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535화 (535/869)

제 535화

#535. 과외

집권 여당에서 옥민식 경찰청장을 내년 총선 지역구 후보로 내정했기 때문에 선거가 아직 4개월이나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옥 청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그리고 서울청장인 천세용 치안정감이 총감으로 승진해서 경찰청장으로 발령받았으며, 부산청장인 강방천 청장은 대기 발령을 받아서 사표를 제출했다.

새로운 부산청장에는 문일용 외사국장이 승진 발령을 받았고, 서울청장은 강흥식 경찰청 차장이 수평 이동을 했지만 경찰청 차장보다는 서울청장이 훨씬 좋은 자리이고 또 다음 경찰청장을 바라볼 수가 있으므로 다들 영전이라고 축하를 해 주는 분위기였다.

서울청장이나 본청장이 모두들 용국 마피아 출신이라고 수군거렸지만 자세히 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적극적으로 용국대 출신 후배들을 챙겨 온 강방천 청장이 옷을 벗게 됨으로써 이제 용국대는 한풀 꺾였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새로 청장이 된 천세용 서울청장이 서울청에 있을 때부터 강하게 조직 내 사모임을 척결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일단 발령이 나면 신변 정리할 시간이 하루밖에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띠리링!

“감사합니다. 부속실 조 경사입니다.”

-아 조 부장! 나야 서울청장! 아니지, 이제 경찰청장이라고 해야 하나?

“어머 청장님, 승진 축하드려요.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세요?”

-옥 청장님 계셔? 통화 좀 할 수 있을까?

“네, 기다리세요.”

옥 청장은 발령 소식을 듣고 찾아온 유관 기관 임원 및 유지들이 전해 주는 전별금을 받고 있었다.

다음에 국회로 들어가는 자리이기 때문에 아침부터 소접견실에 전별금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섰지만 도무지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를 않았고, 지금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K그룹 기획조정실장이 전별금 전달을 위해 막 온 참이었다.

그 외에도 나중에 정리하기 위해 받아 둔 명함만 벌써 라면 박스로 두 박스 이상이었다.

청장이 받아 둔 전별금은 나갈 때 전 직원이 박수를 치고 조촐한 환송식을 하는데 큰 가방을 들고 나갈 수가 없으니 밤에 부속실 직원들이 결혼식장 축의금 정리를 하듯이 정리해서 현금과 명단을 집에다 가져다주어야 했고, 그러면 ‘수고했다’라고 하면서 약간의 수고비를 봉투에 넣어서 주는 것이 관례였다.

어쨌든 부속실 직원들은 청장이 바뀌면 여간 피곤해지는 것이 아니었고, 앞으로 자신의 자리도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다들 불안해하는 분위기였다.

조연희 전임 수행 경사를 했던 양성규는 미리 청장한테 얘기를 해서 100호실로 빠져나왔지만 조연희는 새로 오는 청장을 믿고 그대로 버티고 있었다.

부속실장인 오현수 경감도 마찬가지였다.

올 연말에 심사 승진은 떼어 놓은 당상이었는데 서울청 부속실장이 자신의 자리로 밀고 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승산이 있었다.

서울청 부속실장은 일반 후보생 출신이었다.

똑똑!

“청장님, 서울청장 전화입니다.”

조연희가 청장실 문을 살짝 열고 이야기했다.

“아, 그래. 여보시오! 아이구! 우리 천 청장님, 이거 승진 축하드립니다. 제가 이렇게 훌륭하신 분한테 자리를 물려주고 가서 영광이올시다. 근데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주시고…….”

-이거 제가 들어가서 직접 뵙고 말씀드려야 옳지만 보는 눈이 많고 저도 오늘 이거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서 전화로 결례를 했습니다. 저한테 인수인계하실 사안이 있을까 싶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부탁도 한 가지 있습니다.

“아, 그럼 부탁부터 먼저 들읍시다. 제가 인계해 드릴 사항은 좀 말씀드리기가 뭣해서 말입니다.”

옥 청장이 먼저 얘기를 해 보라고 그렇게 말을 했다.

-아, 저는 딱 한 가지입니다. 제가 거기 가서도 조 경사는 계속해서 데리고 쓸 테니 절대 조 경사를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내시면 안 된다는 그 말씀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아! 그렇다면 저도 안심입니다. 안 그래도 여기 있는 애들이 아무도 나가지 않으려고 해서 혹시나 나중에 새로 주인이 바뀌면 본의 아니게 쫓겨 나가게 될까 봐서 노심초사했습니다. 우리 실장이 여기서 저 따라다닌 지 5년이나 되었습니다. 올 연말에 심사 승진 시켜 가지고 내보내 주시면 백골난망이겠습니다.”

-오현수 경감은 제가 잘 압니다. 제가 데리고 있다가 책임지고 승진시켜서 내보낼 테니 아무 걱정 마시고 그럼 뭐, 특별히 인수인계 할 것도 없습니다? 허허! 우리 옥 청장님이 인복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내일 부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내 승승장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사이좋게 인수인계를 했지만 부산청은 분위기가 살벌했다.

강방천 청장이 인수인계는커녕, 연말까지 사용하는 청장 판공비를 경리계에서 다 당겨서는 가 버렸던 것이었다.

새로 부임한 문 청장은 행정고시 출신이었는데 경리계장에게서 판공비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불같이 화를 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불안한 두 달이 지나가고 어느덧 12월이 되었다.

“김 대감 있소?”

밖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더니 김순철 중대장이 김세민이 책과 씨름을 하고 있는데 불쑥 들어왔다.

“뭐 하요? 공부하나?”

“해야죠, 공부 안 합니까?”

김세민이 보던 책을 덮으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에이, 난 포기다.”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면 어떡해요?”

“뭘 시작도 안 해? 실은 한번 큰맘 먹고 경제학 원론 책을 얻어서 보기는 했는데……. X발 와 그리 잠이 쏟아지는지 말이라, 딱 1분 만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아이요. 책이 완전 수면제라 카이.”

“누군들 안 그렇겠습니까? 그냥 억지로 머리에 쑤셔 박는 거죠, 뭐.”

“인자 다음 달 승진 시험 끝나문 나가야 되는데, 어디로 갈 끼고? 수사 간부 교육 받았시니 어디 형사 파트로 배치를 해 주기는 줄 긴데, 내가 인사계 알아보이까 형사계장은 이번에 딱 두 군데만 빈다꼬 카더라.”

“두 군데밖에 안 비어요? 거기가 어딘데요?”

“동부하고 해운대 형사계장 자리가 빈다꼬 카는데 말이라, 김 대감은 어차피 부산이 객지다 아이요? 그래서 말인데……. 해운대는 내가 순경서부터 놀았던 물이고 하니까 내한테 양보 좀 해 주면 안 될까?”

“내가 왜요? 나도 해운대가 더 익숙하고 편한데?”

“에이, 또 와 이라노? 내가 이런 소리 할라꼬 카이 차마 입이 안 떨어지는데 해운대는 원래 내가 놀던 물이라서 눈 감고도 할 수가 있는데 동부는 내가 한 번도 근무를 안 해 봤다 아이요?”

“그럼 누구는 동부에서 근무해 봤습니까? 나도 경험 있는 곳은 동래하고 해운대뿐입니다.”

“에이 참 내, 함만 내 사정 좀 봐 주소! 내 이렇게 부탁 좀 하께. 그래도 당신은 나이가 젊다 아이가? 어디 갖다 놔도 다 살아남겠지만 나는 놀던 물에서 벗어나문 바로 굶어 죽는 기라. 우짜겠소? 그래도 경북까지 같이 올라가서 따와이하던 동기생인데 이번 한 번만 내한테 해운대 양보해 주면, 다음에 또 이런 일 있을 때 무조건 내가 양보하께! 응?”

“글쎄요…….”

김세민은 딱히 해운대로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김순철이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일부러 고민하는 척을 했다.

“에헤이 참 내, 진짜 참말로 내가 이래 사정하는데 자꾸 그랄 끼가! 좀 해 주이소! 당신이 그리 해 준다 카문 내 바로 인사계에다 그리 이바구 할게.”

그러면서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물까지 글썽이며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뭐, 이쯤 할까…….’

“그렇게까지 가고 싶어요?”

그러자 김순철은 급 화색을 띠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도록 하십시오.”

“진짜? 진짜제? 나중에 두말하면 안 된데이?”

“난 상관없습니다. 월급 나오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자리가 뭐가 그리 중요합니까?”

“캬! 역시 우리 김 대감이 최고라니까? 그라면 보자……. 김 대감은 동부 형사계장, 나는 해운대 형사계장. 크! 드디어 이 김순철이 해운대 형사계장을 해 보는구나.”

그러면서 김순철은 신이 나는지 흥얼거리면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동부서 형사계장이라……. 그래, 또 낯선 곳으로 가서 적응하는 거지. 인생 뭐 별거 있겠어?’

“중대장님, 2번에 일반 전화입니다.”

상념에 젖어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네, 기동 2중대장입니다.”

-뭐 해?

“누구…… 아, 지수 씨야? 그냥 뭐, 업무 보고 틈틈이 책도 좀 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되네. 연말이라 그런가…….”

-근데 우리는 망년회 안 해?

“갑자기 웬 망년회 타령?”

-그냥 또 한 살 먹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올해는 망년회 같은 것도 한번 해 보고 싶어.

“연말에 바쁘지 않아? 가게 쉬어도 돼?”

-31일에는 하루 쉬어. 해마다 그래 왔거든.

“그래? 그럼 나팔꽃에서 밤새 술이나 마실까? 그러고 나서 새벽에 해운대 백사장에서 일출이나 보고, 어때?”

-괜찮은데? 좋아, 민주한테는 내가 연락할게.

띠리링!

전화를 끊고 나니 경비 전화가 또 울렸다.

“감사합니다. 기동 2중대장 김세민 경감입니다.”

-아, 쉬어.

“예?”

-편히 쉬어! 크! 키키킥!

“뒤지고 싶냐?”

-어허, 김세민 경감? 말투가 그게 뭔가?

“난 진짜 이해가 안 된다. 너처럼 뺀질뺀질한 애가 청장님 바뀌었는데도 안 쫓겨나고 그대로 붙어 있는 것 보면…….”

-흥, 내가 누군데? 이제 아무도 나 못 쫓아낸다고요.

“그냥 예전처럼 100호실 가서 휘젓고 다니는 게 속 편하지 않아? 난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

-에이,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꼭 우리 사수님 총경까지 달아 드리고 나서 나갈 테니까.

“야 야, 총경은 무슨? 김칫국도 급이 되어야 마시는 거야. 얘가 진짜 무슨 달밤 같은 소릴 하고 있어?”

-어머, 천하의 김세민 경감이 왜 갑자기 약한 소릴 하고 그러실까?

“뭔 소린지…….”

-혹시 공부 때문에 그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김세민은 소름이 돋았다.

‘이게 무슨 신기가 들렸나…….’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맞나 보네. 뭐, 무슨 경제학 때문에 그러나?

“너 그냥 사표 내고 돗자리 펴라. 내가 좀 아는 도사가 한 분 있는데 소개라도 시켜 줘?”

-다음에요. 공부 그까짓 것 그냥 하면 되지, 뭐 벌써부터 힘든 척을 하고 그래요?

“야, 그게 그렇지가 않아. 분명히 한국어로 쓰여 있는데, 아무리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니까? 도대체가 대책이 안 선다고.”

-아니, 지금 기동대 중대장이잖아요? 그럼 됐네, 뭘.

“뭐? 아니 공부랑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이게 지금 누굴 놀리나…….”

-그 말이 아니라, 거기 의경들 중에 부산에서 대학 다니다가 온 애들 있죠?

“있겠지.”

-걔들 중에서 상대 경제학과 다니다 온 애들 뽑아서 개인 과외 받으면 되잖아요. 그럼 간단하게 해결될 일을 가지고 뭘 그리 고민하고 그러세요. 여기서도 경찰대 출신 경정들 얘기 들어 보면 기동 중대장 할 때 다들 경제학과 다니다 온 애들한테 개인 과외를 받았다고 그러더라고요.

“음……. 네 말도 일리는 있는데, 내가 데리고 있는 대원들을 내 필요 때문에 그렇게 사역을 시킬 수는 없어.”

-하이고……. 내가 왜 그 말 안 하시나 했다, 그럼 어떡하시게요.

“아니, 안 하겠단 말이 아니라 걔들 통해서 친구들 중에 과외 해 줄 사람을 찾든가 해야겠네. 그럼 별문제 없을 거 아냐. 아무튼 고마워? 난 그런 생각은 못 했는데, 덕분에 길이 좀 보이는 것도 같네. 넌 어떠냐? 별일 없어?”

-별일 있어요.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여기 너무 지루해요……. 부산 가서 놀다 오고 싶다아…….

“……끊는다.”

-사수님, 저 연말에 부산 가면 안 돼요? 가서 사수님도 보고~ 언니도 보고~ 놀다 오면 안 돼요?

“왜 안 돼. 시간 되면 언제라도 좋으니 놀다 가. 요새는 승진 시험 기간이라 그런지 데모도 없고 아주 조용해.”

-히히, 그렇게 대답하실 줄 알았어요. 그럼 은수하고 시간 맞춰서 내려갈 테니 맛있는 거 많이 사 줘야 해요?

“알았다~ 참, 이선유는 청와대에 들어갔냐?”

-지금 엄청 잘나가는 중이죠, 뭐. 목에 힘이 빡!

“흠…….”

-나중에 사수님 진급하시고 두 분이서 교대하시면 될 거예요.

“넌 왜 자꾸 아까부터 김칫국 마시고 그러냐? 안 그래도 공부 때문에 빡센 사람한테.”

* * *

김세민은 자신이 데리고 있는 부대원을 통해 B 대학 경제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친구를 찾아서 소개를 받았다.

일주일에 두 번 일대일 강의를 받기로 하고 수업료도 두둑이 주기로 약속을 하였다.

중대장실에서 첫 강의를 받았다.

김세민의 경제학을 가르치는 학생의 이름은 박민수였다.

“제가 먼저 경정 시험에 나오는 기출문제를 다 훑어봤는데요, 겁먹을 것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

“공부하다 보면 아시겠지만, 아주 쉬워요. 기초적인 것만 나오니까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이 책은 기본서로 보시고요, 문제집도 많이 볼 필요 없어요. 딱 두 권만 보시면 됩니다.”

“그래도 될까?”

“그렇다니까요? 다 그게 그겁니다. 반복해서 보시다 보면 다 머리에 들어와요. 처음에 좀 진입 장벽이 높다고 느끼신 건, 외우는 것보다 이해해서 풀어야 하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이에요.”

“흠…….”

“일단 오늘은 기본적인 상식만 조금 설명해 드리고 댁에 가셔서 혼자 예, 복습 하실 부분만 체크해 드릴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업무랑 병행하시다 보면 힘든 날도 있겠지만.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셔야 해요.”

“든든한데?”

“그쵸? 제가 좀.”

박민수는 씨익 웃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책을 펼쳤다.

“먼저 경제학은 영국의 애덤 스미스란 학자가 쓴 ‘국부론’이란 책에서 출발을 합니다. 1776년도이죠. 그리고 영국에서는 급속도로 산업화가 진행이 되었고요, 너무 노동자들이 혹사를 당하니 ‘러다이트’라는 산업 기계를 파괴하는 운동도 있었고 그러면서 다시 전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어 갑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죠. 그러다가 전쟁이 끝나고 나니 생산을 늘려 왔던 모든 것이 과잉, 잉여 생산이 되어 소비가 안 됩니다. 그전까지는 자유방임 정책이 주를 이루었거든요. 그래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추진하게 됩니다.”

“아 그래, 맞아. 뉴딜 정책이나 테네시강 개발 계획…… 뭐 이런 거 아니야?”

“맞아요, 어떻게 아세요?”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들은 기억이 나.”

김세민이 학교 때 배운 생각이 나서 설명 도중에 끼어들었다.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아무튼 그때부터 국가가 개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잉여 농산물은 국가가 사들여서 은행의 파산을 막고, 이자 제한법을 만들어서 이자를 낮추는 등 그전까지 공급에만 치중하던 경제정책을 소비, 즉 유효 소비(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소비력)를 확대하는 정책으로 바꾸었죠. 그 이후로는 전 세계에 큰 사건들이 있었죠. 2차 세계대전과 월남전, 중동의 걸프전 등 전쟁과 경제는 밀접하게 움직여 왔습니다. 경제가 침체되면 항상 전쟁으로 돌파구를 찾았던 것이지요. 최근에는 레이건 대통령의 레이거노믹스(공급 측면의 경제정책)가 각광을 받았는데 너무 기업의 측면에서만 세제 혜택이라든가 생산을 장려한 느낌이 있어 그 이후로는 제3세계와의 빈부 격차가 커졌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어때요, 여기까진 이해되시나요?”

“혼자서 볼 때보다 이렇게 설명으로 들으니까 훨씬 낫네.”

“다행이네요, 그럼 이제 경제 이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여기 도표가 보이시죠?”

“으……. 도표 이런 건 보기만 해도 토가 나올 것 같아. 체질적으로 안 맞다고.”

“그게 바로 선입견이란 겁니다. 사실 보기 쉽게 하려고 만든 게 표인데 말이지요……. 왼쪽이 수요(Demand)곡선이고 우하향하는 성질이 있구요, 오른쪽이 공급(Supply)곡선인데 우상향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길 보시면…… 두 개의 선이 만나는 지점이 있죠? Price(가격)을 결정짓는 지점입니다. 즉, 개별 상품의 생산량과 가격의 분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미시 경제학입니다. 반대로 거시 경제학은 이러한 미시 경제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판단하는 학문이죠. 대충 이렇게만 아셔도 시험 문제 푸시는 데는 전혀 문제 없을 겁니다. 복잡하게 계량 경제학이니 화폐 금융론이니 이딴 것 하나도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근데 무슨 미분 적분 이런 것도 나온다며? 미리 말해 두는데, 난 수학은 아주 젬병이거든?”

그러자 박민수는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아까 그래프 보셨잖아요? 수요와 공급이 서로 적정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을 수학으로 풀어놓은 것. 그게 경제 수학이고 미분입니다. 딴 거 없어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박민수가 뜸을 들이자 김세민도 궁금했는지 긴장하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마 실제 경정 시험에서는 나오지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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