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693화 (693/869)

제 693화

#693.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청장의 화살이 갑자기 감찰계장인 하정식 경정한테 날아갔다.

“아, 예예. 오늘 제가 김명중 주임한테서 전화를 낮에 받았심니다.”

“김명중이한테서 직접? 그게 사실이야?”

“예 그게, 자기는 잘못이 없는데 동부 형사과장이 자기를 잡아 오라고 형사들을 보냈다고 했심니다. 해서 제가 내용을 좀 알아보고 보고를 드리려고 한 겁니다.”

감찰계장이 낮에 김명중 주임하고 통화를 했다고 말을 꺼내자 문일용 청장이 폭발을 했다.

“야 이 새끼야! 이런 미친 새끼를 봤나! 그런 사건이 났는데 왜 니들끼리 숙덕이고 X랄들인 건데! 내가 여기 앉아 있는 게 보이지 않아? 응? 내가 무슨 허수아비야? 응?”

“…….”

“야이 답답한 새끼들아, 너네 김세민이가 어떤 놈인지 다들 몰라? 걔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으면 저렇게 날뛰고 그러지 않는단 말이야! 그놈이 수영 소장을 잡아 오라고 형사까지 보냈단 건 다 그만한 증거가 있다는 걸 왜 모르냐고! 이런 병X 같은 놈들……. 머저리 같은 새끼들! 이딴 놈들을 참모들이라고 옆에 앉혀 놨으니, 어휴! 당장 사표 써 제끼고 집으로 꺼져 이 새끼들아! 아아악!”

화가 머리끝까지 난 청장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왔다.

외무고시 출신으로 들어와서 외사국에서 해외 주재관만 오래 돌아다닌 청장의 입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이었다.

청장의 폭발에 다들 입이 얼어붙은 가운데 길전수 제1부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에서 자신 외에는 나설 사람이 없어 보이기도 했고 명원식 2부장은 행정고시 출신이라 아직 경찰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방범이나 감찰은 당연히 1부장 소관이기도 했기 때문에 나선 것이었다.

“청장님, 지금 와서 죄송스러운 말씀입니다만, 김명중 주임에 대한 징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직위 해제부터 시키시지요. 그리고 감찰계장하고는 연락이 되는 모양이니까 이렇게 설득을 해 보는 겁니다.”

“어떻게!”

“오늘 중으로 징계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일단 출석해서 소명할 기회를 줄 생각이 있지만 계속 도주를 한다면 직무 무단이탈로 간주하여 비리하고는 상관없이 배제 징계를 할 수도 있다.”

“흠……. 계속해 봐.”

“자신이 떳떳하다고 생각하면 출석해서 소명을 하고, 만약 비리에 연루되었다면 동부서에 자진 출석해서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게 본인한테 감찰계장이 설명을 하도록 하고, 또한 시급한 일은 빨리 본청에 비리 경찰관 발생 보고를 하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최근에 본청 감찰에서 동부서 정보과장을 내사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우리가 괜히 비리 경찰관을 감싸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남대문 경찰서장을 하면서 직원들의 비리 사건을 많이 처리해 본 길 부장이 그나마 상황 파악을 잘해서 정리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래, 일단 수영소장 그 자식은 방금 1부장이 얘기한 대로 그렇게 처리하기로 하고. 방금 1부장 동부서 정보과장이 본청 감찰내사를 받고 있다고? 그건 또 뭔 소리지? 왜 그런 거는 나한테 보고가 안 되는 거야? 응? 야 감찰계장!”

“예!”

“너는 알고 있었을 거 아니야! 왜 보고를 안 해!”

“죄송합니다!”

“니 같은 새끼들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고 앉아 있다가 본청장한테 날벼락을 맞는다 말이야! 쯧쯔…….”

청장이 감찰계장을 영 못마땅한 듯이 쳐다보자 하정식 감찰계장이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청장님, 함만 믿어 주이소. 지는 마 참말로 아무것도 모리고 있었심니다. 지금 당장에 알아보겠심니다. 본청 감찰이 내려왔으모 우리 감찰 주임들이 모를 리가 없실 긴데…….”

그러면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해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전 감찰계장들인 신법중 경정이나 조영래 경정은 서울에서 승진해 온 서울 자원이라서 부산의 정서에는 어두웠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본청 감찰이 내려와서 활동하는 것은 사전에 언질을 해서 정확하게 짚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부산청의 경우 감찰계장만큼은 서울 출신 경정으로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이제 마지막 총경 승진을 바라보는 하정식 정보 3계장이 자리를 옮겨오면서 본청 감찰 동향은 깜깜이가 되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지방청 정보 3계장도 나름 비중은 있는 노, 학 반(노사 관계와 학원 동향 파악)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치와 사회를 담당하는 정보 2계장한테 언제나 총경 승진에서는 밀리곤 했다.

정보 3계장은 정보 투를 바라보고 가는 자리인데 정보 투가 위에서 백을 달고 낙하산으로 내려오면, 또다시 일이 년을 허송세월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하정식 감찰계장은 순경 출신이었다.

경정급 이상에 당당히 포진하고 있는 후보생이나 경찰대생들의 지원은 꿈도 꾸지 못할 위치에 있는 그였다.

그저 부산에서 같이 근무하고 커 온 순경 출신들의 뒷배나 봐주고 용돈이나 얻어 쓰는 재미에 감찰계장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김세민이란 놈이 감히 자신의 순경 동기를 건드린 셈이 되어 버렸던 것이었다.

“감찰계장도 모르는 일을 우리 1부장은 어디서 들었소?”

나이도 많은 간부 후보생 고참인 길전수 1부장에게 함부로 반말을 까기가 뭣해서 청장이 반 하대를 했다.

“어디겠습니까? 본청 조 승지한테서 들었지요. 어제 통화를 할 일이 있었는데 얼핏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조연희에게서 들었다고 1부장이 그렇게 보고를 하자 청장이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짚었다.

“또 조 승지 얘기야? 이제 그 꼴 안 봐서 속 시원하다 했는데 끝까지 조 승지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네. 이노무 팔자는 정말, 어휴!”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청장은 전화기를 들더니 번호를 눌러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뽁뽁! 뾱뾱뾱!

“응, 조 승지! 나야, 부산청장이야. 잘 지냈어? 한 가지 물어보자. 우리 부산청에 감찰이 내려왔어? 우리 1부장이 방금 그렇게 보고를 하는데……. 정말이라고? 이유가 뭐야! 응, 그래, 뭐? 동부 정보과장이 정기적으로 부두하고 보세창고에서 상납을 받았다고? 그럼 서장도 연루된 거야? 아! 서장은 그럼 서울 간 전임 서장이네? 조용히 사표 받고 끝낸다고? 그러게, 그래도 불행 중 천만다행이네. 그래 그래, 알았다고. 마지막까지 소문 없이 조용히 처리되도록 신경 좀 써 줘. 나 조 승지 팬인 거 잘 알지? 크흐흐흐! 그럼 수고!”

철컥!

억지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하던 청장의 얼굴이 삽시간에 찌푸린 표정으로 변했다.

“에이 X발, 치안정감이 경사 비위나 맞추고 말이야, 여기 참모들이 스무 명이나 앉아 있으면 뭐 해? 본청장실 조 승지 한 명보다도 못하잖아! 이봐 1부장!”

“예.”

길전수 경무관이 허리를 폈다.

“당신은 그래도 동부서 김세민이하고 말이 통하지?”

“…….”

“왜 대답이 없어! 당신 말은 어느 정도는 들을 것 아니야!”

청장도 나름대로 채널을 파 놓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길전수 부장이 서울 애수회의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말은 붙여 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워낙에 꼿꼿한 인사라 한번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굽히지 않을 겁니다.”

길전수 부장이 김세민에게 통째로 봐주라든지 하는 원칙에 반하는 지시는 절대 안 먹혀 들어간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니, 사람 말을 뭐로 듣는 거야? 내 말은 봐주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그 뭐야, 김명중 주임이 만약 조사받으러 들어오면 그냥 조직을 위해서 조용히 사표부터 내라고 설득을 해 보란 말이지.”

사표를 제출받아서 수리하면 어떠하겠냐는 뜻으로 청장은 얘기를 한 것이었다.

그러자 김은수 경무과장이 펄쩍 뛰었다.

“청장님, 그건 절대 안 됩니다.”

“또 뭐야? 왜 안 되는데!”

“만약에 김명중 주임이 형사 입건이라도 되면 그때는 징계위원회에서 파면을 해야 하는데 그럼 우리가 퇴직금 챙겨 주려고 봐줬다는 소리가 대번에 나올 겁니다. 비리에 관련된 직원들을 처리할 때는 냉정해지셔야 합니다. 자칫 우리 부산 경찰 전체가 욕먹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경무과장의 말은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다가 형사 입건이 되면 바로 징계해서 파면을 결정하고, 그렇게 해서 퇴직금을 50%만 지급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도 일리는 있구만. 어쨌든 지금 당장 그놈 직위 해제부터 시켜! 남부서장한테도 연락해서 오늘 중으로 후임 파출소장 발령 내라고 하고! 이상!”

* * *

한편 수영 로터리에서 광안동 방향으로 100여 미터 올라간 골목의 사우나 골목 안, 돼지 국밥집에서 오독새는 양 형사와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오 부장님, 오늘 집에는 안 들어가실 겁니까?”

양영수가 약간 걱정스러운 말투로 그렇게 물어보았다.

“난 이 새끼 손모가지에 팔찌 채울 때까지는 절대 안 들어간다. 니는 고마 집에 갔다가 내일 아침 조회 끝나고 온나. 그때 내하고 교대하자.”

낮에 도망간 김명중 소장을 찾으러 망미동 집에도 갔다가 허탕을 치고 나서, 파출소 신임 순경을 몰래 밖으로 불러내어 소장이 평소 잘 가는 데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수영 로터리 S 사우나를 찍어 주었기 때문에 세 사람은 지금 교대로 사우나 앞을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김명중 소장이 몸집도 비대하고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하루 한 번은 꼭 사우나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돈 내기가 아까워서 사우나는 반드시 파출소 방범자문위원으로 위촉된 S 사우나만 이용한다는 정보도 들은 터였다.

그때 금정산 형사가 부리나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저, 저기 나타났습니다.”

“뭐고, 금 형사 아이가.”

“나타났다꼬예! 김명중이 말입니다!”

“오 그래? 지금 사우나 드갔다 그 말이가?”

“예, 방금 제 눈으로 똑똑히 봤심니다.”

“그렇구만. 알았다. 뭐 하노? 니도 얼른 앉아라. 이모! 여기 국밥 한 그릇 더 주이소! 깍두기도 더 주고!”

“아니, 지금 사우나 안에 있다니까요. 잡으러 안 갑니까?”

“머라케삿노? 금마 방금 드갔다매? 그라모 씻고 지지고 하는데 시간 좀 걸릴 거 아이가, 방금 들어온 놈이 벌써 나가기야 하겠나? 퍼뜩 앉아라, 한 숟갈 뜨고 가도 안 늦다.”

그렇게 말하면서 오독새는 앞에 놓인 깍두기 그릇을 통째로 집어서 자신의 국밥 그릇에 다 부어 넣더니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잠시 후.

오독새는 금정산 형사와 양영수 형사를 대동하고 S 사우나로 들어갔다.

카운터에 있는 직원들에게 경찰관 신분증을 보여 주었더니 처음에는 꽤나 놀라는 눈치였지만 이내 안쪽으로 안내를 해 주었다.

“금 형사 니는 여기서 카운터 지키고 있어라. 혹시 토낄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안에 들어가서 디비 볼게.”

그렇게 말하면서 오독새와 양 형사는 금정산만 혼자 카운터에 남겨 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수면실에는 없심니다.”

양말을 벗고 탕까지 들어갔다 온 양 형사가 이번에는 어두컴컴한 수면실까지 가서 일일이 사람들을 다 확인하고 나와 그렇게 말을 했다.

“그렇다면 이제 갈 곳은 저기 한 군데밖에 없다는 소리인데……. X발 파출소장이란 놈이 관내에서 저 X랄을 하고 다닌단 말이지. 참 개X 같은 놈이네.”

그렇게 구시렁거리면서 오독새가 휴게실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이발소를 향해서 걸어갔다.

이발소 안은 꽤나 어두웠다.

의자는 모두 뒤로 젖혀져 있었는데 오독새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발사가 손전등을 들고 다가왔다.

“이발하실라꼬예?”

“…….”

“지금 한 분밖에는 안 되는데 한 분은 쪼매 기다리셔야 되겠는데예?”

사람이 만원이라서 기다리라는 소리 같았는데 의자 사이에 전부 커튼이 드리워져 있어서 얼핏 봐서는 사람 찾기가 힘이 들 것 같았다.

“이발은 됐고, 우리 여기 파출소장 찾으러 왔어. 여기 왔지?”

그렇게 말을 꺼내자 주인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어 오늘은 안 오셨는데예? 아까 탕에서 얼핏 한번 본 것 같기는 한데…….”

“비키라! 이 새끼가 어디서 더듬수를 놓고 있노? 후래쉬나 내놔라. X발 요새는 방 안에 불 다 꺼 놓고 장사하는 놈들이 와 이리 많노?”

양 형사가 지난번 장안 쉘부르의 우산을 단속할 때가 생각이 났는지 그렇게 툴툴거렸다.

“어허이! 이거 뭐고? 와 이라노?”

“아저씨들 누군데요? 지금 뭐 하자는 건데요!”

커튼을 하나씩 들추면서 김명중 소장을 찾으려고 하자 손님들이 난리가 났다.

이발소 의자는 모두 여섯 개였는데 맨 안쪽에 있는 의자에서는 별다른 기척이 없었다.

‘저기에 누워 있구나.’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낀 오독새가 양 형사한테 손짓을 했고, 둘은 재빨리 다가가서 커튼을 열어젖혔다.

확!

“하, 요 새끼 요거 봐라, 요 숨어 있었네. 덩치는 산만 한 게 X발 이란다고 숨어질 것 같나?”

“이 새끼들이 미쳤나, X도 계급도 X만한 새끼들이 어따대고 반말이고? 뒤지고 싶나?”

“아가리 하고. 자, 김명중 씨! 당신을 범인 은닉죄 및 직무 유기죄를 범한 혐의로 체포 영장에 의해 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변명할 기회도 주어지는 거는 잘 알고 계시지? 자, 알았으면 어서 빵구다이 들고 일어나라!”

그러면서 오독새가 김명중이 앉아 있는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파악!

“우앗, 이 새끼가 돌았나!”

김명중은 소리를 빽 지르며 위협을 하려고 했으나 오독새와 양 형사는 팔짱을 끼고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놈은 갑자기 오독새를 붙잡고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어이, 느그 과장은 서울에서 왔다매? 그라모 인자 우리 동네에 왔으모 우리 룰을 따라야지, 자고로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정을 봐서 수습할 시간도 주고! 그라는 게 다 정 아이가? 그것도 한 식구끼리 말이라, 꼭 이래 사람 얼굴 붉히가면서 강력범 잡듯이 이래 해야 되느냐 이 말이다 내 말은!”

그러자 오독새는 인상을 쓰며 의자를 한 번 더 걷어찼다.

콰악!

“아이 X발, 의자는 와 자꾸 걷어차는데!”

“이런 개X 같은 새끼를 봤나, 퍼뜩 일어나라니까 와 안 일어나고 헛소리만 삘삘 지껄이삿노. 그라고 이 새끼야, 그럼 이기 강력 사건이지 니 눈까리에는 X도 경범죄 같은 걸로 보이나? 순 또라이 같은 새끼 아이가, 그래도 계급을 봐서 말로 좋게 할라 했드만 귀때기가 쳐 썩었는지 영 말이 안 먹히네. 니는 지금부터 딱 10초 준다. 10초 안에 옷 입어라, 안 그라모 이 상태로 밖에 끌리 나가서 X나 뚜드려 맞을 줄 알아라. 자, 출발!”

그렇게 말하면서 벌거벗은 김명중 소장의 늘어진 뱃가죽을 손바닥으로 세게 때리자 찰진 소리가 사우나 내에 울려 퍼졌다.

철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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