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드맨31-25화 (25/269)

제25화

“하지만 보통 그렇게 어린 애들이 범죄에 가담할 리가…….”

“그런데 이런 불량한 애들은 차나 오토바이를 좋아해요. 아무리 봐도 면허 딸 나이가 아닌 걸로 보이는 아이들이 배달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장면. 보신 적 없습니까?”

“봤지요.”

“한때는 그냥 흔한 배달 오토바이들만으로도 그런 애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제대로 된 사륜차가 등장하면 어떨까요?”

“뭐, 끝내주겠지요. 보통 줘도 안 탈 것 같은 탈탈거리는 낡은 오토바이로도 신나서 돌아다니는 모양이던데 제대로 된 차면 오죽하겠어요.”

“네. 바꿔 말하면 불법 대포차를 대줄 수 있는 업자들은 손쉽게 저런 아이들을 범죄에 가담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더 큰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서 차를 미끼로 행동대원들을 영입하는 거지요. 아, 설명하는 사이 다 왔군요.”

시현은 그리 말하고 차를 한적한 카페 주차장 앞에 댔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하는 게 아닌가?

그러자 잠시 후 문신을 하고 떡대를 키운 그림 같은 양아치 남자가 튀어나왔다.

“아니, 썅. 이 새끼가 미쳤나? 야, 이 도둑놈 새끼야! 감히 네가 내 차를 훔쳐?!”

“후, 훔쳐?!”

류하리는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

그러나 시현은 태연히 차키를 흔들어 보였다.

“훔치긴. 정당하게 키로 열었는데.”

“너 이 새끼, 그거 어디서 났어?”

“이 차 저당권 잡은 게 너희들만이 아니거든. 그런데 바로 승인 나기도 전에 너희 놈들이 가져가서 대포차로 굴렸다면서?”

즉, 이 차는 전 소유주가 여기저기 돈을 빌리며 차를 저당 잡혔는데 이쪽 양아치 남자가 속한 그룹이 먼저 잽싸게 차를 처분해버린 것이다.

그럼 지금 시현은 다른 사채꾼이나 캐피탈 업자들이 보낸 해결사 같은 것일까?

거기에 생각이 미친 양아치 남자는 시현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어, 그럼 실례지만 어디 식구십니까?”

“아, 제발 좀 그런 거 묻지 마라. 응? 너 같은 잡놈이랑 족보 맞추고 항렬 따질까? 응?”

“뭐, 임마?!”

양아치 남자는 시현이 어디 식구, 즉, 어느 쪽 조직폭력배인지 밝히지 않는 걸 보고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그냥 양아치라고 여겼다.

그렇다면 두들겨 패도 뒤탈이 없다.

그리고 키는 커도 체구는 자신보다 작으니 충분히 해볼 만하다.

그리 생각한 양아치는 대뜸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퍼억!

시현은 그 주먹에 호쾌하게 맞고 나가 떨어졌다.

“헉?!”

보고 있던 류하리도 헉 소리가 나올 만큼 강렬한 타격이었다.

분명히 크게 휘두르는 주먹인데도 시현은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맞았다.

“이 새끼야! 뒤늦게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기어들어와! 우리 밥상에 수저 꽂으면 네놈 젯밥에 수저 꽂는 거야. 알아?!”

양아치는 쓰러진 시현에게 다시 발길질을 했다.

“꼬락서니 보아하니 어디 속하지도 않은 양아치 새낀 것 같은데! 이 새끼가!”

그런데 시현이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 젠장. 이거 뒈진 거 아냐?”

양아치는 그제야 자신이 흥분해서 너무 과하게 때렸다는 걸 깨닫고 멈춰 섰다.

그리고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류하리와 눈이 마주쳤다.

“뭘 봐? 이 여자야?! 엉?! 뭐 구경거리 났어? 너 이 새끼 여자야?”

“아니, 그, 그게.”

류하리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왜냐면 그의 뒤에 시현이 어느새 다시 벌떡 일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봐. 항상 조심해야지?”

“어?!”

놀란 양아치가 그제야 시현이 자신의 뒤에 다가왔다는 걸 눈치챘지만 이미 늦었다.

시현은 팔꿈치를 들어서 양아치의 쇄골을 내리찍어 단번에 쇄골을 골절시켰다.

일단 쇄골이 골절되면 그쪽 팔은 물론 몸통 전체가 움직여지지 않는다.

대흉근에 힘을 주면 어깨뼈를 당기면서 그 어깨뼈를 지탱해 줄 쇄골에 부하가 걸리는데 쇄골이 부러지면 그곳으로 힘이 새면서 끔찍한 고통이 가해지는 것이다.

“으아아아!”

“이제 한 대인데 왜 그래?”

시현은 그리 말하고 양아치의 손을 잡았다.

-뿌득!

손목을 비틀어 가볍게 탈구시켜버렸다.

“어?! 이…… 어…….”

너무 아파서 양아치가 정신을 못 차린다.

“자, 그럼 차에 태우고…… 휴대폰 좀 검사해 볼까?”

시현은 양아치를 대포차에 태우고 그의 품을 뒤져 휴대폰을 꺼냈다.

지문 센서에 양아치의 부러진 팔을 대서 해제하는 것도 물론이다.

“오, 엄마라고 저장해놨네. 귀엽기도 해라.”

“히익! 이, 이 새끼야. 너 뭐하는 거야?!”

“뭐긴 임마. 간만에 네 어머님에게 안부전화 거는 거지. 평소에 어머님께 안부전화 많이 안 걸었을 거 아냐? 이 기회에 효도 해야지? 안 그래?”

시현은 그리 말하며 양아치의 전화로 그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송구니? 무신 일이냐?]

“아, 어머니 저예요, 저.”

[누군데? 박송구 아니에요?]

그러자 시현이 양아치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어휴, 송구야. 평소에도 좀 엄마에게 통화도 하고 그래. 응?”

시현은 양아치의 볼을 꼬집으며 비열하게 웃었다.

평소의 만사 귀찮은 죽은 시체 같은 시현의 모습을 알고 있던 류하리로서는 정말 맛깔나는 연기였다.

지금의 시현은 누가 봐도 그야말로 양아치, 깡패, 사이코 패스다.

“집 주소가 어떻게 되시죠? 송구가 많이 다쳐서 데려다 주려고요.”

[네? 애가 다쳤다고요?]

“별건 아니고 넘어지면서 크게 삐었어요. 그래서 데려다 주려는데 집 주소 좀 가르쳐 주세요.”

[XX동 들꽃빌라 301호예요. 많이 다쳤어요?]

“네. 별건 아니에요. 병원 가서 치료도 하고 약도 먹였는데 이 상태로 운전시킬 순 없잖아요. 들꽃빌라 301호 맞지요? 좀 있다가 찾아뵙겠습니다.”

시현이 전화를 끊자 보고 있던 양아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너무 아파서 식은땀을 흘리는 거기도 하지만 지금 눈앞에 이놈이 자신의 가족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공포감도 컸다.

“저, 저기 잘못했습니다. 차 가져가세요.”

“에헤이~.”

“?”

“이거 캐피탈 장사 하루 이틀 하나. 어떤 새끼가 내 껄 가져갔는데 원금만 받으라고? 너네도 장사를 그따위로 하냐?”

“뭐, 뭘 원하는 거예요?”

“호구 조사.”

“네?”

“너희 식구 호구 조사 좀 하게.”

“저, 저기요. 저희 장주 형님 밑에서 일하거든요. 혹시 장주 형님 모르세요? 저기 개봉동에…….”

“이 새끼가! 나랑 족보대지 말라고 했지?”

시현은 차에 앉혀둔 양아치를 옆 좌석에서 팔꿈치로 퍽 찍었다.

“끄아아악!”

쇄골이 부러진 녀석이 비명을 지른다.

“야야. 엄살떨지 마. 시트에 지리면 이 시트 다 뜯어내서 전부 너에게 처먹일 거야. 알아?”

“뭘 원하시는데요?”

“학범이 알지? 이번에 잡혀간 놈. 애새끼들에게 차 빌려줬다 걸린 놈 말야.”

“네. 하, 학범이 지금 빵에 있는데 왜요?”

“학범이랑 같이 애들 굴리던 놈들 있을 텐데 좀 대봐. 그놈 선후배나 가장 가까운 놈.”

“…….”

보고 있던 류하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 맙소사.”

경찰인 그녀의 눈앞에서 이런 불법의 향연이라니.

만약 그녀가 정말 경찰의 뜻대로 시현을 물 먹이고 싶다면 지금 이 장면만큼 좋은 게 없으리라.

하지만…….

‘궁금하네.’

과연 시현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그리고 이 너머에 대체 어떤 일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경찰조직에 충성하기 위해 시현을 팔고 싶진 않다.

불한당 연기를 하는 시현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재밌는 구석도 있는 남자네.’

* * *

그렇게 시현은 미성년자들에게 불법 차량 렌트를 했던 업자들을 찾아내어 그들에게서 정보를 얻고 이번에는 사고를 저지른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좋아. 태그도 다 달았고.”

시현은 불법개조 차량의 운전석 너머로 PC방 입구에서 서성이는 아이들을 확인했다.

“1주일간 조사비를 받았는데 벌써 대충 조사는 다 끝났군요.”

“아니, 그런데 저기 말이죠. 경찰 앞에서 그런 짓을 해도 돼요? 사람을 패고 고문하고 협박하고…… 불법의 종합선물세트 같은데요.”

“그래서 절 경찰 조직에 바치시게요?”

“그러니까 왜 갑자기 절 그렇게 믿느냐는 거죠. 당신을 보호하려면 이제 제가 상관들에게 능동적으로 거짓말을 해야 하잖아요?”

그동안 상관들이 일의 진척사항을 물어보면 류하리는 모른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사실이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시현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시현을 지키려 한다면 거짓말을 해야 한다.

류하리가 공범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뭐, 언제까지 당신 눈치만 보면서 비효율적인 짓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차피 당신에게 제일 중요한 것도 보였고.”

“수명 뺏는 계약 말이죠?”

“네. 그거에 비하면 이건 사소한 거죠.”

“수명 뺏는 계약을 보고서에 넣으면 제가 미쳤다는 소리를 듣겠지만 지금 건 충분히 당신을 엮어 넣을 수 있는 걸요?”

“못 할 걸요.”

“아니, 왜요?”

“그야 류 경위님은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니까요.”

“네?”

“이미 이 사건에 발을 담갔는데 도중에 절 경찰에 넘기고 끝낼 수 있겠어요? 그렇게 못할 걸요. 이 사건을 끝장내기 전까지는…….”

“아.”

확실히. 그건 류하리도 부인할 수 없었다.

일단 이 사건에 끼어든 이상 끝장을 보고 싶다.

도중에 시현을 경찰 조직에 팔아넘겨서 어정쩡하게 끝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 남자 왜 날 잘 안다는 듯 말하는 거야? 기분 나쁘게.’

* * *

하태완은 눈을 떴다.

시현탐정사무소의 안이다.

시현과 거래하기로 한 후 그만 여기서 잠들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잠이 많이 부족했었나보군. 생판 남의 집도 아니라 사무실에서 잠들다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삑삑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열리고 시현과 류하리가 들어오는 게 아닌가?

“깨어나셨군요.”

“아, 네.”

“기초 조사가 끝났습니다.”

“벌써요?”

“시현탐정사무소는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고객님도 빠른 쪽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리 말하고 시현은 녹음기를 꺼냈다.

거기에는 류하리가 입수했던 녹취록이 담겨 있었다.

시현은 녹취록을 틀며 자료를 설명해 주었다.

* * *

“그럼 사고 날 운전했던 아이는…….”

“당시 운전했던 아이는 이 패거리들에게 협박당하고 학대받던 아이였습니다. 진짜 범인은 다른 녀석들이죠. 그런데 그게 문제입니다.”

“네?”

“촉법소년인 것도 문제지만 명목상 이 녀석들은 동승자지 사고차량 운전자가 아니에요. 민사는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 걸 수밖에 없는데 그 경우 운전대 잡은 애의 책임이지 동승한 녀석들에게는 책임이 희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민사도 못 건단 말인가요? 제 아내와 아이만이 아니라 이 운전한 애까지 억울하게?”

그러자 류하리가 나섰다.

남자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가는 게 너무나도 안쓰러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 뒤에는 성인 범죄자가 있어요. 그가 아이들에게 범죄 기술, 법률 조언 등을 해 주고 촉법소년인 아이들에게 범죄를 저지르게 한 후에 그 이득을 챙기고 있으니 그 녀석을 잡으면 좀 유가족들의 한도 풀리지 않을까요?”

그러자 듣고 있던 시현이 미소를 지었다.

“아, 그건 참, 경찰이나 생각할 법한 어정쩡한 복수로군요.”

“네?”

류하리는 자신의 말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시현의 태도에 깜짝 놀랐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는 셈이지?

데드맨31

촉법의 사각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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