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차원의 강령술사-19화 (19/181)

3. 존재감 (4)

늦은 새벽. 베르자인의 은거지.

붉은 카펫이 깔린 널찍한 복도에 황금달 자객들의 시체가 쌓여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자객은 단검을 꺼내들고 홀몸으로 암살단에 맞서는 중이다.

“이 개새끼들! 상회에서 보낸 놈들이냐!”

암살단의 숫자는 대략 열댓 명. 그에 반해 자객들은 거의 다 죽어서 이제 한 명만 남은 것 같다.

바닥에 쌓인 자객들의 시체, 홀몸의 자객, 암살자들 모두가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터라 무기로만 아군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황금달 자객의 단검은 암살단이 들고 있는 단검보다 조금 더 긴 무기였으니.

“베르자인은?”

“비열한 새끼들…!”

“다른 자객들이 오기 전에 그년은 처리해야 해서 말이지. 바른대로 말하면 네 목숨만은 살려주마.”

“전쟁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오늘 너희가 벌인 일은 기필코 피바람을…”

퍼퍼퍼퍽!

그들의 표창이 자객의 온몸에 박혔다. 그리고 암살단은 자객의 무릎이 무너지기도 전에 달려들어서 그의 목을 단검으로 베어버렸다.

쏴아아…!

피로 물든 실내에서 암살단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문이 보일 때마다 열어서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고, 자객이든 상인이든 손님이든 가리지 않고 모조리 숨통을 끊어놓았다.

그렇게 죽이고 계단을 오르고 죽이기를 반복한 끝에 그들은 베르자인의 집무실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진입한다.”

그들은 문을 부쉈다.

콰앙!

집무실에는 그녀가 앉아있었고, 그녀의 양옆에 자객이 한 명씩 서있었다.

“잠그지도 않았는데 왜 부수고 들어와?”

그러자 암살단 앞으로 그가 걸어나왔다.

“고상한 년. 이 불리한 상황에도 모양 빠지게 도망은 못 가겠다는 건가?”

베르자인은 살기를 띤 눈으로 그를 쏘아봤다.

“이 건물 주변에 미리 배치된 놈들이 적당히 많아야지. 창문으로 탈출하면 오히려 이쪽이 불리하잖아.”

“그럼 밀폐된 방은 유리하고?”

“…바깥보다는. 됐으니까 오랜만에 얼굴이나 꺼내봐.”

그러자 그는 복면을 벗어던졌다.

도저히 이런 일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귀족적인 외모. 얼굴에 흉터 하나도 없이 미형의 젊은 남성.

또한 그는 베르자인이 익히 알고 있는 자였다.

“…세비우크. 결국 너야?”

“네 자객들의 전술과 체계는 다 꿰차고 있지. 그러니 황금달의 반대편에 붙으면 무조건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내 밑에서 배울 건 다 배우고. 음지에서 벗어나 바르게 살겠다고 해서 보내줬더니….”

“그랬었지.”

“내가 네 집안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선물도 챙겨줬잖아, 배신자 새끼야.”

“그런데 달란트 상회에서 그깟 선물보다 더 큰 돈을 주더군.”

“미친놈.”

“황금달이랑은 비교도 안 되는 액수였어.”

“내가 진짜 존나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세비우크.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그냥….”

세비우크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냥, 똑같이 가난한 출신이면서 고상한 척하는 게 그땐 좀 싫었지. 그거 말고는 다 좋았어.”

그리고 눈을 뜨자, 어느새 베르자인의 손이 귀걸이에 가있었다.

아무리 추억을 함께한 자라고 한들 그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발렌잔타르의 적출(摘出).’

바로 그 순간, 세비우크를 제외한 암살자들이 연달아 비명을 질러댔다.

“어, 어…?!”

“어어어어어!”

“아아악! 으아아아아!”

“아아아악…!!!”

그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전부 바닥에 떨어뜨리고 두 손으로 자신들의 두 눈을 꾹 눌렀다.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이리저리 뒤흔들고 미친 듯이 팔을 떨었으며 몸을 휘청거렸다.

“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악!!”

그들이 두 눈을 꾹 눌렀던 이유는 눈알이 자꾸만 앞으로 빠지려고 했던 탓이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집게가 그들의 눈알을 강제로 적출한 것처럼, 그들의 눈알은 기어코 튀어나와서 한 가닥의 핏줄 같은 것에 걸려 대롱대롱 처참하게도 흔들렸다.

“….”

그 광경 속, 베르자인과 세비우크의 시선이 허공에서 충돌하여 살기를 이뤘다.

베르자인은 아주 작게 턱짓했다.

타닷!

그 즉시 그녀의 양옆에 있던 자객 두 명이 앞으로 돌진했다. 그대로 세비우크를 노리는가 싶었다.

“아아악!”

두 자객은 오히려 세비우크를 무시하고 주변에 눈알 뽑힌 자들의 급소만을 노려서 효율적으로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주요 혈관만 베어내고 찌른 탓에 엄청난 양의 혈액이 방류되었다. 그런데 세비우크는 어째선지 가만히 서있다.

“네 부하들 안 지켜?”

“너한테서 시선을 뗄 수는 없지.”

“왜 이렇게 사람이 변했니?”

“변하지 않았어. 가난했을 뿐이지.”

“그거 존나 병신 같은 대답이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는 분한 얼굴로 어금니를 씹었다. 분명 귀걸이로 주술을 걸고 있는데 세비우크의 눈알은 뽑힐 기미가 없는 것이다.

당장 세비우크를 제외한 무리들을 전부 무력화하고 학살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녀는 도리어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끄악…!”

“아아악!”

두 자객이 암살단을 빠르게 죽이고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세비우크가 두 팔을 움직였다.

눈에 잡히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 팔은 표창을 하나씩 던진 것이다.

퍼퍽!

두 표창은 자객 두 명의 관자놀이에 정확히 꽂혀버렸다.

홀몸이 되어버린 베르자인은 탄식했다.

“쟤들 말고 너부터 죽이라고 할 걸 그랬나….”

“그랬으면 더 빠르게 죽었겠지.”

“너의 그런 재능을 깨워준 게 나잖아.”

“소리만 듣고도 움직임을 알 수 있다는 거? 아니면 가속(加速)을 말하는 건가?”

그러면서 세비우크는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네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내 스스로 터득했을 능력들이지.”

“여기서 날 죽여도 황금달은 죽지 않을 거야. 차라리 나한테 붙어.”

“무슨 근거로 황금달이 죽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우리는 머지않아 달란트를 찍어누르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예정이거든.”

“아, 알겠다. 이제 알겠어. 흐흐.”

세비우크는 입가에 주름까지 만들며 비열하게 웃었다.

“회유든 허풍이든 아무 말이나 내뱉는 거구나. 시간을 벌려고.”

애써 미소를 지은 베르자인.

그녀의 이마로 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잘 아네.”

“…잘 알지.”

세비우크는 재빠르게 표창을 던졌다. 두 표창은 그녀의 찰랑이는 금발 사이에 있는 왼쪽 귓불을 노려서 정확하게 날아갔다.

픽!

하지만 그녀는 책상 위에 있던 두꺼운 책을 들어서 표창을 막아냈다. 그리고 책을 내린 바로 그 순간에 세비우크가 책상 앞까지 달려든 채였다.

그건 베르자인이 아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가속…!’

게다가 세비우크는 더욱 빨라졌다.

짧은 순간, 그는 품속에서 단검을 뽑았다.

같은 순간, 그녀는 그의 단검에 보라색 액체가 묻어있음을 포착했다.

‘독…’

콰아악!!

인간의 속도를 초월한 단검은 베르자인의 목젖을 노렸지만 그녀의 반응 역시도 뒤처지지 않았다.

“베르자인! 책상에서 숫자놀음만 하느라 감각이 무뎌졌나?!”

베르자인은 독이 묻은 단검을 책으로 막아서 버티는 중이다. 두꺼운 종이를 뚫고 나온 단검에서 독이 뚝뚝 떨어져 그녀의 가슴을 적셨다.

“으흐흐흐!”

“만약…!”

벼랑 끝에 몰린 암사자가 으르렁대는 것 같았다.

“만약 내가 이기면 오늘 네 눈알을 뽑아버리겠어…!”

“곧 죽을 년이!”

독이 묻은 단검은 잘 막아냈으나 힘 싸움에 돌입한 게 패착이었다. 완력으로는 세비우크를 당해낼 수 없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죽음까지 직감했다.

페르메트와 도서관 관련해서 마찰이 생길 줄은 알았지만 달란트 상회에서 이렇게나 빠르게 움직일 줄은 몰랐다. 움직이더라도 이렇게나 극단적으로 암습을 가해올 줄은 몰랐다. 그 와중에 하필이면 또 이쪽 자객들의 전술을 알고 있는 세비우크가 포함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세비우크가 배신을 할 줄도 몰랐고, 세비우크가 이렇게나 빠르게 달려들 수 있는 줄도 몰랐고, 세비우크에게 발렌잔타르의 적출이 통하지 않을 줄도 몰랐다.

그래서 예상하건데 이 한 번의 암습은 달란트 상회에서 몇 년간 치밀하게 준비한 일이리라. 이미 준비를 해놓고 완벽한 시기만 기다린 것이다.

이제 그 모든 것을 알아서 어쩌겠는가. 너무 늦고 말았는데.

“으읏…!”

“그냥 곱게 죽어! 베르자인!!!”

독이 뚝뚝 흐르는 단검은 점차 베르자인의 목을 향해 다가갔다. 단 10초도 남지 않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 그녀가 간절하게 바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자객들이 당장 저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것이리라.

푸우욱…

그러나 기적은 없었다.

그녀의 간절함과 달리 단검은 목의 살갗을 파고들었다.

숨 쉴 때마다 호흡이 칼날을 스쳐서 공기의 오르내림을 느낄 수 있는 깊이까지 파고들었다.

하물며 독이 묻은 단검.

이 암습은 그 어떤 변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철저하게 계획되어 실행된 노림수였다.

“저주…… 할 거야… 너를…”

“얼마든지…!”

끼익.

그때 문이 열렸다.

그녀는 그 소리가 자신이 만들어낸 간절함의 환청인가 의심했다. 의심하면서도 그녀는 세비우크의 뒤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들어온 자는 기괴한 가면을 쓰고 있었다. 아니, 방독면이라고 했나. 어쨌든 방금 들어온 자가 소리치는 것이다. 변조된 목소리로.

“다 똑같이 생겨가지고…! 누가 누구 편이야?!”

그녀는 가빠지는 호흡이지만 어떻게든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페…… 인…”

“베르자인?”

집무실에 들어온 페인이 뭘 해보기도 전, 그녀의 목 깊숙이 단검이 꽂히고 말았다.

촤악!

혈액이 분수처럼 터졌다.

목표를 달성한 세비우크는 붉은 희열에 젖은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페인을 마주했다.

“흐흐. 숨어있던 자객이냐? 한 발 늦었어.”

“이런 씨발, 네가 방금 베르자인을…”

세비우크는 페인에게 단검을 겨눴다.

“오늘 황금달의 머리는 떨어졌다! 잔당이 되어 소탕당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꿇어라!”

그의 단검에서 베르자인의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페인은 보았다. 느꼈다.

「악령화 시작됐네.」

피범벅인 세비우크의 얼굴이 불쾌했다.

입과 눈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된 것처럼 변한 것이다. 사람이라고 한다면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얼굴이지만 자세히 보고 있으면 어딘가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목구비를 감출 수 없다.

“그렇게까지 해서 얻는 게 뭐야?”

“무릎을 꿇고 복종하는 태도를 보이란 말이다! 이 쓰레기가!”

「지능까지 잃고 있어.」

“으아아아!! 가속! 가속! 가속해, 씨바아알!”

「수준 떨어지는 악령이 붙었네.」

흥분한 세비우크는 페인에게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둘 사이에 거리가 있는데 단검을 역수로 들기까지 했다.

「‘가속’ 능력이 있다며 자기 입으로 떠들잖아. 그건 속으로 외워도 되는 간단한 주문일 텐데.」

직후 일직선으로 발사되듯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모습은 이미 인간이 아니라 야수를 보는 듯했다. 세비우크의 그것은 최고 속도로 뛰는 거미 악귀보다도 빨랐을 것이다.

‘방혈.’

퍼어억!!!

그러나 세비우크는 달려들던 그대로 폭사했다.

처벅! 철퍼덕…!

옷감 사이로 빨간 근육과 노란 살점만 남은 시체는 페인의 어깨에 부딪히고는 가던 방향 그대로 벽에 또 부딪혀서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머리의 모든 구멍에서 걸쭉하고 붉은 혈액을 아래로 주르륵 흘렸다.

“거어어…. 어거거…”

목구멍에서 물 끓이는 소리가 나고 있다.

저런 형체가 되어서도 숨통은 붙어있는 걸까.

페인은 품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이미 뒈졌어. 피 빠지는 소리야.」

* * *

「되다만 놈이라서 먹을 것도 없었네.」

마지막에 내게 달려든 녀석은 악령화가 끝나기 전에 죽고 말았다. 그래서 엄연히 악령은 아닌 녀석이었고, 그렇기에 악명을 알아내거나 악을 습득할 수는 없었다.

이런 경우엔 그냥 악령이 아니라 사람을 죽인 것이라 보면 된다.

목에 칼과 독을 맞은 베르자인은 일단 빠르게 대처해서 살릴 수 있었다.

그녀는 목에서 피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심장이 약하게나마 뛰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그래서 방혈 2계로 그녀의 몸에 있던 독을 빼냈다.

그런 다음엔 재결합 2계로 그녀의 목에 있는 혈관을 틀어막고 살점과 피부를 봉합하였다. 그리고 중요한 혈관들을 하나씩 연결해 붙인 다음에 거미 악귀를 소환해서 그녀의 심장을 거미줄로 묶었다.

거미 악귀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거미줄은 그녀의 심장이 강제로 뛰게 만들었다. 그렇게 뇌로 혈액이 공급된 다음엔 거미줄의 도움이 없어도 심장이 스스로 뛰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쯤이었다.

혈흔이 낭자한 집무실에 자객들이 우르르 들어온 것이다.

“다, 당신은…….”

“일단 살리긴 했는데 의식이 없어. 치료사든 의사든 좋으니까 부르라고.”

“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자객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베르자인은 들 것에 실려나가서 그녀의 침대로 옮겨졌다.

다행스럽지만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그들 사이의 머리로 보이는 자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갚을 수 없는 빚을 졌습니다. 페인 님.”

“강령술사라고 불러.”

“예. 강령술사님.”

이건 뒷골목 조직체들의 사정을 잘 모르는 나도 알 수 있다.

오늘 이 사태의 심각성을.

“벌써 전쟁이 터진 거냐?”

“죄송하지만 베르자인 님께서 아직 그걸 결정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저로선 대답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 난장판을 벌여놨으면 전쟁이지 뭐.”

“예…. 암습으로 끝내려던 심산이라 보고 있습니다만….”

자객들의 눈빛을 보니 대체로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듯하다. 베르자인의 말 한마디면 당장이라도 상대 조직체에 쳐들어가 참극을 벌일 기세다.

“그래도 급한 싸움은 대충 끝난 거지?”

“암습을 실패했으니 연달아 또 들어오진 않을 겁니다. 이미 각지의 황금달 자객들도 집결한 상황이고요. 지금쯤 저쪽에서는 심히 당혹스러울 겁니다.”

“저쪽이 누군데? 어디 놈들이야?”

“달란트 상회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방독면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걔들은 양지에도 발 좀 걸치고 있는 놈들이잖아.」

「달란트 상회는 표면적으로 합법을 내세우며 교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또한 달란트 상회는 중앙교회에 막대한 헌금을 내는 조직체다. 그래서 내 개인적인 상상이지만, 그들은 우리가 모르는 악행을 일삼고도 손쉽게 성수를 구매해서 조직원들의 악령화를 막고 있으리라.

「거기 털어버리면 승천자 속 좀 썩겠네. 안 그래도 잿빛세계의 중앙교회에 이물들 몰아넣고 왔는데.」

“달란트 놈들인 거 무조건 확신할 수 있어?”

“확신합니다.”

나는 그 한 마디가 대답이냐는 얼굴로 자객을 쳐다봤다. 물론 방독면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자객은 일반인과 달리 상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저희는 상회에 상당한 실력자가 들어가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리고 강령술사님 덕분에 그자의 정체가 세비우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비우크가 누군데?”

「네가 아까 일격에 죽인 놈.」

“그는 황금달 자객의 전술을 다 꿰차고 베르자인 님께 치명상까지 입힐 수 있는 유일한 실력자이자 배신자였습니다. 호시탐탐 황금달을 노리고 있던 상회가 오늘 일을 실행에 옮길 수 있던 건…”

더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아까 그 말을 듣고 방독면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상대가 달란트 상회라는 말을 듣고 지금까지 계속 말이다.

「어차피 지금 네 머릿속에는 승천자밖에 없지?」

방독면이 없었다면 내 표정이 자객들에게 드러났으리라.

“…그래서 마음 같아선 상회가 불타는 꼴을 보고 싶은 입장입니다. 하지만 전쟁 결정도 결국 베르자인 님께서 깨어나셔야…”

나는 내가 왜 웃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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