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497화 (497/869)

제 497화

#497. 김순철의 위기

김세민 일행은 제물포역에 도착했다.

어제부터 이어진 현 정부에 대한 성토와 난상 토론이 마무리되고 해 질 무렵 모든 출정식이 끝이 난 후 학생들과 재야 단체들이 섞인 데모대가 스크럼을 짜고 노래를 부르면서 서서히 걸어 나왔다.

손에는 다들 횃불을 들고 있었으며 소주병에 심지를 꽂은 시너를 이용해서 만든 화염병과 어깨에는 돌 주머니까지 만들어서 차고 있었다.

얼굴은 이미 복면을 하고 있어서 정보 형사들 채증에도 걸리지 않을 만치 대비를 했으며 눈에는 랩으로 두 겹을 감싼 것이 보였다.

웬만한 최루탄 공격에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태세였다.

인천과 서울 중대가 학교 앞 정문 맨 앞에 서 있었고 김세민은 서울 228중대 바로 뒤편에 제물포역을 등지고 대기 중이었다.

“중대 횡대로 벌려!”

학생들이 계속 밀고 내려오는 것으로 봐서 그냥 4열 종대로 서 있다가는 순식간에 밀릴 수도 있었기 때문에 방패조를 전면에 내세운 중대 횡대 대형을 신속하게 전개했다.

“개스!”

“개스!”

김세민이 개스라고 소리를 지르자 대원들이 일제히 [개스]라고 복창을 하면서 방패를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신속하게 오른쪽 허벅지에 찬 방독면 주머니에서 방독면을 꺼내어 얼굴에 썼다.

김세민 중대의 모습을 본 다른 중대들도 신속하게 방독면 착용을 했다.

만약에 누군가 실수이건 의도했건 간에 최루탄이 한 발이라도 발사가 되는 날에는 방독면을 쓸 시간적 여유가 없이 고스란히 경찰이 쏜 최루탄을 경찰이 다 뒤집어쓸 수도 있었기 때문에 경험 많은 중대장들은 일찌감치 데모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방독면부터 착용을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인천 동부 경찰서장이 현장 지휘를 하고 있었는데 동부서 경비과장이 서장 지시를 지휘망 무전으로 때리고 있었다.

“학생들이 교문을 나오면 바로 개스를 쏠 거니까 전원 방독면 착용!”

김세민이 뒤를 돌아다보니 뒤에는 이미 구경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는데 언제라도 데모대로 돌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더구나 지금의 이슈는 반정부 데모가 아니라 인천 사람 누구라도 관심을 가질 만한 핵 폐기장 유치에 관한 문제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순간 제물포역을 저렇게 무방비로 내주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들었다.

철길 아래에는 엄청난 양의 자갈이 깔려 있는데, 그 말은 유사시에 엄청난 돌멩이가 데모대에게 공급이 된다는 소리였다.

“거 140 미셋(인천 동부서 경비과장)! 여기 부산 2002장!”

“여기!”

“지금 2002물넷이 종일곱(배치)된 곳이 제물포역인데 역사 안으로 들어가서 역 안에 있는 돌멩이를 확보해야겠습니다.”

“돌멩이는 왜입니까?”

“지금 뒤에 구경꾼들 수천 명이 서 있는데 이 사람들이 시위가 격렬해지면 시위에 가담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역 철길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서 우리 병력 뒤에서 공격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더 몰려들기 전에 빨리 역 구내를 확보하고 지하철에 연락해서 제물포는 무정차 통과를 시켜야 합니다.”

“아, 여기 거 100 명하나(인천 지방청장)인데 칠팔했어. 그 부산 중대장이 아주 생각을 잘했어, 우린 아직 미처 생각을 못 했는데 말이야. 그럼 학교 앞에만 몰려 있지 말고 2개 중대는 뒤로 빼서 역사 내에 종일곱(배치)해서 데모대 진입을 막으라고.”

“아 140 미 하나(동부 경찰서장) 칠팔했습니다. 그럼 부산 중대하고 앞에 있는 중대가 어디지?”

“아 서울 228중방(중대)입니다.”

김세민의 앞에 있던 서울 중대장이 그렇게 대답을 했다.

“그럼 말이야, 그 두 개 중대는 뒤로 빠져서 제물포역 사수하라고!”

“아 칠팔했습니다.”

서울 228중대장이 김세민에게로 걸어왔다.

“아이고! 수고합니다. 멀리서 오셨네? 나 박 경감이요. 그럼 우리가 제물포 정문을 막을 테니까 부산 중대가 뒤를 막아 주면 되겠네?”

‘하! 이 새끼 봐라?’

자신은 학교가 뚫리면 바로 제물포역 뒤편으로 학생들이 몰려올 것 같으니까 서울 중대는 아예 멀찌감치 역사 정문에 서서 얼쩡거리겠다는 심산인 것 같았다.

“뭐 편한 대로 하시죠? 어차피 우리 2개 중대는 제물포역을 맡았으니까 서로 협조해서 대처합시다.”

김세민이 그렇게 말을 하자 박 경감이 김세민을 빤히 쳐다보면서 이렇게 물었다.

“서울 자원이셔?”

“네. 서울에서 경위 때까지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왜 경감인데 부산을 갔지? 부산은 경정급들이 승진해서 가는 자리인데…….”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리길래 김세민이 다시 부언해서 설명을 했다.

“경감 승진해서는 영덕에 갔다 왔습니다.”

“그럼 뭐야, 부산 자원인데……. 서울서 쫓겨서 부산 내려간 거네? 이제는 계급 때문에 서울 원복하긴 힘들겠구만……. 후보생 출신인가 봐?”

“아닙니다. 순경 출신입니다.”

“뭐라고? 그런데 이렇게 빨리 승진을 했다고? 이야, 반갑구만!”

“예?”

“정식으로 인사합시다. 나는 박원출 경감이요, 나도 풀이파리 출신이지.”

그러면서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김세민 경감입니다. 기동중대장 경험이 많으신 모양이죠? 아까 부대 지휘하는 것 보니까 노련하게 잘하시던데.”

“아 나요? 벌써 2년째 이 X랄 하고 있소. 원래는 1년 하고 나가야 하는데 강남서로 가고 싶은데 안 보내 준다 아닙니까? 그러면 기동중대장을 2년을 하면 인사에 우선권이 부여되거든? 그래서 2년째 하고 있는 거요. 그래 봤자 서울은 경감 때 기동대를 2번은 가야 해요. 강남서 가도 2년 있다가 또 잡혀 온다는 얘기지.”

“꼭 그렇게 강남서에 갈 필요가 있습니까?”

김세민이 그렇게 말을 꺼내자 지금 무슨 소리 하냐는 듯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했다.

“김 경감은 서울서 근무를 어디서 했는지 모르겠지만 강남하고 저기 강북에 동대문 같은 데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요. 따와이 단가도 세고 경감은 강남 가도 정보 투는 안 주겠지만 그래도 교통계장을 하든 형사나 조사계장을 해도 일 년 하면 아파트 한 채는 떨어진다고 합디다. 그 대신 절대 방범계장은 하면 안 되고, 나도 방범계장 하려면 강남 보내 주겠다고 하는 것을 마다하고 기동중대장 2년째 하는 거라니까? 강남이 아주 복마전이라고, 복마전이야. 그래 김 경감은 서울서 근무할 때 어디서 근무했는데?”

“전 시경하고 강남서에서만 근무했습니다.”

“강남서 근무를 했다고? 아하…….”

“왜요?”

“그러니까 강남에서 따와이하다가 걸려서 겨우 목만 붙여 가지고 부산으로 쫓겨난 것이구만. 그래도 목이 안 떨어지고 붙어만 있으면 또 언젠가는 재기할 기회가 온다고, 너무 기죽지 말고 열심히 진급이나 하면 또 자연히 서울 구경하게 된다고.”

“…….”

김세민은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왔지만 입이 써서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 멋대로 떠들어라.’

그때 학교 정문으로 복면을 하고 손에는 쇠 파이프와 화염병을 든 전위 선봉대 수백 명이 몰려나와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쇠 파이프로 아스팔트를 치기 시작했다.

시위대들의 기를 올리고 자신들을 막고 있는 전, 의경들에게 겁을 주기 위함이었다.

“박 중대장님, 육탄전이 벌어지면 뒤를 부탁합니다!”

앞에서 열심히 막고 있는데 뒤가 뚫려 버리면 바로 전멸이었다.

절대 그런 상황은 뒤에 있는 부대가 막아 주어야만 했다.

“아, 걱정 마요! 내가 이래 봬도 데모 현장만 2년이야. 그것도 서울에서 말이지. 우리 애들도 잘 훈련이 되어서 저런 애들 봐도 눈도 깜짝 안 한다고!”

그러나 김세민의 부대는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특히 중요한 전열의 방패조는 완전 얼어붙어 있었다.

교통 중대 하면서 길에서 운전자들 상대로 주차 위반 단속이나 했지, 이런 실전은 처음인 것이었다.

방패를 든 하위 기수들의 뒤춤을 뒤에 선 고참들이 단단히 잡고 서 있었다.

지금 앞에 서울 중대와 인천 중대가 있다고 해도 뚫리면 순식간에 다 무너지는 것이었다.

전위 선봉대를 앞세운 시위대가 정문 뒤편에 구름이 움직이는 듯이 수천 명이 몰려나와서는 공격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방패를 든 졸병들이 너무 긴장하여 움츠러든 것 같아서 김세민은 방패조를 교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야! 방패조 전부 바꾼다. 고참이 방패를 들고 앞에서 다 막아! 그리고 졸병은 방패 뒤에 바짝 숨어! 화염병이고 돌이고 간에 날아오는 것은 앞에 선 방패가 다 막아 줘야 해! 놓치면 뒤에서 맞는다! 그리고 개인 간 거리 10미터로 즉시 띄운다! 실시!”

“실시!”

중대장용 방독면은 목소리가 나와서 지휘는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싶어서 김세민은 메가폰을 들고서 지휘를 했다.

이윽고 시위대가 스크럼을 짜더니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투쟁! 투쟁!”

그러면서 선봉대가 쇠 파이프를 땅에다 내려치면서 서서히 거리를 좁히기 시작하더니 소리를 지르며 시위 선봉대가 전속력으로 뛰어와서는 부대를 향해 화염병을 던지기 시작했다.

“와아아, 쳐라! 죽여라!”

휘이익! 휙휙!

차르르륵!

시멘트 바닥에 떨어진 화염병은 순식간에 불이 붙으면서 시커먼 연기를 내뿜었다.

하늘에는 불붙은 화염병이 지그재그로 바람에 날리면서 순식간에 하늘을 시뻘겋게 덮어 버렸다.

그러자 앞에 대치하고 있는 인천 중대와 서울 중대가 겁을 먹었는지 자꾸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심리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밀리지 마라! 무조건 버텨라!”

“이 새끼들! 뒤돌아보지 말라고! 앞만 보고! 방패 똑바로 잡아 이 새끼야!”

여기저기서 고래고래 고함 지르는 소리가 들렸고, 김세민 역시 부대원들을 독려했다.

“자, 어떻게든 버텨 보자! 다치지 않게 방패 잘 잡아야 돼!”

그때.

뒤에 붙어서 따라오던 학생들이 연이어 맹렬한 기세로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하늘에 마치 검은 우박이 내리는 듯이 돌멩이가 쏟아져 내렸다.

부우우웅! 투다다닥! 탁탁탁!

탕탕! 콰지직!

큰 돌이 방패에 맞아서 튕기는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후퇴! 후퇴!”

갑자기 지휘망 무전에서 누군가가 후퇴 명령을 내렸다.

“뭐? 후퇴?”

“지금 후퇴하면 어쩌자는 거야!”

‘아니 지금 상황은 버텨야지! 한 번 공격에 벌써 후퇴하면 뭘 어쩌겠다는 거야!’

김세민 역시 속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돌아서서 후퇴하는 인천 중대를 보호하려면 김세민의 기동 2중대는 적어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기에 움직이지 않았다.

“물러서지 마! 방패 단단히 잡고 돌하고 화염병 막아, 지랄탄 준비! 발사! 연속 발사!”

펑! 펑펑펑펑!

팍! 피리리릿! 파파팟! 피유! 피유!

“사과탄 준비! 투척!”

휘이익! 파파팍! 팟팟팍! 빠바바박!

“한 번씩만 던져!”

그전에는 SY-44탄이란 빨간 색상의 최루탄을 엽총으로 쏠 수가 있었는데 김세민이 어제 장비 점검을 해 보니 지랄탄이란 최루탄으로 바뀌어 있었다.

총 한 자루에 4발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었으며 일단 탄이 아스팔트에 떨어지면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마구 휘저으면서 최루액을 내뿜기 때문에 지랄탄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했다.

그래도 위력적이었다.

순식간에 몰려오던 데모대가 주춤하면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 시작을 했던 것이었다.

이렇게 1차 공방은 끝이 났다.

학교 안에서 재차 준비를 해서 2차 공격이 있을 것이었다.

그동안에 자신들도 재정비를 해야 하는데 인천 동부서장이나 경비과장이 전혀 현장 경험이 없는 것 같았다.

최루 분말이 어느 정도 걷히고 나서 김세민이 살펴보니까 온전하게 부대를 건재하고 있는 중대는 서울 228중대하고 김세민의 2중대뿐이었다.

동부서장도 방독면을 쓰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개스를 쏘니까 그것을 다 덮어쓴 모양이었다.

건물 한쪽 구석에서 눈물 콧물을 다 쏟고 있었다.

* * *

경찰청장 부속실.

어제부터 인천의 시위가 점점 격렬하게 돌변하자 경찰청장도 어제는 퇴근을 안 하고 내실에서 잠을 잤기 때문에, 부속실 직원들도 전원 접견실 소파에서 대충 새우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난 조연희는 혹시나 싶어서 인천 지원 중대 현황을 체크해 보다가 김세민이 발령 난 2중대가 포함된 것을 보고 직감적으로 부산청장인 강방천의 괘씸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안감이나 되는 자식이 이딴 쪼잔한 짓을 벌여? 이걸 그냥 출입 기자한테 줘 버릴까? 아냐, 그래도 청장님 입장이 있는데……. 일단 생각을 좀 해 보자.’

그러고는 상황실에 얘기해서 인천 무전망을 끌어다가 부속실에 설치를 하고는 인천의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알 수가 있도록 했다.

청장실 안에는 전국의 지휘망 무전을 다 들을 수 있도록 케이블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부속실에서는 밖에 있는 단자에 접속만 하면 아주 간단하게 들을 수 있었다.

조연희는 경비 전화를 들어 경비계장을 찾았다.

-감사합니다. 경비국 경비 1계장 이한규입니다.

이한규 경정은 일반 간부 후보생 출신이었다.

따라서 용국 마피아들처럼 좋은 보직을 받지 못하고 일만 제일 많고 한직인 경비계장에 겨우 얻어걸려서 본청 경력을 쌓고 있는 형편이었다.

경비 1계는 수도권과 경기권 담당이었다.

“네 계장님, 고생하시죠? 저 부속실 조 경사입니다. 어제 인천에 지원 가는 경력 출동 지시가 그 이후로 추가로 나갈 것이 있나 해서요.”

-아 예, 조 승지님, 안 그래도 지금 경력 동원 추가 지시 2를 기안하고 있습니다.

“시즌 2인가 봐요? 내용은요?”

-별거 없습니다. 그냥 부대 식비는 인천 시경으로 이관을 하고 인천에서는 오늘 저녁부터는 전원 도시락으로 급식하라는 것하고 숙소와 화학 장비 공급에 관한 지시 사항입니다.

“그럼 거기에 하나만 더 추가를 하면 안 될까요? [사태의 심각성에 비추어 각 지방청장은 훈련이 잘된 부대를 우선해서 지원할 것] 이렇게요.”

-아, 그런 것도 있겠네요. 청장님 지시 사항입니까?

“그야 당연하죠. 왜 물어보시지? 제가 뭐 헛소리라도 하는 것 같으세요?”

-아닙니다. 조 승지님 말씀에 헛소리가 어디 있습니까. 당장에 결재 올리겠습니다.

* * *

인천 제물포역.

수차례 공방전 끝에 이제는 서로 지쳐 있을 무렵에 갑자기 부산 자망에서 김순철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김 대감! 김 대감, 어딨노? 와이구! 인자 김순철이 오늘 여기서 죽는 모양이다. 하이고 미치고 팔짝 뛰겄다. 지발 좀 사람 살려 주소. 우리 지금 완전히 포위되어 갖고 막 뚜디리 맞고 있다. 도망도 못 가겄다. 갑자기 어디서 이 X발 놈들이 튀어나왔노! 하이고! 김세민 경감님, 지발 사람 좀 살려 주소! 김순철이 죽는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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