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683화 (683/869)

제 683화

#683. 모순된 진술

강 주임의 물음에 놈은 팔짱을 끼고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고개를 들었다.

“이름은…… 도저히 모르겠심니다. 다들 장 양이라고만 불렀거든예.”

“좀 잘 생각해 봐! 뭐 명찰 같은 거라도 본 기억이 날 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까지는 잘……. 고마 경리계 장 양이라고 다들 그렇게 불렀심니다. 아주 싹싹하고 일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어느 날 회사를 그만뒀다고 카데예. 여기가 소문이 안 나서 그렇지 직원들 월급은 좋았거든예? 아 맞다. 또 있심니다. 장 양 애인이 하나 있었는데 여기 컨테이너 기사라예. 김 씨라고 했는데 두 사람이 아주 가까운 사이라는 소문도 돌고 그랬는데 마, 그기 다라예. 자세한 거는 안에 들어가서 물어보시소. 그라고 절대로 밖에서 우리가 뭐라고 시불였다고는 안에 들어가서는 하지 마시소. 그라모 우리 밥줄 떨어지는 거라예.”

다들 회사 경영진을 아주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마당 안은 꽤 넓었는데, 이제 막 들어온 컨테이너에서 물건을 꺼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세관 유니폼을 입은 직원 두 사람이서 물건이 장부와 맞는지 확인을 하는 것 같았다.

겉으로 봐서 특별한 것은 없어 보였지만 일단은 안으로 들어가서 책임자를 만나 보기로 하고 사무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층 규모의 사무실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내부 공간이 아주 넓었다.

그리고 책상을 두 개씩 붙여서 사무실처럼 꾸며 놓고 근무하고 있었는데 다들 전화를 받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강 주임과 오독새 일행이 2층의 사무실로 들어서자 정문 경비실에서 연락을 받았는지 안에서 두 사람이 황급히 걸어 나와 일행을 맞았다.

맨 앞장서서 나오는 사람은 배도 나오고 머리가 많이 벗겨진 중년의 남자였는데, 사람 좋은 웃음을 실실 흘리며 다가왔다.

“아이구! 이거 지가 미리 전화를 주싰으문 얼른 나가서 모싰을 긴데 결례가 많았심니다. 자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야들아! 여기 커피 좀 내오거라이.”

안으로 들어가서 소파에 앉은 강 주임이 이렇게 물었다.

“여기는 꽤 직원들이 많아 보입니다. 우리는 그냥 물건이 들어가고 나가고 하는 단순 업무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근무하고 있실 줄은 몰랐심니다.”

강 주임이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근무를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자 자신을 상무라고 소개한 강준식이 명함을 내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 이 사람들예? 다 무역 회사 직원들이라예.”

“무역 회사요?”

“마 쉽게 이야기드리자면 오퍼상이 물건을 수입해서 들여오면 여기에 있는 중소 무역상들이 몇 바퀴 돌린다 아입니까. 그라고 나서 실제 도매상들한테 물건이 나가는 거지예. 예를 들어서 이런 거라예.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참깨 농사가 잘 안 되어서 가격이 폭등을 한다고 칩시다. 그라모 농수산부에서 원래는 참깨가 수입 금지 품목이지만 국내 가격 안정을 위해 잠시 풀어 주거든예? 그라모 이 사람들이 돈을 벌 찬스가 온 거지예. 중국에서 값싼 참깨를 들여와서 우신에 여기 통관되기 전에 이 사무실 안에서 서로 간에 몇 바퀴 돌린다 아입니까. 물건 송장만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몇억씩 돈이 왔다 갔다 하다가 마지막에 인수받은 사람이 세관에 세금 물고 물건을 풀지예.”

“그럼 마지막에 받는 사람이 손해가 나는 구조 아입니까?”

강 주임이 이해가 잘 안 되어서 그렇게 물었다.

“어데예? 물건 받는 순서가 다 정해져 있거든예? 자기 차례에 운 좋게 이번처럼 참깨가 걸리들면 돈 좀 만지는 거고 복불복이라예.”

“그건 그렇고, 저기 초량 쪽 뒷골목에 가 보면 선박 회사라든지 선원 송출 회사라든지 무역 회사가 한 빌딩에 가득 차 있다 아입니까? 그라모 그 사람들은 다 뭔데예?”

오독새가 이해가 잘 안 되어서 다시 물었다.

“그 사람들은 마 비주류라고 보시문 되니더. 여기는 철조망 둘러쳐진 이곳 자체가 특허 보세구역이거든예? 여기는 반드시 세관장 허가를 받아야 들어올 수 있단 말이라예. 그라이 저기 세관장 허가받은 사람들이 여기 들어와서 1차로 좋은 물건은 걸러 내고 초량에 있는 무역 회사 골목에 있는 회사들은 여기서 걸러 내고 남은 것을 가져가서 떨이로 판매한다꼬 고래 생각하면 되는 거라예. 자 자, 형사님들이 무신 무역 회사 차릴 것도 아이고 오늘 뭔 일로 이리 어려븐 걸음을 하셨능교?”

그렇게 묻는 강 상무의 시선이 제법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잠깐 눈을 마주하며 기싸움을 벌이던 오독새는 안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 강 상무의 앞에 내밀었다.

“3년 전에 이 아가씨가 여기서 근무하다가 살해를 당했는데 알고 있능교?”

오독새가 뜸도 들이지 않고 바로 훅! 찔러서 물어보았다.

“아니 뭐라고예? 살인이라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여기 와서 합니까 예? 함 봅시다.”

그러면서 오독새가 들고 있던 변사자의 사진을 한참을 들여다보는데 갑자기 말문이 막힌 듯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

“아는 사람입니까, 모르는 사람입니까? 고마 솔직하게 대답하면 되는데.”

“…….”

여전히 묵묵부답이었지만 꽤나 고민이 많은 듯한 얼굴 표정이었다.

“허허~ 이거 생각이 많으신 모양이네. 지가 좀 도와 드릴까예?”

그 말에 강 상무는 고개를 들어 강 주임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 강 상무님, 말이란 게 있다 아입니까.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카지예? 처음 뱉는 말은 신경 써서 해야 됩니데이. 고마 아무 말이나 시불이다가는 X되시는 수가 있어예. 그렇다고 또 너무 햇또 굴려 가지고 어설프게 개수작 부리다가 걸리면 그때는 바로 뒤집니다이. 아셨지예?”

“저는…… 잘 모르겠는데…….”

그러자 오독새가 ‘하!’ 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강 주임을 쳐다보았고, 강 주임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강 상무를 바라보는 시선에 얼음장 같은 차가움을 실었다.

“제가 경찰 밥 묵은 지 애법 오래 됐거든예? 근데 삐리하이 뭐 숨길라 카는 놈들 공통점이 뭔지 아능교? 모린다꼬 일단 오리발부터 내는 기라. 근데 금마들이 몰라서 그라는 긴데, 모린다 칸다 캐서 다 능사는 아이그든. 그라는 순간 금마는 최소 살인범을 숨기 줬다, 그 의심을 받게 된다 아입니까. 그라이 우리도 이번 같은 살인 사건에서는 중요 참고인으로 입건을 할 수밖에 없고예. 마 잘 생각해서 말씸하이소.”

그러면서 자기는 할 말 다 끝났다는 듯 소파에 몸을 기대고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알 건 다 알고 있는 놈이 함부로 오리발 내면 걸리는 수가 있다고 은연중에 경고를 한 것이었다.

한참 고민을 하던 강 상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겨우 입을 열었다.

“장은주라꼬, 아주 착실한 애였는데 고마 어느 날부터 안 나오는 거라예. 그래서 이리저리 알아보이까 야 애인이 여기 컨테이너 운전수로 일하고 있는 놈이 있는데 그놈하고 바람 나가 도망갔다고 그리 말하는 사람들이 있고 해서 마 둘이 잘살아라~ 카고 우리도 잊아 뿌고 있었심니다.”

“장……은주 씨라. 회사에서는 주로 장 양이라 불렀고. 맞지예?”

“예. 그란데 야가 와 죽은 깁니까? 언 놈이 죽였는데요, 설마 애인 금마가 죽인 깁니까?”

“이건 또 뭔 소리고, 애인 이야기는 뭡니까?”

“아니 그게, 금마는 이미 유부남이라 카던데 눈 맞아가 도망갔다 하니까 우리도 그게 이상하다고 다들 그랬다 아입니까. 그라니까 의심이 드는 것이지요. 장 양도 그걸 모르진 않았을 낀데.”

“흠……. 그 애인이었다는 친구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오독새가 그렇게 물었다.

이제 변사자의 신원을 찾았으니까 연관되는 사람을 하나하나 찾아서 만나 보고 실마리를 찾을 생각이었다.

“금마 이름예? 아마 김기홍인가 그럴 거라예. 여기 소속은 아니고 저기 용당에 있는 운수회사 소속이라예. 우리하고는 운송 계약만 맺고 있지 우리가 뭐 금마들 운전수들을 일일이 감독하고 그랄 입장은 아입니다.”

자기네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투로 단정적으로 강 상무가 그렇게 말을 끊었다.

“근데 강 상무님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청산유수로 대답도 잘하시네? X발 어디 뭐 켕기는 거라도 있는 모양이지? 미리 대답할 거 준비해가 시불이는 거 아니냐고!”

“그, 그게 뭔 소립니까? 아까는 대답 안 한다고 X랄하고, 지금은 또 대답한다고 X랄하고. 그라모 내보고 우짜란 말입니까!”

“니가 수상하게 구니까 그렇지 임마! 3년 전에 일어난 일인데 김기홍이 이름은 또 우째 바로 튀 나오노? 느그 회사 소속도 아이라면서! 내 생각에는 장은주 죽인 놈들이 김기홍이도 같이 죽였을 것 같은데, 아이가?”

강 주임이 지나가는 말로 그렇게 강 상무를 슬쩍 떠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펄쩍 뛰었다.

“내 아이라고 지금 골백번도 더 이야기했심니데이. 내사 마 더는 할 이야기가 없시니까 고마 여기서 나가 주이소. 멀리 안 나갑니데이.”

갑자기 강 상무가 냉랭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가 달라고 엄중하게 말을 하였다.

“이 개자슥이 돌았나……. 어이. 니 살인죄 공소시효가 30년인 건 알고 있제? 그라고 여기는 피살자가 근무했던 범죄 용의 장소다. 당연히 우리가 압수 수색 영장 가지고 와서 다 뒤질 거고 말이야.”

압수 수색이라는 말에 강 상무의 낯에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라니까 X발 아까부터 좋은 말로 하고 있다 아이가, 그게 싫으면 우리한테 협조하라고. 그때 당시에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은 우리가 다 분리해서 신문을 할 거다. 그게 싫으면 영장 가져와서 다 뒤집어 버리고, 그럼 그동안은 여기도 문 닫아야겠지.”

“……!”

문을 닫는다는 말에 강 상무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와, 쪼리나? 여기 문 닫으모 느그 웃대가리한테 X되는 모양이지? 그라이까 내가 말한다 아이가, 우리한테 협조 잘 하라고. 우리는 지금 다른 건 관심없다, 그냥 만날 사람만 만나 가지고 이야기만 듣고 돌아갈 끼다.”

강 주임이 놈이 그렇게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아까와는 사뭇 딴판으로 쌍소리를 해 대면서 놈을 몰아붙였다.

“아아, 지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전 자살한 애를 왜 살인 사건으로 몰아가는지 그게 이상해서 말씸드렸던 것뿐이라예.”

강 상무가 그렇게 말을 하자 순간 오독새와 강 주임의 얼굴이 무섭게 변했다.

“어이, 니 방금 뭐라 했노?”

“예?”

“야이 X발놈아, 니 방금 장은주가 자살했다 안 했나?”

“예? 아 아입니다, 고마 죽은 아가 있는데 왜 살인 사건으로 몰아가는가 싶어서……. 자살인지 아인지 제가 우예 압니까.”

그러자 오독새가 열이 받았는지 앞에 놓여 있던 철제 간이 의자를 발로 차 버렸다.

카강!

“이 자슥이 사람을 X도 병X으로 아나, 마 내가 방금 분명히 니가 자살 어쩌고 시부리는 거 들었는데 어디서 오리발이고 이 개자슥아. 니는 X발놈아 아까 그냥 바람이 나가지고 토꼈다고 했다 아이가, 우리는 니한테 자살이라고는 한 마디도 안 했다. 살해당했다고 했지.”

“마! 니가 자살로 위장해가 장은주 죽인 거 아이가!”

그렇게 몰아붙이자 놈은 억울한 듯 없는 머리털이라도 잡아 뽑을 기세로 버럭버럭 고함을 질렀다.

“햐! 이거 X발 내 미치고 팔짝 뛰어 뿔겠네. 아니 뭐라고요? 내가 장 양 죽인 범인이라고요? 어디? 내 얼굴에 그리 범인이라고 쓰여 있능교? 생사람 잡지 마소! 자살이란 소리는 내가 한 기 아이고 여기 있는 아들이 전부 다 그렇게 말을 했단 말이라고. 내 혼자만 바람나서 도망갔다고 했지, 난 절대 자살 소리는 입에도 올린 적이 없다고!”

“이 자석이 이거 웃기는 놈이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이거 참말로 지가 죽인 거 맞나 보네. 오 형사! 사무실 전화해가 형사들 다 불러라. 전부 다 조사해 보자.”

강 주임이 형사들을 더 부르라고 그렇게 지시를 했고, 이는 출발 전에 김세민과 미리 염두에 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책임자의 성질을 돋우어서 스스로 함정에 빠져들게 하도록 해야 의미 있는 진술을 받을 수가 있다고 김세민이 미리 언질을 주었던 것이었다.

이미 3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확보 가능한 증거는 거의 다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였고 남아 있는 것은 사람들의 기억에 들어 있는 진술뿐인 상황인 데다가 그 진술도 법정에서 임의성을 인정받으려고 하면 고도의 교란적인 신문 기술을 이용해서 모든 자백이 스스로 이루어지게끔 해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강 상무가 말 하나를 실수한 시점에서 조그마한 실마리 정도는 붙잡은 셈이었다.

* * *

동부경찰서, 형사과장실.

김세민은 형사 1반 직원들을 총동원해서 마삼 보세창고로 보내 달라는 강 주임의 연락을 받고 강력반 형사들까지 동원하여 현장으로 출동시켰다.

“다들 알겠지만 3년이나 지난 미제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조사할 때 나가자마자 진술 조서부터 받아. 물증이 차고 넘칠 때는 피의자를 앞에 놓고 먼저 대화를 통해서 자백을 받은 다음에 우리가 피의자 신문 조서를 받았지만 현재 물증은 아무것도 없어. 이런 경우는 먼저 조서부터 받고 난 다음에 다른 사람 진술과 비교 검토를 해서 차이가 나거나 내용이 수상한 부분은 또 2회, 3회 조서를 받아 가면서 왜 아까는 허위로 진술을 했느냐, 이런 식으로 추궁해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 그러다 보면 누군가의 입에서 결정적인 진술이 나올 수도 있겠지. 가서 사람부터 분리해 가지고 조서를 받아. 그리고 서로 돌려 가면서 조서를 읽고 허점을 찾아내야 해.”

“그럼 출동하겠습니다. 자, 가자!”

형사들을 격려하여 출동시키고 난 뒤 김세민은 부검 결과서를 찬찬히 검토를 해 보았다.

시신은 백골의 진행이 완벽하게 되어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DNA 검사를 위해 뼈와 머리카락 일부분을 남긴 것 외에는 따로 특별히 검사할 것도 없었지만 한 가지는 있었다.

정발건 법의학 1과장이 피살자의 턱뼈를 벌리고 안에서 면봉으로 닦아 내었는데 죽기 전에 피의자의 입을 뒤로 묶은 것이 손수건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손수건의 면은 다 삭았지만 상표 부분은 나일론 성분이 들어간 폴리에스터 재질이어서 아직은 다 썩지 않고 남아 있었다.

출처를 알아봤더니 영국제 고급 브랜드의 손수건이었고, 아직 정식으로 수입하는 업체가 없었다.

밀수로 들어와서는 암암리에 수요자에게 판매가 되는 모양이었다.

‘그럼 변사자를 죽인 그놈도 밀수업에 관련되어 있는 놈이란 소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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