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드맨31-184화 (184/269)

제184화

소울 브라더 #5

그들을 조사하면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조사 하냐는 거지.

“그걸 어떻게?”

“물론 도청이지요.”

“…….”

“법정증거로는 못쓰지만 사실을 아는데 는 중요합니다. 음. 이번에는 좀 도움이 필요하겠군요.”

“도움이요?”

“네. 이거 적자볼지도 모르겠지만 시간이 워낙 급하니까요. 게다가 시현 탐정사무소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 아닙니까?”

시현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돌려서 다른 탐정과 흥신소들에게 연락했다.

“비록 다들 절 좀 고까워하고 있지만 기꺼이 BtoB 요금으로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다급하긴 한가 보군요? 이전에는 어지간하면 본인이 직접 했잖아요?”

“….뭐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사실 짜증이 좀 나서요.”

“짜증이요?”

“네. 만약의 경우는 고객을 무시하면 되지만 그렇게 되면 고객만족의 가치를 제 손으로 스스로 훼손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 번 타협하기 시작하면 곧 처음의 초심을 잃고 적당히 고객만족이란 단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고객을 우롱하게 되겠지요.”

“…….”

시현이 고객만족 고객만족 하고 떠들고 다니는 거 농담인줄 알았는데 본인은 진심이었나 보다.

‘그럼 지금은 우롱이 아니라 우롱차인가?’

류하리는 그게 궁금했지만 시현이 진심인 걸 보니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시현은 진심이고 그러니까 신경호에게 고객만족을 안겨주기 위해서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감수하겠다.

전력을 다해서 빠르게 조사하겠다는 게 시현의 뜻이었다.

* * *

과거의 도청이라면 헤드폰을 낀 사람이 트레일러 차량 안에서 테이프를 들으면서 감시하는 모습이 일상적이지만 요새는 음성인식 소프트웨어가 발달함에 따라 훨씬 더 편하고 간편해졌다.

사람의 음성 음역대역만 골라서 소리도 자동으로 필터링 해주고, 그렇게 나온 음성 녹음을 배속으로 들으면서 음성인식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쳐주는 자막과 함께 비교 검토하면서 소리를 분석할 수 있다.

숙달된 음향정보분석가는 4배속까지도 무리 없이 해내므로 탐정과 정보 분석가를 고용할 비용만 있다면 정말 대량의 정보를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고전적인 방식의 탐문도 효과적이어서 시현이 고용한 탐정들이 우르르 몰려다니자 다비치 선교회에 대한 정보는 순식간에 모였다.

시현은 그렇게 모인 정보를 정리해보았다.

“역시…. 예상대로로군요.”

“예상대로라면 당신의 추리가 맞았다는 건가요?”

“네.”

다비치 선교회는 담임 목사인 신바울 목사와 부목사인 김상기 목사간의 알력이 있었다.

신교회당 건설시의 헌금 사용 내역, 토지 보상금액, 건설비용등등 돈 문제, 권력문제, 신도들 문제로 최 목사와 김 목사 둘은 파벌이 갈라져 있었고 그들 각각을 지지하는 집사, 권사들의 파벌로 교회가 둘로 갈라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김상기 목사 일파에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교회가 매입했다가 다시 되판 부지의 토지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책정되고 그 사이 차액을 김상기 목사와 그가 따르는 파벌이 횡령한 사실을 신바울 목사가 알게 된 것이었다.

신바울 목사는 신이 나서 김상기 목사와 그 일파를 횡령과 사기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그게 싫으면 얌전히 교회에서 떠날 것을 요구했다.

그것이 자신의 명줄을 재촉하고 말았다.

그 전까지는 정치적인 싸움이었지만 이제 신바울 목사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파멸하겠다 싶은 김상기 목사는 결국 극단적인 수를 쓰게 되었다.

신바울 목사에게 원한이 있는 이들을 불러들여서 그들을 이용해서 신바울 목사를 죽이는 계획이었다.

마침 신바울 목사는 신도들과 불륜이 잦아서 그 신도들의 남편들을 포섭하는 것은 쉬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포섭된 것이 조기석이었다.

신바울 목사의 불륜피해자는 아니지만 그 아들인 신경호 선진당 청년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악의를 내비치는 그는 훌륭한 샌드백이 되어줄 것이다.

정신과 치료 경력이 있고 인터넷 상에 피해망상적인 글들을 써 갈기는 그가 사람을 죽인다면?

교회 살림 문제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그가 죽인 것으로 하면 김상기 목사 일파에 불똥이 튈 일도 적었다.

그래서 김상기 목사 일파는 조기석에게 접근했고 그에게 원격조작 폭탄을 받아서 교회 차량에 폭탄을 설치했다.

이게 바로 사건의 전말이었던 것이다.

* * *

“놀랍군요.”

류하리는 솔직히 감탄했다.

시현이 추리한 게 대충 맞아 들어갔다.

아니 그 다급한 상황에서 말한 건데 상당히 맞아 들어가지 않았는가?

자가용이 아니라 교회 승합차를 터트렸다는 것, 교회당이 아니라 굳이 차량을 터뜨린 것에서 교회 관계자가 관여했음을 알아챘다지만… 이렇게나 근사하게 맞추다니.

“도청 퀄리티도 놀랍군요. 얼마 하지도 않는 도청기로 이렇게나 쉽게….”

“놀랍습니까?”

“네. 상당히 선명하게 도청이 되는 게 놀랍군요. 경찰로서는 도저히 쓸 수 없지만….”

아쉽게도 이렇게 도청으로 얻어낸 자료는 법정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

불법적인 행위로 취득한 불법자료는 법정증거능력이 없다.

그러나 사건의 맥락은 확인했으니 이제부터 증거를 찾아내면 그만이다.

그런데…. 도청 내용을 요약한 자료를 읽던 시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조기석이 실종되었군요.”

“실종이요?”

“네. 김상기 목사 측이 조기석 씨를 처리하려고 하는데 그 전에 도망갔다고 합니다.”

“흠. 목사가 처리하려고 했다고요?”

“네. 조기석 씨는 여성의 겨드랑이에 집착하는 성벽이 있습니다. 그걸로 도촬하다가 처벌도 받았고 정신과 치료 병력도 있으니 살인을 저지른 후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어도 깊이 수사하지 않을 거 아닙니까? 문제는 조기석 씨 본인이 피해망상이 있어서 김상기 목사 측을 경계했다는 거지요. 현재 조기석 씨는 실종자로 수배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경찰도 아실 것 같습니다만.”

“저희 동네 일이 아니라 서요. 이건 아마 성신아가 더 잘 알거에요.”

성신아는 서울 중앙지방 경찰청에 소속되어 있으며 사이다패스 전담 팀에 있으니 전국 각지의 사건 정보를 열람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류하리가 이 일에 관여하는 건 오지랖이다.

물론 류하리와 성신아는 경찰대학 수석, 차석 졸업생으로 여성 경찰이면서도 사무직이 아닌 현장직을 뛰고 있기 때문에 경찰들 사이에서 평가가 아주 좋다.

오지랖 좀 부린다고 해서 크게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다만 류하리는 집안이 너무 부자라서….

‘이 여자 스펙 쌓으려고 온 거 아니냐?’

‘부잣집 아가씨가 뭐 얼마나 있다 가겠어?’

‘공기권총 국가대표 선수였다가 상 받은 거로 가점 받고 경찰대학 들어간 거겠지. 부자 아가씨의 트로피 수집 취미 아냐?’

이런 의심을 사고 있었는데 임관하자마자 한 달 거하게 쉬어서 인망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인망을 잃고 시현을 감시하는 이상한 일을 맡고 있지만 그녀와 성신아는 경찰 조직이 장래를 기대하고 있는 인재중의 인재인 것이다.

“성신아에게 물어볼까요?”

“아뇨. 경찰들도 아직 찾지 못했을 겁니다. 그럼 우리가 찾도록 하지요.”

“…네?”

류하리는 깜짝 놀랐다.

“단 오늘은 좀 쉬도록 합시다.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시작하지요.”

시현은 류하리에게 그리 말하고 해산을 청했다.

* * *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다.

류하리가 경찰 동료들에게 물어보았는데 과연, 아직 조기석은 찾지 못했다.

실종된 지 이미 1주일이 지난 상황인데 흔적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류하리는 아침 일찍 시현의 사무실로 출두했다.

“그래서. 경찰도 찾지 못하는 조기석을 어떻게 찾을 건가요?”

류하리는 이제 시현이 어떻게 조기석과 접근할 지 그것을 물어보았다.

“빨리 오셨군요.”

“구, 궁금해서요.”

“후후. 뭐 간단한 겁니다. 경찰은 수배가 시작되면 숙박업소를 위주로 뒤지지요. 그 정도는 조기석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조기석은 어디에 몸을 숨기고 있을까요?”

“네?”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현금으로 내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 즉 PC방에 머무를 확률이 높습니다.”

“프로그래머라서 PC방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PC방도 대부분 우범지대라서 경찰이 순찰을 돌 텐데요.”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PC방은 전국에 많이 있는데 비해서 경찰의 순찰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지요. 게다가 아직 조기석 씨에 대해서 본격적인 현상수배가 뜨지는 않았잖습니까?”

폭탄 테러 사건으로 예상되는 범인은 신중하게 대해야지 함부로 공개수배를 해서는 안 된다.

사제폭발물을 소지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인물을 무작정 자극했다가는 큰일이니 공중파 방송이나 인쇄물로 공개수배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조기석은 어쨌건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용의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기석에게 내려진 수배는 실종자 수배다. 가출 청소년이나 자기 제어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찾는 정도의 수배이니 PC방 업주들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이 알아보진 못할 것이다.

“경찰이 숙박업소처럼 뒤지지 않고 업장 수도 많고 방문객도 많으며, 숙식을 비교적 저렴하게 해결 할 수 있는 곳이란 점에서 PC방일 확률이 높을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찾을 건가요?”

“광고를 하는 겁니다.”

“광고요?”

“네. 우선 사이다패스에게 부탁해 청원 사이트에 그를 만나고 싶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PC방 체인점들에게 광고를 제안하는 겁니다.”

“체인점에게 광고한다니 구체적으로 무슨 광고요?”

“PC방 체인점들이 사용하는 관리 프로그램의 팝업광고입니다. 보통 온라인 게임이나 온라인 도박 사이트, 대출 등등 시시콜콜한 것에 광고를 하고 있지요. 하지만 저는 거기에 저희 탐정 사무소의 광고를 할 겁니다. 물론 조기석과는 사전에 뜻을 통할 수 있게 미리 사이다패스 청원 사이트에 글을 올려두고요.”

“하지만….”

* * *

시현은 사이다패스 청원 사이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경찰을 피해 조기석을 직접 만나고 싶다. 연락처는 광고 팝업창에 지금부터 3일간 띄워두겠다.’

그리고 PC방 광고를 집행했다.

PC방 체인점에 앞으로 3일간 광고를 집행하고 '3일간 파격특가로 탐정 조사를 의뢰하세요.’

라는 광고 문구를 실은 것이다.

그리고 시현은 전화를 받는 것은 콜센터에 하청을 주었다.

“광고 때문에 그냥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콜 센터를 운영하는 게 좋겠지요.”

“너무 배배 꼬는 거 아닌가요? 이런 사인을 못 알아들으면 어쩌려고요?”

조기석이 카이스트 석박사 통합과정을 중퇴한 수재긴 하지만 이런 미묘한 신호들을 캐치하고 이쪽에 응할 까 의문이다.

“그래서 그것과 별개로 발로 뛰어야 합니다.”

“발로 뛰다니요?”

“조기석 씨가 바보가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PC방에 짐이 너무 과한 채로 가는 건 수상하게 여겨져 잡히기 쉽다는 걸 알겠지요.”

데드맨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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