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560화 (560/869)

제 560화

#560. 살롱 꽃사슴

“프리라니? 그게 뭔데?”

강갑도가 궁금했는지 최 마담에게 물었다.

“말 그대로예요. 걔는 팁 받으면 떼는 게 없다는 뜻이죠. 기본 팁에서 공제하는 것 빼고 나면 나머지는 자기가 다 가져간다고 보면 돼요. 설렁설렁 일해도 월 천은 우습게 버는데 갑자기 안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돈을 잘 벌고 찾는 단골도 많은데 왜 그만두고 사라졌는지 우리끼리도 말이 좀 있기는 있었어요.”

“은지야! 너 오늘 말이 너무 많다?”

“앗 언니!”

“여기 이 손님들이니? 서에서 오셨다는 분들이?”

제법 나이가 있어 보이는 중후한 느낌의 여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밖에서 얘기를 엿듣고 왔단 말인가? 그럼 이 방은 밖에서 소리를 엿듣거나 볼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다는 소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검찰의 취조실같이 한쪽이 반투명 유리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자세히 보니 생각대로 한쪽 벽만 어떠한 그림이나 장식도 걸려 있지 않았다.

아마 벽을 통해 여기서 공무원들이 월대를 받거나 술을 마시는 장면을 여과 없이 촬영하고 녹음할 수 있는 구조일지도 몰랐다.

“제가 늦었죠? 몸이 좀 안 좋아서 누워 있다가 그래도 관할서 형사과장님이 오셨다는데 머리라도 좀 만진다고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무례를 용서하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한남정 마담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됐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우리가 미안하지.”

“어머, 나이도 젊으신 분이 배포가 크시네요.”

“먹을 만큼은 먹었습니다. 몇 가지만 확인하고는 바로 돌아가겠습니다. 소문에는 이 가게 주인이 바로 옆의 오륙도 호텔 사장이라는데 맞습니까?”

김세민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직 서류상 확인도 하지 않았지만 호텔이나 룸살롱의 구조를 볼 때는 자신의 짐작이 맞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서울 강남서 형사계에 있을 때도 늘 룸살롱은 호텔을 끼고 있었으니까…….’

“…….”

“제 질문이 어렵습니까?”

“…….”

“뭐 곤란하시면 대답 안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대답을 안 하신다면 이 사건의 중요한 참고인으로 간주될 수도 있으니까 그 점은 염두에 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무슨 말씀인지?”

“글쎄요, 아마도 경찰이나 검찰에 자주 불려 다녀야 할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약간 겁을 주자 한 마담이 한 손으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뭐라고 유세를 떨겠어요? 물어보세요. 제가 아는 부분은 다 말씀을 드릴 테니. 맞아요. 이 가게가 제 명의로 되어 있지만 실 소유주는 호텔의 강 사장님이에요. 저하고도 아주 오래된 사이구요. 사장님께 신세를 많이 졌었지요.”

“그렇군요. 그럼 여기서 일하던 김아영이란 여자 말인데요.”

“……!”

순간 마담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보통 형사들이나 수사관들이라면 일단은 김아영의 존재 자체를 먼저 물어본 다음에 여기서 언제부터 일을 했는지 등등의 주변 상황을 차근차근 물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였겠지만 지금 김세민은 바로 정곡을 찔러본 것이었다.

김아영의 실종 배후에는 당신들이 있지 않느냐?

즉, 사건의 내용을 알고 있지 않느냐는 그런 질책성 질문이었다.

“잠시만요, 그런데 과장님 말씀은 꼭 제가 아영이가 어디 있는지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있다는 그런 말씀같이 들리는데요?”

“예?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만…….”

“제가 묻고 싶네요. 아영이 지금 어디 있죠? 저도 만나고 싶어요. 우리 가게에 오는 단골들 중에서 그 아이를 찾는 손님들이 워낙 많았거든요.”

한 마담은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에 있는 담배갑 뚜껑을 열고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상대가 형사들이라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여유를 부리는 것 같았다.

“그렇군요. 그럼 방금 하신 말에 책임을 지실 수 있겠지요?”

“네?”

“일단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참고인에서 용의자로 한 단계가 격상됩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잘 알지요, 용의자로 지목이 되어 불려 다니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말입니다. 이렇게 큰 가게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밑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보는 눈도 그렇고, 나름 대마담으로서 체면도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마담은 담배만 뻐끔뻐끔 피울 뿐 별다른 대꾸가 없었다.

“가게에서 찾는 손님도 많은 아가씨가 벌써 한 달 이상 행방불명이 되었는데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도 이상하고, 대부분의 여종업원들은 새끼 마담들이 같이 먹고 자고 하면서 철저히 관리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는 너무 예외인 것 같아서 전 그게 마음에 걸립니다.”

거기까지 이야기하자 이번에는 한 마담이 신경질적으로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더니 응수를 해 왔다.

“그런데 경찰에서는 왜 우리 아영이를 찾고 있는 거지요? 무슨 범죄에 연루되기라도 했나요?”

오히려 당당하게 물어 왔다.

“범죄에 연루되었는지는 아직 수사 중입니다만, 김아영 씨는 사망했습니다.”

“……!”

그 말을 들은 한 마담은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얼마 전에 영도 다리 밑에서 시신이 일곱 구가 발견되어 수사를 동부서에서 하고 있다는 뉴스는 보셨는지?”

“예, 봤어요. 큰 사건이었잖아요.”

“그 시신 중에 4번 시신이 김아영입니다.”

“익사체라면서요. 정말 아영이가 맞는 건가요? 다 제대로 확인한 거냐구요.”

“이미 서울에 있는 가족들의 협조를 받아서 DNA 검사로 김아영이 맞다는 것을 국립 과학 수사 연구소에서 증명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실종이 된 날 김아영 씨가 살해되었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조용히 우리가 몇 가지 확인 작업을 할 것이 있는데 협조를 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김세민이 조용하지만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꺼내자 한 마담이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제가 뭘 협조를 하면 되는 건데요?”

“죽은 아영 양의 뼈를 분석했는데 상당히 골밀도도 낮고 골다공증이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평소 김아영 씨한테 팔다리가 아프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까?”

이번에는 옆에 앉아 있던 새끼 마담인 최 마담에게 그렇게 물었다.

“아닌데? 건강했는데? 언니, 아영이가 어디 아프다는 소리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잖아요?”

최 마담은 김아영이 뼈가 이상하다는 소리를 듣자 그럴 리가 없다는 듯이 한 마담을 바로 보면서 확인을 했다.

“그러게 말이다. 아프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는데……?”

“이봐요, 과장 오빠. 뭘 잘못 안 거 아니에요? 걔가 나이가 몇 살인데 골다공증이야?”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게 젊은 사람이 뼈에 골다공증이 생기는 것은 십중팔구 마약을 상습 복용해서 그렇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말입니다만, 오늘 각 방마다 쓰레기통하고 화장실 조사를 할 테니까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그건 곤란해요! 아 맞아, 영장! 영장은 가지고 왔나요?”

“물론이죠, 여기 압수 수색 영장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면서 김세민이 눈짓으로 강 형사한테 신호를 보내자 강갑도가 품속에서 영장을 꺼내어 한 마담 눈앞에다 대고 흔들었다.

그러자 영장이라는 말에 한 마담의 기가 팍 죽었다.

“그럼 동의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수색 시작해.”

“자, 잠깐만요!”

“응?”

“사실 저도 아영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제가 아영이를 얼마나 좋아했는데요. 우리가 절대 아영이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 개자식을 진작에 떼어 냈어야 하는 건데…….”

“그 사람이 누굽니까?”

“사실 누군지는 잘 몰라요. 모르지만 아영이를 쫓아다니는 놈이 하나 있었어요. 그놈도 같이 안 보이는 것으로 보아서는 그놈이 사고를 쳤지 않나 싶어서……. 제 혼잣말이니까 신경은 쓰지 말아 주세요. 저도 나름대로 알아보고 참고가 될 만한 것이 나오면 과장님한테 연락을 바로 드리겠습니다.”

“뭐야, 별것도 없으면서 사람을 불러 세우고 그래?”

강갑도 경사가 마담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강 경사는 저기 최 마담하고 방마다 다니면서 쓰레기통 수거해서 한번 뒤져 봐. 그리고 카운터에도 대마초 있는지 살펴보고. 아 참, 드링크류 졸피뎀 성분 들어간 것 있잖아? 수상한 것 있으면 수거해서 내일 영도에 있는 과학 분소에 보내도록 해. 그리고 여기서 일하는 여자들 명단 받아서 보건증 소지 여부도 한번 체크해 봐야겠는데.”

김세민이 그렇게 구체적으로 지시를 하자 한 마담이 놀랐는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과장님은 어떻게 잘 아세요?”

“뭘 말입니까?”

“아니, 그게…… 이것저것 지시하시는 걸 보니까…….”

“알 만해서 압니다. 말해야 합니까?”

“아, 아뇨, 그런 건 아니구요.”

한 마담이 우물쭈물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자 어렴풋하게 들었던 의심이 점차 확신으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 안 구석에 놓인 TV로 저녁 9시 뉴스를 다 볼 때쯤, 형사 5반 이정명 주임을 선두로 형사들이 들어왔다.

“과장님, 수색 다 끝났심니다.”

“뭐 나온 거 있어?”

“하! 이게 말입니더. 여기 VIP 룸이란 데 들어가 보이 웃기데예.”

강갑도 경사가 그렇게 말을 꺼내자 김세민이 빨리 말을 하라고 다그쳤다.

“뭐가 웃기는데? 어서 본론만 얘기해!”

“VIP실에 가 보이 엄청나게 방이 큰데 좌, 우로 벽의 문을 밀고 들어가면 또 그 안에 소파하고 테이블이 있습니다. 그라고 주사기나 뭐 이런 거는 없는데 카운터에 보이까 대마초는 몇 갑 보이고 애들 보건증은 절반밖에는 없심니다. 더 웃기는 것은 여자들 대기실에 가 봤더니 손님들이 먹고 남긴 양주를 다시 새 양주병에 섞어서 채워 넣고 있더라고요. 나 원 참, 더러워서. 남이 먹고 남긴 것을 다시 섞어 가지고 새 돈 받고 판다니 에라이, 그리 장사해서 돈 벌면 뭐 하노? 여가 그래도 부산에서는 최고로 친다고 하는 룸 아이가? 그란데 여서도 짜가 양주가 판을 치문 다른 데는 다 어떻겠노? 에이 X발 X 같아서!”

그렇게 말하면서 강 경사가 소파 등받이를 주먹으로 콱 하고 때렸다.

“그럼 이제부터 양주 안 마시면 되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카메라 갖고 왔지? 양주 섞는 것하고 룸 구조 변경한 것 찍었어?”

“예, 다 찍었심니다.”

“그럼 대마초는 압수하고 보건증하고 나머지 불법 사실은 전부 항목별로 적어서 한 마담한테 확인서를 받아! 확인서 받으면 철수한다.”

“예. 알겠심니다. 자, 한 마담은 이리 나오소!”

강 형사가 일어서지 않으려는 한남정의 팔을 억지로 잡고 일으켜 세웠다.

* * *

다음 날 하루 연기가 되었던 부산 지방청 과, 서장 회의가 2층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과, 서장 회의는 지방청 과장급들과 일선 서장들이 참석하는 명실상부한 총경급 이상 회의였다.

오늘의 회의 주제는 ‘하절기 민생 침해 사범 철저 단속’으로 형사과 주관이었다.

지방청장 주재로 회의를 하라는 공문의 지시 때문에 할 수 없이 다 불러 모았으며 청장의 훈시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보고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의식을 끝낸 후에 먼저 문일용 청장이 입을 열었다.

“에~ 내가 청장으로 부임한 지 이제 석 달이나 지났는데 가만히 서장들이나 우리 지방청 과장들이 일하는 행태를 보면 본청과 비교해서 차이가 나도 너무 차이가 난다 이 말입니다. 난 솔직히 지난번 영도 다리 밑에서 시신이 일곱 구나 나왔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서로 사건을 안 맡으려고 싸우는 것을 보고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아! 이게 부산 경찰의 참모습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내가 고시 출신이라서 날 무시해서 그런가 싶기도 했는데 청장의 지시가 분명히 있었는데도 대놓고 일선에서 내 지시를 뭉개고 사건을 동부서로 다 떠넘기는 것을 보고는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내부 분란만 일으키는 것 같아서 그냥 참고 넘겼습니다. 이제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해운대는 여름 경찰서가 개서가 되었고 부산 시내에도 광안리를 비롯해서 크고 작은 일곱 개의 해수욕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덥다 보니 다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생활을 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침입 절도라든가 강도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계절입니다. 한층 더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방범 활동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랍니다. 이상!”

청장이 짧게 인사말을 끝내고 제1부장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1부장은 2부장을 돌아보았다. 2부장은 지금 회의가 형사과 소관으로 하는 만큼 자신이 남아 있겠다는 눈빛을 보냈고 청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 테이블의 맨 앞에 앉아 있던 중부서장이 앞으로 총알같이 튀어 나가서 지휘를 했다.

“전체 일어섯! 청장님께 대하여 경롓!”

척!

다들 충성 구호 없이 각 잡힌 경례를 하였다.

“음~.”

청장도 아무 말 없이 거수경례로 답하고는 이내 단상을 내려가 버렸다.

그 뒤를 형사과장과 경무과장이 수행을 했다가 입구에서 배웅을 하고는 이내 자리에 돌아와서 앉았다.

이번에는 청장이 앉았던 상석에 명원식 제2부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다시 중부서장이 나와서 지휘를 했다.

“자 앉은 채로 차렷! 집합 끝!”

경무관이지만 치안정감인 청장하고는 예절 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지도 않았고 그냥 일반 참모 회의 때처럼 앉은 채로 집합 보고만 하였다.

군 대위 출신인 중부서장이 그런 눈치는 백 단이었다.

경무관 부장을 앞에 놓고 청장하고 똑같은 예의를 차렸다가는 대번에 청장 귀에 들어가고 자신이 다 뒤집어써야 할 형편이니 적당히 알아서 격을 낮추어 버린 것이었다.

그래도 고시 출신인 명 부장은 그런 사소한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동부서장님?”

느닷없이 제2부장이 동부서장을 불러 세웠다.

“옙! 동부서장 총경 권용!”

놀란 동부서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복창을 했다.

“동부서가 그동안에 시신을 수습한다고 고생을 했는데 아직 특별한 결과도 안 나오고 해서 말인데, 우리 지방청이나 일선에서 동부서 짐을 좀 덜어 줘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말들이 있어서 말이죠. 일단 시신 일곱 구 중에서 네 구는 신원이 나왔다면서요?”

시신 네 구가 신원이 확인되었지 않느냐고 그렇게 물었다.

“예 맞습니다. 네 구는 신원이 확인되어서 현재 형사들이 열심히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일단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전부 우리 지방청 강력계에서 맡아서 수사를 하고 나머지도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중부나 영도로 좀 나누어서 하는 게 어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