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559화 (559/869)

제 559화

#559. 밀매 조직

“그러니까 뭐야, 니들이 최영일 씨한테 빌려준 돈은 전부 해서 5천인데. 3년 만에 이자만 7천5백에다 원금 5천은 또 그것대로 갚았다고? 이런 십X끼들을 봤나, 그럼 뭐야. 이자는 이자대로 받아 처먹고 원금은 장기 팔아서 받았다는 소리네? 야! 이 X발 놈들 이거 진짜 겁나는 놈들이네! 니들은 양심도 없냐? 사람의 탈을 쓰고 돈 때문에 이런 짓거리까지 해!”

철썩! 철썩!

“으윽!”

서류를 살펴보다가 머리끝까지 화가 난 오독새가 책상 앞에 놓인 사무용 30센티 자를 가지고 조 상무의 뺨을 사정없이 갈겼다.

조 상무는 뺨이 벌겋게 부어올랐지만 가끔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신음 소리 외에는 아프다는 소리도 않고 그대로 당하고 있을 뿐이었다.

반항했다가는 더 맞을까 봐 본능적으로 참고 있는 모양새였다.

“하아, 하아……. 이런 쓰레기 같은 새끼들!”

“적당히 하이소, 그라다 점마 뒤지겠심니다. 어이 니, 아까 우리가 들어올 때 저 새끼가 우리보고 일수는 3백이라고 한 것 같은데 최영일 씨는 뭐 저렇게 많이 빌려줬노? 처음부터 직일라꼬 작정을 한 기가?”

이번에는 조인수 경장이 그렇게 물어보았다.

“아이라예, 우리도 사람인데 뭐 처음부터 사람을 죽인다는 그런 생각을 우째 하겠능교? 하다 보이 사고가 난 긴데 참말로 우리하고는 상관이 없고예, 장기 밀매하는 아들이 있심니더. 금마들이 다 저지른 거라예.”

“장기 밀매? 그럼 니들하고는 또 별개야?”

오독새가 그렇게 물었다.

“그…… 아웃소싱이라고 들어 보셨지예?”

느닷없이 양심팔이 아웃소싱이란 단어를 끄집어내었다.

“이 X발 놈들이 어디서 문자를 쓰노? 뒤지고 싶나? 범죄자 새끼들 주제에, 번듯하게 사업하는 척 한다고 티가 안 날 것 같나?”

조인수 경장이 한심하다는 듯 이야기했다.

“맞심더. 우리가 사업가가 아이고 범죄꾼이라 캐도 이기 다 분업이 되어 있다 아입니까?”

“뭔 분업 타령이야? 하! 요 새끼들 정말 웃기는 놈들이네.”

옆에서 듣던 양 순경도 기가 찬다는 듯이 그렇게 한마디를 했다.

“지금 사무실에서 일수 1, 2백 나가는 것은 돈이 안 되고요, 큰 건을 물어야 하는데 그거는 꾼들이 정보를 가지고 옵니다. 제일 돈 되는 것은 학교에서 정년퇴직한 교장이나 교감 선생들이고요, 그다음이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해서 일시불로 받고 나온 사람은 찍어만 주면 바로 천만 원을 주는 거라예.”

양심팔이가 거기까지 얘기를 하자 오독새는 순간 뇌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자신의 부친도 퇴직금을 들고 나와 사업을 하다가 사기꾼들한테 홀랑 당하고 나서 자신은 대학도 못 갔던 것이었기 때문에 옛날 기억이 아프게 떠올랐다.

“가만, 가만있어 봐! 그러니까 이 X새끼야, 니 말은 공무원이나 학교 선생으로 정년 하고 나온 사람을 물고 오는 놈이 있단 거야?”

“맞습니다. 찍어 주면 공무원은 5백, 학교 선생은 천만 원이 기본이고 그 외 세관이나 국세청, 이런 끗발 있는 부서에서 나온 사람은 조건을 보고 더 붙지예. 일시불로 퇴직금을 수령해 나왔다고 하면 금상첨화이고예, 최영일 씨같이 연금을 받고 나와도 상관은 없고예.”

놈은 연금을 받아도 상관이 없다고 큰소리쳤다.

“그런데 연금은 압류도 안 되는데 뭘 담보로 돈을 빌려주노?”

조인수 경장이 그렇게 물어보자 양심팔이가 대수롭지 않은 듯 이야기했다.

“걱정할 기 뭐 있심니까? 일단 돈을 빌린 것은 사실 아입니까? 우리가 집도 알고 연락처나 가족들도 다 아는데 절대로 우리 돈 못 떼묵심다. 그리고 몸뚱아리가 있다 아잉교. 몸뚱아리를 담보로 잡는다 그 말이시더.”

“그러니까 니 말은 최영일 씨 같은 경우는 매달 연금이 나오는데 담보를 잡을 수는 없지만 매달 연금이 나오는 액수만큼 이자를 계산해서 5천을 빌려줬다, 그리고 담보로는 장기 제공을 하기로 그렇게 계약을 했다. 그런 말이야?”

“와따야! 우리 형사 아저씨 머리 한번 샤프하게 돌아가네! 바로 우리하고 동업해도 되겠니더.”

퍼억!

“아이쿠! 아, X발! 내가 무신 동네북도 아이고, 또 와 때리는데!”

퍼억! 퍼억!

“에에잇! 여기 우리 직원들도 다 보고 있는데 다 큰 놈 대갈통을 무신 수박 통 뚜디리 보듯이 자꾸 패 샀소! 그만해라!”

“장기 밀매 하는 거 얘기해 봐! 누가 거래하는 거야?”

“아, 그건 좀 곤란한데…….”

“더 맞을래?”

오독새가 주먹을 쳐들자 놈은 움찔하더니 헛기침을 흠흠 하며 숨을 골랐다.

“……말해.”

“고거는 말이시더, 마 솔직히 말하자문 저도 잘 모리는 거라예.”

“이 새끼가 지금 사람 갖다 장난하나…….”

“좀 끝까지 좀 들어 보이소. 전화번호만 알고 있는데 일단 우리가 전화를 하면 저쪽에는 병원에 가서 종합 검사 다 받고 오라꼬 요구하는 게 있심니다. 예를 들어서 신장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문 신장을 정밀 촬영해서 가지고 오라고 하는 식입니다. 그다음에는 저하고 전화로 대충 가격대를 흥정하고예, 그게 끝나면 인자 사람을 데리러 오는데 우리는 나오지 말라 카고 장기 적출하는 사람한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어디 길가에 서 있으면 태우러 온다고 그렇게 합디다. 그라이 우리는 어디 가서 수술을 하는지 마 아무것도 모리는 거라예. 그라고 장기까지 팔아묵었시니까 우리하고는 인자 시마이라고 보문 되는 거…… 크억!”

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독새의 주먹이 놈의 턱을 후려갈겼다.

투둑.

“푸엣, 퉤! 와이씨, 이기 뭐고! 이빨 뿌라졌다 이빨! 이 너무한 거 아이가!”

그러자 옆에 있던 조인수 경장이 구둣발로 놈의 조인트를 사정없이 깠다.

퍼억!

“케에엑!”

놈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닌 X발 더 쳐맞아야 된다. 야이 X발 놈아, 실컷 단물 다 빨아 묵고 인제 더 빨아 묵을 게 없으면 장기라도 빼서 팔라고 등 떠밀어 너는 본전 다 회수하고, 니가 인간이냐? 인간이야?”

그러면서 놈을 마치 빨래 밟듯이 밟는 것이었다.

퍼억! 퍼억!

“야야! 조 형사! 이제 그만해! 잘못하면 초상 치르겠다. 일단 증거 자료 확보해서 서에 들어가자. 여기 있는 직원들 인적 사항 적고 저기 건달 저 새끼도 달고 가자고. 아마 내일 되면 여기 다 폐쇄할 거야. 그러니까 오늘 압수할 것은 다 압수해야 된단 말이다.”

“우선에 과장님한테 일단 전화로 보고부터 하시지예? 과장님이 추가로 지시하실 것도 있지 않겠습니까?”

“아 참, 양 형사 니 말이 맞다. 내가 전화해 보께.”

오독새는 김세민한테 전화를 걸어 보고를 했다.

“과장님,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임마들 데리고 서로 복귀할까요?”

-음…… 아냐, 일단 거기서 더 뒤져 보고 있어. 내가 다이알차(형사기동대 차량)를 보내 줄 테니까 피의자들은 다이알 편에 압송시키고 너는 직원들 데리고 이 새끼들 집에도 가 봐. 피해자가 최영일 씨만 있는 게 아닐 거다. 다 찾아내야 해. 그리고 사무실 문은 절대 닫으면 안 돼! 그러면 밀매 조직 저놈들하고 끈이 끊어져 버린단 말이야. 거기 여직원들을 잘 구슬려서 내일도 정상적으로 출근해서 일 보라고 그래. 그리고 내일 거기서 함정 수사를 해 보자고.

“함정 수사요? 어떻게요?”

-장기 팔 사람이 또 있다고 연락을 해 보는 거지. 이왕 시작한 김에 일망타진을 해 봐야 하지 않겠어? 형사 1반이 전원 다 달라붙어야 돼! 그리고 독새 너는 내일부터 서에 오지 말고 아예 그쪽으로 출근하도록 해. 네가 대부업체 양심팔이 대신에 사장인 척을 하란 말이야. 누가 물으면 양심팔이 사고 쳐서 빵에 가 있는 동안에 잠시 인수받았다고 그래.

“지가 대부업체 사장을 한다고 말입니까?”

대부업체 사장을 하라는 말에 오독새가 놀라서 그렇게 물었다.

-왜? 하기 싫어?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좀 갑작스러워서예.”

-니 말대로 대부업체는 절대로 문 닫으면 안 돼. 그러면 장기 밀매하는 놈들이 눈치채고 잠수 탄단 말이다. 그러려면 이 수밖에 없어. 그놈들을 꼭 잡아야 해.

“예. 알겠심니다.”

* * *

김세민은 형사 5반 이정명 주임, 그리고 형사 5반의 강갑도 경사와 부사수 장명식 경장을 데리고 부산역 오륙도 호텔 뒤편에 있는 룸살롱 [꽃사슴]으로 들어갔다.

낮에 이정명 주임한테서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역전의 권 소령파 부두목인 강찬명이 벌써 일주일째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고는 정통으로 바로 찔러보기로 하고 업소에 쳐들어간 것이었다.

[꽃사슴] 살롱은 조방의 아테나가 생기기 전까지는 부산에서 최고의 고급 룸살롱이었다.

서면에 있는 호수 살롱이나 남포동의 명작 살롱이 애주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고 혹자는 말을 하지만 진정한 술꾼들은 [꽃사슴]을 최고로 쳐주었다.

아무튼 예약을 안 하고 가면 저녁 8시만 넘어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항간에는 부산역 앞에 있는 오륙도 호텔의 강명 사장의 세컨드가 룸살롱의 마담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오륙도 호텔의 강명 사장은 전쟁 때 북에서 내려와 부산에서 고향인 남포의 간장을 만들어서 피난지인 부산에서 팔기 시작해 지금은 요식업치고 오륙도 간장을 사용하지 않는 업소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자리를 잡았다.

양산에 이제 큰 공장도 세웠고 이미 서울을 비롯한 전국 판매망을 갖추어 나름 이제 2세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큰아들에게 간장 공장을 맡기고 둘째는 여기 호텔을 물려주었지만 여전히 실권은 강 사장이 쥐고 있었다.

또한 그는 동부서 대공 지도위원장을 맡고 있었으며 여당의 부산시 당협위원장이란 자리까지 겸하고 있었다.

동부서 관내에서는 일급 유지였던 것이었다.

김세민은 먼저 룸에 들어가기 전에 부산역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여름이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있었으며 오륙도 호텔 앞은 택시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건너편 초량 텍사스라고 불리는 골목과 더불어서 이곳도 묘하게 범죄의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동부 관내는 부산에서 지역도 가장 좁은데 이상하게 건달이나 조폭 냄새가 많이 나네. 왜 이런 불길한 느낌이 자꾸 들지? 뭔가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 자꾸 든단 말이야…….’

부산역을 등지고 멀리 보니 지난번 밤에 올라가 보았던 민주 공원은 어둠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지만 망양로의 산복 도로 주변에 있는 집들의 불빛은 눈에 잘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가니 4층 건물의 1층은 커피숍이었다.

커피숍 이름은 [하바나]였고, 룸살롱은 2층부터인 모양이었다.

특이한 것은 이 건물 3층과 오륙도 호텔 3층이 외부 계단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흠……. 그럼 이 룸살롱 주인은 모르긴 몰라도 오륙도 호텔 강명 사장과 동일인이거나 깊은 관계일 확률이 높은 것 같은데……. 근데 그런 놈이 경찰서 대공 지도위원장을 한다고? 그게 가능해?’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생각만 해서는 답이 없고 일단은 부딪쳐 볼 일이었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예약은 하셨나요?”

룸살롱 입구의 소파에 앉아 있던 젊은 마담이 그렇게 물었다.

“아, 우린 동부서 형사과에서 나왔습니다.”

이정명 주임이 그렇게 말하면서 신분증을 보여 주었다.

“어머, 그럼 술 마시러 오신 것은 아니네요? 무슨 일이시죠?”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어보았다.

김세민은 카운터에 걸려 있는 일반 유흥 주점 허가증에 표시되어 있는 대표자 이름이 한남정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

“우린 한남정 씨와 얘기를 좀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지금 자리에 있습니까?”

“우리 언니 찾아오셨어요? 특별한 일 아니면 저하고 얘기하셔도 되는데…….”

“자리에 있냐고 물었습니다.”

“최 군아! 우리 형사계에도 인사하는 것 있지? 강력반에서 매달 오는 것 같던데…….”

“네. 이번 달에는 아직 안 받아 가셨어요.”

카운터에 앉아 있던 젊은 사내가 그렇게 말을 받았다.

형사계 강력반에서 매달 월대를 받아 가는데 또 형사계에서 왜 찾아왔느냐는 그런 말투였다.

“이 자식들이 지금 장난하나. 아니 지금 형사과장님이 직접 오셨는데 마담 니는 뭔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자빠졌어?”

“예? 형사과장님요?”

“우린 형사 5반 직원들이고 여기는 우리 주임장이시니까 강력반에 니들이 상납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관심이 없단 말이야. 오늘은 수사 때문에 왔으니까, 야! 빨리 한남정이 안 나오면 우리가 다 뒤진다?”

형사 5반 도반장인 강갑도 경사가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강 경사는 김세민이 2중대장 시절에 1소대 부관을 맡았기 때문에 김세민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내일 아침에는 강력 주임이 깨질 것이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새끼 마담이 이렇게 말을 했다.

“제가 말실수를 했나 봐요. 일단 저기 비어 있는 룸으로 들어가세요. 그리고 최 군아! 언니 빨리 연락해 봐. 동부서에서 나오셨다고 빨리 오시라고 전해!”

“예, 알았어요.”

새끼 마담이 김세민을 데리고 맨 구석에 있는 좁은 룸으로 안내를 했다.

“죄송해요. 지금 룸이 다 차서 여기밖에는 없어요. 잠깐만 기다리고 계시면 언니가 올 거예요. 술은 뭐로 준비를 할까요?”

“이게! 야 임마! 우리가 술 마시러 온 것처럼 보여?”

강 형사가 인상을 부라리니까 이내 마담이 깨갱 하고 꼬리를 내렸다.

“죄송해요. 전 여기 새끼 마담인 최은지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서 일행에게 돌리는 것이었다.

“자, 최 마담이라고 했지? 여기 앉아 봐.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

“예, 예? 저한테요?”

“여기 김아영이라고 있지?”

“아영이요? 네. 그런데 가게 안 나온 지 꽤 오래되었어요.”

“얼마나 되었지?”

“한 달쯤 되었나? 아마 그럴 거예요.”

“그럼 니들은 데리고 있는 여직원이 한 달째 안 나오는데 찾아보지도 않아? 그 여자애 마이깡(마담이 아가씨를 데리고 오면 일단 먼저 필요한 옷이나 화장품 등을 사라고 선불로 지급하고 이자를 붙여서 매일 일수처럼 손님 팁에서 제하는 것을 말함)은 어떡하고?”

“어머, 마이깡은 또 어떻게 아세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대답이나 똑바로 하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자, 최 마담이 잔뜩 움츠러든 채로 눈치를 보며 겨우 이야기를 꺼냈다.

“아영이 걔는 찾는 손님들이 워낙 많아서 여기 오자마자 6개월 만에 마이깡 다 갚았어요. 돈도 꽤 벌었을걸요? 걔는 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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