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드맨31-101화 (101/269)

제101화

화천추리산장 #8

“어?”

“뭐… 뭐야?!”

“으악! 가, 갇혔다!”

“너 이 새끼! 너지? 이 새끼야?!”

“이 자식들아! 됐고 덤벼! 오늘 날 잡아보자!”

대학생들은 폭력 다툼을 금지하던 시현과 떨어지자 자기들끼리 안에서 싸움질을 시작했다.

“…쯧쯧. 폭력은 쓰지 말라고 했거늘.”

시현은 그리 말하면서 턱을 어루만지고 다른 산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럼 우린 보물을 찾죠.”

“………”

“왜요?”

“이거 뭐죠?”

“뭐긴요. 락다운이지.”

“………”

“아 저 사실 뱀파이어입니다.”

“네?!”

류하리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시현의 고백에 기겁했다.

* * *

“제가 뱀파이어였다고요.”

확실히… 사람들의 눈앞에서 사라진 대학생, 김용한이라는 사람은 자신이 헌터라고 주장하며 모두에게 직업카드를 공개했다가 게임에서 배제당하기 까지 했다.

그렇다면 그가 헌터가 맞고, 그가 뱀파이어라고 지목했던 시현은 정말 뱀파이어가 맞을 것이다.

“아니 잠깐. 당신, 분명히 헌터라고 했잖아요? 왜 제게 거짓말을 했나요?”

“적을 속이려면 아군도 속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헌터인 척 해야 주도권 잡기도 편하지요.”

“그, 그래도 당신 때문에 진짜 헌터가 오히려 블러핑 범으로 오해받았는데. 심지어 사라지기까지 했잖아요?”

“덕분에 사람들이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죠.”

“덕분에?”

“뭐 괜찮습니다. 보통 그런 일 당한 사람은 나중에 구해줘도 알아서 수명을 잘 내주더군요. 사람들이 엄청난 불한당들이래서 돈도 안 갚는 놈들이 많지만 수명은 자기 지갑에서 나간다는 실감이 없어서 그런지 후불로 받아도 잘 내주더군요.”

그야 영혼도 위협당하는 그런 무시무시한 경험을 하고 나면 수명 달라는 시현의 요구 정도는 감지덕지 하며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자 보물이나 찾죠. 보물을 찾아서 절 시민으로 돌리면 이 게임은 우리 승리나 다름없습니다.”

“아니 그….”

류하리는 기가 막혀서 시현을 따라가며 물어보았다.

“뱀파이어인데 왜 시민이 되려고 하는 거죠? 뱀파이어 측에게 붙어서 승리하게 하면 되지 않나요?”

“시민에서 뱀파이어로 돌아갈 수 있는 룰 자체가 구멍인데 굳이 뱀파이어 편을 들 이유가 없지요. 게다가 류경위님이 신부인데 그렇게 되면 저랑 싸워야 하지 않습니까?”

“…….”

“우리 둘이 생존하면서 한 팀으로 이기려면 이게 제일이죠. 게다가 이 게임, 뱀파이어 측에 유리하게 짜여있긴 하지만 초반 밸런스가 휙 무너지면 게임 밸런스가 막가게 되어 있어요. 아마 산장 아저씨가 자기 소설 콘셉트를 무리하게 녹여내려고 해서 그런 거겠지요?”

시현은 그리 말하며 무전기를 들어보였다.

“정말 무전기를 통해서 저와 게임마스터만 대화할 수 있군요. 그걸로 락다운을 걸었습니다.”

시현은 그렇게 말하고 무전기를 다시 품에 넣었다.

“그럼 어서 빨리 보물을 찾아보지요. 락다운은 방탈출 게임이라지만 아까 전에 본 바로는 방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사람이 많이 들어가 있으면 쉽고 빠르게 나올 겁니다. 물론 저들의 경우는 대학생들끼리 치고받느라 방탈출에 신경 쓸 틈이 없어 보이긴 합니다만.”

“그런데 어째서 계약은 그렇게 쉽게 해지해주려고 했나요?”

류하리는 시현이 김춘석의 계약을 쉽게 빼준 것에 의아해했다.

하다못해 휴대폰을 파는 대리점에 가서 계약을 하더라도 단순변심으로 해지하려면 산 넘고 물 건너 악전고투를 치러야 하는데 너무 쉽게 계약을 해지 해 주는 게 아니냐?

“지금까지 저는 악마의 꼬임에 빠져 복수하겠다고 영혼을 팔려는 사람들을 보다 더 합리적인 플랜으로 구해왔습니다. 그래도 물론 벌을 받아 마땅한 악인들에게는 그 나름의 대가를 치르게 했지요.”

“…그랬어요?”

“네. 그렇지 않으면 고객만족이라고 할 수 없지요. 용서받을 자격을 갖추지 못한 놈을 일방적으로 용서하라고 하면 고객이 만족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그런데 이번 사건은 좀 문제입니다. 일단 저들 대학생 둘이 가해자인건 분명한데 죽을죄를 지었냐 하면 그건 아니고, 그렇다고 또 바로 처넣을 범죄를 저질렀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장시간 길게 괴롭혀왔잖아요? 집안 전체를 거덜 냈고. 또 부모의 원수? 포괄적으로는 부모의 원수라고 할 수 있겠군요. 게다가 말하는 걸 보니까 애초에 대등하게 보질 않아요. 무슨 머슴 대하듯 하던걸요?”

류하리가 그렇게 말하자 시현이 혀를 찼다.

“류 경위님.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하는 데 그럼 류 경위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할 겁니까. 이거 입건 가능하다고 봅니까? 경찰로서 생각해보시지요?”

“…미, 민사라면 모를까 형사는 어렵겠네요.”

시현에게는 어떻게 좀 해보라고 부추기는 발언을 했지만 정작 류하리 자신이 이 대학생들 간의 알력을 해소하자고 생각해보니 손쓸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

모친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던가 까불면서 모욕하고 하찮게 업신여기긴 했지만 그것이 법을 크게 위반한다고 할 수 는 없었다.

“미워해서 죽이려 하는 마음은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화끈하게 그 마음을 풀어줄 수도 없단 말이지요.”

“그래요? 하지만 그럼 당신 여기 와서 헛발질 하는 거 아녜요?”

현재 상황은 돈을 받는 계약이 아니라 수명을 받아야 수지타산이 맞는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상황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시현을 의심하지 선뜻 시현에게 이 사태를 해결해달라고 수명을 내놓지 않았다.

아무래도 마피아 게임을 변형해서 만든 이 뱀파이어 헌터 게임은 사람들을 서로서로 의심하고 경계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묘하게 침착한 시현에게 의존하다가도 시현이 수명이야기를 꺼내면 반발하는 것이다.

“…뭐 그래서 노선을 바꿀까 생각중입니다.”

“노선을 바꾼다고요?”

“네. 아무래도 쉽고 빠르게, 예방적인 조치를 취해서 본인들이 고생을 해보지 않으면 비용 지불에 소극적이더라고요. 하지만 조금 더 고생시키면 그때는 다들 비용 지불에 적극적이 될 테니까요.”

“……………”

즉 시현의 말은 원래 이 일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 일부러 다들 좀 고생 좀 시켜주겠다.

그런 소리였다.

‘아니 그렇게 말하니까 오히려 안심이 되긴 하는데….’

사실 제정신 가진 사람들은 미치고도 남을 상황이다.

치안 좋은 한국에서 갑자기 고립 당했지.

사람이 벌써 둘이나 실종되었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친 것이 목숨을 건 죽음의 게임을 하라고 하고 있지.

이런 상황에서 이건 너무 쉽게 처리하면 받아낼 게 없으니까 고생시키겠다고 말하는 시현을 보면….

해결할 능력은 있구나.

그렇게 생각된다.

‘물론 이 남자가 허세를 떠는 걸 수도 있지….’

류하리조차 지금까지 몇 번이나 시현의 허장성세에 속아 넘어간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시현이 같은 편이라서 안심이 되는 건 사실이다.

‘제대로 미친 사람이긴 한데 아군이라서 다행이다.’

류하리는 정말 침착한 시현의 얼굴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흠 왜 그렇게 보십니까? 저 같은 얼굴이 취향인가 보군요.”

“……….”

보기 싫은 건 아니지만 본인이 그렇게 능청맞게 말하니 얄미워 죽겠다.

* * *

“그런데 보물이라. 어디에 있을까요?”

“카드로 되어 있고 비가와도 젖지 않을 곳에 있습니다.”

“네?”

“펜션 주인이 비가 올 때 전혀 당황하지 않은 거 기억하십니까?”

“네. 20미터짜리 파일이 박혀있다고 자랑했었죠.”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데 보물 걱정은 전혀 안했었지요? 보물찾기라고 하면 선입견이 생겨서 근처 전부 구석구석 뒤져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이겁니다. 역할 카드를 보면 알겠지만 보물도 아마 종이 카드로 되어있을 겁니다.”

“종이카드라면 야외에 숨기긴 좀 그렇겠네요.”

“네. 비에 젖으면 망가지는 물건을 숨겨놓고서도 펜션 주인은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 데도 전혀 걱정하거나 거리끼는 기색이 없었어요. 즉 건물 안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는 방탈출 게임도 포함되어 있으니까… 카드는 숙소에 숨겨져 있으며 아마도 방탈출 기믹의 일부에 숨겨져 있겠죠? 뭔가 물건을 숨기려면 방탈출 기믹도 설치해야지 물건 숨길공간도 따로 만들어야지. 비용이 많이 들 테니까요.”

“아하.”

“그래서 사람들을 셜록에 집어넣은 겁니다. 셜록 안에도 보물이 한 장 있겠지만 우린 그동안 나머지 방을 찾아서 나머지 보물을 전부 손에 넣기로 하지요.”

‘와… 이거이거. 이놈 진짜 해도 너무했다. 와. 정말 개자식이네.’

류하리는 시현의 수완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시현은 류하리에게는 수명도 대가도 요구하지 않는다.

‘개자식이어도 우리 개자식이라 다행이야. 그, 그런데 왜지?’

류하리는 시현이 자신에겐 왜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가 문득 궁금해졌다.

* * *

시현과 류하리는 다른 산장을 뒤져서 각 방에 숨겨져 있던 보물들을 찾았다.

시현의 예측대로 보물들은 카드로 되어 있었으며 방탈출 기믹의 끝에 얻게 되어 있었다.

각 방들의 방탈출 기믹은 거기서 거기라서 방 하나를 분석해서 성공하게 되자 다른 방들도 쉽게 공략이 가능했다.

각 방에는 아르센이면 실크햇이, 포와로면 장식용 수염이, 콜롬보면 후줄근한 코트가 들어있었는데 그것들이 방탈출 기믹의 일부면서 또한 보물카드가 숨겨져 있는 곳과 연결되어 있었다.

일단 방 하나를 클리어하자 나머지 방도 비슷한 방식이라 시현과 류하리는 셜록의 락다운이 풀리기 전에 모든 방의 보물카드를 싹 독점했다.

시현과 류하리가 그렇게 보물을 먼저 선점한 뒤에야 사람들이 간신히 셜록의 방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 * *

“흐음. 예상보다 오래 갇혀있었군요.”

시현이 셜록으로 돌아와 보니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니다.

“자 주목.”

시현은 모두의 이목을 환기시켰다.

“여러분. 저희가 보물카드를 찾았습니다. 이게 보물카드입니다.”

시현은 사람들에게 보물카드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금 보물카드를 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남자 대학생들 두 명은 서로 치고받아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여대생들이 자신들과 친한 대학생 박동호를 치료하고 있고 괴롭힘 당하고 있던 청년 김춘석은 촬영감독 배준수가 치료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유정미가 배준수를 대신해서 카메라를 들고 그 장면을 찍으며 입으로 내레이션을 담고 있었다.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곳곳에서 케케묵은 원한을 두고 폭력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어휴….”

류하리는 유정미의 내레이션을 들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둘이 죽자 살자 싸웠는지 상태가 별로 안 좋다.

평소 머슴 대접을 받던 김춘석이 싸움은 잘했는지 오히려 박동호가 떡이 되게 맞았다.

김춘석은 눈두덩이 찢어져 출혈이 많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멀쩡한 반명 박동호는 펀치를 너무 먹어서 의식이 혼미했다.

데드맨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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