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드맨31-185화 (185/269)

제185화

소울 브라더 #6

‘그러다 바보면 어쩌려고?’

류하리는 그 점을 궁금해 하면서 물어보았다.

“그래서요? 설마 짐을 정리할 수 있게 코인락커나 보관함이 있는 곳 근처의 PC방을 뒤져보겠다. 그런 소린가요?”

“네. 코인락커가 가까이 있는 곳, 즉 전철역이나 버스터미널, 공공 택배 보관함 등이 위치한 곳 인근의 PC방을 직접 뒤져볼 겁니다.”

“세상에. 그런 게 얼마나 많은데요?”

“하지만 골라보면 의외로 뛸 만 할 겁니다. 게다가 의외로 조기석 씨는 자신의 동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그가 살던 동네에서 대중교통으로 갈만한 곳을 위주로 돌아보죠.”

“KTX나 시외버스, 고속버스 등을 타고 멀리 떠났을 수도 있잖아요?”

“수도권 밖으로 나가면 PC방에서도 쉽게 검거 당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조기석 씨는 재정이 그다지 풍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금을 풍족하게 들고 있지 않을 겁니다.”

조기석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번듯한 직장을 가질 수 없었다.

알던 사람에게서 어린이 코딩교실의 강사를 하는 게 수입의 전부였는데 성도착증으로 처벌받은 전적이 있는 이를 어린이들 대하는 강사로 고용한 쪽의 담력이 놀랍다.

그러다 걸리면 어떤 경을 치려고….

어쨌건 그렇게 일자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조기석은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현금을 뭉텅이로 들고 다닐 리 없지. 가난한 월급쟁이가 평소 들고 다니는 현금의 양을 생각해보면 현금으로 기차표나 버스표를 사는 건 꽤 부담스럽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자제하려면 먹을 때, 잘 때, 어지간한 지출을 다 현금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기차나 버스표를 신용카드로 살 정도로 바보면 이미 틀렸습니다. 경찰이 진작 잡았겠죠. 하지만 현금으로 구매했다면 음. 글쎄요. 아까 전에도 말했지만 지방으로 내려가면 더 쉽게 잡히는 걸 자처하는 겁니다. 수도권의 PC방에서 은신하는 게 더 낫습니다.”

시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우선 조기석의 집에 가까운 곳부터 PC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

막 찾기 시작한 지 세 번째, PC방에서 그냥 조기석을 찾아버렸다.

* * *

“어.”

류하리와 시현은 PC방에서 사이다패스에게 부탁해 페이지에 접속하고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맥이 빠져버렸다.

너무 쉽게 발견해버렸다.

남이 기껏 이것저것 마구 준비했는데.... 돈과 인력, 시간과 노력을 엄청나게 투입했는데 말이다.

“광고도, 사이다패스 청원 사이트도 안 본 모양이군요.”

류하리도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말했다.

“여기가 음식도 맛있고 샤워장과 수면실이 완비된 PC방이라고 유명하긴 합니다만….”

광고비, 콜센터 고용비, 광고용 이미지 디자인 및 편집비, 기타 등등 많은 비용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무색하게 수색 반나절 만에 조기석을 찾아버린 것이다.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금방 찾아버렸네요. 돈 아깝게스리.”

“뭐 그거야 필요경비로 고객님께 청구해야죠.”

시현은 그리 말하고 조기석에게 다가가려다가 그의 테이블에 음료수 컵이 있는 걸 보고 주위에서 쟁반을 하나 집어 들었다.

“실례합니다. 조기석 씨 맞으….”

“으 씨!”

그 순간 조기석은 쥐고 있던 음료수 컵을 시현에게 뿌리려고 했다.

하지만 시현은 미리 준비해간 쟁반으로 음료수를 공중에서 쳐냈다.

뜨거운 커피였기 때문에 맞았다면 추격에 차질이 생겼으리라.

조기석이 놀라서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시현은 느긋하게 뒤쫓았다.

“괜찮겠어요! 그렇게 하면 도망가…. 아 당신은 괜찮겠죠.”

류하리는 시현이 상대를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떠올렸다.

게다가 조기석의 달리기 솜씨도 변변치 않은 것이어서 시현과 류하리가 이야기하면서 걷고 있자니 골목길에 헐떡이고 있는 조기석이 보였다.

“……”

“뭐랄까.”

류하리는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시현도 입맛을 다셨다.

참으로 변변찮은 추격전이었다.

이렇게 쉽게 잡아도 되나?

그동안 들인 공이 아깝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광고는 집행 안해도 될 뻔했군요.”

그러나 그건 사고 안 났다고 보험금 아깝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조기석을 바로 찾았으니까 할 수 있는 소리라는 건 시현도 류하리도 잘 알고 있었다.

* * *

시현과 류하리, 그리고 조기석은 가까운 근처 샐러드 바에 갔다.

조기석은 방금 전까지 숨이 넘어가던 인물이 신나서 음식을 입에 털어 넣고 있었다.

“그래서 조기석 씨. 당신은 그저 기폭장치를 만들었을 뿐이다. 그겁니까?”

“아두이노로 원격 조작을 받는 장치를 만든 것뿐이야. 기폭장치라니? 사용한 부품도 죄다 코딩 학원에서 쓰는 것들뿐이었다고.”

“흠….”

시현은 쓴 웃음을 지었다.

조기석은 법적으로 자신의 책임을 줄이기 위해서 그렇게 말하기로 말을 맞춘 모양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김상기 목사 일당이 조기석에게 원한 것은 원격으로, 높은 신뢰도로 작동하는 기폭장치의 제조였다.

조기석은 그걸 만들었고 다른 사람이 그걸 질산염비료와 휘발유, 등유를 섞어 만든 사제 폭발물에 연결시켰을 뿐이다.

“하지만 알고 계시지요. 조상기 목사 측은 당신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걸요.”

“그럼. 그 정도는 잘 알지. 난 절대 바보가 아니야.”

“경계심이 철저하시군요. 하지만 신경호 씨에게는 뒤통수를 맞지 않았던가요?”

류하리가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건 아니지요.”

조기석은 분개했다.

“녀석이랑 나는 거의 형제 같은 사이였단 말입니다. 놈이 날 배신할 줄은 몰랐어요!”

“아. 네. 형제 같은 사이라면 어째서 그 아버지를 죽이는 일에 가담하셨어요? 아 물론 그저 기폭장치, 아니 원격으로 신호를 받아서 작동하는 장치를 만들어 주었다고 주장하겠지만 말이지요.”

류하리가 빈정거리자 조기석이 당황했다.

“아니 그게, 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불륜 해대고 그러는 건 좀 아니잖아요. 피해자들의 마음을 절절히 이해할 수 있어서, 그리고 신경호 그 자식이 날 배신한 걸 생각하면 뭐 그 정도는 괜찮지 않나 하고….”

“괜찮을 리가 있어요?”

류하리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조기석의 말에 기겁했다.

신바울 목사가 신도와 불륜을 한 것은 분명히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며 민사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폭탄을 터뜨려 죽일 일은 아니다.

일의 경중을 가리기 위해서 법이 존재하는 것인데 경중을 따지지 않고 감정에 휩쓸려 죽여 버리다니.

게다가 더 웃긴 건 그 법의 책임조차 분산시키기 위해 자기들 끼리 꼼수란 꼼수는 다 동원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들은 날 어쩌려고? 신경호에게 넘기게?”

“으음.”

류하리는 시현을 바라보며 눈으로 의견을 구했다.

신경호 위원장은 조기석의 신병을 인수하길 원할 테니 시현이 원한다면 신경호 위원장의 수명을 한 번 더 뜯어낼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흥분한 신경호 위원장은 지금 조기석을 보면 죽일 것 같은데?

류하리가 이래저래 경찰로서 할 짓, 못할 짓 다해가며 시현과 팀을 이루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은 있었다.

사회 정의를 위해서, 규정과 법규를 어길 수는 있다.

그러나 사회 정의 자체에 반하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조기석이 아무리 바보 같은 놈이라 해도, 신경호 위원장에게 살해당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걸 말해봤자. 이건 내 권리가 아니지.’

조기석을 잡은 건 어디까지나 시현의 재주, 시현의 노력이다.

류하리가 멋대로 그 사냥감을 내놓아라. 라고 할 수는 없다.

“푸하. 잘 먹었다. 그럼 이제 날 잡아가든 말든 하쇼. 상금 많이 걸렸나? 아 하지만 가급적 신경호 그 자식을 해치우고 가면 좋을 텐데, 아니 아니지. 그 자식은 지금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울 거야.”

“흐음.”

시현은 그 말을 듣고 흥미 깊다는 듯 조기석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신경호 그 자식은 자기가 잘나서 정치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죄다 자기 아버지 공이라고. 그런 녀석이 이제 아버지가 없어졌으니 끈 떨어진 연 된 거지. 녀석은 완전히 연 되었어. 인터넷에 그렇게 어그로 끌면서 나댔는데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못 달고 짜지면 평생 남들에게 조롱받는 거지. 연예인으로 얼굴 팔았으면 모를까 어그로 정치인으로 얼굴 팔았으니 뭐 남은 인생동안 스트리머로라도 살 거야? 집안 겁나 좋던 도련님 녀석이라 스트리머로 살면 스트레스 받아서 대가리 털 다 빠질 걸?”

조기석은 낄낄대며 신경호 위원장의 불행을 기뻐했다.

확실히, 어린 시절부터 인연이 깊은 사이라 그런지 신경호 위원장의 약점이나 그의 속사정을 상당히 깊이까지 알고 있었다.

“흠, 그러니까 이미 준 타격으로 만족하신다 이거군요. 그런데 과연 정말 만족할 수 있을까요?”

“뭐?”

“절 고용한 사람은 바로 신경호 위원장입니다. 그리고 그는 당신을 경찰에 넘겨줄 생각 따윈 없어요. 흐음. 당신은 신경호 위원장의 정치적 커리어를 끝장내고 그의 인생을 망가뜨린 것으로 지금은 만족할지 모르지만 그는 당신을 손에 넣고 그 나름의 만족을 찾으려 할 겁니다.”

“무, 무슨 소리야? 그건.”

“당신을 평생 감금하고 고문할 겁니다. 아마도.”

“………”

듣고 있던 류하리가 그 악취미적인 발언에 혀를 내둘렀다.

“미친, 뭘 하려는 거야? 그냥 날 경찰에 넘겨. 응?”

“곤란합니다. 저희 탐정 사무소는 고객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지라…. 당신이 고객님이 되지 않는 한 당신의 요청을 들어줄 수는 없지요.

“….고, 고객이 되란 소리야? 하지만 난 돈이 없는데. 여기 밥값도 당신에게 내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

류하리는 질렸다는 듯 시현을 바라보았다.

시현은 신경호 위원장에게 한 번 더 계약을 강요해서 뜯어먹을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기석에게도 계약을 요구할 셈이란 말인가?

“다행스럽게도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울 수가 있답니다.”

“모, 몸으로 때운다고?”

조기석은 불길한 예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 * *

신경호 위원장은 시현이 마련해준 세이프티 하우스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공유임대로 돌리는지, 현관에 어매니티와 1회용 세면도구가 담겨있는 바구니가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 그 건물의 입구에서 부터 널브러진 술병들을 볼 수 있었다.

“꽤 폭음하셨나 보군요.”

“맨 정신일 수 있겠습니까? 내 꿈이 박살났는데.”

시현을 상대로 흥분할 때는 반말을 쓰더니만 지금은 존댓말로 바뀌었다.

아마 신바울 목사가 죽었을 때, 극도로 흥분했던 것이 지금 술기운에 많이 가라앉은 모양이다.

하지만 꿈이 박살났다니?

시현은 쓴 웃음을 지었다.

데드맨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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