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드맨31-134화 (134/269)

제134화

데드맨VS사이다패스 #4

[응. 거짓말. 사실 알고 있었어. 그냥 물어봤던 거야.]

“뭐?!”

그 순간 사이다패스는 자신이 붙잡고 있던 김제철 변호사를 번쩍 집어 들고 창문으로 향했다.

[더러운 네 인생에 마지막 작별인사나 해라.]

“뭐? 으아아아악!”

사이다패스는 김제철 변호사를 창밖으로 집어던져버렸다.

[아 왜 검사는 죽일 때마다 이렇게 기분이 상쾌하지? 자 그럼. 여러분, 안녕.]

사무원들은 자신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이 던져졌다.

그냥 사람도 아니라 김제철 변호사.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 직장상사이자 고용주인 그가 허망하게 창밖에 던져졌다.

영화처럼 슬로우 모션도 없고….

뭔가 특별한 배경음악이 나오는 것도 없다.

아무런 특별함 없이, 한 인간이 창밖으로 던져진 것이다.

그 외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평범한 오후.

햇살은 따사롭게 창문으로 들이치고 있고, 사무실이 좀 어수선하지만 사방은 정적에 휩싸여 있다.

사무원들은 자신들이 혹시 점심시간에 커피를 덜 마셔서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 정도로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다.

[그럼.]

사이다패스는 자신이 부순 벽을 통해 도로 사라졌고 그러고 나서야 사무원들 중 한 명이 창가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빌딩 아래… 축 늘어져있는 김제철 변호사의 몸이 있었다.

아 그렇구나.

인간이 죽는다는 건 이렇게 허망한 거구나.

“으응….”

창문에 다가간 사무원이 그 모습을 보고 그만 맥이 탁 풀리며 기절하고 말았다.

* * *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경찰은 발칵 뒤집혔다.

경찰만이 아니다.

언론사는 연일 난리가 났고 경찰청장이 대국민 담화에 나서서 머리를 조아려야 했으며 기자라는 것들은 생존자들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병원으로 쳐들어왔다.

경찰은 조사와 보호를 위해 생존자들을 붙잡고 언론사들로부터 그들을 차단시켜야 했다.

* * *

검찰에서도 난리였다.

자신들의 수사지휘가 닿지 않는 곳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살해당한 사람은 그들의 선배였다.

사이다패스는 그가 검사였기 때문에 죽였다.

서부지검의 검사들은 자판기 앞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제철 선배님이…. 창밖으로 던져지는 영상 봤냐?”

“그거 안본 사람도 있을까? 지금 온 동네에서 다 틀고 있는데….”

서초구 오피스거리 인근을 지나던 차량의 블랙박스에서 창밖으로 내던져진 김제철 변호사의 모습이 찍힌 게 언론에 제보되어서 언론사들은 주구장창 그 장면을 재생시키고 있었다.

길거리의 카페에 붙어있는 TV에도, 술집에 붙어있는 TV에도, 온 세상에서 김제철이 헝겊인형처럼 내던져지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으니 그 장면을 안 봤으면 대한민국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범인은 안 찍혔다며?”

CCTV는 이번에도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먼발치에서 우연히 찍힌 영상만이 남아있을 뿐, 사이다패스 본인은 이번에도 아무런 영상도, 증거도 남기지 않았다.

“경찰특공대 세 명이 경호하고 있었다는데… 실총까지 들고 있었는데도 역부족이었다던데?”

“뭐야 그건…. 괴물이냐?”

“총을 쥐어줘도 서울 시내에서는 발포하기 힘드니까. 멍 때리다 당한거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경찰특공대가 단 한 명에게?”

“사이다패스로부터 살아남으려면 상시 경호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소용이 없군. 이렇게 강제로 죽여 버리면.”

“…….”

다들 말문이 막혔다.

김석영 오심 사건은 확실히 말해서 오심이 맞다.

그러나 검사들, 판사들, 경찰들 모두가 과연 자신들의 결정이 완전무결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오심을 이유로 이렇게까지 사람을 죽여 댄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그들이라고 안전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빨리 그만두고 그냥 변호사나 해야 하나?’

목숨을 위협받기 시작한 검사들은 이제 슬슬 탈주를 생각하고 있었다.

* * *

사이다패스는 방독면과 보이스체인저를 벗고 만족하고 있었다.

“후우. 좋아 좋아. 이것도 꽤 괜찮네. 하지만 목격자가 많이 생기는 거 아냐? 요새 수사 기술에는 움직임을 분석해서 사람을 특정할 수 있다며?”

그런 그녀의 시선 끝에는 최형림이 있었다.

“…….”

습식화장실 겸 샤워부스가 있는 오피스텔의 화장실에서 그는 머리를 감싸 쥐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왜 표정이 그래?”

“피곤해서 그럽니다. 그리고…. 아무 때나 불쑥불쑥 찾아오지 마시지요?”

최형림은 문을 닫고 옷을 입기 시작했다.

“당신 알몸 따위엔 관심 없어. 그보다 다음 놈의 위치를 알려줘. 이거 참, 처음에 당신을 의심했던 거 미안해.”

보통 사람이 전직 법무부 장관이나 현직 서울 고법판사 등의 주소, 사업장을 그렇게 잘 알 리가 없다.

수사본부에 있는 최형림이 전해주는 정보가 사이다패스에게 표적의 위치, 현재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는 것이기에 사이다패스도 최형림의 정보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런데 최형림이 고개를 저었다.

“한동안 시간을 좀 들이도록 하지요. 아무래도 제가 의심받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의심받는다고? 누가 의심하는데?”

“데드맨입니다.”

“데드맨?”

“그 탐정 말입니다.”

“아 그 작자. 아니 왜 당신을 의심하는데?”

“아마도 너무 쉽게 표적들의 위치를 알아내기 때문이겠지요.”

“그것만으로 당신을 의심한단 말이야?”

“제가 미카엘과 함께 있는 장면을 들켰거든요.”

“미카엘이면, 그 말인가? 하지만 그가 당신에게만 돈을 먹이고 후원하는 건 아닐 거 아냐? 다른 검사들도 상당수 먹이지 않나?”

실제로 미카엘은 비교적 젊은 검사들에게 후원을 하고 필요하다면 그들에게 유흥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렇긴 하지만 수사본부 내부에 내통자가 있을 거라는 말을 성신아 경위에게 한 건 절 보고 들으라고 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냥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 아냐?”

“그 성신아 경위가 입이 가볍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입이 가볍지요. 그녀에게 이야기 하면 제 귀에 들어올 걸 알고 한 걸 겁니다.”

“흠, 너무 비약이 지나친 거 아냐? 게다가 그가 의심한다고 해서 어쩌게?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성취 사건 때 붙어봤을 때는 음 나보다 약한 것 같던데? 여차하면 내가 죽여 버리면 되잖아?”

“…당신은 뭘 모르는 군요. 데드맨과 육탄전을 벌이면 위험한 건 당신입니다.”

“응? 왜? 내가 더 강하다니까.”

“설명하면 길어지니 나중에 기회 될 때 하지요. 지금은 너무 피곤하군요. 경찰과 검찰, 모두 발칵 뒤집어 졌으니 전 또 다시 합동수사본부로 가야 합니다. 여기 온건 옷을 갈아입고 씻기 위해서 온 것뿐이에요.”

“바쁘네?”

“당신 때문이지요. 그게 아니더라도 검사는 항상 바쁩니다.”

최형림은 쓴 웃음을 짓고 머리를 헤어드라이기로 말리기 시작했다.

“안심하세요. 일거리는 줄 테니까.”

“이야. 역시 유능한데. 검사라는 건, 남일 때는 더럽더니만 아군일 때는 확실히 든든하네.”

사이다패스는 그리 말하며 최형림을 바라보았다.

아군이라고 말하면서도 전혀 신뢰하지 않는 눈빛이었다.

* * *

사이다패스에게 굴욕을 당한 경찰특공대는 절치부심하고 있었다.

김제철 변호사가 던져진 사건에서 경찰특공대는 실총 사용 시 상대를 살상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초동대응을 둔하게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 비살상이라는 안일한 대처는 하지 않는다! 실탄을 쓰도록! 사이다패스는 죽여도 좋다!”

상대는 대한민국 치안과 사법에 먹칠을 하는 최악의 사상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살려두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경찰이 피의자를 사살해버리면 그 파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자마자 죽이기로 상부에서부터 승인이 내렸다.

‘사이다패스는 보자마자 즉시 사살하라!’

대한민국에서 나오기 힘든 그 엄청난 지시에 다들 결심을 굳혔다.

실탄이 들어있는 HK416과 MP5, 그리고 방패와 핸드건으로 무장한 3인조가 편성되어서 3교대로 경호를 시작했다.

* * *

“워우. 무서워라.”

쌍안경을 손에 든 사이다패스는 그 경호대의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경찰들은 계속되는 경호업무로 지쳐있었다.

하지만 김제철 변호사가 경찰특공대의 호위 속에서도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다시금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작정하고 경비를 서기 시작했다.

특히 김운천 경감, 최병렬 경장, 김상철 경장을 경호하는 경찰특공대는 베일 것 같이 날선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들은 사이다패스에게 노려지기 쉬운, 김석영 오심사건의 핵심인물들이기 때문에 그러하리라.

“다들 가정이 있을 텐데 경찰서에서 생활하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

김석영 오심사건의 경찰들은 여전히 현역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경찰서 안에서 생활하면서 경찰특공대의 밀착경호를 받고 있었다.

경찰서 안, 경찰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실총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까지 대기하고 있다니.

그야말로 철통방어라고 할 수 있었다.

“결국 치안도 사법도 자기들 생각만 하는 군. 일반인이 법과 정의의 보호를 받고자 할 때 이렇게 해준 적이 있었나? 왜 자신들의 잘못을 돌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들의 체제만을 지키려고 하지?”

사이다패스는 김석영 오심 사건에서 사죄나 잘못의 시인 없이 경호인원만 강화하는 이들의 태도에 진저리가 나 있었다.

이정도 죽였으면 대국민담화로 자신들이 잘못했다.

오심으로 무고한 사람을 해쳤으니 우리들이 실수할 수도 있는 인간임을 인지하고 앞으로는 최대한 조심하겠다.

그렇게 말했다면 기분이 좀 풀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절대 굴하지 않고 정면 돌파한다.

국가의 공권력이 고작 살인 테러를 저지르는 테러범에게 굴복하는 모양새가 되니까 목에 칼이 들어와도 대국민 사과 같은 걸 할 수는 없었겠지만 관료나 공무원 사회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이다패스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오만과 아집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좋아. 경비병이 아무리 많아도… 해보지 뭐!”

그녀는 방독면을 쓰고 몸을 날렸다.

* * *

해가 진 이후에도 경찰서 옥상에는 수은등이 켜져 있고 그 주위에는 경찰 기동단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들고 있는 무기는 K2소총, 하지만 이들은 실탄대신 공포탄을 장착하고 있었다.

“아니 젠장. 우리도 실탄을 줘야지….”

“경찰특공대도 털렸는데 우리보곤 공포탄 들고 그 살인마를 상대하라니….”

기동단원들은 간식을 먹으면서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다들 오랜 경계태세로 완전히 지쳐있었다.

긴장의 끈을 유지하라고 해도 유지할 수가 없다.

경찰특공대들은 3교대로 푹 쉬어가면서 임무에 투입되지만 기동대는 2교대제다.

이런 상황에서 긴장의 끈을 유지하라는 게 말이 안 된다.

데드맨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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