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741화 (741/869)

제 741화

#741. 압박

청장과 함께 국회로 가야 한다는 연락을 받은 조연희는 생각이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조연희에게 국회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던 것이었다.

‘큰일 났네, 국회에 대해서 내가 뭘 아는 게 있어야지…….’

문득 김세민의 얼굴도 떠올랐다.

‘내가 좀 자중하라고 그랬지? 자꾸 니가 튀는 행동을 하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것 아니야. 너 이제 큰일 났다.’

그렇게 말하는 김세민의 모습을 상상한 조연희는 허공에 대고 손을 휘저었고, 옆에서 보던 박철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조 부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갑자기 왜 팔을 휘두르시고…….”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대로 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싶어 조연희는 국회 내무 분과 위원회 명단이라도 숙지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어디 보자, 청장님하고 연관이 있는 사람이…….’

명단을 훑어 내려가던 조연희의 눈에 낯익은 이름 하나가 띄었다.

‘어라? 김성수? 김성수면…… 분명 사수님 처남 이름인데. 오~ 맞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금세 표정이 밝아진 조연희는 전화번호부를 뒤적이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륵!

-네, 카사블랑카입니다.

조연희가 전화를 건 곳은 서연우가 운영하고 있는 커피숍이었다.

“언니? 오랜만이에요. 저 누군지 아시겠어요?”

-네? 누구……. 아! 조연희 씨 아닌가요?

“어머, 기억하시는구나! 너무 감동이에요, 언니~”

-당연히 기억하죠. 어떻게 잊겠어요. 근데 어쩐 일이에요?

“당연히 보고 싶어서 전화했죠~”

-어머, 보고 싶으면 가게로 오면 되는데 왜 전화를 했을까? 후후…….

“그게 그렇게 되나요? 헤헤. 실은 제가 지금 경찰청장 부속실에서 일하고 있거든요?”

-들었어요. 연희 씨가 고생이 많다면서요?

“아뇨, 전혀전혀. 딱 제 체질이거든요. 이번에 청장님 관련 일로 쌍마그룹 회장님하고 통화를 좀 해야 되는데 무턱대고 전화했다가 연결이 안 될까 봐 언니한테 먼저 전화를 드렸어요.”

-아~ 그럼 내가 미리 말해 놓을까요?

“그래 주실 수 있어요?”

-물론이죠, 우리 형부 부사수님 부탁인데. 지금 전화 끊고 바로 연락할 테니까 한 5분 있다가 전화해 봐요.

“너무 감사해요, 언니. 제가 이번 일 끝나면 언니 가게 놀러 갈게요.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재밌는 이야기도 하고 해요.”

-그래요. 또 부탁할 거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감사합니다아~”

조연희는 정확하게 5분 후에 쌍마그룹 회장실로 전화를 걸었다.

또르르륵 찰칵!

-네, 비서실 정연아입니다.

“수고하십니다. 저는 경찰청장 부속실 조연희 경사라고 하는데요, 김성수 회장님하고 통화 좀 하고 싶습니다만?”

-네, 기다리고 계세요. 잠깐만요. 회장님, 3번에 경찰청 부속실에서 전화가 와 있습니다.

-아, 연결해요.

뚜우뚜우!

-네, 김성수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찰청장 부속실 조연희 경사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이야기는 많이 전해 듣고 있습니다.

“네? 제 이야기를요? 어떻게요?”

-하하……. 알 만하니까 안다고만 해 두지요. 한데 오늘은 무슨 일로?

“아 네, 저희 청장님이 오늘 오후에 있을 국회 내무 분과 위원회에 참석하시거든요. 혹시 회장님도 참석하시나요?”

-아뇨, 저는 안 갑니다.

“네? 정말요?”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오늘 내무 분과 위원회는 못 갈 것 같은데……. 왜,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게 실은…….”

조연희는 김성수에게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했다.

-흠…….

“사실상 저희 청장님이 코너에 몰린 상태입니다. 여당 의원들은 아무도 도와주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구요.”

-그야 그렇겠죠. 다들 자기 보신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회장님은 제 사수님 처남 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실례인 줄 알면서도 불쑥 연락을 드렸어요……. 곤란하시면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혹시 괜찮으시다면…… 지금 회장님 도움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서요.”

-…….

얼마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던 수화기 너머에서 뭔가 결심한 듯한 김성수의 목소리가 나왔다.

-안 그래도 어제 몇몇 의원들과 식사를 했는데 경찰청장을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는 얘기들을 하더라고요. 난 나하고는 별 상관없는 얘기라고 생각해서 귓등으로 흘려들었는데, 지금 보니 상관이 없는 얘기가 아니었군요.

“그럼 그 말씀은……?”

-지금 청장이 우리 매형한테 잘해 주고 있다니 그럼 더 계셔야 되겠네요. 일단 알았습니다. 제가 국회에 못 가더라도 다른 의원들을 시켜서라도 응원 사격을 좀 해 주라고 할게요.

“그게 정말이세요? 진짜 도와주실 건가요?”

-하하, 국회의원이라고 다 거짓말만 하는 건 아닙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보세요. 오늘 위원회 가서도 잘 하고 오시고.

* * *

오후 2시를 기해 국회 내무 분과 위원회가 열렸다.

먼저 야당 의원인 김주석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청장에게 묻겠습니다. 지금 경천동지할 두 개의 사건이 연달아서 터졌습니다. 청장은 이 두 사건이 테러에 의한 사건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두 사건에 대한 경찰청장의 입장부터 묻고 싶습니다.”

김주석 의원의 발언이 시작되자마자 조연희는 뭔가 재빨리 메모를 하더니 청장 뒤편에 앉은 정보국장을 통해 건네주었다.

조연희에게 메모를 건네받은 정보국장은 살짝 밑으로 해서 청장의 손에 쥐여 주는 것이었으며 답변은 메모를 참고해서 하기로 미리 약속이 되어 있었다.

천세용 청장이 헛기침을 하며 발언을 하기 위해 마이크 앞으로 다가앉았다.

“흠, 흠. 현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테러라는 증거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보다는 자동차의 결함이나 실화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게 애매하게 대답을 하자 김주석 의원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니, 차량이 폭발해서 바로 며칠 전까지 같이 의정 활동을 하던 동료 의원이 죽었습니다. 그게 폭발물에 의한 테러가 아니면 뭐겠습니까? 그리고 사고 현장인 평창동은 최고 등급의 보안 시설이 되어 있는 곳입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데가 아니란 말입니다. 도대체가! 수사를 이딴 식으로 대충대충 하니까 범인들이 우릴 우습게 보는 것 아닙니까!”

김주석 의원이 카메라를 의식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틈을 타 조연희가 얼른 또 다른 메모를 건넸다.

“한번 말씀해 보세요! 대체 수사를 어떤 식으로 했길래 일이 이 지경이 된 겁니까!”

“답변드리겠습니다. 현재까지 제출한 보고서에는 전부 순서를 매겼습니다. 제1보에서 현재 3보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전부 대통령한테까지 보고가 되었고요. 근데 그 어디에도 테러라는 증거는 현재까지 나온 것이 없습니다. 의원님께서는 계속 범인들을 잡으라고 말씀하시는데, 혹시 범인에 대한 정보가 있으시면 저희한테 협조를 좀 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 원, 기가 차서. 이거 봐요, 청장! 지금 수사를 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네 경찰 조직 아닌가 말입니다! 지금 누구한테 협조 운운하는 겁니까!”

“모든 건 사건을 빨리 해결하기 위함이고, 의원님이 하도 범인 범인 하시니까 진짜로 있다면 빨리 검거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

“그리고 자꾸 테러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저희는 아무리 조사해도 테러에 대한 용의점을 찾기가 힘이 듭니다만, 의원님은 우리 경찰이 모르는 테러에 대한 증거를 갖고 계시는 겁니까?”

“……!”

“그렇다면 우리한테도 정보를 공유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청장이 그렇게 말을 하자 김주석 의원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한 손을 허리춤에 얹고는 목청을 높여 청장을 향해 손가락질을 시작했다.

“아니 뭐야? 이봐 경찰청장! 당신 말 다 했어! 뭘 내가 범인을 알고 증거를 안다는 거야! 그런 식으로 말장난이나 하면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면 안…….”

[삐이!]

때마침 김주석 의원의 질의 시간이 끝이 났는지 버저가 요란하게 울렸다.

“네, 다음은 존경하는 우리 심정섭 의원님, 발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국 철강 대표인 여당 심정섭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 경찰이 취하고 있는 사후 조치들을 보면 말이죠, 한심하기 짝이 없어요. 기껏 한다는 것이 형사들 두 사람을 국문회 멤버라고 알려진 사람들 주위에 배치한 것이 전부 다란 말입니다. 그래 갖고 제대로 제3, 4의 추가 범죄를 막을 수나 있겠냐는 말이지.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검문검색을 한다든가 뭔가 그렇게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도 범인들이 겁을 먹을지 아닐지 모르는데 이건 한심하다 못해 기가 찹니다. 국민들이 뭐라고 경찰을 비웃는지나 압니까? 물 경찰이랍니다. 물 경찰! 청장은 여기에 대해서 책임을 지세요! 사퇴하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옳소!]

[청장은 물러나라!]

삽시간에 장내 분위기가 청장에게 불리한 쪽으로 돌아갔다.

청장은 몸을 반쯤 돌려 뒤에 앉은 조연희를 쳐다보며 다급한 표정을 했다.

조연희는 책상 위에 있던 볼펜을 땅바닥에 떨어뜨린 후 줍는 척을 하면서 슬쩍 새로운 메모를 전달했고, 메모를 본 청장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면서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 전국 일제 검문검색을 거론하셨는데 전국적으로 범인을 찾기 위해서 일제 검문검색을 하는 것은 예방 경찰의 활동입니다. 즉, 그것은 잠재적인 범의(犯意: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말함)를 가진 자에게 경찰력을 과시하고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여 더 이상 범죄를 행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바로 이 자리 국회에서도 불심검문에서 수상한 물건을 소지했거나 거동이 수상한 자로 인식을 했어도 본인이 승낙하지 않으면 경찰관이 동행을 강요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것은 즉, 거수자가 동의하는 임의 동행만 할 수 있도록 경직법을 개정했는데 그 하나만으로도 우리 경찰은 검문검색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예컨대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어도 상대가 불응하면 달리 제지할 길이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왜 그런지 아십니까? 심정섭 의원님.”

“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아니, 내가 그걸 왜 알아야 돼! 쓸데없는 소리로 주제 흐리지 말고, 어서 사퇴…….”

“쓸데없는 소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왜 알아야 하느냐고 물으시면 상당히 곤란한데요. 다 국회에서 그렇게 만든 것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좀 전에 국문회 멤버들에게 형사 두 사람만 붙여 놓았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건 꽤나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자 심정섭 의원이 기가 찬다는 듯 피식거렸다.

“아니 형사 몇 명 배치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청장 저 사람 인제 정말로 갈 때가 된 모양이지?”

그러면서 주위를 둘러보며 동료 의원들의 동조를 구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옳소!]

[청장은 추한 꼴 보이지 말고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와라!]

땅땅땅!

“아아, 조용히 하세요. 아직 경찰청장 답변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여당의 상임위원장이 그렇게 의원들을 제지했다.

“감사합니다. 형사들이 하는 일은 범인을 잡는 것입니다. 범죄자를 제압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진압 경찰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지요. 그리고 파출소 직원들이 정복을 입고 순찰하는 것은 예방 경찰 활동입니다. 아까 의원님께서는 전국적인 검문검색을 안 한다고 지적하셨죠? 그건 지금의 사건에 대비해 보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경찰 활동입니다. 만약에 테러 집단이 있다는 가정하에 그들이 또다시 제3의 범행을 모의하고 있다면 그건 당연히 국문회 멤버가 되지 않겠습니까? 범죄자들의 대상이 되는 피해자들이 가까이 있는데 어디에서 나타날지도 모르는 것을 가정해서 전국적인 일제 검문검색을 한다는 것은 심각한 경찰력 낭비라고 생각하는데 의원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

“그리고 배치된 인원수가 적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닙니다.”

“왜 그게 안 중요해! 범인을 찾아서 잡을 능력이 안 되면, 쪽수라도 많이 달아 놔야 될 것 아니야!”

“찾아서 잡을 능력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는 거라 해 두겠습니다. 그리고 설령 테러범이 있다고 치고 그들이 배치된 형사들을 공격한다? 그렇다면 그땐 이야기가 다르지요. 대한민국의 공권력을 부정한 단체를 색출해야 한다는 명분이 그 시점부터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특별 호구조사는 물론, 수시로 각 지역마다 임시 반상회를 개최하여 어떻게든 잡아낼 생각입니다. 지금 이미 방범국에서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저희에게 많은 협조를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청장이 그렇게 조리 있게 맞받아치자 당황한 심정섭 의원은 버럭 고함을 질러댔다.

“뭐? 고작 생각해낸 게 그건가? 그래서, 지금 경찰이 잘했다는 거야 뭐야! 순 자기 변명뿐이잖아! 다 필요 없고, 청장은 사퇴하시오!”

그러면서 주변의 의원들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사퇴해!]

[사퇴해!]

땅땅땅!

“아아, 조용히 하세요. 조용!”

상임위원장이 제지를 하는데도 사퇴를 종용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경찰이 무능한 건 다 청장 때문이다!]

[청장은 물러나라!]

[사퇴해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자 조연희는 초조한 얼굴로 청장을 쳐다봤다.

청장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뭔가 단단히 화가 났을 때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청장의 버릇이었다.

자존심이 강한 천세용 청장은 저런 소리를 들을 바에야 차라리 때려치운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조연희는 급히 정보국장에게 뭔가를 적어 건넸다.

정보국장이 조심스레 청장에게 메모를 건네려고 했으나 이미 화가 난 청장은 받으려고 하지 않았고, 남강오 정보국장이 곤란하다는 얼굴로 조연희를 쳐다보자 조연희가 다급히 귓속말을 했다.

“빨리 읽으라고 하세요. 김성수 의원이 도와준다고 했어요!”

김성수 의원이라는 말에 정보국장은 흠칫 놀란 듯했지만 이내 청장에게 귓속말로 전달을 했다.

장내는 사퇴하라는 고성에 파묻혀 귓속말을 하는 행동을 딱히 문제 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상임위원장이 청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경찰청장은 답변할 부분이 있으면 하기 바랍니다.”

시선을 밑으로 깔고 메모를 숙지하던 청장은 뭔가를 결심한 듯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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