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9화
#479. 우회 도로
참모 회의가 시작이 되었다.
먼저 정우진이 입을 열었다.
“이게 말이야, 경비과장 포항 내려가고 나서 여기 우리 과장들 아무 일도 못 했어. 이번 주부터 갑자기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7번 국도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단 말이야. 밤에도 차들이 줄을 서서 이동할 정도라니까?”
“그럼 전부 피서 차량들입니까?”
“그렇게 봐도 무리는 없을 거야. 도경에서는 빨리 소통을 시키라고 하는데 이거는 뭐 방법이 있어야지. 차가 막히니까 사람들이 아무 데나 숲속에 들어가서 볼일 보지, 쓰레기 버리지, 심지어 밤에는 도로변에 텐트까지 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지난번 이선유 왔을 때 고래불 해수욕장 갔잖아? 거긴 지금 아예 들어갈 틈도 없어! 아무튼 다들 경비과장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자기 업무니까 해결을 해야지, 어쩌겠어? 그럼 우린 오늘부터 경비한테 다 맡기고 좀 쉬자고.”
“옳으신 말씀입니다!”
과장들이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그동안에 다들 고생했어! 크크큭.”
김세민한테 다 떠넘기고 나자 정우진이 기분이 좋은지 킬킬거렸다.
“근데 서장님, 이런 것은 여름 한철 있는 바닷가 경찰서 공통된 사항인데 전 서원들이 합심해서 거시적인 행사로 치러야지 경비과한테만 미루고 다들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지 말고 다 같이 머리를 짜내 봅시다. 저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무슨 소리야? 경비 없는 동안에 다들 있는 머리 없는 머리 짜내느라고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야. 우리도 휴식이 좀 필요하다고. 일단 경비가 아이디어를 내서 말하면 우리가 적극 협조는 하지. 암, 경찰서장 책임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김세민이 당신 오니까 한결 마음이 놓인다. 자, 오늘 참모 회의는 이것으로 끝!”
그러면서 정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강구 쪽을 바라보았다.
“저거 보라고! 벌써부터 차가 밀리잖아! 저기 천천히 움직이는 것들이 보이지? 저게 다 차란 말이야. 아마 이번 주는 지나야 좀 숨통이 트일 거야. 근데 얼마나 위에서 X랄들을 하는지 말이야. 전쟁 나도 총 들고 나서지도 않을 놈들이 말이야, 그저 입만 가지고 군사 도로니 뭐니 하면서 떠들어 대더라고.”
“알겠습니다. 제가 일단 나가 보고 나서 오후에 대책 회의를 하도록 하죠. 다들 어디 멀리 나가지 말고 근처에 계세요.”
“야이 씨, 어디 갈 데도 없어! 아, 길이 저리 막히는데 어딜 돌아다니겠어? 밖에서 밥 안 먹은 지 오래됐다고!”
“그 정도까진 아닌 것 같은데……. 점심 제가 살 테니 여기 앞에 꿩 샤브샤브 집에 가시죠?”
“오잉? 그런 데가 있었어?”
“서장님 처음 오시 가지고 아직 지역 유지들 순번이 한 번 안 돌아서 그란데 나중에 다 끝나고 짜들시리 갈 데가 없시문 요기 경찰서 바로 정문 앞으로 갑니더. 주인 여자 요리 솜씨가 좋니더. 꿩도 사육하는 꿩인데 저기 창수에 가문 사육장이 많니더. 경비과장이 산다고 했으니까 오늘 점심은 그럼 꿩 샤브샤브로 합니데이?”
경무과장이 그렇게 선언을 했다.
어딜 가나 경무과장은 서장 밥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김세민은 다시 경비과 사무실로 돌아왔다.
“과장님예, 참모 회의 다 끝나셨능교?”
교통계장이 그렇게 물어 왔다.
“아니 국도가 막힌다고 난리가 났다는데 이게 해마다 이러면 작년에는 어떻게 처리를 했어요?”
“마 그게 어쩔 수가 없니더. 지들도 오만 가지 대가리를 다 짜내 봐도 별 뾰족한 수가 없어예.”
“도경에서는 청와대에서 난리를 친다고 그런다면서요?”
“그거야, 도경 점마들 다 청와대 핑계 대가 따와이할라고 구카는 소리고, 과장님 그런 말에 신경 쓸 필요 없니더. 한번 생각해 보시소. 매일 뉴스에 리포터들이 나와 갖고 여기 길 맥힌다꼬 방송에 떠들어 샀는데 과장님한테 청와대 상황실에서 직접 전화 한 통 온 게 있십디까? 없다 아잉교. 다 도경 점마들 여름도 되고 했시니까 봉투 하나 갖다 달라꼬 구카는 깁니다. 마 오늘 체송 편에 봉투 올라가고 있시니까 오후부터는 조용할 깁니다.”
“그래요? 난 금시초문인데? 그래도 우리 일이니까 나가 보기는 나가 봅시다.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라시더. 지하고 함 나가 갖고 뭐 좋은 수가 있나 보입시더.”
김세민은 교통계장과 교통계 직원들을 데리고 아예 순찰차 대신에 오토바이를 타고 강구 지서까지 갓길을 이용해서 갔다.
“갓길 이거 괜찮은데? 이 갓길만이라도 제대로 확보를 해 두면 비상시에는 우리가 다닐 수는 있겠네요.”
김세민이 그렇게 말을 하자 교통계장도 수긍을 했다.
“맞니더. 작년에도 이 갓길 확보한다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아입니까. 밤새 직원들 담당을 짜가 돌아가문서 지키고 별 X랄을 다 했어예. 지금 계획 수립하고 있시니까 오늘 서장님 결재받고 나면 우리도 내일부터는 본서 직원들 담당 구역 정해가 갓길 지키라꼬 할 깁니다.”
“과장님 나오셨능교?”
강구 지서장이 미리 나와 있다가 거수경례를 했다.
“아 오 주임! 오 주임은 여기 토박인데 뭐 좋은 아이디어 없습니까? 해마다 여름이면 이 난리인데 이 동네 사람들도 불만이 많을 것 아닙니까.”
“과장님 말씀이 다 맞니더. 여기 동네 사람들도 길이 막혀가 다니지를 못하니까 죽을 지경이라예. 그래 갖고 지금 보시면 강구항에서 저기 축산항까지 해변 도로가 만들어져 있니더. 원래는 해안가에 군 초소가 있실 직에 군사 도로를 닦아 놓은 것인데 작년에 다 포장이 되었니더. 그라이 강구에서 차를 이리 돌리는 거라예. 그라모 나중에 가 보시문 알겠지만 해안가 드라이브 경치가 죽인다 아잉교? 이 길을 마다할 이유가 없니더.”
“이 길 끝은 어디로 나 있습니까?”
“마 축산항까지 가서 다시 7번 국도로 나와도 되고 마지막에 한 이백 미터가 포장이 안 되었는데 비포장도로를 빠져나가문 바로 영해이시더. 영해는 영해 해수욕장하고 나란히 고래불 해수욕장이 붙어 있다 아입니꺼? 그라이 이 길로 차를 보내 놓으면 가다가 경치 구경도 하고 저기 7번 국도에서 막히는 것보다는 좀 돌아가더라도 훨씬 나을 기라예.”
“됐네요. 당장 시작합시다.”
김세민이 차를 우회시키자고 하니 당장은 곤란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나중에 가 보시면 알겠지만 어민들이 길가에 전부 미역이나 김, 가자미 이런 것들을 말린다고 도로 위에 쫙 깔아 놨어예. 이기 통, 반장 통해 갖고 전달해가 치울라 카모 아무래도 내일이나 되어야 치울 똥 말 똥이시더.”
시골은 어딜 가나 급하게 움직이는 법이 없었다.
다들 시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느긋하고 여유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주민들한테 협조를 구하고 내일부터는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여기 강구 지서 앞에다가 안내 간판을 하나 만들어서 세워 놓으세요. 저기 포항 쪽으로 1킬로, 3킬로 후방에도 각각 세우도록 하고.”
“알겠심니다. 근데 내용은 우째 적으면 될까예?”
“글쎄요, 뭐 적당히 하면 될 것 같은데……. 중요한 건 국도를 피해서 해변 길로 유도를 하는 거니까, 그 내용이 꼭 들어가야 합니다.”
[아름다운 해변 길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밀리는 국도를 피해서 해파랑길로 오세요!!
-강구에서 영해까지 해파랑길 약 40킬로-]
“알겠니더. 내일 아침부터 이 해변 길을 틔우겠심더.”
“그리고 교통계장은 오늘 돌아가서 도경에 공문 하나 올립시다. 동해안 7번 국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도내 각 경찰서 교통계장 회의 소집을 해 달라고 하세요. 도경 경비과장하고 교통과장한테는 내가 따로 보고를 하겠습니다.”
도내 교통계장 회의 소집을 영덕에서 주관해서 한다고 말을 하자 교통계장이 깜짝 놀라서 이렇게 물었다.
“아니, 무슨 일로 도내 교통계장 회의 소집을 여기 영덕에서 하신단 말잉교?”
“지금 이게 여기서만 머리 굴린다고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닙니다. 대구나 부산에서 전부 다 7번 국도만 타지 않습니까? 그러니 미리 경주 T.G나 울산, 건천, 대구, 영천, 포항 등 고속도로 진입하는 경찰서하고 국도 31번이나 30번, 36번, 20번을 관할하는 청송, 영양, 영주, 문경, 봉화, 울진까지 다 참석을 해서 종합적으로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그리고 각 T.G나 국도변 검문소 등지에서는 안내 입간판을 만들어야 합니다.”
“무슨 안내 입간판을 만들어야 하는데예?”
“우회 도로 말입니다. 지금 사람들은 잡지나 이런 데서 부록으로 나와 있는 전국 관광 안내 지도 같은 걸 들고 여행을 온다 아닙니까? 그런데 관광 지도에는 국도나 고속도로 표시밖에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모르는 우회 도로를 우리가 톨게이트에서 안내를 해 주자는 것이죠. 그리고 어쨌든 우리 경북을 찾아 주는 관광객들이니까 도청에도 얘기해서 군으로 특별 예산을 받아서 관광 우회 도로 지도를 만들어 관광객들한테 배포를 하는 겁니다. 만약에 거기에 호텔 같은 숙박업소나 죽도 시장 번영회 같은 데서 광고 협찬을 받을 수가 있으면 금상첨화겠지요. 어쨌든 올해는 내가 늦게 착안을 했으니까 이대로 하다가 끝날지 몰라도 내년부터는 절대 올해처럼 무질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단 그렇게 하는 데까지는 해 보십시다. 그래 봤자, 일주일 아닙니까?”
“야, 맞니더. 일주일만 고생하면 끝이라예.”
그날 오후, 서장실에서 교통 대책 회의가 열렸다.
“그러니까 지금 뭐야, 내일 당장에 도내 교통계장 회의 소집하고, 강구에서 영해까지 우회 도로 만들고, 입간판 세우고, 갓길 확보하는 데 전 서원 동원하고 그래서 영덕서만 교통 갑호 비상 근무령을 하달해 달라고?”
정우진 서장이 기가 찬다는 듯이 그렇게 물었다.
“네, 맞습니다. 서장님이 또 한 가지 해 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청장님하고 도경 경비과장한테 도내 교통계장 회의 소집을 지휘 보고를 하셔서 승낙을 받아 주셔야 합니다.”
“나보고 청장한테 전화까지 하라고? 야 김 과장, 니 지금 나 갈구려고 그러는 거지?”
“갈구는 게 아니고 서장님 띄워 드리려고 그러는 겁니다. 아니 할 말로 아무도 서울에서 온 서장이 도내 교통계장 회의를 자기 서에서 개최하겠다는 그런 말을 안 하는데 서장님이 경북 경찰의 발전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소문도 좀 내시고요, 도내 교통계장 회의 때는 방송국 리포터들 좀 불러서 전국적으로 홍보도 할 겁니다. 어차피 사람들이 내용을 알아야 여기 7번 국도로 덜 몰려들 것 아닙니까?”
“그 말이 맞네. 서장님, 이번 기회에 방송을 한번 타십시오. 그래야 서울 갈 때 좀 수월하게 가실 수 있지 않겠능교?”
정보과장이 정우진 서장한테 방송에 나가서 이름을 전국적으로 알리라고 그렇게 말을 했다.
“하여튼 김세민이 저거 물귀신이 따로 없어! 알았어! 알았다고! 경북청장한테 전화하면 될 거 아냐!”
정우진이 서장 옆에 있는 지휘관 전화를 들고서 경북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청장님, 충성! 영덕서장 정우진 총경입니다!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 다른 게 아니고 지금 7번 국도 정체 때문에 내일 급하게 도내 해당되는 경찰서 교통계장 회의를 소집하고 영덕서만 교통 갑호 비상근무를 실시하겠습니다. 네네…… 네? 아, 그건 김세민 경감 아이디어입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그럼 계속 근무하겠습니다. 충성!”
“청장님이 뭐라고 하십니까?”
다들 궁금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하여튼 경비과장 당신 일 키우는 데는 뭐가 있어! 지금 이 순간부터 전 도내 교통 갑호 비상근무를 실시하라고 하신다. 그리고 내일 교통계장 회의는 아침 9시에 일찍 시작하래. 안 그래도 차가 막히는데 언제 여유 부리겠느냐고 말이지.”
“여기 영덕에서 아침 9시에 회의한다 카모 저기 문경이나 영주, 봉화는 새벽 3시에는 출발해야 할 긴데 X발 다들 우리 욕 X나 하겠네!”
경무과장이 벌써부터 내일 일을 걱정하였다.
“아니 근데 서장님 생각이라고 하면 되지 뭘 그걸 제 이름까지 내걸고 그러십니까?”
김세민은 아까 정우진이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청장한테 말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 그렇게 말을 했다.
“야! 그런 것은 분명히 해야지. 난 아랫사람 공 가로채는 사람도 아니고 만에 하나 잘못되기라도 하면 X발 내가 김세민이가 먹어야 할 욕까지 다 얻어먹어야 하잖아? 공과 사는 우리 분명히 하자고?”
“에이, 대장님답지 않게 또 왜 이러세요? 남이 보면 진짜 갈구는 줄 알겠다.”
“아니 근데 두 분은 서로 같이 근무도 많이 했던데 어떨 때 보면 장난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진담인가 싶어 마음이 조마조마할 때도 있니더. 그라이 우리 과장들 있는 데서는 너무 살벌하게는 하지 마이소! 지가 다 불안하니더.”
경무과장이 좌장답게 말조심을 하라는 뜻으로 그렇게 말을 했다.
“으하하하! 우리 경무 형님이 놀라셨구나. 아닙니다. 전 김세민이하고 친합니다. 농담이죠. 갈구는 게 재밌잖아요? 안 그러냐, 김세민이?”
“한 사람만 재밌지, 계급 낮은 놈은 하나도 즐겁지 않습니다~.”
“킥킥킥! 나라도 즐거우면 된 거야. 그나저나 경비과장 술은 언제 살 거야? 보험사에서 거금이 들어온다면서?”
이번에는 보험 수수료를 들먹였다.
“아직 구경도 못 했습니다. 근데 그걸 왜 서장님이 궁금해하세요?”
“챙기는 게 당연하지, 이게 얼마나 즐거운 일이야? 완전 합법 따와이 아니야, 합법 따와이!”
다음 날도 아침부터 차가 밀렸다.
교통계장들이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다 참석을 했고, 포항 SBC 이미정 리포터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세민은 관계 기관이 다 모인 자리에서 몇 가지 지시를 했다.
“지금 휴가철을 맞아서 너 나 할 것 없이 전부 다 동해안 7번 국도를 타기 위해서 몰려드니까 경북 전체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어제 밤새 우리 경비과에서 우회 도로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보시면 아주 상세하게 일반 지도에는 안 나오는 지방도까지 다 그려 넣었습니다. 이걸 참고하셔서 돌아가시면, 추가할 사항이 있으면 덧붙여도 좋고 아니면 이걸 그냥 한 몇만 부 정도 인쇄를 한 후 T.G나 국도 검문소 등 진입하는 곳에 경찰관을 배치해서 나누어 주기 바랍니다.”
“이게 인쇄를 하려면 돈이 상당히 들 텐데 경리계에서 협조를 해 줄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그렇게 시무룩하게 말을 했다.
경찰은 언제나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예산이 없었다.
김세민이 다시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 문제는 일단 이렇게 합시다. 도경에다가 예산 지원 건을 올리긴 했지만 휴가 시즌 끝나고 내려올 게 뻔합니다. 뒷면에 보시면 광고가 들어 있습니다. 영덕 강구에 오면 덕구 식당에서 대게를 먹어라, 한 마리에 5만 원씩 싸게 서비스한다, 뭐 그런 문구들입니다. 남정 호텔 같은 숙박업소 안내도 들어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