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졸순경이 경찰청장 되기-799화 (799/869)

제 799화

#799. 금광

가까이 가서 사자상을 보던 정일우 사장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 참 희한하다.

그래도 뭔가 아쉽네요, 동서남북 귀퉁이에 사자가 한 마리씩 딱 있어야 제대로 모양이 살 텐데…….”

“그야 그렇겠지요, 나머지 세 마리는 황금 사자상이었으니까.”

아무영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정일우 사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금요? 진짜로?

저 사자상은 그냥 돌인데요, 돌?”

“서쪽 사자상은 화강암이고, 나머지는 전부 은은하게 금빛이 도는 황금 사자상이었지요.”

“허어……. 그래서 훔쳐간 모양이구만…….”

정일우 사장이 아쉽다는 얼굴을 하자 아무영이 탑을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떠나는 날이 있으면 돌아오는 날도 있는 법.

언젠가 올 거라고 믿고 지금은 그 자리를 다시 바로 세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아무튼 정 사장님만 믿겠심니다. 잘 좀 부탁합니데이.”

그러면서 꾸벅 인사를 하자 정일우 사장도 같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니, 저야말로……. 이렇게 좋은 걸 받았는데 대충대충 할 수는 없지요.

최선을 다할 테니 맡겨 주시소.”

그러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을 하는 정일우 사장이었다.

* * *

부산 동부경찰서.

경주 외동으로 출장을 보냈던 형사들이 낯선 노인 한 명과 중년의 남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과장님예, 이분은 경주 외동읍에 아씨 집성촌의 촌장을 맡고 계시는 아영무 어른이시고예, 이분은 촌장님 아드님이라예. 성함이?”

금 형사가 이름을 까먹었는지 그렇게 물어보자 중년의 남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아성무라고 하니더. 아부지 모시고 고마 외동에서 조용히 살고 있지예.”

“형사과장을 맡고 있는 김세민이라고 합니다.”

“그란데 우리 작은아부지가 돌아가싰다문서예? 작은아부지 지금 어디 기시는데예?”

작은아버지가 아무영이란 말에 김세민이 한 번 더 이렇게 물었다.

“그럼 돌아가신 아무영 씨가 삼촌이란 말입니까?”

“우리 동네는 다 아씨 성을 가진 사람들만 살고 있시니까 촌수 따질 필요도 없이 다 사촌간이고 형제들이시더. 다들 살기도 애럽고 또 시골에 들어와서 살겠다는 여자도 없시니까 혼자 살다가 죽는 사람들도 많지예. 인자 우리 죽고 나문 다보탑 수호지기도 다 끝이라예. 나라에서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고 우리도 탑을 지대로 지키지 못했는데 조상들 볼 염치도 없고 말이시더.”

그렇게 말하면서 들고 온 비단 보자기에 곱게 싼 물건을 꺼내 놓았다.

“아무도 우리 일에 관심을 안 가져 줬는데 인자 관에서 이리 높으신 양반이 우리 일에 관심을 가져 주시니까 지가 한번 가져와 봤니더.”

그렇게 말하면서 펼쳐 놓은 것은 오래된 가죽을 말아 놓은 것이었다.

“이게 뭡니까?”

“바로 ‘다보 도해多寶 圖解’라예.”

“……!”

다보탑의 건축 비밀을 아사달이 직접 그려 넣은 설계도였다.

다보탑 자체가 너무나 난해했기에 후세에 복원해야 할 일이라도 생기면 참고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었는데, 사슴 가죽에다가 그려 넣었기 때문에 오랜 기간을 아무 손상 없이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게 정말 아사달이 직접 만든 것이란 말입니까? 그런데 이게 왜 박물관에 있지 않고…….”

김세민이 눈앞에 펼쳐 놓은 설계도를 보면서 믿기지가 않아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영무 촌장이 김세민의 탁자 위에 놓인, 죽은 아무영이 품에 가지고 있었던 현진건의 무영탑 소설과 문현동 포 부대 무허가 집에서 가지고 온 바인더 북을 보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과장님 지금 저거 무영이한테서 나온 거지예?”

“그렇습니다.”

“지하고 무영이가 동갑이고, 현진건이 우리 형님뻘이지예.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때 현진건이 경주를 다녀갔심니더. 그라고 우리 마을에서 하룻밤 자고 갔는데 그때 우리 얘기를 듣고 갔거든예.

그라고 나서 동아일보에 ‘고도순례 경주’라는 기행문을 기고했는데 그 안에 불국사 기행이란 편이 있고 거기에 다보탑 황금 사자상이 또 한 개가 도난당하고 없었다고 고렇게 적혀 있거든예? 그기 아마 1929년도인가 그럴 거시더. 1925년에 총독부에서 불국사 부분 보수 공사를 하기는 했거든예. 보수 공사라기보다는 지들이 볼 때 불국사와 석굴암에 대체 뭐가 있는지 조사해 보는 차원이지, 그때는 지들이 어릴 때인데 가 보문 보수 공사는 하지 않고 측량하고 조사하고 밖으로 탑을 실어 내가는 것을 봤심더.”

“탑을 실어 내가는 것을 봤다고요? 지금 석가탑이나 다보탑은 제자리에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물었더니 아영무 촌장이 손을 내저으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아이시더. 불국사 경내에 석가탑이나 다보탑 말고도 작은 탑들이 많이 있었심니더. 대웅전 뒤에 있던 석조 사리탑도 일본의 와카모토 제약 회사 회장이 가지고 있다가 1910년에 경주군 주임 서기를 하던 기무라 시즈오가 잡지에 기고를 하면서 그 사실이 알려지자 고마 쪽이 팔맀는지 34년에 우리 총독부에 다시 반환을 했다 아잉교.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고 말이시더. 그라고 간재 이덕홍이라는 조선 시대 선비가 경주를 여행하고 ‘동경 유록’이라는 문집을 남겼는데 거기에 보문 그 당시에 여기 불국사가 천 칸이 넘는 대사찰이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심니다. 조선은 유교가 흥하고 불교를 억누르는 정책을 펼쳤는데도 조선 초기에는 여전히 고려의 영향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어서 임진란 때 완전 소실되기 전까지는 천 칸이 넘는 전각이나 요사 채가 있었다고 보문 각 전각 사이에는 스님들이 기도하기 위해서 작은 탑들이 다 있었다고 봐야 안 되겠능교? 그라문 대체 그 탑들이 몇 개나 되겠능교? 계산이 안 된다 아잉교? 아마 임진란 때 거의 다 가져갔을 거시더.”

거기까지 얘기를 하고서는 목이 말라서인지 앞에 놓여 있던 물컵을 들어서 단숨에 들이켜는 모습이었다.

“근데 황금 사자상이라고 말씀을 하시고, 어제 만난 나국배도 황금 사자상이라는 얘기를 하던데 그럼 도난당한 그 사자상은 전부 황금으로 만든 것입니까?”

김세민이 나국배를 만났다고 얘기를 하자 아영무는 깜짝 놀란 듯한 모습이었다.

“과장님이 나국배를 만났다고예?”

“네, 그랬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무영이가 굉장히 오랫동안 금마를 잡을라고 조사도 많이 하고 가는 데마다 쫓아다녔다 아입니까. 금마 아부지인 나경수가 소네 통감 따까리를 했거든예. 그라고 소네가 석굴암을 통째로 뜯어다가 서울로 옮기라고 지시를 하고 그 작업을 나경수가 했는데 고마 소네가 이토가 하얼빈에서 죽고 나서 얼마 안 있다가 같이 죽었다 아잉교? 그라이 소네가 시키는 대로 조선에서 문화재를 일본으로 보내려고 준비하던 나경수가 그걸 다 먹어 버렸겠지예. 소네는 풍문에 들으니까 자식이 없어 가지고, 여기서 가져간 문화재도 전부 야마구치현에다가 기증을 하거나 왕실에 보냈다고 카더라 아잉교.

우리나라 사람 입장에서는 돌로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인 거라예.”

“그랬군요…….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까 황금 사자상 얘기를 더 듣고 싶은데요.”

“아 참, 그 이야기 하다가 말았제.

그거는 우찌 보문 황금 사자가 맞기도 하고 아이기도 하니더.”

“그게 무슨 말씀인지?”

“이거 함 보시소.”

그렇게 말하면서 다보 도해의 어느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아 촌장이었다.

“여기, 여기 보문 사자상 그림 옆에 ‘은율’이라고 적어 놓은 것 보이시지예?”

그 말에 김세민이 고개를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과연 ‘殷栗’이란 글씨가 보였다.

“네, 이건…… 밤이 많다? 뭐 그런 뜻입니까?”

“맞니더, 은율에는 밤농사를 많이 한다꼬 그렇게 말을 하데예. 그란데 은율에는 밤보다 금광이 많이 있었심다.”

“금광이요?”

옆에서 얘기를 듣던 유철 형사가 금광이라는 말을 듣자 꽤나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영무 촌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 이야기를 이어 갔다.

“나경수가 그 금광 100만 평을 먹었다 아잉교. 후에 우리도 마 신문을 보고 나경수 금마가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알게 되었니더. 그라고 다보탑 네 마리 황금 사자상은 황해도 은율에서 가져온 금돌로 만들었다고 그렇게 기록이 남아 있는 거라예.”

“금돌은 또 뭡니까?”

자꾸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사라는 것이 원래 알지 못하거나 숨겨져 있는 사실을 파헤쳐야 하는 것이므로 의문이 드는 것은 무조건 묻고 또 물어서 끝을 봐야만 하는 한없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했다.

“금돌은 말 그대로 금줄이 박혀 있는 돌이라예. 금광에 들어가서 돌을 캐 보문 마치 허연 누룽지 같은 것이 돌 속에 박혀 있는데, 그게 규석이 함유되어 있는 금돌로서는 최고의 상품이라고 하더라고예. 금을 제련할 때 규석이란 광물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황해도 은율에서 나는 금돌은 아예 돌 속에 규석이 박혀서 나오니까 따로 규석을 매입해서 제련을 안 해도 되어 가지고 경제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심니다.”

“그럼 다보탑에 있던 사자상은 그 금돌을 가지고 와서 세공을 했다는 말이군요?”

김세민이 그렇게 물어보자 아영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라 때부터 은율은 금이 나는 곳으로 유명했다고 그라데예.

그라이 아예 금돌을 가져다가 사자상을 깎을 생각을 안 했겠능교.

근데 이상한 게 하나 있심니다.

동서남북으로 사자가 네 마리다 아입니까. 그중에 동쪽, 남쪽, 북쪽에 있는 사자상은 금돌로 만들었고예. 지금 남아 있는 서쪽 사자상만 화강암으로 만들었다, 이 말입니다.”

아영무 촌장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다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라이 일본놈들이 그것만 빼고 쌔벼 갔구만.”

“이왕 만들 때 돈 좀 더 써 가지고 삭 다 금으로 하지, 와 그것만 그냥 돌빼이로 했는고?”

금정산 형사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유철 형사가 그런 금 형사를 보며 키득거렸다.

“금 형사 꼭 니 같네.”

“저예? 와예?”

“아니, 니가 전에 그랬다 아이가. 충치 치료 싹 다 금니로 하고 싶었는데 돈이 모자라 가지고 되는 만큼만 금니로 하고 나머지 하나는 아말감으로 대충 때웠다매.”

“하이고, 유 형사님도. 지금 그런 이야기가 여기서 와 나옵니까? 예?

그 신변잡기를 그래 공개해뿌고 그라시면 안 되지예! 아이면 유 형사님이 내 이빨 이거 금니로 좀 해 줄랍니까?”

“내가 왜 해 주노, 임마. 우리 딸래미들 맛있는 거 사 줄 돈도 부족한데.”

형사들이 그렇게 웃고 떠들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자 아영무 촌장과 아성무 씨도 처음의 긴장했던 모습과는 달리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거 미안합니다. 저희가 조금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들 산으로 가기 일쑤라…….

계속 말씀하시지요.”

김세민이 그렇게 이야기했더니 아 촌장이 아니라며 손을 내저었다.

“어데예, 저희는 형사님들이라 해가 무섭고 그런 분들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까 다들 정감 있고 좋은 분들 같네예. 괜찮심니다.

아무튼 그거야 사자상을 깎은 사람만 그 까닭을 알겠지예. 그게 햇빛을 받으면 은은하니 금빛이 착 감도는 게 황홀하거든예. 화강암으로 된 서쪽 사자상은 그에 비하면 좀 밋밋하고…….

저희 집성촌 어른들은 옛날부터 저게 동쪽에서 해가 뜨고 서쪽으로 해가 지니까, 사람의 인생을 표현한 거라고 말씀하시긴 했는데 뭐 모르지예.”

“그렇군요.

아무튼 아씨 집성촌에서는 예전부터 다보탑을 비롯해 나경수, 나국배를 주시하고 계속 추적을 했다는 이야기지요?”

“마,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희는 사라진 다보탑의 사자상 3구 중에 적어도 2구는 나국배 금마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아무영이 근 50년을 나경수 나국배 부자를 쫓아다녔었고예. 그란데 볼 때마다 시치미를 딱 떼고서 자기네는 사자상하고 아무 관계도 없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더랍니다. 우리가 경찰서에 고발장도 내 보고 청와대에 진정서도 내고 했는데도 그럴 때마다 경찰서 정보 형사들이 찾아와서 자꾸 돈을 내놓는 거라예.”

“정보 형사들이 돈을?”

“진짭니다. 그래가 우리가 그거 안 받는다 카면 으름장을 놓으면서 안 받으면 직인다 카고……. 그래가 우리는 또 도망 다니고 그라다가 지금까지 왔지예.”

“……그런 일이 있었군요.

나경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은데요.”

김세민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아영무 촌장은 목이 타는지 잔을 들어 물을 들이켜고는 뭔가 결심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 *

1930년.

일본은 팽창하는 제국주의에 걸맞게 해금(解禁: 개인이 금을 맘대로 사고팔 수 있고 금 광산을 출원해서 금광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정책)정책을 내세우면서 금본위 화폐 정책을 전격적으로 시행하였다.

대륙에 진출한 박문여단이 보내오는 막대한 금괴를 처치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1925년 총독부 주관으로 경주 불국사에서 복원 작업을 지휘하던 나경수는 외동 아씨 집성촌에서 아영무의 부친인 아무진을 만나서 다보 도해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보 도해를 빼앗기 위해서 자신이 직접 아무진을 유인해 칼을 찌르고 다보 도해를 빼앗으려 했으나, 필사적으로 도망친 아무진은 아들인 아영무에게 다보 도해를 넘기고는 절대 세상에 내보여서는 안 된다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한편, 다보 도해에서 은율이란 지명을 본 나경수가 그길로 은율을 찾아서 가 보니 이미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오리포란 바닷가에서 사금을 채취하고 있었다.

‘사금이 냇물을 따라서 이렇게 흘러 내려올 정도면 저 위에 있는 산이 대박이란 소린데, 차라리 저 산을 사야겠구나.’

그렇게 판단이 선 나경수가 그 산을 사려고 보니 이미 일본의 한 목재 회사가 그 산을 통째로 다 가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때를 기다리다가 5년 후에 일본이 금본위 정책을 실시하고 개인이 금광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선포를 하자마자 곧바로 200만 평의 금광을 출원하게 되었다.

당시의 법에서는 땅 임자 따로, 금광 따로였다.

즉, 땅 임자가 있어도 금광을 먼저 하겠다고 출원하는 자에게 허가를 해 주었으며 금광을 하는 자는 땅 임자에게 매달 사용료와 나중에 폐광을 했을 때 원상 복구만 해 주면 그만이었는데 이는 전국적으로 금을 보다 많이 수탈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너도나도 금광을 하겠다고 출원을 하는 바람에 개인당 100만 평으로 한정을 하게 되자 뒤늦게 자신의 산에 누군가 금광을 출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본 목재 회사가 나경수를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나머지 금광 100만 평 출원권을 우리 회사가 사겠소.”

“팔 생각이 없는데요.”

“부르는 값이 얼마든 사겠소, 그러니 파시오!”

그렇게 해서 졸지에 엄청난 돈을 손에 넣은 나경수는 그 돈을 종잣돈으로 해서 본격적으로 금광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또 희한한 일이 있었다.

나경수에게 거액을 주고 출원권을 산 목재 회사의 산에서는 거짓말같이 금맥이 뚝 끊겨 버렸고, 나경수가 새로 알아보고 구입해 파기 시작한 금광에서는 삽질 한 번에 금돌이 우수수 쏟아졌다.

그 바람에 총독부에 세금을 바치고도 몇십 대가 대대로 먹고살 만한 재산을 손에 넣었지만 해방이 되자 북한에 있는 금광은 전부 공산당에 몰수당하고 말았고, 다행히 나경수의 집이 서울에 있었던 관계로 현물 및 부동산을 많이 챙겨 놨기 때문에 나국배가 그 덕을 고스란히 본 것이었다.

“……제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돌아가 보겠심니다.”

“벌써 가시게요?”

“예, 온 목적은 달성했으니 이제 돌아가야지예.”

“그러지 마시고 이왕 오신 김에 조금만 더 머물다가 가시지요. 식사도 좀 하시고…….

김철중 형사.”

“예, 과장님.”

김세민이 김철중 형사를 불러 귓속말로 뭔가 이야기하자 김 형사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영무 촌장과 아성무를 데리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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