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588화 (588/869)

제 588화

#588. 보국 훈장

“예? 저요?”

“그래, 자네라도 의견을 좀 내 봐!”

“에이, 그래도 제가 어떻게 감히 이런 자리에서…….”

덥석 무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 같아 괜히 한번 빼는 척을 하는 조연희였다.

그러자 남강오 정보국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했다.

“야, 계급은 뭔? 지금 본청에서 니 눈치 안 보는 사람이 청장님 말고 누가 있어? 어서 털어놔 봐! 누가 니 의견을 그대로 수렴한대? 그냥 참고만 할 거야.”

남강오 정보국장이 그렇게 판을 깔아 주었다.

“네, 그럼 뭐……. 이건 그냥 진짜로 제 생각인데요, 경감 이상은 특진이 어렵다고 봐요. 특히 총경은 더 그렇구요……. 고 최규식 경무관님 이후로는 그 예가 없었잖아요? 대간첩 작전에서 순직하지 않는 이상은 힘들다고 봅니다. 대신에.”

조연희가 일부러 결론을 말하기 전에 한 템포를 쉬어 갔다.

자신에게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

“훈장을 주도록 하죠.”

“뭐?”

“아니, 훈장을 주자고?”

다들 생각도 못 했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어리둥절해하자 조연희가 경무국장을 향해 물었다.

“경무국장님, 우리가 연말에 심사 승진을 할 때 승진 기준의 맨 첫 번째 항목이 뭔지 기억하시죠?”

이순명 국장에게 그렇게 물었더니 잠깐 생각을 하던 이 국장이 [아!] 하는 소리와 함께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캬! 역시 조 승지야. 내가 그 생각을 왜 못 했지? 청장님, 저도 조 승지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건 그렇고, 무슨 훈장을 줘야 되나?”

“아니 이거 봐! 지금 두 사람만 알고 나머지는 뭔 얘기인지 하나도 모르잖아?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 봐! 조 부장!”

천세용 청장도 지금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주고받는지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네, 우리 승진 심사 위원회가 열리면 맨 먼저 심사 승진 기준에 합당한 대상자를 추려 내는데요, 그중에 첫 번째가 훈장을 받은 자입니다. 그래서 승진 소요 연한이 다 찬 간부들이 만약에 훈장을 받은 경력이 있다면 다른 근무 성적에 상관없이 1번으로 승진 대상에 오른다는 사실입니다. 굳이 특별한 흠결이 없는 한 대상자를 탈락시킬 권한이 심사 위원들한테는 없습니다.”

“흠, 그래서 김세민이하고 정우진이는 둘 다 훈장을 주자. 그런 말이지? 그런데 무슨 훈장을 줘? 국방부에서 저리 난리를 피우는데……. 무공 훈장은 국방부에서 주는 거잖아?”

남강오 국장이 그렇게 혼잣말을 하자 조연희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계속 이어 갔다.

“물론 그렇죠. 무공 훈장은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라는 규정이 있어서 이번 건은 분명 국방부에서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보류를 시킬 겁니다. 무공 훈장 말고, 내무부 장관님께서 주시는 ‘보국 훈장’이 있지 않습니까?”

“……!”

“보국 훈장의 경우에는 ‘국가 안전보장에 뚜렷한 공을 세운 자’라고 명시가 되어 있지요. 원래 이 훈장은 안기부나 우리 경찰의 대공 파트를 위해서 신설된 것인데 그동안은 안기부 요원들만 받았고 아직 경찰에서는 받은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입니다. 내무장관님은 청장님께서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독대를 하시니까……. 이번 주는 목요일이네요, 만나면 장관님께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실 겁니다. 그때 청장님은 보국 훈장 통일장을 주자고 그렇게 말씀하시고, 장관님이 또 대통령님과는 막역한 사이시니 아마 일사천리로 진행되리라 생각하는데요. 장관님 결재만 받으면 아무도 뭐라 못 할 겁니다.”

“가만, 가만있어 봐. 보국 훈장 통일장이라고? 종류가 여러 개 되는 걸로 아는데, 통일장이면 몇 등급이지?”

경무국장이 그렇게 물었다.

“1등급입니다. 2등급은 국선장, 천수장 등이 있구요. 아무튼 통일장을 받으면 다음번 심사 승진에 충분히 반영되고도 남을 겁니다.”

조연희가 그렇게 대답을 하자 청장이 이렇게 물었다.

“가만있어 봐. 목요일에 장관님 뵙고, 뭐? 말씀이 먼저 나올 거라고 하지 않았나? 그게 무슨 뜻이야?”

“제가 장관 부속실 언니한테 미리 얘기를 해 두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장관님은 업무에 관심이 별로 없으시잖아요?”

“음…….”

“그건 그래.”

“장 언니 말로 요즘은 과거 군사정부에 대항했던 민주화 동지들끼리 하루가 멀다하고 어울리시는 모양이라 업무는 뒷전이라고 하더라고요. 부속실에서 올리는 대로 결재를 하신다고 하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장관님이 말씀을 꺼내시면 청장님은 그냥 지시를 따르겠다고 하시면서 미리 우리 경무국에서 준비해 간 결재 서류를 내밀면 됩니다. 바로 결재해 주실 거예요.”

그렇게 설명을 하자 천세용 청장이 툴툴거렸다.

“아니, 내가 청장씩이나 달고서 모양 빠지게 장관 결재 서류를 들고 다녀야 한단 말이야?”

“아,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장관님 부속실에서 결재 서류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가 밖에서 알아서 들고 들어가서 드리겠습니다. 그럼 청장님은 저한테서 받아서 장관님 앞에 잘 갖다 놓으시면 됩니다.”

그러자 경무국장이 딴지를 걸고 나섰다.

“근데 훈장도 말이야, 총무처에서 심사를 하게 되어 있다고. 우리 내무장관님 결재가 났다고 해서 덜렁 아무나 주지 않는다는 거지. 2개 이상 소관 부처의 장이 승인을 해야 하는 건데 말이야, 잘 되겠어?”

실무 국장답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우려를 표시하는 모습이었다.

“네, 국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래서 장관님 승인이 나면 제가 안기부에 들어가서 안기부장님 공람을 받아 오겠습니다. 그럼 총무처에서도 안 내려 줄 이유가 없겠죠.”

“뭐? 아니, 네가 안기부장 결재를 받아 온단 말이야?”

정보국장이 그렇게 놀라서 물었다.

“원래 공람은 최종 결재권자한테 가기 전에 다 받아서 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에는 거꾸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 보려고 합니다. 먼저 내무장관님 결재를 받고 나서 안기부장한테 가겠습니다.”

안기부장에게 결재 들어가는 것을 무슨 동네 친구 집 놀러 가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얘기를 하자 다들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은하수회. 너 그거 믿고 그러는 거구나?”

난데없이 남강오 국장이 은하수회를 들먹였다.

그러자 조연희는 말없이 씨익 웃기만 했다.

“…….”

“하! 저게 여러 사람 병X 만드는 재주가 있네! 헛 참.”

정보국장이 입맛을 다셨다.

“자자자,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그럼 뭐야, 조 부장 네 말대로 둘이는 훈장을 준다고 치자. 정우진이는? 정우진이는 어떻게 해야 되냐? 새벽부터 우리 군 특공대한테 총을 쏘고 난리를 피웠다는데 지금 청와대 국방 비서관이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고. 합참 기획실장이 나한테 찾아온다고 하는 것을 내가 바쁘다고 오지 말라고 그랬어. 이거 그냥 넘어가지 않겠던데?”

청장이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냥 온다고 하면 만나셔서 공은 공이고 과는 과이다. 정우진이 형사들을 잠복시켜서 간첩을 잡은 것은 누가 뭐래도 대단한 공임에는 틀림이 없다. 과가 있다면 그것은 같은 군인에게 총을 겨누었다는 것인데 미리 상급 기관끼리 협조가 안 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중요 범인을 중간에서 가로채려 한 것은 명백히 국방부 잘못도 있다.”

“흠…….”

“그래서 과의 부분에 대해서는 정우진이를 문책성 인사 발령을 내겠다. 다음에 연말 정기 인사 때 부산 동부서에서 내보낼 예정이다. 뭐 그 정도만 얘기하시면 국방부도 체면치레는 할 것 같습니다만?”

“그래, 인사이동 시키면 되겠네. 김세민이하고 둘이 좀 떼어 놓자고. 저 친구들 말이야, 둘이 붙어 있으니까 아주 죽이 맞아도 너무 잘 맞아! 대형 사고 칠까 봐서 아주 조마조마해. 그래 어디로 보내면 문책성 인사가 되는 거야? 다들 아이디어 좀 내 봐?”

갑작스런 청장의 물음에 다들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지 인상만 팍팍 쓰고 있었다.

그때.

“강남서장으로 좌천시키는 것은 어떻습니까?”

조연희의 입에서 강남서장이란 말이 나오자 다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이봐, 조 승지.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청장님이 좌천이라고 하시잖아! 강남서장이라니, 어째서 강남서장이 좌천으로 가는 자리란 말이야?”

“그게 다 이유가 있죠. 다른 사람이라면 강남서장 자리는 분명 영전 자리일 것입니다. 그런데 정우진 서장은 가는 곳마다 취임사에서 절대 부하들한테 돈은 받지 않는다고 선언을 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강남서장 자리가 어떤 자리입니까? 다들 가려고 하는 이유가 돈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거기까지 얘기를 하자 남강오 국장이 첨언을 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정우진이같이 상납도 안 받는 서장을 강남에 보내면 우리 경찰이 자정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는 효과도 있고, 이번 기회에 강남서 부조리 척결도 하고. 정우진이도 복잡한 강남에 가면 쓸데없는 사고 칠 염려도 없고 나름 서울서장으로 발령 내준 것이니까 우리 내부에서는 좌천이 아니고 영전이지. 국방부에는 따와이할 줄도 모르는 사람을 따와이 천국인 경찰서에 보내 놨으니까 그건 고문이나 마찬가지이다, 뭐 그런 얘기야?”

“역시 정보국장님! 저도 그런 샤프한 머리를 반만 닮았더라면…….”

“에라이, 말 같은 소리를 해! 아무리 경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군바리들이라고 해도 강남서장이 좋은 자리란 걸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지.”

남 국장이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나무랐지만 청장은 그런대로 조연희의 의견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훈장 주는 것만 처리하고 정우진이 문제는 나중에 좀 더 생각해 보자고. 그럼 해산.”

* * *

부산 동부서 형사과장실.

김세민이 강력반 백 주임과 체포한 박산에 대한 신문에 관해서 의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과장실 안으로 양복을 입은 건장한 체구의 남자 네 명이 들어왔다.

“당신들 뭐요? 여긴 형사과장님실이야. 볼일 있시문 저기 앞에 관리반에 가서 이바구하라고!”

강력반 백 주임이 그렇게 말을 잘랐다.

“아! 우린 내곡동에서 나왔고, 오늘 아침에 검거한 간첩 인계받으러 왔습니다.”

“내곡동?”

“검거한다고 고생 많았소. 간첩은 어디 있지?”

처음부터 말을 조금씩 잘라먹더니 이제는 대놓고 반말이었다.

“아니 왜 말을 까!”

백 주임도 성이 났는지 그대로 맞받았다.

‘내곡동이라면 안기부 직원이겠지, 말투하고 오자마자 간첩 내놓으라는 것 보면 부산 지부는 아니고 중앙에서 온 모양인데…….’

거기까지 판단이 섰지만 김세민은 짐짓 모른 체 시치미를 뗐다.

“그래서, 내곡동이면 뭐 어쩌라고. 니들 술 먹었냐?”

“무슨?”

“경찰서 처음 와 보나? 오면 신분부터 확실히 밝혀야 할 것 아니야! 내곡동 같은 소리 하네. 주취자가 명정 상태로 앉아서 조서 받을 때 이름 물어보면 홍길동이라고 하는 거랑 뭐가 달라. 우리 지금 바쁘니까 헛소리 할 거면 나가고, 아님 다들 민증부터 까고.”

그러자 눈치를 보고 있던 백 주임도 김세민을 보고 덩달아 열을 냈다.

“과장님, 이 새끼들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술 엄청시리 처먹은 모양인데요. 과장실 들어와가 반말 까는 것도 그렇고, 밑도 끝도 없이 간첩 내놔라 하는 것도 그렇고. 그냥 유치장에 처넣어야 되겠지요?”

“백 주임도 그렇게 생각하나?”

그러면서 김세민과 백 주임이 키득키득 웃어대자 일행 중 제법 짬이 있어 보이는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형사과장이라고 했나? 알 건 다 알 만한 처지에 이러면 안 되지! 간첩 수사는 우리 안기부에서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뭘 믿고 이러시나? 자, 좋게 말할 때 끝냅시다. 그럼 그리 알고 우리가 데려갑니다?”

그렇게 얼렁뚱땅 말하고서는 나가려고 하였다.

일종의 통보였던 셈이었다.

“신분증!”

“뭐어?”

“신분증 내놔 봐, 이 새끼들아! 여기가 그냥 말로 때우면 다 되는 곳인 줄 알아?”

“아니, 우리가 처음에 내곡동에서 왔다고 했잖아! 우리같이 비밀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이 일일이 니들한테까지 꼭 신분을 밝혀야 되겠어?”

사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양복 자락을 슬쩍 들어서 권총집을 보여 주었다.

권총 차고 다니는 사람들이니까 알아서 기라는 뜻인 것 같았다.

그 순간.

사삭!

퍽!

“으읍!”

김세민이 사내의 허리춤을 잡고 끌어당기더니 재빨리 권총을 뽑아 들고는 그대로 상대를 밀쳐 버렸다.

“어어! 지금 뭐 하는 짓이야?”

“…….”

“총 돌려줘!”

김세민은 오른손에 잡은 총을 한 바퀴 돌려서 바로 잡은 다음에 사내를 향해 겨누었다.

“야 야, 그거 진짜 총이란 말이야. 저리 안 치워?”

“글록 23이군, 좋은 총이지. 미국 FBI 수료생들에게 한 자루씩 기념으로 주는 건데. 알았으니까 거기 꼼짝 말고 앉아 있어. 안기부 부산 지부에 연락해서 이 총기 번호로 네 신분 확인해 볼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경비 전화를 들고 0번을 눌러 교환을 호출했다.

“교환? 안기부 연결해 줘요.”

그렇게 말을 하자 사내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아, 됐어요. 인제 장난은 그만합시다. 우린 내곡동 안기부 3차장 산하 대공 특별 수사단에서 내려왔습니다. 오늘 동부서에서 간첩을 검거했다고 방송에 나와서 우리 차장님이 가서 인수해 가지고 우리보고 수사를 하라고 하셔서 왔습니다. 우리도 급하게 오다 보니까 경찰청하고는 협조가 안 된 모양인데 지금이라도 서로 신분을 확인했으니까 잘 협조하십시다.”

사내가 조금 고개를 숙이고 실실 웃으면서 사정조로 나왔다.

“X발 협조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뭐야!”

“저놈은 북에서 내려온 것은 맞지만 아직 대한민국에서 그 어떤 간첩 행위도 한 적이 없다고. 단지 자기 아버지를 찾아서 내려왔다는 거야. 그 와중에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저질러서 우리한테 입건이 된 거야. 당신들이 살인 사건 수사까지도 다 할 거야?”

“아니 뭐, 이딴 게 다 있어!”

“착각하지 마라, 뭐 안기부라 하면 다들 벌벌 떨 줄 알지? X 까는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 우린 이문동이든 내곡동이든 하나도 겁이 안 나. 그러니 내가 당신 신분 확인해 볼 때까지 얌전히 밖에 나가서 나무 의자에 앉아 있어.”

나무 의자는 피의자들이 조사받기 위해서 대기하는 의자였다.

“이거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지? 너 말 다 했어! 끌려가서 한번 당해 볼래!”

사내의 뒤에 서 있던 놈이 앞으로 나서더니 김세민의 가슴팍에 머리를 들이밀고 그렇게 협박을 해 왔다.

그러자 김세민은 전화를 받으면서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놈의 멱살을 오른손으로 감아쥐었다.

“컥!”

그러고는 앞으로 세게 당겼더니 사내가 끌려오지 않으려고 잔뜩 힘을 주고 버티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밀고 당기다가 그대로 손을 놓아 버리자 놈은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어엇…….”

그걸 본 김세민은 구둣발로 놈의 촛대뼈 중앙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따악!

“아악!”

꽈당!

놈은 다리를 부여잡고 금세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몸을 새우처럼 버둥거렸다.

“아니 이 새끼가!”

나머지 사내들이 일제히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내 들었다.

그러자 김세민은 조금 전에 뺏은 권총을 사내의 관자놀이에 갖다 대고 지그시 눌렀다.

“어, 어…….”

“쏠 거야?”

“…….”

“쏠 거면 쏴도 돼. 이 개 같은 새끼들, 니들만 국가기관이냐? 우리도 지금 검사 지휘 받아서 하는 사건이야. 니들은 안기부 우물 안에서 3차장 말이 법인 것 같지?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 그래, 3차장? 야, 걔도 검사가 영장 발부하면 꼼짝없이 철컹철컹 하는 거야! 그게 대한민국 법이라고 이 돌대가리 같은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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