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6화
#496. 아, 인천
“인천이라……. 알았어, 지금 바로 나갈게.”
-대장님 지휘 차는 이미 출발시켰습니다.
“그래? 내 차로 가도 되는데……. 다음부터는 나 데리러 온다고 차 보내고 하지 마.”
-예.
“다른 직원들은? 다 연락한 거야?”
-네, 곧 도착할 겁니다.
“좋아, 잠시 후에 보자고.”
김세민은 자신을 데리러 온 지휘 지프차를 타고 부대로 갔다.
3층의 남부 방순대도 같이 출발을 하기 때문에 다들 정신이 없는지 부대는 매우 분주했다.
“내려온 공문 좀 봅시다.”
김세민이 부대 행정반으로 들어서면서 공문부터 찾았다.
“아, 대장님 나오셨습니껴?”
“충성! 충성!”
여기저기서 김세민을 보고는 부대원들이 제자리에 서서 경례를 하였다.
“대장님, 여기 있심니다.”
행정계장이 내미는 공문을 보니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제목 : 기동부대 긴급 출동 지시
수신 : 각 시, 도 지방 경찰청장(주서 - 각 서장, 기동본대장)
참조 : 각 지방청 경비과장(주서 - 기동 2, 3, 5중대장, 남부, 해운대 방순대장)
내용 : 아래
1. 상황 및 임무
현재 인천 핵폐기물 반대 집회가 날이 갈수록 극렬해지고 있어 인천과 경기도 기동부대로는 데모대의 진압이 불가능한 실정임.
이에 전국 6대 광역 및 직할시 기동부대를 각 다섯 개 중대씩을 추가로 차출 지시를 하니 각 지방청장(주서 - 각 서장 및 기동본대장)은 시행에 만전을 기하기 바람.
2. 실시
각 지방청장(주서 - 각 서장 및 기동중대장)은 명일 16:00(주서 - 07:00)까지 경인고속도로 서인천 T.G(주서 - 경부고속도로 부산 T.G)에 지원 경력을 도착시켜 인천 시경 경비과장(부산청 기동본대장)의 지시를 받을 것. 이상.
3. 행정 사항
1. 인천 시경에 지원되는 기동 2, 3, 5중대장 및 남부, 해운대 방순대장은 모든 화학 장비 및 차량, 진압 장구 일체를 소지하고 점심 도시락까지 준비해서 07:00까지 경부 T.G에 도착하여 기동본대장의 지시를 받고 인천까지 제반 교통법규 준수하여 사고 없이 도착하여 인천청장의 지시를 받을 것.
2. 진압 작전 중 소요되는 화학 장비는 인천 시경의 지원을 받을 것.
3. 부상자 발생 시는 서울 경찰병원으로 긴급 후송할 것. 이상.]
긴급해서인지 경찰청에서 내려온 공문에 붉은 펜으로 두 줄을 긋고 그 위에 주서 기안을 해서 바로 팩스로 하달한 것이었다.
“이게 답니까?”
김세민이 다른 지시사항은 없는지 물었다.
“예, 그게 다라예. 일단 다섯 개 중대는 07시까지 경부 톨게이트에 모여 갖고 같이 출발하는 거로 그렇게 하랍니다.”
“그럼 시간 없네. 자, 앞으로 20분 후에 출발합니다.”
그때 대장실이 벌컥 열리면서 김순철 경감이 들어왔다.
“와~ X발 넘들! 아니 그래 신고식 한다고 아직 쉰 목도 안 풀렸는데 벌시로 출동이 뭐고? 그라고 와 우리 남부 방순대만 쏙 빼서 보내는데? 김 대장! 안 글소? 이거 X발 내가 물질 안 했다고 사람 딱 갈구는 폼이네. X 시X랄 놈들!”
김세민의 앞자리에 앉자마자 욕을 있는 대로 퍼부었다.
“그냥 차례대로 출동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운이 없게 딱 부대 출동할 타임에 발령이 나서 그렇지. 좋게 좋게 생각해요. 대원들 보는 앞에서 불평 입에 달고 다니지 말고, 안 그래도 대원들도 멀리 출동 나간다고 사기가 죽어 있을 텐데 대장 상태가 그러면 어쩝니까?”
“알았다. 내 알았다 안 카나? 당신도 그 잔소리가 입에 붙었다. 그라모 언제 출발할 끼고? 같이 가자.”
“앞으로 20분 후에 갑시다.”
“20분? 오케이……. 우리 남부서에서 경부 T.G까지 백차 한 대 에스코트는 해 준다 카더라.”
그때 문이 열리면서 기동 5중대장이 들어오더니 김세민에게 인사를 했다.
“충성! 기동 5중대장입니다.”
“반가워요. 듣자 하니 기동대 근무에 잔뼈가 굵었다면서?”
“아 예, 부끄럽습니다만……. 실은 전 후보생 출신입니다. 제주도에서 전경대 중대장 요원으로 3년 조건부 근무하고 경감 승진을 했는데, 마치고 나니 그거하고는 별개로 또 기동대 중대장을 해야 한다고 해서 벌써 4년째 기동중대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랬구만.”
“아무튼 인천 가서 잘 부탁드립니다. 나이는 여기 남부 방순대장님이 제일 선배이시지만 제가 이리저리 안테나를 세워 보니까 기동 3중대장이나 해운대 방순대장은 아직 경험이 없고 해서 이번에 우리 부산 다섯 개 중대 총괄대장은 기동 2중대장님이 맡아 주셔야 하겠습니다. 남부 방순대장님, 이의 없으시죠?”
“아, 나야 좋지. 솔직히 나는 형사만 했지 데모 막는 기동대는 한 번도 근무 안 해 봤다고.”
“뭐? 아니 승진하면 무조건 기동대 가야 하는데, 처음이라니? 그럴 수가 있나?”
김세민이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김순철은 귀를 후비적거리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아, 기동대가 데모 막는 기동대만 있나? 저기 고리 원전 지키는 707도 전경대고 여기 7중대도 미 문화원만 지키는 중대다 아이가? 그라이 시설 경비 서는 기동대만 잘 골라 다녔는데 경감 벼슬을 달고 나니까 인자는 빼 달라 소리를 못 하겠더라. 방순대만 가면 출동은 안 갈 줄 알았는데 우리 서장이 청장한테 찍힌 모양이더라. 그라이 서장이 밉다고 만만한 방순대를 보내는 기라. 이거는 새벽에 갑자기 보내니까 어데 따와이해가 출동비 좀 만들어 가지도 못하겠고 말이라, 이번 출동은 진짜 X랄맞다. 돈 한 푼 없이 가는 기다.”
“근데 왜 갑자기 인천이야?”
“아, 실은 제 동기생이 인천 중부서에 근무하고 있는데 오늘 전화해 보니까 어제 갑자기 난리가 났답니다. 핵 폐기장이 인천 앞바다 섬에 온다는 말이 있었고 그전까지는 소규모로 산발적인 시위만 했었는데 어제 갑자기 전문 데모꾼들이 합세한 데다 학생들하고 노총, 온갖 사회단체들까지 합세해서 시위를 키웠다고 합니다. 어제는 인천 시청에 난입해서 다 때려 부순 모양입디다. 그러니 인천이나 경기도 병력으로는 그 넓은 인천 시내를 다 막아낼 수가 없을뿐더러 반정부 구호까지 나오니까 지휘부가 바짝 긴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
기동 5중대장이 나름대로 전해 들은 소식을 가지고 분위기를 전달해 주었다.
“아, 인천 저거 골치 아픈데 말이라. 와 몇 년 전에도 5.3 인천 사태 때 경찰관들 많이 다쳤다 아이가? 그때 내가 무슨 일이 있어 갖고 서울 경찰병원에 갔는데 이거는 전쟁 통이라 완전히. 병실이 없어 갖고 전부 다 복도에 매트리스 하나 깔아놓고 전경들이 링겔 맞고 누버 있는데 와 진짜 겁나데!”
김순철 대장이 86년에 일어났던 인천 사태를 언급했다.
“뭐 그런 일이야 일어나겠습니까? 자, 가십시다.”
김세민이 먼저 일어나서 출발하자고 하였다.
“거 100! 여기 2002장(기동 2중대장)!”
“여기 거 100!”
“아 2002, 2005(기동 5중대), 179(남부 방순대) 물넷 재고 날 때 경부 T.G로 용당에서 종둘! 작동 물넷(동원 인원)은 2002은 4/146, 2005은 4/138, 179는 4/124.”
“아 칠팔, 칠팔! 잘 다녀오십시오!”
“칠팔! 사하나(수고).”
“아 189(해운대 방순대)도 종둘입니다!”
“2003(기동 3중대)도 종둘해서 재고 날 때 길고속(도시 고속도로)에 올라왔습니다.”
“아 칠팔 칠팔! 종모 사하나(모두 수고)!”
경부 T.G를 지나면 오른쪽에 제법 넓은 주차할 곳이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워낙에 타 시도로 출동을 많이 가다 보니까 아예 도로 공사에서 기동대 버스가 집결할 장소를 만들어 두었다는 말도 있었다.
저 멀리 검정색 지프차가 경광등을 번쩍이면서 서 있었고 뒤에 전투복을 입은 기동본대장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대장님, 충성! 일찍 나오셨네요?”
다들 기동본대장을 보자마자 거수경례를 하였다.
기동대는 아직 군사 편제고 기동본대장은 연대장급이니까 당연히 예는 갖추어야 하는 것이었다.
“아, 이거 새벽부터 비상을 걸어서 출동하라고 해서 정말 미안한데 말이야, 본청에서도 인천 사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나 봐. 그리고 이거는 각 중대당 2백만 원인데 갑자기 출동이 떨어지는 바람에 청장님도 돈이 없대. 경리계도 아직 은행 문이 안 열었고 시청도 업무 개시 전이니까 이거는 순전히 청장님 개인 판공비로 출동비를 주는 거야.”
그러면서 각 중대장들한테 출동 경비로 백만 원 현찰이 든 봉투를 두 개씩 나누어 주었는데 김순철 대장이 한마디를 했다.
“아따 우리 청장님 그래도 평소 따와이한 거 꼬불쳐 놓은 게 천만 원은 기본인가 보다! 캬! 죽인다! 따와이 기본이 천만 원이다 아이가?”
“야, 김순철이 너! 여기 젊은 간부들도 다 듣는데 씰데없는 소리 자꾸 할래?”
그러면서 본대장이 김순철의 어깨를 세게 때렸다.
따악!
“하이고 아파라! 대장님 방금 지 때린 거는 전에 영도에 있실 적에 저 마지막 상납 안 했다고 그 감정으로 때린 거는 아이지예?”
“하여튼 김순철이 저거 저거…… 에잇! 내가 말을 말아야지. 지금 다들 새로 발령 난 대장들이 올라가게 되어서 그게 사실은 걱정이야. 우리 청장님은 기동대장을 안 하고 경감 때도 상황실 근무로 때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1중대나 6중대의 중대장도 이번에 교체가 안 되었고 하니까 올려 보내자고 설득을 했는데 이상하게 청장님이 남부 방순대하고 기동 2중대를 콕 찍더라고. 어제 발령 났는데 청장님한테 혹시 밉보인 거라도 있어? 같이 근무한 적도 없잖아? 2중대는 교통 중대인데 왜 출동 보내냐고 조금 전에 교통과장이 전화 와서 생난리를 쳤다고.”
본대장의 그 말을 듣는 순간 김세민은 속으로 감이 왔다.
‘아무래도 본청에서 조 경사한테 송이버섯 건으로 당한 게 있어서 지금 나한테 화풀이를 하는 것 같은데? 청장까지 단 양반이 그릇이 저렇게 좁아서야…….’
그때 경광등을 번쩍이면서 외제 승용차에다 교통 순찰차로 도색을 한 고속도로 순찰 차량 한 대가 앞에 와서 섰다.
“대장님들! 안녕하십니까! 고순대 근무하는 제 경사입니다. 오늘 제가 7동까지만 모시겠습니다. 언양에서 7동 순마하고 교대를 합니다.”
“아, 그래요. 수고하겠네요. 자, 갑시다.”
“그래, 잘 갔다 와. 조심하고 버스가 낡아서 퍼질지 모르니까 가다가 자주 쉬어야 해!”
본대장이 그렇게 걱정을 해 주었다.
“X발 놈들, 어제 발령 난 놈을 출동 보내는 게 어딨노? 인자 룰도 다 없어져 버린 기라. 지 꼴린 대로 하는 기다. 자, 우리도 우리 꼴린 대로 올라가자.”
김순철이 끝내 툴툴거렸다.
“근데 아까 본대장하고는 왜 그래요? 서로 잘 아는 사인가 보죠?”
“아, 그거? 영도 형사주임 할 때 내가 그 밑에서 도 반장을 했거든? 그때 진급해가 나갔는데 내가 마지막 월대는 안 주고 떼먹었다 아이가. 그라이 그기에 앙심 품고 내한테 저리 쪼잔하게 구는 기라. 크크큭. 지는 마 간부 후보생 출신 아이가? 우리 같은 풀때기하고는 출신이 다른데 말이라. 출발부터 활짝 핀 무궁화로 시작한 놈들하고 우리 같은 풀때기하고 같이 놀라 하모 안 되지? 안 글나? 당신이나 나나 같은 풀때기 아이가? 그거는 절대 안 변하는 기다. 자 또 올라가 보자. 세월아 네월아 하고 가는 기지 뭐.”
“아니, 자기 것은 그렇게 챙기는 사람이 남 줄 건 왜 떼먹었어요? 나 원 참! 할 말이 없네.”
그때 무전이 나왔다.
“이천 둘장(기동 2중대장)! 여기 8동 순마(고속도로 순찰대 제8지구대 순찰차)!”
“여기 둘장!”
“재고 날 때(현재 시간) 종둘(출발)하겠습니다. 각 항해사(운전반장)들은 운항 속도는 70K(안전 운행 속도는 70킬로로 맞출 것)!”
“아 칠팔!”
“거 100! 여기 이천 둘장!”
“여기 거 100입니다.”
“아, 다섯 개 중방(중대) 물넷(병력) 이천 둘장이 인솔해서 인천어항 종원 사오차(인천 시경 지원 근무차) 경부 T.G에서 종둘!”
“칠팔입니다. 몸조심하십시오!”
* * *
중간중간 쉬었다가 가는 길에도 각 시도 경계 간에는 어김없이 고속도로 순찰차가 나와서 에스코트를 해 주었다.
드디어 서울을 벗어나 경인 고속도로를 타고 한동안 달렸더니 저 멀리 서인천 톨게이트가 보였다.
“대장님, 인천 시경에서 호출합니다. 채널 3으로 고정하십시오.”
틱틱틱!
“여기! 부산 2002 중방장(중대장)입니다.”
“아, 온다고 수고했어요. 우리 순마한테 보고받으니까 지금 서인천이죠? 나 명셋(지방청 경비과장)인데, 아직도 인천 시내 솔둘(상황)이 독점(종료)이 안 되어서 바로 종일곱(배치)을 할 테니까 T.G에 종기하고(기다리고) 있는 우리 시경 안내 경찰관을 탑승시켜서 사팔(장소)지에 종넷(도착)해서 각 미인집(경찰서) 미 셋(경비과장) 종여섯(지시)받도록! 오륙했는지?(알아들었는지).”
“아 칠팔했습니다.”
“각 중방장! 여기 2002장!”
“여기! 우리도 다 들었습니다.”
“좋아, 그럼 선두 기대마(기동대 버스)에 안내 경찰관 태우고 사팔지로 종셋하고 절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 부산 자망 무전기만 전문적으로 듣는 전령을 한 사람 중대장 옆에 배치하도록! 그래서 우리 부산 중대끼리는 항상 서로 위치를 교환하고 유기적으로 협조를 해야 한다고. 그리고 만약에 돌발 상황이 생기면 인천 시경 지시보다는 내 명령을 우선에 따라야 합니다. 다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죠?”
“알겠습니다. 그럼 부산 자망은 그냥 평문으로 날려도 됩니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기동 3중대장이었다.
“아 칠팔 칠팔!”
“칠팔도 음어 아이가? 고마 알았다 카모 된다. 김 대장! 내 말이 맞제?”
“네 맞습니다. 조심해서 가십시오.”
톨게이트에 도착을 하니 사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각 중대당 한 사람씩 버스에 탑승을 했다.
어디로 가는지 물었더니 제물포역에 대학교가 있는데 그곳에 지금 데모대들이 모여서 오후부터 행사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20개 중대가 대학 정문을 틀어막고 있는데 워낙에 대학이 넓어서 담을 넘어 얼마든지 뛰쳐나올 수가 있다고 했다.
다시 무전이 나왔다.
“아 잠잠전(조금 전)에 종넷(도착)한 부산 물넷장(병력 지휘관)에게 일방 종여섯(일방 지시)합니다. 2002물넷은 제물포역, 2003과 2005는 동인천역, 179는 주안역, 189는 간석역 이상 종일곱된 사팔(장소)지로 주십일(빨리)로 매동(이동)하여 사오 종만(근무 철저히 할 것).”
인천 시경 경비과장의 무전이 계속 나왔다.
“아 방금 부산에서 종원(지원)된 물넷이 도착을 했으니까 물둘떼(데모대)와 대치 중인 물넷들은 2선으로 물리고 새로 종원된 물넷으로 대교(교대) 사오 종만(근무 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