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드맨31-220화 (220/269)

제220화

사랑원 아이들 #11

‘그러나 옵션이 여러개 있어서 나쁠건 없지.’

그녀는 시현의 휴대폰을 집어들고 사무실 건물을 빠져나오며 물어보았다.

“그래서 말인데. 사랑원 원장이나 PD 녀석의 집을 알고 있어?”

[알고 있습니다.]

“가르쳐줘.”

[직접 주소를 가르쳐드릴 순 없고 조사하는 법은 가르쳐드리지요.]

“뭐야 그게? 왜 가르쳐 줄 수 없다는 거야?”

[저도 탐정으로서 직업윤리라는 게 있어서요.]

“어이가 없군. 애초에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도 잘못 아냐? 그럼?”

[그런데 지금 제 경우는 당신이 좀 활약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지요. 고객만족을 위해서 말이죠.]

“뭔 개소리야? 아 좋아. 개소리는 됐고 그래서 어떻게 주소를 아는데?”

[우선 기부금 모집하는 재단은 당연히 재단 정보를 공개합니다.]

“알아. 그래서 사무실에 이미 찾아가 봤는데 자리에 없더라고. 직원도 얼마 없는 부실한 법인인 것 같던데?”

[아마 직원으로 등록된 이들은 대부분 돈을 빼돌리기 위해 등록한 친인척들일거고 제대로 일도 안하고 있을 겁니다. 일이 생기면 전화 받는 임시직을 고용해서 굴릴 뿐이지요.]

“음 개자식들이네. 그래서 어떻게 찾는데? 뜸들이지 말고 얼른 말해! 속타!”

[재단 등록번호로 검색하면 등기이사들의 기본 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그것과 재단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등기부 등본을 떼보고 보증금만큼 저당이 잡혀있을테니까 저당권자, 혹은 세입자의 정보와 대조해보세요.]

“재단 법인이면 법인 명의로 임대하지 않아?”

[대한민국 대부분의 자잘한 법인사업자는 보통 법인명으로 임대하지 않고 대표 이사 명의로 임대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어느 정도 법인의 형태가 완전히 갖춰지고 난 뒤에라면 다르겠지만 그때가 되면 법인 명의로 건물을 사겠지요. 법인이 독자적으로 건물을 지은게 아니라 상가나 오피스에 세들어 살고 있다면 조사해봐서 나쁠거 없지요.]

“그래서 만약 주소 전문이 다 안나오면?”

[그때는 재단 법인의 우편물 함을 뒤져보세요. 출근을 잘 안하는 사무실이면 우편물이 쌓이고 우편물들 중에 개인정보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보통 대학 동문 회지 같은게 개인정보를 잘 유출시키지요. 사기꾼이나 그와 유사한 놈들일수록 대학 동문회 같은데 집착이 심하거든요. 뭐 정 안된다면 사무실에 잠입해서 서류를 뒤져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만 그 전에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건 제가 말해주면 안되는 거지만 말이지요.]

즉 자신이 이미 그 방법으로 찾았으니 너도 찾을 수 있다.

사실상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시현의 원칙, 탐정으로서의 직업윤리상 주소를 바로 가르쳐주는 건 할 수 없다는 뜻인가.

“알겠어. 고맙군.”

사이다패스는 전화를 끊었다.

* * *

시현은 한숨을 내쉬고 전화를 품에 넣었다.

“무슨 전화에요?”

류하리가 물어보았다.

“아 별거 아닙니다. 사이다패스 전화에요.”

“네?!”

류하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별거 아닌게 아니잖아요!”

“하하하. 아니 이때 쯤 연락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꽤 오래 갔군요.”

류하리는 시현의 말에 놀랐다.

올게 왔다니.

예측하던 일이 그대로 일어났단 말인가?

“이런 일이 일어날 걸 예측하고 있었다고요?”

“네. 오히려 꽤 오래갔다고 생각합니다.”

최형림과 사이다패스가 최악의 상성임에도 불구하고 오래갔다.

시현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그렇긴 하지만 당신이 뭔가 한 거죠?”

“네. 애초에 저는 이 청원을 조작할 때 정부기관의 IP어드레스를 따서 작업했습니다.”

“정부기관 이라고요?”

“네. 사이다패스 청원 사이트는 남미에서 멀티 호스팅으로 서버를 분산해가면서 운영중이거든요. 사이트 관리자, 아마 시기상으로 봐서는 최형림 검사 본인이 꽤 보안 기술에 관심이 많은 것 같군요. 그런 꼼꼼하고 보안 기술에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이런 청원에 낚일리 없겠지요. 하지만 사이다패스는 이 사건에 낚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낚일 수밖에 없다?”

“집단괴롭힘에 의한 살인과 그 은폐니까요.”

“……….”

류하리는 시현이 하는 말을 깨달았다.

사이다패스는 집단괴롭힘에 의해서 피해를 입고 그 사건이 은폐당한 자.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랑원 사건이 아무리 조작된 청원으로 올라왔다 해도 묵과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는 건….’

시현은 사이다패스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위치, 장소, 그런 것 까지 파악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이다패스와 서로 돕는 건….”

“뭐 원칙적으로 데드맨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협력할 수는 없습니다. 괜히 평지풍파를 일으켜서 계약자의 능력이나 악마의 존재가 세상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선 안되거든요.”

“그렇죠?”

“다만 지금 사이다패스가 위험에 처했습니다. 목숨이 위험한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재량이 허가되는 법이지요.”

“네?”

류하리는 영문을 몰랐다.

사이다패스와 전화통화를 했고 갑자기 사이다패스가 위험하다고?

“나중에 설명하지요. 준비할까요? 그럼?”

마침 펜션에 도착한 승합차에서 사랑원의 졸원생들이 내려서고 있었다.

* * *

사랑원 살인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졸원생은 총 11명.

하지만 이 자리에 초대된 이는 여섯 명 뿐이다.

교통사고와 범죄, 약물중독과 근로사고등으로 사라진 이가 다섯.

약간 셈을 더하면 절반이 채 불혹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진 셈이다.

“어. 저자들은?”

차에서 내린 이들 중 가장 젊은 사람, 조민혁이 시현과 류하리를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당신들 대체 뭐야?”

“뭔데?”

“왜그래?”

같이 내린 다른 이들도 조민혁이 소란을 일으키자 다들 웅성거렸다.

이미 시현과 계약한 계약자인 권성현, 장인제도 있었지만 그들은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쪽은 여섯, 시현과 류하리는 둘, 여기서 상황을 어떻게 통제할까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자 다들 진정해주시지요. 일단 자리에 앉을까요?”

“그 전에 설명부터 해!”

조민혁이 따지고 들자 벙거지 모자를 눌러 쓴 남자가 호응했다.

“맞아! 안그러면 이 차를 탈취해서 바로….”

-철컥.

그때 시현이 권총을 빼들었다.

“어?”

“뭐, 뭐야. 장난감이지!?”

-탕!

시현이 바베큐장 옆으로 총을 발사했다.

농업용 저수지를 겸하는 연못의 수면에서 물보라가 튀었다.

이게 실총이라는 피할 수 없는 증거였다.

-또그르르….

탄피가 바비큐장의 바닥을 구르며 소리를 냈다.

“…….”

다들 놀라서 시현을 바라보았다.

총기가 금지된 대한민국에서 총기를 갖고 다니며 아무리 인적드문 곳의 펜션이라지만 정말 총을 발사해버린 시현의 무지막지함에 다들 놀랐다.

“앉으세요. 여러분. 긴 말로 설득할 시간이 아깝군요.”

“어… 으으으….”

“그, 그거. 진짜 총?!”

“안심하시길. 이건 어디까지나 장난감입니다. 그저 불을 뿜고 요란한 소리가 나고 맞으면 따끔한 구슬을 초음속으로 발사할 뿐이죠.”

“…….”

아무도 따지지 않았다.

“자 그럼 다들 준비된 자리에 앉으시지요.”

시현은 총구를 사람들에게 겨누면서 자리에 앉을 것을 종용했다.

총구가 자신에게 겨눠지는 것만으로도 모두들 움찔 했다. 방금 전에 실탄을 발사했고 시현이 가지고 있는 건 자동권총이니 이 뒤에도 실탄이 장전되어있을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었다.

“젠장.”

총구 앞에선 장사 없는지라 다들 고분고분하게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보면 이름표가 있을겁니다. 그걸 가슴에 달아주시지요.”

다들 고분고분하게 시키는 대로 가슴에 명찰을 달았다.

웃기게도 그들의 명찰에는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서 다들 입학을 한 30년쯤 늦은 유치원생들 같아보였다.

* * *

“자 다들 먼길 마다않고 지금 이자리에 모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개소리. 네놈이 우리가 오지않음 주변에 까발리겠다고 해서잖아!”

시현은 그들을 협박해서 차에 태웠다.

‘너희들이 살인을 했고 시체를 유기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증거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싶지 않다면 차에 타라.’

이렇게 협박했으니 다들 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협박 당사자가 총까지 들고 있으면 다들 좀 입을 닥치고 있어야 할텐데 한 명이 입을 열자 다른 이들도 말하고 싶어지는 모양이었다.

“우린 안 죽였어! 죽인 건 천기지!”

“뭐?! 나 아냐! 장인제라고! 장인제가 세게 때렸지! 난 마지막 날에만 때린 거잖아!”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너무 당황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남자가 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으아! 나 초, 총에 맞았다. 총에….”

그러나 남자는 살아있었다.

벙거지 모자 밑으로 피가 줄줄 흐르고 있긴 하지만 총에 맞은 건 아니다.

총성도 없었다.

대신 테이블 위에 500원 동전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

시현이 동전을 튕겨서 일어난 남자의 머리를 깨버린 것이었다.

“총구 앞에서 경거망동하지 마시길. 이런 것도 말씀해드려야 하나요?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시현이 권총을 까딱여 자리를 가리켰다.

머리가 깨진 남자가 화들짝 놀라서 의자에 앉았다.

이런 위압적인 태도 앞에 다들 조용해졌다.

이미 시현과 일면식이 있고 계약도 나눈 권성현이나 장인제는 그 상황에서 뻘쯤하게 시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시현이 말문을 열었다.

“그럼 제 소개부터 하지요. 저는 시현, 직업은 탐정입니다.”

“뭐?”

“탐정?”

“네. 제가 여러분들을 이자리에 모은 것은 여러분들 정태호씨 알고 계시지요?”

“……….”

정태호의 이름이 나오자 다들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실은 제가 어떤 분의 부탁을 듣고 힘든 시절 시설에 버려야 했던 자식분을 찾아다 달라고 하셨는데 아 글쎄 이미 돌아가셨더군요.”

“……….”

“어.”

“네. 서류상으로는 멀쩡히 살아있지요. 하지만 아무래도 없던 장애가 생겨있고 얼굴도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유전자 감식을 해보니까 남이더군요. 게다가 그 사람은 혼자서 주민등록이 세 개나 등록되어 있지 뭡니까?”

시현이 그리 말하고 권총 탄창을 빼서 탄을 확인하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눈으로 세기 시작했다.

“그분께서 분노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조사를 해보니 여러분들이 물망에 오르더군요.”

‘총알 수를 세고 있어!’

‘우릴 죽이려고?’

다들 겁에 질렸다.

게다가 시현이 말하는 바에 의하면 저 자는 지금 어떤 성공한 사업가의 옛날에 잃어버린 자식, 정태호의 복수를 해야 한다는 거 아닌가?

‘야. 우린 여럿이고 저놈은 여자랑 저놈에 운전수 뿐인데… 일어나서 덤벼들어서 총을 빼앗으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이가 있었지만 그들의 몸도 탁상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일어나는 놈은 확실히 죽는다.

게다가 이놈이 총을 가지고 있으면 저 여자도 총을 가지고 있지 말라는 법이 없고 운전수 역시 그렇다.

애초에 여기 끌려온 시점에서 그들은 이 남자에게 완전히 통제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데드맨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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