그대로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러니까 외근 동원해서 7번 국도를 수색해 보세요. 특히 과속 구간이나 아스팔트에 스키드 마크가 새로 생겼거나 진하게 나 있는 경우에 그 주변 숲속을 샅샅이 살펴야 합니다. 지금 7월이니까 녹음이 우거져서 자세히 안 보면 숲속이 안 보입니다. 여기 타격대까지 동원해서 일단 경비과 인원하고, 강구 지서에 연락해서 내 지시라고 하고 지서 협조 단체도 동원해서 수색해 보고 안 되면 서장님한테 보고해서 전 서원들을 다 동원해 보지요. 교통에서 실종 사건은 없습니다. 일단 다 무전기 들고, 난 핸드폰도 있으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해 주세요. 난 해상공원에 있을 겁니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교통계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알겠심니더. 지시하신 대로 바로 시행하겠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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