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592화 (592/869)

제 592화

#592. 저 두 놈이 문제야

갑자기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넓게 퍼지자 다들 당황했다.

지방청 지휘망 무전으로도 현 상황이 급박하게 날아갔다.

“거 100! 여기 149장(동부 방순대장)!”

“여기 거 100!”

“아 날 때 부산역 행사가 독점(완료)되고 물둘떼(데모대)가 갑자기 차도를 다 점거를 해서 시내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지금 차들하고 같이 엉켜서 교통은 완전 마비되었습니다!”

동부 방순대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그렇게 보고를 했다.

“거 100! 여기 2001장인데 주십일(빨리)로 종여섯(지시)을 해 주기 바랍니다!”

그동안에 해 오던 방식대로 각 중대장들이 거 100을 호출해서 빨리 지침을 내려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그러자 거 100에서 경비과장 음성이 나왔다.

“아 금일 날 때는 광복동에서 자진 해산하기로 했으니까 그때까지는 자극하지 말고 최대한 인내하라는 명 하나 종여섯(지방청장 지시)! 교통 사오(근무)만 철저히 하도록! 그리고 최대한 시위대의 지휘부에게 협조를 구해서 2개 차선이라도 차량들이 다닐 수 있도록 협조해서 변수 없이 시위 관리하라는 명 하나 종여섯!”

“아! 칠팔! 칠팔!”

각 중대장들이 알았다고 말하는 순간 동부서 자망이 나왔다.

“미 여섯! 여기 미 하나!”

정우진이 김세민을 급하게 찾았다.

“여기 미 여섯입니다.”

“여기 대공 분실 2층에서 창문으로 내려다보고 있는데 말이야, 저 새끼들 저대로 두면 안 되지 않아? 어떻게 해야 돼?”

“아, 칠팔! 그게…….”

“어떡해야 되냐고?”

정우진이 재차 김세민에게 물었다.

‘아니, 서장이면 자기가 판단을 해야지 왜 일일이 나한테…….’

무전에 대고 물어보는데 씹을 수도 없고 해서 엉겁결에 대답을 하고 말았다.

“뭐, 작살을 내야지요!”

“그렇지?”

“판단은 서장님이 하셔야지요. 지시하시면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자 정우진이 무전에다 대고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역시 내 그렇게 말이 나올 줄 알았지! 우린 뭐가 통하는 데가 있어. 자, 책임은 다 내가 질 테니까 다시는 까불지 못하게 만들어 주자고.”

“아, 칠팔 했습니다. 140 1소방장(동부 인편부대 1소대장)! 여기 140 물넷장(동부 인편 부대장)!”

“여기 관리계장입니다!”

인편 부대 제1소대장은 형사 관리계장인 김진수 주임이었다.

“전부 하차해서 개스! 그리고 걸어서 역전 파인집(역전 파출소)에서 중방장(중대장)과 열두 시(만나자)!”

“아! 알았심다. 야, 전원 하차하고 개스!”

“개스!!”

경찰서 직원들이 신속하게 개스란 복창을 하고 방독면을 썼다.

정우진이 거 100 지휘망 무전을 들었다.

“140 미 하나가 재고 날 때부터(현재 시간) 각 중방장에게 일방 종여섯(일방적으로 지시한다)! 날 때 강제 해산 작전에 돌입한다. 향수(개스)를 사용하고 물둘떼(데모대) 지휘부를 반드시 사구(검거)를 할 것. 오늘 영주타(영주 로터리) 이상은 행진이 종구(없다)다. 초량타(초량 로터리)에서 영주타 사이에 물둘떼를 가두고 매타작을 한다!”

뒤이어서 김세민의 거 100 무전이 나왔다.

“아! 날 때 5도(5분) 후에 향수 사용할 종정(계획)이니까 각 중방장들 신속하게 방독면 착용!”

“아! 칠팔! 칠팔!”

좀 전까지 지방청에서 인내 진압 운운하다가 갑자기 동부서장이 매타작을 하라니 다들 어리둥절했지만 김세민이 무전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정말로 개스를 쏘려는 것 같아서 중대장들이 신속하게 방독면을 뒤집어썼다.

그때 지방청 무전이 울렸다.

“140 미 하나! 여기 명 넷(경비과장)인데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공격한다는 거야?”

지방청 경비과장은 지난 연말에 경비계장을 하던 정덕길 경정이 승진을 해서 바로 경비과장으로 옮겨 앉았고, 김현수 과장은 원하는 대로 해운대서장으로 나갔었다.

그리고 새로 경비과장이 된 정덕길 총경은 간부 후보생 기수로는 정우진보다 2기수 선배였던 것이었다.

“아! 정 선배! 여기 이 새끼들이 도로를 통째로 점거하고 행진하는데 이걸 그냥 놔둔단 말입니까? 내가 알아서 박살을 내고 책임도 다 내가 질 테니까 정 선배는 그냥 모른 체하셔도 됩니다.”

그러자 명 하나의 무전이 나왔다.

“야, 140 미 하나!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쓸데없이 변수를 만들려고 그래? 지금 부산역 앞에서 작전을 벌이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단 말이야. 그냥 아무 짓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내 말 알아들었어?”

문일용 청장이 쓸데없는 짓을 벌이지 말라고 그렇게 지시를 하였다.

갑자기 청장이 지휘망 무전에 나와서 아무 행동도 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바짝 긴장을 해서 작전을 하려고 준비를 하던 중대장들도 김이 팍 새 버렸다.

“에이 X발! 그러면 청장한테 사전 조율도 안 거치고 동부서장이 멋대로 작전하자는 거네? 이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돼!”

그러면서 일부 중대장들이 방독면을 벗는 중대까지 나왔다.

그러자 김세민이 무전에 다시 나왔다.

“각 중방장들한테 일방 유연(일방적으로 통보)! 금일 작전은 각 관할 구역별로 하도록 공문에 명시되어 있으니까 지금은 140 미 하나 종여섯에 따라서 솔 일곱(작전)을 합니다. 주십일(빨리)로 방독면 착용하고 우리가 먼저 물둘떼(데모대) 가운데를 칠 테니까 후미에 따라오는 중방(중대)이 어느 중방인지?”

김세민이 초량타에서 올라오고 있는 중방을 물었다.

“아! 2002, 2005, 189, 129, 159 모두 해서 다섯 개 중방입니다!”

이인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후미에서 지휘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2001장! 영주타에는 몇 개 중방입니까?”

선두에 선 중대를 김세민이 물었다.

“아! 여기는 모두 여섯 개 중방! 정말로 칠 거요?”

1중대장이 정말 공격할 거냐고 물었다.

“당연한 걸 뭘 묻습니까? 지금 저 새끼들이 도로를 통째로 점거하고 돌아다니는데 나중에 그걸 방치했다는 비난을 어찌 감수하려고요? 칩시다! 내가 먼저 들어갑니다! 지랄탄 발사! 연속 발사!”

텅! 텅텅텅텅! 피슈유웅!

파바바박! 파라락!

슉슉! 쉬이이익!

푸슈욱!

갑자기 부산역 앞이 온통 최루탄 연기로 뒤덮였고, 구경하던 일반인들도 다들 순식간에 다 흩어져 버렸다.

시위대가 사라지자 김세민의 눈에 영주 로터리로 스크럼을 짜고 걸어가는 김고랑이 보였다.

‘근데 저 새끼는 왜 검찰에서 안 잡아넣는 거야? 잡아다 주면 풀어 주고, 이거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냥 두고 볼 게 아니라 오늘은 손을 좀 봐야겠어.’

그렇게 마음을 먹은 김세민이 김고랑을 향해서 일직선으로 달려가며 뒤에서 따라오는 형사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들어가자!”

자신들의 형사과장이 맨 앞에 서서 돌격을 하니 따라오는 형사들도 사기가 올랐다.

서장과 과장이 치라는 명령을 내렸으니 자신들은 아무 책임도 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마음이 홀가분하기도 했다.

“에라이 이 X발 놈들아! 밥 처먹고 그리도 할 일이 없나? 천날 만날 여기 와서 데모질이고!”

“동부 형사들 맛이 어떤지 함 당해 봐라 이 X발놈들아!”

다들 달려들어 맞부딪치자 부산역 앞 8차선 도로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이봐, 김고랑이!”

김세민이 큰 소리로 김고랑을 부르자 놈은 뒤를 돌아보며 반가운 듯 씨익 웃었다.

“이게 누구야? 아직도 나 잡으려고 쫓아다니는 모양이지? 그 정도 했으면 눈치챌 만도 하지 않나? 아무리 애써 봐야 소용없다고 말이야.”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지.”

“그래, 가끔 보면 니처럼 의지가 강한 놈들이 있지. 또 그런 놈들을 꺾는 재미가 각별하거든. 오늘은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그러면서 김고랑이 김세민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분명 태권도 유단자였던 것 같은데.’

김세민은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발차기를 신경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놈이 양 주먹을 무서운 속도로 휘둘러 왔다.

휘익! 부우웅!

“……!”

“하핫, 내가 발만 쓴다고 생각한 모양이지? 우오오옷!”

좌우로 상체만 조금씩 움직여 김고랑의 주먹을 가볍게 피하던 김세민은 놈이 오른 주먹을 휘두르는 타이밍을 재고 있다가 오른손으로 놈의 팔목을 잡고 왼손으로는 놈의 머리끄덩이를 낚아채고는 양다리로 놈의 상체를 감아 그대로 끌어당겼다.

우두두둑!

“크아아아앗!”

왼 다리로 놈의 목을 찍어누르고 양손으로 놈의 오른팔을 잡고는 자신의 체중을 실어 뒤로 눕자 뼈가 부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놈이 비명을 질렀다.

“너도 내가 발만 쓴다고 생각했던 거 아니야?”

“끄아아악…….”

놈이 다급하게 김세민의 팔을 탁탁 쳤다.

“항복! 항복!”

“……뭐라고?”

“아이 X발, 팔 부러지겠네! 항복한다고! 항복!”

“뭐? X발?”

김세민이 몸을 뒤로 더 젖혀 십자꺾기의 위력을 강화했다.

“우아아아아악! 잘못했어요! 팔 부러져요! 놔주세요!”

“좋아.”

김세민은 그제야 놈의 팔을 풀고 천천히 일어났다.

놈은 김세민에게 잡혔던 팔을 부여잡고서는 분한지 김세민을 노려보며 씩씩거렸다.

“이봐, 노려보면 어쩔 건데? 분명히 말하는데 오늘은 봐준 거야. 다음에 또 걸리면 그땐 진짜로 부러뜨려 버린다, 알겠어? 저 새끼 수갑 채워라! 벌써 몇 번째 수갑 채우는지 모르겠네. 이번에는 내가 형사과에서 직접 조사할 거니까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말고. 이 새끼 형사계 데려가서 다이알(형사 피의자 대기실)에다 넣어 놔!”

김세민이 형사들한테 그렇게 지시를 했다.

얼추 상황이 정리되어 갈 때쯤 정우진이 무전을 잡았다.

“거 100! 여기 140 미 하나!”

“여기 거 100!”

“아 잠잠 전 날 때 솔둘 독점(조금 전 상황 종료)! 주모자 검거해서 현재 140 미인집(동부 경찰서) 형사 사실(형사계 사무실)로 연행 중! 각 중방(중대)은 중요 교차로에 종일곱(배치)해서 추가 물둘(데모)이 있는지 대비하다가 날 때 1000도에(열 시) 사해(해산) 종정(예정)!”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에 지휘망 무전이 나왔다.

“140 미 하나! 여기 명 셋!(지방청 제2부장)!”

명원식 제2부장이었다.

명 부장은 행정고시 출신이었다.

“여기 140 미 하나입니다.”

“당신 지금 말이야, 무슨 생각으로 명 하나 종여섯(청장 지시)을 정면으로 거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항명에 따른 책임은 져야 할 거야. 그 정도는 각오했겠지?”

제2부장이 항명죄로 징계에 회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은근히 흘리면서 겁을 주었다.

그러자 정우진이 바로 무전으로 받았다.

“항명이라 했습니까? 그럼 시위대가 도로를 온통 점거하고 중앙로로 행진을 하는데 이걸 가만 보고 있는 사람은 무슨 책임을 져야 하겠습니까? 전 항명에 대한 책임을 지겠습니다. 시위대가 정보에서 약속한 대로 행진하지도 않고 노골적으로 배 째라식 시위하는 것에 대한 책임은 또 누가 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우진의 말은 2부장 당신이 정보 부서를 데리고 있으니까 당신이 불법 시위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지 않느냐고 따지고 드는 것이었다.

“아니 뭐야? 방금 당신 나보고 책임지라는 소리야? 아니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총경 주제에 경무관 알기를 우습게 알다니 말이야. 당장에 들어와!”

그러면서 무전이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그때 정우진이 무전에 나왔다.

“미 여섯! 여기 미 하나!”

“여기 미 여섯입니다.”

“아 잠시 명인집에 다녀올 테니까 물둘떼 나오면 사정 봐주지 말고 박살을 내 버려! 새끼들이 우리 비둘기하고 내통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나중에 검거한 놈들 우리 비둘기하고 내통한 것도 같이 조사를 해 봐!”

“아! 칠팔 했습니다.”

정우진이 정보 형사들하고 데모대들이 사전에 돈을 주고받고 시위를 조율을 했는지 조사를 하라고 다들 듣는 무전에다 대고 그렇게 말을 했다.

그때 또 무전이 나왔다.

“140 미 하나! 여기 명 둘!”

제1부장인 길전식 경무관이었다.

“여기 140 미 하나!”

“아 사하나(수고)했고 별도 명인집에 들어올 필요는 종구(없다). 내일 날 때(내일) 다시 유연(연락하자)!”

길전식 1부장이 아마도 중재를 한 모양이었다.

* * *

다음 날 경찰청장실, 참모 회의 석상.

“아 네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서류상 결재는 다 끝이 났습니다. 바로 불러올려서 훈장만 수여하면 됩니다. 네, 부산청장하고 관계도 있고 하니까……. 네네, 안기부하고도 문제가 있습니다만 잘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럼 정우진이는 강남서장으로 좌천 발령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네, 김세민이는 아직 서울을 희망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부 형사에 미제 강력 사건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네. 그렇게 두 사람만 떼어 놓으면 조용할 겁니다. 네. 그럼 들어가십시오, 계속 근무하겠습니다.”

경찰청장이 일어나 고개까지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다들 누구 전화인데 저렇게 받을까 하고 궁금해하는 가운데 청장이 전화를 끊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청장님, 누구 전화길래 그렇게 받으십니까?”

“비서실장님이야. 다들 얘기 들었지? 오늘 중으로 부산 동부서장하고 형사과장 내무장관실에 불러올려서 훈장을 주고 정우진이는 강남서장으로 발령을 내라고. 강남서장은 이번 연말이지만 좀 일찍 경무과 대기 발령을 내고. 하여튼 저 두 놈들이 문제야. 이제 떼어 놓으면 좀 조용하겠지.”

천세용 청장이 그렇게 혀를 차면서 경무국장한테 지시를 하자 경무국장이 이상한지 다시 물었다.

“근데 아까 실장님한테 왜 강남서장으로 좌천 발령이라는 말을 하셨습니까?”

그러자 청장이 눈을 가늘게 뜨고 실실 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그건 나도 몰라. 왜 강남서장이 좌천되는 자리인지 말이야. 정 궁금하면 나가면서 조 경사한테 물어봐! 강남서장 얘기도 조 경사가 먼저 꺼냈으니까 생각이 있겠지.”

* * *

그날 오후.

갑자기 본청 상훈계에서 연락이 와서 동부서장과 형사과장은 경찰 정복을 입고 내무장관실에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공항에서 103호실의 협조를 받아 두 사람은 간신히 시간에 맞춰 정부 종합청사 7층 내무장관실에서 훈장을 받았다.

“차렷! 장관님께 대하여 경롓!”

“충성!!”

“음!”

이정우 장관이 천천히 손을 올려 거수경례를 받았다.

잠시도 바로 서 있지를 못하여 장은지가 옆에서 팔을 잡고 부축을 해 주고 있었다.

민주화 운동 당시 중정에 끌려가서 너무 고문을 많이 받아 제대로 서 있기가 불편하다고 주위에서는 말을 하였다.

옆에서 내무부 총무국 총무과장이 대독을 했다.

[훈장증

소속 : 부산 동부 경찰서 총경 정우진

귀하는 경찰 공무원으로서 맡은 바 직무에 전력하여 치안 유지에 이바지한 바 크므로 대한민국 헌법의 규정에 의하여 다음 훈장을 수여함.

보국 훈장 통일장

199X 9월 25일

대통령 김삼식

국무총리 엄기동

이 증을 보국훈장부에 기입함

내무부 장관 이정우]

“동 김세민! 내용은 같습니다. 수상자 앞으로!”

장관과 경찰청장이 정우진과 김세민의 목에다가 보국 훈장을 걸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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