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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31-17화 (17/269)

제17화

‘그런 문제도 있지만…….’

류하리는 시현이 이 상황에서 과연 어떤 짓을 할지 그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예요? 정말 범인을 설득할 건가요?”

“네. 그걸 위해서 우선 범인을 만나도록 하지요. 마침 우리 통행증이 나오네요.”

“통행증?”

류하리가 그런 의문을 품었을 때였다.

-문이 열립니다.

차임벨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장 변호사가 걸어 나오다 흠칫 놀랐다.

“히익. 당신들 뭐야?”

“어제 보셨잖습니까? 시현탐정사무소의 시현입니다.”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왜 여기 있어? 여, 여긴 내 집도 아니라 우리 부모님 집인데? 설마 당신들 지금 나 미행한 거야?”

“부모님 집?”

류하리도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

장 변호사는 어제 BJ젠다 습격사건에 연류된 이후 아마 겁이 더럭 났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사무실, 오피스텔, 집이 아니라 더 많은 가족이 있는 독립 전의 부모님 집에 와서 하루를 보낸 것일 텐데…… 시현은 어떻게 알았는지 거기서 대기를 했다.

장 변호사 입장에서는 가슴이 철렁할 수밖에.

어디로 도망가도 다 잡을 수 있다.

그런 협박처럼 보이지 않는가?

‘이미 범죄의 영역이네.’

류하리가 당황할 때 시현이 쐐기를 박아 넣었다.

“이미 카톡을 보내놨는데 못 읽은 척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슬슬 출발하려하는데 같이 가시죠.”

“아니, 어딜?”

“현재 BJ젠다를 포함해 이번 사건의 멤버들 모두 경찰의 밀착경호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견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 그러니까 내 변호사로서의 자격이 필요해서 왔다고? 부모님 집까지?”

장 변호사는 식은땀을 흘렸다.

“네. 사채업자들이 돈 받아낼 때 하는 수법이지요. 나는 너의 집을 알고 있으며 가족관계도 알고 있고 필요하다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잡을 수 있다. 뭐 그런……. 안심하세요. 저는 사채업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불륜전문 탐정이니까.”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시점에서 이미 협박이나 다름없다.

‘집이랑 사무실 다 찾아와놓고 이제 와서 무슨. 이거 엄청 위험한 놈이네.’

장변은 당황해서 시현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대체 날 보고 어쩌란 말이야?”

“일단 이번엔 은평 크루 편집자 뒷심에게 전화해서 그에게 수임을 받으세요.”

“뒤, 뒷심이 범인이라면서?”

“네.”

“그런데 지금 날 보고 뒷심에게 수임을 받으라고? 살인자를 만나러 가자 그건가?”

“이 살인자는 직접 대면하고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해요.”

“하나 더 있지! 상대가 아예 날 의식하지 않고 있을 때!”

“그럼 이미 늦었군요. 어제 습격을 방해한 인물이 변호사 장변과 그가 데려온 사람들이었다는 걸 경찰들이 그에게 알려 주면 싫어도 당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

“이미 당신은 이 일에 말려들었어요. 기왕 말려들었으니 끝까지 돌파합시다.”

“으아아아악! 다, 당신 대체 뭐야!”

장 변호사는 머리를 벅벅 쥐어뜯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 * *

편집자 뒷심의 자택은 은평구에 위치한 연립주택 단지였다.

“장변법률사무소입니다.”

장 변호사는 자택을 경비하고 있던 경찰들에게 신분을 제시하고 편집자 뒷심과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편집자 뒷심은 어제 류하리에게 맞았던 콧잔등에 반창고를 붙이고 코피를 탈지면으로 막고 그들을 맞이했다.

곱슬머리를 투블럭으로 깎았는데 목이 좀 길어서 인상에 남는다.

“으.”

장 변호사는 절대로 멍청한 사람이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 멍청한 짓을 하고 말았다.

상처 입은 뒷심을 보고 무심코 신음성을 토한 것이다.

저 상처는 뒷심이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다.

물론 법적인 증거능력은 없지만 심증에서는 200%확정이다.

그걸 보고 신음성을 토한 그를 대신해 시현이 말했다.

“꽤 아프겠군요. 괜찮습니까?”

“아, 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시현탐정사무소의 시현입니다. 이쪽은 제 조수고요.”

시현이 자신과 류하리를 그렇게 소개했다.

“그러시군요.”

뒷심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류하리를 바라보았다.

“저를 경호하는 쪽은 은평경찰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러더군요. 어제 BJ젠다가 습격당했을 때, 마포경찰서 사람들이 폭한을 격퇴했다고. 후후후. 그런데 장변님. 어제 BJ젠다가 습격당할 때 같이 있었던 사람들은 당신들이지요? 이상하네요. 그들은 경찰이 격퇴했다고 했던데?”

“아, 그건…….”

류하리는 대답할 말이 궁해졌다.

경찰들은 류하리가 범인을 격퇴한 걸 가지고 경찰이 범인의 습격을 저지했다고 말한 모양이었다.

하긴 경찰이 아니라 변호사가 데려온 사설탐정이 격퇴했다고 하면 밀착경호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 협조적으로 나설 리가 없다.

경찰조직이 사방팔방에서 두들겨 맞고 있는 지금, ‘우리도 일하고 있다.’는 증거에 이 이상 좋은 것도 없고 실제로 류하리가 경찰이기도 하니까.

‘잠입수사중인데 다들 알고 불어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이래서야 범죄조직에 위장잠입 같은 거 할 수 있겠냐?’

류하리는 경찰들의 느슨한 보안의식에 치를 떨었다.

“그래서 다들 여기 와 계시면 후후. 지금 젠다는 그냥 경찰과 있겠군요.”

뒷심이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큰일이다. 지금 BJ젠다를 노리면…… 지킬 방법이 없어!’

류하리는 자신이 뒷심의 함정에 빠졌다고 여기고 당황해서 시현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시현은 태연자약한 게 아닌가?

아니, 오히려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당황하지 마세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이 친구는 무슨 초월적인 악인이 아니라 오히려 사기 당한 피해자 쪽이죠.”

“뭣?”

뒷심은 자신을 안쓰럽게 보고 있는 시현을 보며 당황했다.

“그럼 거두절미하고 물어보겠습니다. 자수할 생각은 없습니까?”

“웬?!”

“자, 자수?!”

류하리와 장 변호사도 기겁했다.

* * *

다들 뒷심이 범인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설마 보는 앞에서 자수하라고 단도직입으로 말할 줄은 몰랐다.

“하. 자수하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신? 내가 범인이라고? 뭐 증거 있어? 왜 그런 헛소리를 하는데?”

“헛소리가 아니라 충고하는 겁니다. 지금 그만두지 않으면 나중엔 죽느니만 못한 꼴로 영원히 고통 받게 될 테니까요.”

“뭐? 그게 무슨…….”

“그리고 증거를 남기지 않으면 경찰들이 못 잡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입니다. 지금 연일 언론이 경찰을 때리고 있는데 범인을 만들어서라도 잡는다면 유명한 인터넷 방송인들과 이름 모를 편집자, 어느 쪽을 범인으로 만들 것 같나요?”

“웃기지 마! 증거가 없잖아? 증거가! 나는 살인사건이 일어날 때 철저히 알리바이가 있다고.”

뒷심은 그렇게 주장하며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

“봐! 여기! 살인 사건이 일어난 시각에 나는 강남에서…….”

하지만 시현은 뒷심이 내미는 휴대폰의 사진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말했다.

“네네. 위치에 상관없이 살인을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알리바이쯤은 있겠지요. 하지만 경찰서 안에서 사람을 죽인 건 명백한 실수였어요. 이제 경찰들은 범인을 만들어서라도 이 사건을 종결시키고 싶을 거예요. 그리고 그들이 범인을 만들려 한다면 당연히 살해동기가 차고 넘쳐나는 당신밖에 없지요.”

“뭐?”

“뭐 아직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같은데 지금 당장 자수하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대신 선불 휴대폰을 하나 드리죠.”

시현은 작은 휴대폰을 내밀었다.

“이, 이건 왜?”

“아마 당신이 내게 자수하고 싶어질 때쯤이면 전화를 걸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으니까 단축키에 저장을 해 두었습니다. 음성으로 불러서 전화를 걸 수도 있도록 기본 세팅도 다 되어 있지요. 1번이라고 부르고 전화 거시면 됩니다.”

“…….”

넌 큰일을 겪을 것이고 그때를 위해서 선불 폰을 마련해서 번호를 저장해왔다는 소린데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걸 보니 무슨 예언자 같다.

‘아니, 예언자나 점쟁이라도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지는 않지. 뭐야. 이 남자는?’

류하리는 지금 이 상황을 완전히 지배하는 시현의 태도에 놀랐다.

이게 허세라면 정말 대단한 연기력이고 허세가 아니라 진심이라도…… 두렵다.

과연 뒷심은 어떻게 나올까?

* * *

그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받았다.

하지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전화기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볼 뿐이었다.

“뭐야? 당신은? 혹시 그 여자 편인가?”

“계약을 한 모두의 편이라고 해 두지요. 그래서 계약 말인데…….”

“계약?”

“네, 물론 저는 탐정이니까 무보수로 일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제가 원하는 건 수명입니다.”

“수명?”

보고 있던 류하리가 실소했다.

그러니까 BJ젠다에게서 수명을 거두는 것만이 아니라 이 남자에게도, 심지어 살인범에게도 수명을 거두는 건가?

“당신이 무사히 지금의 계약에서 도망칠 수 있게, 무사히 자수할 수 있게 해 주는 대신 수명을 조금 나눠받도록 하지요. 한 1년 정도? 어때요? 훨씬 저렴하지 않나요?”

“…….”

뒷심은 당혹스러워 했다.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내가 자수하면 어떻게 되지?”

“적당히 증거를 만들어서 기소되겠지요. 살인을 했고 경찰들을 도발했으니 중형을 면하긴 힘들 겁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당신을 정서적으로 학대했었고 또 자수했으니 사형은 면할 수 있겠지요. 무기징역이라면 실제로 감옥에서는 대충 15년 정도? 그보다 더 일찍 나올 수도 있겠군요. 자수가 성립될 때의 이야기지만.”

“젠장. 15년이라고? 15년? 장난해? 웃기지 마! 나는 잘못하지 않았어! 그 새끼들이랑 그 여자가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 나라고 살인귀가 되고 싶어서 된 줄 알아? 매 순간순간이 지옥 같았어! 죽이지 않고 버티려면 내가 자살할 수밖에 없었단 말야! 그런데 내가 자살하면 어땠을까? 그놈들이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고 괴로워하는 시늉이라도 했을까?! 아냐! 그럴 리 없지! 그놈들은 그럴 놈들이 아니야!”

“네네. 고객님. 고객님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시현탐정사무소는 언제나 고객님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비웃지마! X발!”

뒷심은 그렇게 말하며 주방에 꽂혀있던 식칼을 들었다.

“아!”

류하리는 화들짝 놀랐다.

원격으로 살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놈이 설마 자기 손으로 직접 칼을 뽑을 줄이야!?

놀란 그녀가 막아서려고 했지만 위치가 좋지 않다.

그러나 그때였다.

“미안하지만.”

시현이 손으로 뒷심의 손목을 잡았다.

“!?!?”

그 순간 뒷심은 무시무시한 힘에 깜짝 놀랐다.

시현의 키가 꽤 크지만 힘이 이렇게까지 셀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아니, 나도 보통 인간보다 훨씬 셀 텐데…….’

모종의 사건 이후로 뒷심은 괴력을 갖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둔기나 주워다가 때려도 방어흔조차 남기지 않고 쉽게 사람들을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시현은 그런 뒷심보다 훨씬 강하다.

잡힌 것만으로도 옴짝달싹을 못 하겠다.

‘설마 이대로 날 죽이는 거 아냐?’

뒷심이 두려워한 바로 그때였다.

데드맨31

스트리밍 살인사건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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